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독자분들! 요즘 내가 우울해서 조금 정신도 없고 그래서 횡설수설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해해주라ㅠㅠ 우선 댓글 달아주는 모든 독자들 너무너무 고마워. 읽어주는 독자들도 고맙고. 음...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그래도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부터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쓸게. 일단 내가 말한대로 백현이랑 사귀었어. 올해 3월 말부터. 고백은 백현이가 먼저 했고. 내가 제일 연락 많이 하는 친구도 백현이고, 백현이가 연락 많이 하는 것도 나라서 그냥 언제나처럼 문자로 실없는 얘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어. 학교 얘기, 친구들 얘기 그런거. 그러다가 백현이가 조금 진지해지는거야. 나는 아무생각 없었는데 백현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다가 아,아니다.. 그러는거야. 내가 궁금한 건 진짜 못참거든? 그래서 또 계속 물고 늘어졌지. 왜? 뭔데? 뭐야? 응? 응응응? 이러면서 문자를 보냈어. 자꾸 조르니까 백현이가 조금 있다가 답장을 보내더라. 나 사실은 너 좋아해.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요즘 자꾸 더 좋아져서.. 이런 식으로 온거야. 나는 저 문자를 받고 확인하자마자 손이 막 떨리더라. 진짜 휴대폰을 놓칠 것 같이 벌벌 떨면서 소리 지를까봐 다른 손으론 입 틀어막고. 와 진짜... 눈물이 핑 돌더라. 지난 2년간 좋아하면서 혼자 가슴앓이하고 아파하고 울었던 거 다 잊어버리고 그냥 좋아서. 백현이랑 친구였던 3년동안 백현이가 겉으로는 밝고 까불거려도 속은 되게 깊다고 느꼈었는데, 그게 문자에서도 보였어. 다른 남자들은 그냥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하고 사귀고싶다고 말하는데, 얘는 좋아하면서도 나한테 자기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나한테 자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 거잖아. 백현이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봐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있었던 거고... 되게 벅찼어. 나를 좋아해줘서. 그걸 나한테 말해주고, 용기내줘서. 그리고 백현이가 얼마나 혼자 속을 앓았는지 몰라도 그동안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자기가 나한테 해줄 게 없다고 느껴서 혼자 좌절하고 고민하고 마음 아파했을까봐 너무 걱정되고 속상하고 그러더라... 그래서 처음엔 내가 진짜? 뻥치지마~ 이러면서 애써 장난식으로 말했어. 진짜가 아닐까봐. 친구들이랑 내기해서 속이거나 그런걸까봐. 인터넷에 보면 여자들 가지고 장난치는 남자들 많잖아...ㅠㅠ 그래서 너무 무섭더라. 백현이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닌 걸 알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거야. 백현이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이게 사실이란 걸 믿을 수가 없었어. 백현이가 나를...? 하면서. 어떻게 내가 그렇게도 바라고 기도하던 일이 이뤄질 수가 있을까 싶고... 믿기지가 않았어. 그렇게 문자를 보내놓고도 너무 무서웠어. 뻥이었다고 할까봐. 장난이라고 웃을까봐. 근데 곧바로 답장이 왔어. 장난아니야. 진짜로 너 좋아해. 많이. ㅠㅠㅠㅠㅠㅠ나 이거 받고 진짜 눈물 찔끔 났어..ㅠㅠ 너무 좋아서...ㅠㅠㅠㅠ 막 설레고 꿈인 것 같고 죽겠는거야. 진짜로. 말로 표현이 안되게.. 심장이 너무 크고 요란하게 뛰어서 토할 것 같았어..ㅋㅋㅋ 그래서 나도 너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썼거든? 근데 쓰는 동안 오타가 어찌나 많이 나던지...ㅠㅠ 진짜 한참만에 답장을 보내고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숨이 가빠지더라구. 그렇게 사귀게 되고 그때가 열두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어서 서로 잘자라고 말하고 침대에 누웠어. 부끄러워서 통화는 내가 싫다고 안 했고...ㅋㅋㅋ 불을 끄고 눕는데 막... 조용하니까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거야. 머릿속에는 이미 백현이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다음날 학교에 가야해서 애써 자려고 심호흡하고 그러는데도 죽겠더라. 진짜. 자고 일어나면 다 꿈이 되어버릴 것 같고, 모두 없었던 일이 돼버릴 것 같더라. 백현이한테 고백받은 것도 다 꿈이고, 내 상상이었던 거야. 눈이라도 잠깐 감았다 뜨면 날이 환하게 밝아서 꿈이었다는 게 확실해질까봐 무서워서 눈물까지 나더라구. 그런게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생각일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나 그래서 그날 무서워서 한 시간 넘게 뒤척이다 잤어...ㅠㅠ 그러고 그 다음날 눈을 떴는데 바로 그 생각이 나는거야. 진짜 꿈인가? 하면서 막 불안해져서 손을 덜덜 떨면서 휴대폰을 봤는데 문자가 와있더라. 잘 잤어? ㅋㅋㅋㅋㅋㅋ 어색하다ㅋㅋㅋㅋ 그래도 참아. 앞으론 맨날 해야되니까. ㅠㅠㅠㅠ겁나 설렜지 또 아침부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동시에 안도했어. 꿈이 아니구나. 진짜구나. 정말로 백현이도 나를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이게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서로 느낄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인거잖아. 그동안 나혼자 백현이 바라보면서 품었던 것들, 예를들면 손잡고싶고 안고싶고 보고싶을 때 보러가고 보고싶다고 말하고, 아무 이유 없이도 전화할 수 있는 그런 게 이제 우리 사이엔 당연하게 된 거잖아. 그게 너무 벅차더라. 내가, 내가 백현이 너와. 백현이가 나랑... 순간 온몸에 힘이 쭉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았어. 눈물도 왈칵 쏟아질 것 같고...ㅠㅠ 너무 고맙고 백현이가 진짜 많이 사랑스러웠어. 진짜 내가 세상의 모든 좋은 것보다도 더 좋고 대단하고 소중한 걸 가진 느낌이었어. 그 땐 진짜 많이 행복했는데. 일주일동안 아무 이유도 없이 혼자 웃고. 밥먹다가도 웃고, 학교 가다가도 웃고, 강의 듣다가도 웃고, 친구랑 얘기하다가도 웃고. 완전 헤실헤실..ㅋㅋㅋ 오죽하면 친구가 나보고 미친 것 같다고, 진짜 연애하면 이렇게 되냐고 그러면서 자기는 안 해야겠다고 그러더라ㅋㅋㅋ 요게 우리가 사귀게된 이야기. 되게 별거 없지? 근데 나는 진짜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ㅠㅠㅠ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더라, 진짜로. 내가 그런 걸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너무 기쁘고 설레고 두근거리고, 동시에 행복이 깨질까봐 불안하고. 그냥....그냥 너무 행복했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ㅠㅠ 근데 뭐... 다 과거가 되어버린 일이라서... 다시 생각하면 눈물 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백현이 보고싶어.. 으으 우울해지기 싫은데. 우울하기 싫어! ㅠㅠ 근데 진짜로 보고싶다. 우리 백현이. 아니다, 우리 백현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겠네..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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