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글로리
Morning Glory
_머래지
2
"……너무 많아."
"이번달 보너스 받았어. 그래서 더 넣은거야."
"……형."
"학원비 얼마랬지? 오십? 하나 더 다녀라. 아니면 더 좋은데로 옮기던지."
"형 이건 진짜 너무……."
"아니면 옷을 사던가. 뭐냐 이게 꼬질꼬질해선."
"비정상적이야."
탁. 경수의 불만이 가득도 담기다 못해 팡팡 터질것같은 봉투가 제 앞으로 돌아왔다. 아이스 하키의 볼마냥 제 앞으로 다시 돌아온 봉투를 멀뚱멀뚱 바라만보고있던 백현이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또 시작이다 또 시작. 한달만에 만나서 한다는 꼬라지가 결국 이런 꼬라지다.
"너 형이 힘들게 번 돈을……."
"그럼 형 위해써. 왜 다 나갖다주냐구."
"다갖다주는거 아냐."
"학원비 오십이야. 그래 뭐 용돈 준다 쳐. 그런데 이백이 말이나 돼?"
"……."
"그리고 나 용돈 받아. 형이 챙겨줄 이유 하나도 없다구."
하여간 저 잔소리쟁이. 따박따박 제 머리를 치고 들어오는 경수의 잔소리에, 백현은 낮은 신음을 뱉어내며 봉투를 쥐어내었다. 빵빵하기도 해라. 이런거 덥석 쥐어주면
형 고마워 짱이야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이게 뭔 시추에이션인지. 그것도 매번.
"그리고 형 뭐, 변리사라도 돼? 도대체 뭘 하길래 돈이 매달 이렇게 생겨."
"여유가 있으니까 챙겨주는거지. 너 진짜 왜그러냐 형 섭섭하게."
"여유는 무슨, 아직 지하방에서 사는거 알아."
"……."
"난……형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건지 모르겠어."
그건 나도 모르겠다. 입술을 앙하니 깨물며 아무 말 없는 백현의 앞으로 경수의 한숨이 내려앉았다. 열아홉이란 나이엔 전혀 어울리지않는 한숨이었다. 입시에 찌들어
수험생들에게 치여 뱉는 한숨과는 격이 다르다. 그래 저게 누구때문에 그러는건데.
조금의 침묵을 쓰디 쓴 커피와 보낸 경수가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냐, 눈을 동그랗게 말아뜨고 묻는 백현에게 돌아온건 차가운 대답뿐이었다. 형, 나 고삼이야. 수험생이라구.
그렇게 짤랑하니 종소리를 남기곤 가버렸다. 남은건 백현과 주인도 못정한 봉투뿐이다.
언제 저렇게 컸나 쓰디 쓴 웃음을 뱉어버린다. 유치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백현의 머릿속에 남은 경수는 뽈뽈거리며 형아,형아를 외치던 놈이다.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제 옷깃을 잡아들곤 이리저리 저를 끌어내던 어렸던 놈. 꼭 돌아온다 약속한 제 어미를 기다리던 어린 아이는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대한민국의 수험생이 되었고, 그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온갖 시중을 다들던 저는 떳떳하지 못한 봉투를 내밀며 속으론 몇번이고 눈을 가리는 비양심적인 제비일뿐이다.
속이 다 쓰려왔다. 어제 그 난리부르스를 다쳐대며 채워낸 봉투다. 매번 이런 봉투를 건내주는 백현에게 경수가 물은적이 있었다. 형 도대체 무슨일하냐고. 뜨끔하니 가슴이
찔릴새도 없었다. 이미 사탕발림과 거짓말로 다부져진 입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 모르게 나불거리고있었다.
'그냥 좀 높은 일 맡고있어.'
'뭔데 그러니까.'
'미안. 정말 중요한 일이라……. 말하기가 좀 곤란하다.'
좀 높은 일이라면,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신음을 뱉는 립스틱 범벅인 입술에 키스하고 사정 후 여운을 함께 나누는 일. 그리고 여자가 잠들면 돈을 슬쩍해 달아나는 일.
그게 백현의 일 전부.
그 '높은 일'을 하면서 한번도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붉힌적 없었다. 백현 나름대로의 자기합리화를 한것이다. 외로움을 달래주고 몸을 나누는데, 그깟 돈이 중요하겠는가,
외도에 눈이 돌아간 여자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해주듯 가끔, 백현을 모르는척 다시 접근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물론 거절하진않았다. 일에 있어 오는 돈덩어리들
막는건 흑자에 좋은 행동이 아니니까.
그러나 그렇게 밖에서 자신만만하게 혀를 놀리고 다녀도 경수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졌다. 깨끗하게 번 돈이라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며 그 작은 손에 쥐어준 봉투만
수십장이다. 처음엔 정말 미안해하던 경수다. 미안함은 점차 익숙해져 시큰둥을 낳았고, 시큰둥은 불고 불어 짜증을 일으켰다. 그 결과물이라치면 남은 봉투다. 백현은 봉투
를 다시 한번 쥐어내었다. 바스락하는 소리와 함께 귀퉁이가 조금 구겨졌다.
이백. 여자 다섯을 만난 돈이다. 고삼이라 차갑게 말하고 뒤돌아가던 경수의 몫.
매번 봉투를 쥐어줄때마다 괴로운건 백현이었다. 싸구려 여자들 몇명의 값과 경수를 동일시하는것같아서. 그래도 가진거없고 아는거없는 제가 해줄수있는게 이런 것 뿐이라.
신이 내려주신 능력이라곤 여자 꼬셔먹는 것뿐이라. 소중한 동생이다. 피하나 섞이지않았다 하지만, 그깟 피가 대수인가. 그 동생이란 작자는 다른 생각이라 할지라도
저는 변함 없다. 정말로.
너털웃음을 뱉어낸 백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이백. 주인잃은 이백 어떻게 쓴다고해서 조금도 아까울것같지가 않았다.
***
호출. 정신없는 가운데 그 맑은 알람 소리가 뎅하니 울린다. 뎅, 뎅, 뎅. 몇번이고 청아하게 울러퍼지던 그 종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가죽이 문대지는 소리와 함께
일어섰다. 걸리는 어깨를 풀어내고, 뻣뻣한 목을 돌리길 몇번. 손 마디마디를 뚝뚝 분지르며 소리내던 찬열이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 모습에 인상을 푹하니 써보이던
여자가 찬열의 입에 달린 담배를 뺏어물었다. 좁혀지는 이마도 잘생겼어 자기는. 코가 맥혀오는 소리에 절로 신경질이 나버린다.
여자를 밀어냈다. 어디가냐는 말에, 호출. 이라 짧게 답하고 문을 열었다. 매캐한 담배연기로 가득했던 방에, 어둠속 빛마냥 공기가 들어오며 숨이 탁하니 맑아진다. 빨리 돌아
오라 명하는 여자의 말은 귓등으로 쳐들었다. 문이 닫혔다. 9라 적힌 문패가 조금 흔들렸다.
긴 복도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 Madam. 마담이라 적힌 빨간 문은 항상 저를 의아하게 만든다. 언젠가 물어본적이있다. 왜 하필 마담이야? 남자잖아. 안창피해? 그 말에 나이
프를 펜마냥 돌리며 그가 한 대답이라곤, 보스는 너무 무섭잖아. 난 무서운건 싫거든.
문을 두드리지도않았다. 저를 호출함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타당한거니까. 게다가 조금 짐작이 가기도 했다. 목을 한번 가다듬곤 문을 벌컥하니 열었다.
뿌연 담배연기가 어느 방과 다름없다. 천장위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형 전등에선 끽끽하니 요란한 소리가 나고있었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빨간 조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방안
이 참 그로테스크하다. 여전히 끽끽거리는 전등 아래로, 책상에 두발을 올리고있는 종인이 보였다. 입엔 대마초인지, 담배를 꾹 꼬나물곤 연기만 연신 내뿜고있다. 악마같다.
유희를 즐기려 이 세상에 내려온 꼬마 악마. 그 악마의 뿔마냥 헝크러진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던 종인이 찬열을 발견하곤 입에 물고있던걸 비벼 꺼버린다.
"빨리 왔네."
"무슨 일이야."
"우리 찬열이는 너~무 딱딱해. 그래서 미워."
"……미친놈."
슬쩍 웃던 종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그런데 지금은……. 죽여버리고싶어."
"……."
"네 입으로 말해. 왜 내가 곤히 자고있는 새벽에 정 여사 전화로 깼어야했는지."
"……."
"그리고 정 여사 그 미친년이 나불거린 말이 무슨 뜻인지. 난 하나도 이해못했어."
"……."
"어제 안만났어? 미친거야? 좋네 미친놈 미친년. 결혼해라 딴따따따."
"……닥쳐."
저려오는 머리통을 쥐어내었다. 낮게 욕을 중얼거리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자, 종인이 몸을 일으켰다. 손에 들린 나이프는 여전히 빙글빙글 회전에 회전을 더하고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정 여사 대단해. 화가 여기까지 났어."
"……하."
"야마까지 났다고. 요약해줘? 그 년 이제 우리랑 안논데."
"……."
"더 짧게 요약해줘?"
쉭. 짧게 숨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찬열의 눈앞으로 나이프가 당도했다.
"우리가 타고있던 큰 박 하나가 썩어빠진체로 바다로 굴러가버렸다고 이 미친놈아."
"……."
"설명해. 짧게."
제 눈앞에서 번뜩이는 칼날에 눈이 다 아팠다. 어금니를 꽉 깨물곤 저를 재촉하는 종인을 슬쩍 올려다보던 찬열이 입을 열었다. 나지막히 흘러나오는 저음은 조금 떨리고있었다.
"왠 개새끼 한마리가 굴러들어왔어."
정 여사 만나러갔어. 딴 놈한테 미룰까하다가, 그 여자가 하도 텐,텐 노래를 부른다길래 내가 갔어. 그런데 없더라고.
"전화도 안받았어."
솔직히 존나 좋았어. 없으니까. 그런데 그 여자가 없을 리가 없단말이야. 혹시나 해서, 그 여자 자주 간다던 호텔가봤지. 물어보니까 왔다는거야. 왠 놈 하나랑.
"누군가 싶었어. 이 바닥에서 정 여사, 여기 크림슨에서 노는거 다아는데 어떤 미친놈이 건드린건지."
문 여니까 왠 개새끼 하나가 돈 다발 들고 있더라고. 딱 눈치 챘지. 저 새끼 꾼이다. 어디 소속이냐 물었는데 대답도 안하더라. 그러다 도망치더라고.
"끝이야."
낮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어제. 제 앞에서 보란듯 도망쳐놓고, 택시에 올라타 뭐라뭐라 시끄럽게 사라지던 그 모습까지 기억한다. 그 빌어먹을 개새끼.
도대체 어떤새낀가 싶더라. 머리 끝까지 난 화에 머리는 돌아버리지, 제 앞에서 가운만 입은체 발만 동동 굴리던 정 여산, 어떻게 연락하나 없냐며 실망이네 뭐네 지껄이더만
사라져버리고. 어젠 엉망진창이었다. 예견된 잔치자리에 나타난 똥개 한마리 덕에 그야말로 개판이 되버렸다. 어제 일을 회상하는새 또 열이 받아버렸다. 열 잔뜩섞인 숨으로
앞머리를 후 불어내는데, 사각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 몇올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
"길었어."
"……."
"짧게 말하라했잖아. 누구 재울 생각이야?"
"……저게 최대한 짧은거야."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이름 소속 모르는 왠 똥개새끼 한마리한테 정 여사 뺏겼다 이 말이야? 찬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시 한번 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몇올이 아닌 몇십올로 보였다.
"씨발 미쳤어?!?!"
"이건 도전이야."
"멀쩡한 머리는 왜자꾸 자르고 지랄이야!!!!!!!!"
"어떤 개새낀진 몰라도 궁금하긴하네."
탁. 허공을 가로지른 나이프가 쿡하니 다트판 가운데로 꽂혔다. 그와 동시에 찬열의 옆에 엉덩이를 붙인 종인이 손가락을 들어, 제 딴엔 농염하게 찬열의 턱을 한번 쓸었다.
"아는거 있어,없어."
"얼굴. 이름."
"이름?"
"백현."
백현이라……. 잠깐 뚱한 표정을 지어낸 종인이 입을 열었다.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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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리자님 수니수니님 타니님 민들레님.......하트하트 암호닉이 요론거에여?! 처음 해봅니당....후후
첫글에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저는 분량과 질로 갚겠슴니다..
모두 사랑해여...진심이에여.................저를 가져주세여 흑르흑흑흑ㅎ
아마 다음화부터 제대로 스토리가 시작될거에여...
부 설명을 붙이자면
백현인 제비
찬열인 호스트
요기까지....그럼 담회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