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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어. 계속 바꾸다보면 연극이 안될거야. 원칙대로 해."
똥씹은 얼굴로 연극에 참여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어보이는 찬열과 백현에게 민석이 말했다. 그는 크실장도 인정한 원칙주의자였다. 찬열은 그런 그를 알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눈앞에 놓인 빨간 머리띠를 들어올렸다. 백현은 차마 빨간 리본을 머리에 단 찬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야. 변백현. 나도 지금 존나 짜증나니까 너도 빨리 저거 입어 병신아."
백현은 이미 제작진이 준비해둔 난쟁이용 모자와 망토를 두른 민석,준면,세훈과 공포의 빨간 머리띠를 한 찬열을 바라봤다. 탁자에는 왕자를 위한 장난감 검과 모형말이 놓여있었다. 백현은 저번 뽀로로 옷을 입을 때보다 더한 고뇌를 하던 참이었다. 아..나 엑소 변백현인데...저번 일본에서 찍힌 요리사 영상도 이미 어느 아이돌 차트쇼에서 '우리 오빠의 흑역사?' 라는 타이틀로 방송이 된 참이었다.
그때.
"빨리 옷입으세요 백현왕자님."
뒤에서 옷을 다 갈아입은 경수가 나왔다. 발끝까지 오는 망토를 두르고 왕관을 쓴 왕비 도경수가. 손에는 미스코리아 봉인지 뭔지 모를 기다란 막대기도 하나 든 채였다.
"야...씨발..."
"ㅇ..왜 백현아..? 이상해...?"
"도경수."
"아니...이거가 너무 길어..어떡해..? 이상하면 벗을까?"
"존나 귀엽네 미친."
"...."
"우리 도경수가 이제 보니까 공주가 아니라 왕비였네 왕비."
"헤...진짜..? 나 잘어울려?"
"우리 도경수가 뭐가 안어울려. 거적데기를 걸쳐도 명품이지 우리 경수는."
"몰라..부끄럽게."
"사실인데 뭐가 부끄러워. 우리 도경수 이제 공주말고 왕비님 할까?"
"아니야..백현이 너가 왕자니까 그냥 ㄴ.."
"씨발 좀 닥치고 이 머리띤지 지랄인지 1분도 더 하기 싫으니까 저옷이나 빨리 쳐입으라고 변백현 병신아."
백현은 결국 승마바지와 맞먹는 왕자 옷과 장난감 검을 집어들고 찬열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일어섰다.
"새끼가 어디서 우리 도경수 말하는데 끊고 지랄이야."
"거울아 거울아 이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구니?"
"뭘 물어. 당연히 우리 도경수지."
"진짜?"
"오빠 입아프다. 지금껏 살면서 오만번은 말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귀찮아?"
"감히?"
"미쳤냐? 미친 거울 바꿔."
첫번째 거울 후보. 변백현 탈락.
"거울아 거울아 이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뭐 왕비님도 그렇게 빠지는 얼굴을 아니신데여. 더 예쁜 사람이 있어여."
"그게 ㄴ..누구야!"
"믿기진 않겠지만 뭐 백설공주라나 뭐라나.."
"뭐라? 그럼 당장 그.."
"근데여."
"어..?"
"백설공주는 솔직히 거품이고여, 제가 진짜 대박인 사람 알아여."
"..누군데?"
"숲에 사는 난쟁이 중에 한명인데 존예. 여신."
"....."
"김준면이라고 존나 난쟁이긴한데 진짜 쩔어여. 잡아올까여?"
"넌 거울인데 어떻게 움직여.."
"돌았냐? 야. 쟤도 거울 아니야. 바꿔."
두번째 거울 후보 오세훈 탈락.
"야 이 미친놈들아!!이렇게 해서 언제 연극을 하냐!!어릴 때 백설공주 다들 안읽었어?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거울아 거울아 이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하면 거울이 백설공주입니다!!그러면 다시 왕비가 뭐라?당장 백설공주를 죽여 심장을 꺼내와라!!이렇게 해야 될거 아니야!!왜 다들 어린이 연극에다가 사심들을 넣고 지랄이야 지랄이!!"
결국 폭발한 민석이 들고 일어서자 나머지 다섯은 꿀먹은 병아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지은 죄가 있는 오세훈 변백현은 더더욱. 민석은 더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나아질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 입한번 떼지 않았지만 저쪽 구석에서 치마를 입고 쩍벌을 한채 인상을 구기고 있는 박찬열만 봐도 이 연극은 이미 나가리였다. 책임감의 아이콘 김민석. 그는 타오에게 꿈과 희망이 가득한 연극을 선물해주고자 이곳에 왔다.
"야."
이름을 걸어둔 리더는 변백현이었으나 그는 원체 도경수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 몸이었다. 도경수와 그 외. 로 사람들을 나누는 그로 인해 실질적 리더 역할은 언제나 민석이했달까. 그런 민석의 목소리에 모두 집중했다.
"우리한테 연극은 사치야. 이미 이 백설공주는 나가리라고."
"그..그럼 우리 타오는 어떡해? 이거 못봐?"
경수를 한번 본 민석이 비장하게 말했다.
"일단 내가 해설을 맡을테니까 다 닥치고 내가 시키는대로만 해."
"자-지금부터 우리 타오 어린이만을 위한 연극 '백설공주'를 시작할거에요!"
"우와아-진짜여? 근데 엄마랑 아빠는여?"
"연극을 잘 보다보면 엄마랑 아빠가 보일거에요-알겠죠?"
"녜!!"
민석의 말에 타오는 소파에 앉아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감독과 스텝들은 촬영용 천막 안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왠지 엄청난 짤 방출이 예상되는 촬영이었다.
드디어 커튼이 내려지고 연극이 시작됐다.
"옛날옛날에 아주 아름다운 왕비가 살고있었어요. 그 왕비에게는 말하는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했답니다. 왕비는 항상 그 거울에게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물었어요. 거울은 항상 왕비가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죠. 그러던 어느날, 백설공주가 태어났답니다. 그리고나서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백설공주가 어엿한 숙녀가 된 날이었어요. 그날도 왕비는 어김없이 거울에게 물었죠."
민석이 말을 마치고 경수에게 눈짓을 하자 경수가 뻣뻣하게 굳어 마루 한가운데에 섰다.
"ㄱ..거울아 거울아 이세상에서 누..누가 가장 예쁘니?"
"그러자 거울은 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은 백설공주입니다. 라고 대답했죠. 왕비는 광장히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ㅁ...뭐라구?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다고? 아 화가 난다!!"
도경수의 외침에 거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말도 안된다! 여봐라! 어서 가서 백설공주를 잡아다가 죽여서 심장을 가져다 줘!!"
"....."
"그..그러니까 나한테!!나한테 가져다 줘라!!!"
.........
.........
.......
아이돌 시트콤 발연기의 창시자 도경수라는걸 왜 잊고 있었을까. 이 연극은 대체 누굴 위한것이며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왕..왕비의 명령을 받은 부하는 백설공주를 깊은 숲속으로 유인했습니다. 그리고선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협박했죠. 백설공주는 겁에 질려 주저 앉았어요!"
무서운 부하 역할을 맡은 오세훈은 드디어 박찬열을 질질 끌고 마루로 나왔다.
"너를 죽이겠다!"
"개소리마."
"......"
"백설공주는 겁.에.질.려.주.저.앉.았.습.니.다."
민석의 말에 찬열은 입술을 한번 깨물고 마루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어머..무서워라..왜그러세요.."
"누군가의 명령이 있었다. 너의 심장을 가져가겠다."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저 너무 무서워요..!!...그긋드 으즈므니..."
"...그..그럼 이 숲에 쳐박혀서 절대 나오지 말아라. 알겠나!"
"..네..감사함니다..그긋드 즌느 으즈느미..."
박찬열이 어금니를 꽉깨물고 눈을 부라리며 전에 없던 당찬 백설공주를 연기하는 동안 뒤에서 해설을 하던 민석과 준면은 난쟁이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함께 앞뒤로 몸을 움직이는 춤을 추며 등장을 준비했다. 마지막 말을 마치고 곧바로 뛰어가 준면의 뒤에 붙은 세훈까지 준비를 마치자 민석은 혼자 남은 백설공주의 애환을 담은 해설을 시작했다.
"혼자 남은 불쌍한 백설공주. 하루 아침에 숲으로 쫒겨난 백설공주는 너무 무섭고 슬픈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습니다."
"흑흑...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거지..? 아버지 보고 싶어요..!"
"그때, 슬픔에 가득 찬 백설공주에게 다가간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난쟁이 들이었죠!"
말을 마친 민석은 그대로 준면과 세훈과 함께 스머프 춤을 추며 함께 마루로 나아갔다. 민석마저 마루로 나온 상황.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인물은 단 한명.
변백현이었다.
그리고 이득고, 변백현의 해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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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길어졌지...? 왜이렇게 유치뽕짝인거죠? 한번쯤은 이런거 괜찮잖아요...하하...
아, 그리고 다음 주제는 백도 가족의 여름 휴가인데요. 여러분들께서 밑에 네가지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그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이 어떤걸 선택하시느냐에 따라 완결이 가까워 질수도 있고 멀어질 수도 있답니다. 꼭 투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