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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형아 그러면 이거는여?"
"너 들을수록 말투가 왠지 친근하다."
"친그니가 머에여?"
"너랑 나랑 뭔가 삘이 통한다고."
슈퍼마리오가 열번 연속으로 왕버섯을 먹는 모습에 흥분을 한 경수와 세훈이 거의 반쯤 일어나 있는 상태에서 어깨를 붙인 채로 흥분의 신음을 막 내뱉던 참에 가늘게 뜬 눈으로 제 엄마의 몸에 터치를 서슴치 않는 세훈에게 타오가 달려든건 한순간이었다. 갑자기 등에 달라붙은 타오에 깜짝 놀란 세훈이 얼떨결에 게임 스틱을 놓치고 타오의 엉덩이를 받쳐들었고 백현과 경수가 업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맑은 윗공기의 신세계를 느낀 타오가 세훈에게 흥미를 느낀건 한순간이었다.
아빠가 아닌 남자가 엄마를 만지면 다 나쁜사람이라고 했지만...엄마도 저 형아랑 친한 것 같은데...그럼 괜찮은거 아닐까?
나름대로 자기 위안을 마친 타오가 세훈의 등에 매달려 스릴을 즐기는 와중에도 세훈은 재빨리 경수에게 다시 건네받은 스틱으로 목숨이 한개밖에 남지 않은 가엾은 마리오의 회생에 힘썼다. 그런 세훈의 등에서 타오가 게임에 대해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고 세훈은 장인 정신을 발휘해 게임 설명에 성의를 다했다. 타오를 등에 매달고 그렇게 게임에 집중하길 거진 두시간. 드디어 마리오가 마지막 보스몹에 도달했고 목숨이 간당하던 마리오가 승리를 거두자마자 숨까지 죽이고 집중을 하던 경수와 스틱까지 집어던진 세훈이 큰 환호와 함께 서로를 껴안은건 순간이었다.
그리고 리허설을 마친 엑소멤버들이 대기실에 들어선것도 그순간이었다.
정적. 이런 정적이 또 있을까. 서로를 껴안은 채 그대로 굳은 세훈과 경수. 그리고 세훈의 등에 매달려 있던 타오. 거기다가 막 문을 열고 들어선 민석, 찬열, 준면 그리고...마리오에 버금가는 보스몹 변백현까지. 뒤따라 들어온 현석이 빠르게 분위기 파악을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오려던 코디와 스텝들을 이끌고 음료수나 한잔 하자며 다시 밖으로 이끌었다. 모두가 땡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마냥 굳어 있을 때 그 정적을 깬건 백현이었다.
"안 떨어지냐."
정신을 차린 세훈이 후다닥 경수에게서 떨어졌다. 갑작스런 세훈의 움직임에 놀란 타오가 그의 등에 더 찰싹 붙었고 백현이 눈 깜짝할 새 다가와 타오를 안아들었다.
"너."
"녜 아빠.."
"아빠가 엄마 지키라 그랬지 언제 같이 시시덕대라고 했어."
"아니..그게여..."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대는 타오를 땅에 내려놓은 백현이 민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애 데리고 나가서 뭐 좀 사줘라."
"ㅇ...어?"
"귓구멍에 뭐 박았냐. 애 데리고 나가서 뭐라도 좀 사먹이라고."
"아..아 그래..그럼 저기..다같이.."
"이 건물 벗어나지 말고 전화하면 바로 받고 사람 많은데는 절대 애 데려가지 말고."
"......"
"박찬열 새끼를 데려가던지 말던지."
"......."
"일단 빨리 애 데리고 나가서 있으라고."
"......"
"한번 더 말해야 되냐. 지금 나 존나 빡치는데."
민석이 조용히 타오의 손을 잡았다. 타오가 그런 민석의 손을 뿌리치고 백현의 다리에 매달렸다. 여차하면 울음이 터질것 같이.
"아빠..타오가 뭐 잠모해써여..?"
"아니."
"그런데 왜 타오 막 나가여...? 여기 이쓰면 안대여..?"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왜여..? 타오가 대신 잠모해씀미다 하면 안대여...? 엄마 때찌해여..?"
"엄마 때찌 안해. 아빠는 원래 엄마 때찌 못해 절대로."
"그럼여..?"
"그냥 다음부터 그러지 마세요-할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민석이 삼촌이랑 나가서 과자 하나만 사먹고 있어."
"아빠..."
"얼른."
"녜..."
민석이 아이를 달래며 안아들고 찬열이 쭈뼛대며 그 뒤를 따랐다. 경수가 여전히 입을 헤-벌린 채 벙쪄있었고 세훈은 저 개같은 성질의 변백현 선배가 저를 얼마나 갈굴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기...백현아."
경수가 조심스레 백현을 불렀다.
"화났어..?"
백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고 세훈은 죽을 맛이었으며 준면은 괜히 눈치가 보여 배가 아파왔다. 사고치지 말라니까...오세훈 진짜...
"그게...세훈이가 마리오 보스몹을 보여준거야 글쎄! 거기다가 그걸 한번에 깬거 있지! 너랑 나는 계속 실패했는데 세훈이는 한번에 성공해서..."
"한번에 성공해서."
"..어?"
"저새끼는 마리오 보스몹을 한번에 성공해서 너한테 보여줘서 껴안았어?"
"아니..나도 모르게.."
"씨발 내가 진짜 미친새끼다."
"배..백현아.."
"우리 도경수한테는 또 화를 못내겠네 내가."
백현은 세훈의 앞에 섰다. 자신보다 낮게 위치한 백현의 눈이었지만 세훈은 알아서 숙여지는 고개를 숨길 수 없었다.
"야."
"....."
"대답안하냐."
"..네."
"아주 내말이 좆같이 들렸냐 너."
"...아닙니다."
"분명히 터치하지 말라고 했지."
"....."
"나는 누가 우리 도경수 쳐다보는 것도 싫고 이름 부르는 것도 싫고 그냥 알고 있는 것도 존나 소름끼치게 싫은데."
"......"
"안았냐 너?"
"......."
"씨발 진짜...아주 내가 우리 도경수 앞에서 병신같이 있으니까 눈에 뵈는게 없나본데."
"......."
"저번부터 내가 아주 만만하지. 별 말 없이 기어오르는거 그냥 뒀더니 끝이 없다 새끼야? 김준면이랑 뭐 좀 있는것 같아서 내가 가만히 있었더니 씨발 앞뒤분간이 안돼?"
"......"
"어쩔래. 몇대 맞을래? 나 가만히는 못있겠는데."
"백현아..세훈이한테 그러지마...내가 이거 게임 같이 하자고 해서.."
"편들지마."
"......"
"나는 너한테 화 못내니까 더 열받게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 그거 다 이새끼한테 가니까."
그때 가만히 백현의 뒤에서 서있던 준면이 다가왔다.
"그만해 변백현."
"뭘 그만해."
"너 화난거 충분히 알았고 내가 대기실에 쟤 데려와서 일 이렇게 만든거 미안해 사과할게. 그러니까 그만해. 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일부러 했든 모르고 했든 저새끼가 지금 도경수를 안았고 난 그걸 봤고 나 없는 새에 뭘 더 했는지 난 모르는 상황이고 그래서 존나 빡쳤는데 니가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그렇다고 니가 오세훈한테 욕하고 때린다고 뭐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게임 하다가 기분좋아서 그런것 같은데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고 화풀어. 내가 진짜 사과할게. 미안해 백현아."
준면은 백현에게 재차 사과하며 기도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이 일이 지나가게 해달라고. 정말 이대로라면 백현이 세훈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내려친대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경수가 가까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그때, 가만히 입을 다물고 백현의 말을 듣던 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님이 왜 사과하는데?"
"오세훈."
"아니 내가 잘못했는데 선배님이 왜 사과하냐고."
준면은 다급히 세훈을 불렀지만 세훈은 이제 백현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선배님. 일단 도경수 선배님 제가 주제도 모르고 껴안은건 진짜 죄송한데요, 김준면 선배가 선배님한테 사과한건 취소해주세요."
"뭐?"
"김준면 선배는 선배님한테 사과할 일 없으니까 사과 다시 돌려주세요 김준면 선배한테."
"씨발 지금 뭐하자고 나랑."
"도경수 선배 안아서 선배님 열받게 만든건 제가 다시 사과드리고 때리시면 맞을테니까 김준면 선배한테는 사과 돌려주세요."
"오세훈 너 가만히 못있어?"
"아니 무슨 죄졌어요? 왜 니가 사과하고 난리야."
"ㄴ..니가?"
"너 나한테는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 다 세우면서 왜 니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가져다가 사과를 하고 난리야. 여기가 무슨 북한이냐? 변백현 선배 애인은 여기 와서 있어도 돼고 난 안돼? 왜 내가 여기 온걸 니가 사과하는데. 그게 잘못이야?"
"오세훈. 나가서 얘기해. 나가서.."
"뭘 나가는데. 변백현 선배님. 빨리 김준면한테 사과 돌려주세요. 저 그전까진 여기서 못나가고 때리신다고 맞지도 않을건데요."
준면은 세훈의 팔을 잡아 당겼지만 목석처럼 세훈은 꿈쩍하지 않았다. 백현은 팔짱을 끼고 그런 세훈을 바라봤다.
"너나 김준면이나 존나 병신같다."
"네?"
"삽질도 씨발 정도가 있지 그리고 삽질해서 귀여운건 우리 도경수밖에 없다. 니들은 아니야."
"지금 무슨..."
"똥오줌 못가리고 깝친건 우리 도경수가 그렇게 보고싶던 마리오 보스몹 보여준걸로 내가 한번 퉁친다."
"....."
"대신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평생 어디 하나 절고 살 각오하고."
"....."
"어떻게 나오나 한번 봤다. 김준면 저건 분명 빨리 어떻게든 끝내려고 나한테 사과할테니까 니새끼가 어떻게 나오나 봤다고."
"왜요?"
"김준면이란 연애해도 괜찮은 새낀가 보려고. 왜. 꼽냐."
"......"
"여기까지 했으면 밥은 니들이 떠먹어라. 내가 씨발 아주 별 짓을 다한다. 애새끼도 아니고."
"......"
"도경수 이리와."
"엉..?"
"아들 데리러가게 이리 오라고. 지금 쫄아서 울고 있을거 아니야. 빨리 와."
경수가 얼결에 백현의 손에 이끌려 왔고 백현은 준면을 마주했다.
"너도 그만 좀 재라 새끼야."
"....."
"어린 새끼가 좋다고 할 때 그냥 넘어가."
".....백현아."
"이젠 좀 믿어라. 그딴 새끼 붙잡고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거 아깝지도 않냐."
"....."
"내가 누구 믿으라고 말하는게 존나 웃긴거 아는데."
"......"
"제일 좋아."
"뭐..?"
"내가 해보니까 이게 제일 좋아. 내말 믿어. 빈말은 안하는거 알잖아."
"......"
"이렇게까지 밖으로 내놨는데 다시 숨지는 않겠지."
그렇게 경수를 데리고 밖으로 사라지 백현을 뒤로하고 아직까지도 귀여운 슈퍼마리오가 열심히 벽돌 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큰 티비와 함께 넓은 대기실에 남은건 준면과 세훈,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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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세준 마지막편 입니다. 준면이 과거도 조금 등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