"야, 김동성," "아, 형." 큰 소리 하나라도 새어나가면 끝장이다, 동성은 급히 태양의 입을 틀어막았다. 뭐야, 뭔데, 영문은 모르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느낀 태양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동성은 한숨을 내쉬며 태양의 팔을 붙들었다. "형, 내 말 잘 들어요." "왜 그래, 어?" 태양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괜히 저 하나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태양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동성은 태양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좀 있다가 나 저쪽으로 나갈 거니까." "야," "형은 여기 조금 더 있다가 대충 눈치 봐서 이쪽으로 나가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같이 가면 안돼?" 태양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괜히 물어왔다. 물론 된다는 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동성의 말은 단호했다. "안돼." 동성이 말한 '저쪽'이라면 그들이 있는 곳이다. 포식자들, 그들의 눈에 띈다면 태양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 안봐도 뻔했다. 어쩌면 저보다 더 비참한 꼴을 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 저야 어차피 그들에게 쫒기던 신세이니 언젠가는 잡힐 목숨, 이러나 저러나 상관 없지만 한솔만은 달랐다. 동성에게 있어 태양은, 더럽혀질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될, 그만큼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동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양은 잠깐이라도 더 같이 있어달라며, 나중에 다시 오는 거냐며 매달려왔다. "조금만 있다가 가, 응?" "빨리 가요." "야.." 동성은 자꾸만 제게 애원해오는 태양을 끌어안았다. 속으로 울컥 치밀어오르는 미안함과 저에 대한 원망을 애써 내리누르며, 태양을 토닥여주며 동성은 조금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낮춰 태양에게 이야기 했다. "가요. 한눈 팔지 말고, 되는대로 멀리 도망가 있어요. 나중에라도 형 데리러 갈 거니까, 나 잊어버리지 말고. 알았지?" "약속 한 거야, 지금." "응, 약속. 그러니까, 형..아니다, 가요 얼른." 태양을 품에서 놓아준 동성은 터벅터벅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아 진짜..이런거 말 안하려 했는데." "뭔데요?" "사랑해, 그러니까 다치지 말고 꼭 데리러 와." 동성은 그런 태양에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서 다시 발을 옮겼다. 태양도 제게서 멀어져 가는 동성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어렵게 떼어가며 동성에게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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