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호는 이순재 할부지 생각하시면서 보면 되여 ㅎㅎ
[카이/찬열] 사신밀담 1.5
(전생 에필로그)
황룡인 루한과 현무인 준면은 제 혼과 육신을 유체이탈시켜 몰래 삼도천에서 시신과 영혼을 건진 뒤 곧바로 지상으로 떠내려 보냈다. 우판
이 그들을 호위했다. 시기는 모두가 상의한 결과 상이 영면에 들 즈음인 이천년 후로 결정하기로 했다. 죽은 두 사람의 시신은 생각외로 멀쩡
했다.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죽은 두 사람의 얼굴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준면이 결국 울음을 참는 소리를 냈다. 왠만해서는 울
지 않는 우판도 평소 각별히 친했던 찬열의 죽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결국 준면이 목놓아 울었다. 루한은 애써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제 아무리 유언이라 하지만, 그들은 다름아닌 천제天帝 상으로 인해 자신의 친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이성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
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줄 수 없었던 자신들의 무능함도 함께 말이다. 루한이 고개를 숙였다. 찬열이 울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나오려
고 한다. 이렇게 도움 하나 줄 수 없었던 신세가 허망했고, 그럼에도 원망 한번 하지 않았던 찬열의 마지막 웃음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에
여왔다.
찬열이 울지 말라고 했으니까, 울지 않아야지.
죽은 사신은 높은 확률로 다음 생에서도 사신으로 환생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종인과 찬열은 말 그대로 역대 최고의 힘을 자랑하던 사신들이
었으므로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래서 상이 영혼까지 뿌리뽑으려 했던 것이다. 그 더러움에 절로 치가 떨려왔다.
- 짐이 실책을 하였어.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하.
천계의 지존이 아니십니까.
백 년이 지났다.
깍듯이 존칭을 쓰며 미소짓는 준면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평온했으나 그 속내는 살기와 증오로 뒤덮여져 있었다. 종인과 찬열을 사지로 몰아
간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 해도 구토가 밀려왔으나 후일의 복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황룡인 루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꿈
에도 모르는 어리석은 상이 태연스럽게 슬픔을 연기했다. 그 술수가 자신들에게 뻔히 드러나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 둘의 반란은 둘의 의사가 아니었네.
- … 어찌 대역죄인들을 옹호하십니까, 신들은 지엄하신 폐하의 은덕을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 염라의 음모였어! 그들이 그 간악한 세치 혀에 놀아났단 말이네, 얼마나 애통한 일인가. 그럼에도 이것이 짐의 실책이 아닐까!
실책이라 하신 분이 거짓 필사를 하시어 죽음을 자초하는 서찰을 손에 들려 보내셨습니까.
말도 안되는 변명을 들은 준면이 서늘하게 웃었다. 당신의 그 비열한 모략에 내 친지들이 죽었다. 아비가 죽은 충격으로 찬열의 아들은 웃음
을 잃어버렸다. 후대 주작이 되어 그 임무를 멀쩡히 수행하고 있었지만 그 핏발선 두 눈을 목격한 순간 모두의 가슴이 에여왔다. 천계 자체
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둘을 순식간에 망자로 만들어버린 상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는 힘이 없었다.
- 그들의 죽음은 폐하의 실책이 아닌 스스로의 미련함이 명을 자초한 것입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 현무, 나는 참으로 그대가 좋단 말일세. 실책을 저지른 짐의 잘못을 덮어주려 하다니, 자네는 진정 충신일세.
- 저 또한 그렇답니다. 폐하께서 다스리신 천계를 망친 사람들은 그들이지요.
- 황룡 역시 충신일세, 하여 내 그대들에게만 말해줄 것이 있는데….
영면에 들기 전, 백호와 주작의 일족을 멸滅해버릴 생각이네.
짐의 말을 듣지 않은 대가는 치뤄야지. 상의 대담한 발언에 둘의 눈이 가늘어졌다.
까짓것 죽으라 하지요, 뭘.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백호와 빈의 한 마디에 루한과 준면, 그리고 우판이 놀란 얼굴을 했다. 백호와 빈은 사실,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백호는 이미 구천 살을 넘게 살아 곧 영면에 들 예정이었다. 신수로 선택받은 것도 대략 백 년 전으로 그 관록에 인해 신
수로 선택받은 것이었다. 빈은 그 모친의 몸이 너무나도 약해 태생적 약체로 오백 년 정도 뒤면 영면에 들어야 할 것이라 했다.
- 일족이 모두 죽는다면 주작을 보호하는 것도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인간으로 신분을 위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빈이 주먹을 쥐었다. 이미 주작의 일족들은 치열한 복수로 제 목숨마저 버릴 만큼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이었
다. 주작 특유의 넘치는 혈기는 비록 냉혈해졌다 하지만 빈에게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었다. 염려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다른 이들과는 달
리 결심은 확고한 듯 한다.
백호는 그들의 말을 듣다 치렁한 수염을 매만지며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한때 천계 최고의 장수였던 그가 짐짓 표정을 굳히자, 그보다 훨씬 아랫사람들인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백호는 사실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유일하게 상에게 대담하게 대항했던 자였다.
상도 그를 벌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상의 부친의 충신인데다 그 누구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이였던 탓이였다.
- 상께서 그러시던가? 이천 년 후면 우리 일족과 주작의 일족의 씨를 모조리 말려버리시겠다고.
- 예, 그렇습니다. 하여….
- 내 아들은 약체라 이제 육백 살인데 약 사백 년 후면 영면에 들 예정이네, 아마도 멸족당할 이들은 내 손주나 증손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만..
- 하여서, 어르신께서는 어찌 하실 생각이신지요?
백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꺼낸 말은 모두를 더욱 놀라게 했다.
- 그대들이 후대 백호를 부탁하네.
- 예..?
- 이번 일로도 알 수 있겠지만, 상은 그 둘이 아니라면 막지 못하네. 사실 죽은 청룡과 주작이 그리 허무하게 당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번 대에서 이 지독한 일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은 오로지 우리의 책임이네. 준비를 하지 못해 미처 막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 …….
- 주작은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었네, 몸이 오죽 약한데도 전투에서 형형한 공을 세우지 않았던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청룡은 상의 아들임에도 버림을 받지 않았는가, 상이 저를 물건 취급하며 전투에 빠지지 않고 세웠어도 일언반구 없이 천계를 지키고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에 힘을 썼네. 둘은 가히 천계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신들 중 하나였지. 내가 젊을 적 장수로 활동했을 때보다 더욱 강한 그들이었네. 그런데 그런 둘을 죽여버린 상이라면, 우리 일족을 멸족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 어르신..
- 염치가 없지만, 내 증손주를 부탁하네. 아마도 환생할 둘과는 동기가 될 게야.
- 아닙니다. 저희가 과연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아니네, 이 늙은이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훨씬 행동력도, 생각도 빠르고 날쎄다네. 이 늙은이가 마지막으로 말하지. 앞으로 우리는 두번 다시는 이런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되네. 남은 이천년간 내 증손주와 두 사람 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태어날 걸세, 자네들과 두 사람을 지킬 이무기나, 해치나 기린아 같은 이들 말이지. 그들과 함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번에 진 업業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네. 주작과 청룡을 위해서, 그리고 이 천계를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네. 알아들으시겠는가?
- 물론입니다. 이 한 목숨 바쳐 지켜낼 것입니다.
노익장과 젊은 사신들의 의견이 완벽히 조합하며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영면에 들 준비를 하러 사라진 백호를 뒤로 하고 남은 이들의 표정이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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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 넣었다가 뺐어요 왜냐하면 브금이 너무 상큼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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