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글로리
Morning Glory
_머래지
3
건배! 퐁당거리며 빠지는 잔에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질펀하게 오고가는 혀,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농염한 손길이 이리가고 저리간다. 조금 차가운 손이
제 배를 씀과 동시에 백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른하다. 정말 나른한게, 계속 눈감고있는다면야 잠들것같았다. 그러나 곧 방해로 이어졌다. 잠에 들어설 끝자
락에, 제 목에 거친숨을 뱉어내는 여자덕에 짜증이 절로 밀려왔다.
그래도 짜증은 안된다. 참자. 참아라 변백현아.
"왠일이야? 퍽이 술을 다 사구."
"나도 돈 있어. 지금까지 누나만 돈쓰고, 내가 편하게 잘것같았어?"
"정말 맘씨두 이뻐. 으휴 우리 애기."
애기? 이렇게 큰 애기 봤어? 정말이지 패대기 치고 싶었다. 저를 '퍽.'으로 아는 이 여자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퍽이다 퍽. 엄마 쓰는 화장품 냄새가 짙기도 엄청
진해, 원액같았다. 빵빵하게 큰 가슴 하나는 봐줄만했으나 얼굴에서부터가 에러였다. 여자는 정말이지 백현 자신 옆에 붙어있다는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듯했다.
여러 이모뻘 여자와, 제 동갑으로 보이는 남자 두어명이 모여있는 이 룸에서 백현은 그야 말로 까마귀 잔치 속 백로.
제 옆에 붙어있는 여자는, 다른 여자들. 그러니까 두명의 까마귀가 질투와 시샘 가득한 눈길로 저를 바라보는것에 대해 우쭐해하고있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어쩌랴, 제 돈줄인데. 백현은 눈 꼬리가 잔뜩 올라간 다른 여자들을 한번 훑어내곤, 제 옆의 여자의 어깨에 제 머리를 뉘였다. ……머리가 조금 아팠다.
"퍼억~ 어디 아포?"
"……그냥 심란해서."
"……어디가? 퍽, 말해봐. 누나가 다 들어줄게. 응?"
백현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누나가 다 들어줄게!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의 가슴에 제 얼굴을 뭍었다. 정말 심란하기 짝이없었다.
경수가 내치고 간 이백. 그 이백 진창 써보자 그대로 클럽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연락을 계속 이어가던 이 빌어먹을 여자와 만났고, 어쩌다보니 여자의 동료들과 합
석을 하게됬는데 결국 이런 꼴이다. 제가 당당치 못하게 번 돈에 대해 깊게 회의를 하고있다가, 결국 또 이 짓을 하고있는것이다. 그것에 또 열이 받아왔다. 제 한심
한 꼬라지에 욕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다 결심한게, 그래 이 돈! 네 년들 가슴에 파묻혀 벌어낸 이 돈! 그대로 네 년들에게 돌려주마. 뭐 앞뒤 안맞는다해도 상관없었다. 백현은 그저 젠장맞을 이백을
빨리 쓰고싶단 생각뿐이었다.
"퍽, 나 양주 시킨다?"
"……시켜."
돌아가지않는 머리로, 지금 테이블위에서 나뒹굴고있는 술병을 계산해본다. 저건 삼십, 저건 이십오, 저건 십오. 안주는 대충 보아하니 삼십. 백이 조금 넘는다. 이
렇게 놀고 마셔도 이백 쓰기 참 힘들다. ……도경수 이 천하의 나쁜놈아……너 좋은데 입양갔다, 용돈받는다 해도 형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되지. 내가 널……!
괜스레 울컥해왔다. 반쯤 비워진 술잔을 마저 비워낸 백현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여자는 또 난리가 났다.
"어디가?"
"화장실."
여자를 살짝 밀쳐내고 룸을 나왔다. 쿵쿵거리는 일렉음악소리에 머리가 다 지끈거려왔다. 시계를 언뜻 보아하니 새벽 두시. 주구장창, 논지 반나절이나 지났구나.
비틀비틀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담배 한대 피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계산이야 웨이터 하나 붙잡고 해달라하면 되겠지 뭐. 여자의 화
장품 냄새에 질식해죽는것보단 나을것이다.
화장실 문을 발로 벌컥 밀어내었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은 냉기만 허했다. 가만히 들어가 벽에 기대 주저앉은 백현이 담배를 꺼내들었다. ……젠장. 다 부러졌다. 도
대체 무슨 지랄을 하면 담배가 다 부러지지?! 짜증이 밀려왔다. 그 와중에도 담배는 엄청 고픈터라, 그나마 길게 부러진 담배를 입에 물어내었다. 찰칵,찰칵. 언젠가
감자탕 집에 갔다가 몰래 다섯개나 가져온 라이터. '포장됩니다'란 문구를 슬쩍 내려다보던 백현이 지포라이터 하나 장만해야겠단 쓸때없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입
에 물었다. 그리고 뿜어낼 참이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문이 열렸다. 놀래서 몸을 일으킬 시간,여유라곤 없었다. 눈만 멀뚱하니 크게 떠졌고 입은 떡하니 벌어졌다.
"아,으, 아으 얘!"
"시끄러워."
"남편한테 걸려!"
"누나 남편 지금 안방에서 자."
"……앗!"
……저기요. 사람있거든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건장한 남자 하나와 왠 여자 하나.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야해 빠진 망사 나부랭이를 걸친 여자 하나와, 씨커먼게 참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 이리저리 엉키고 설키며 들어오더만 혀 섞기 바쁘다. 화장실은 볼일 보라 있는곳이지 댁들 혀빨고 붕가붕가하라고 있는거 아니거든?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장 입은 남자는 거칠게 여자를 한 칸으로 밀고 들어갔고, 여잔 교성 내지르기에 바빴다. 쿵쿵거리며 몸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저 밖에선 Ja rule의 clap back이 흘러나오고있었다.
뭐 나가줘야겠지. 백현은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손으로 짚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술이 독하게도 들어갔나, 머리는 윙윙 울리기 바빴다. 그에 한숨 뱉길 두어번, 서로의 마이를 벗겨내라 정신없는 남녀를 힐끔 눈짓한 백현은 슬금슬금 화장실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뭐 걸려봤자지만, 둘의 분위기에 찬물 끼얹을 생각이야…….
순간이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제 신발이 화장실 문턱에 걸린것은. 그리고 조용함이 맴돌았다. 아니, 그렇게 정신없이 물고 빨더만 이런 시덥지않은 소리에 예민한거야?! 어이가 없었다. 물론 어이가 없음이 우선이였지만 백현은 조금 불안했다. 아니 조금 많이.
뿌드득하며 돌려지질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내었다. 화장실 마지막 칸. 등만 보인다. 정장남이 몸을 일으키고있었다.
"더럽게 시끄러워."
"……응?"
"오늘은 좀 아니다."
"……뭐?"
뭐? 백현의 입이 떡벌어졌다. 지금 저때문에 모든 행동을 중단하겠다는거야? 맙소사.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장남은 넥타이를 정리하고있는듯 보였다.
"걱정마. 오늘 돈은 안받을테니까."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잖……."
그런데 이 목소리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익숙한거다. 백현은 고개를 빼내었다. 그리고 정장남의 등에 제 시선을 꽂아내었다. 불안하다. 아니 조금 많이 불안해.
"내일 다시 올게."
정장남이 고개를 돌려내었다. 백현은 서둘러 몸을 틀었다. 절뚝거리며 화장실 문을 열어내고, 걷고 또 걸었다. 저 빌어처먹게 낮은 저음. 낯설지않다. 익숙하다못해 생생하다! 열심히 걸음하는 백현의 뒤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맙소사.
"……텐!!!!!!!!!!!!!!!!!"
그래 텐! 그 텐인가 열인가 하는 새끼! 제가 그저께 호텔에서 마주한 작자! 정신이 혼미했다. 마주치면 뼈도 못추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백현은 꼬이는 발로 열심히 걸음을 재촉했다. 다리가 꼬이고 꼬이며 휘청하길 몇번. 여자의 고함은 가까워지고있었고, 저벅거리며 제 뒤에서 들리던 구두소리도 재차 가까워지고있었다. 분명 저는 열심히 걷고있는데 현실은 아닌가보다. 이 빌어처먹을 술이 문제다 술이!
백현은 빠르게 걸음을 더하고 더했다. 빨리 벗어나는게 답이다!
"에이, 퍽 여깄었어?"
"……누,누나!"
"어디갔나 했더니 스테이지 나와있었구나? 누나랑 춤출까 우리 퍼억~?"
퍽은 옛다 왓더 퍽! 백현은 달달 떨려오는 손으로 여자를 밀쳐내었다.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 뭐가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모르겠다. 그저께 이모같던 그 여자와 만났을때부터? 아니 저 텐인가 뭐시깽이를 마주쳤을때부터? 아니 도경수 천하의 몹쓸놈이 제가 내민 봉투를 거절했을때부터? ……이 클럽에 왔을때부터? 젠장! 모든게 어지럽다. 이리저리 정신과 눈알을 때려오는 레이저를 모두 부숴버리고싶었다. 그렇게 뒷문으로 향하나 싶었다.
……젠장!
"……백현?"
저 여잔 왜 또 여깄는거야! 세상이 좁고 지구는 둥굴고 둥굴어 걷고 또걷다보면 제자리도 돌아온다지만 이건 좀 아니지! 백현은 경악했다. 그저께 마주한 그 여자가 왜 여깄는건지! 게다가 여긴 텐 이란 새끼도있는데. 그간 여러 여자 등쳐먹었다고 벌이라도 받는듯 싶었다.
백현을 발견한 여잔 제정신이 아니였다. 손을 내밀며 백현에게 달려들었고, 그건 흡사 좀비와도 같았기에 백현은 서둘러 몸을 다시 틀었다.
……아. 그게 또 잘못이었다. 백현은 제 눈앞으로 자리한 왠 낯선이의 가슴팍에 움찔하고 말았다.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앞으로 더 갈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너무 빽빽히 서있었고, 뒤에선 제가 등처먹은 여자가 달려오고있다. 돌아버린다. 지구만 도느냐, 아니다 저도 돈다.
어쩌지. 이걸 어쩌면 좋아. 발은 동동 굴러지고, 뒤에선 '백현!!!!!!!!!!'이라 내지르는 여자가 가까워지나 싶었다. 맙소사.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란 말이야! 쿵하니 제 앞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아내었다. ……에라이.
"저,저기요. 놀라지마세요. 이거 다 뭐 그쪽이 맘에 들어서고, 뭐고 아니거든요? 알겠죠?"
방도가 없다.
"……뭐?"
"사람 하나 살려주는 셈 쳐요. 값은 다 끝나고 드릴게요. 오케이?"
저를 살릴게 제 눈앞의 가슴팍 밖에 없다. 백현은 침을 꿀꺽하니 삼켜내고, 저보다 큰 가슴팍의 주인덕에 까치발을 내세웠다. 남자. 남자다! 그럼 뭐 어때, 저 미쳐서 달려오는 여자에게 맞아 죽는것보단 나을거야.
남자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낸 백현이 몸을 틀었다. 남자에게 안기는 꼴이 되어버려 입을 맞추고 그 입술을 갈라내었다. 껌이라도 씹었나, 진한 민트향이 어질어질했다. 뜨거운 제 살덩어리를 넣음과 동시에 순간 움찔했다. 먼저 밀어넣은건 제 쪽이었는데 어느 순간 휘감고있는건 남자 쪽이었다.
그리고 그때. 뭐라뭐라 괴성을 내지르며 저와 남자의 옆을 지나쳐가는 여자가 보였다. 됐다. 됐어! 쫓아냈다구! 그렇게 속으로 감탄과 환희를 내지르며 백현은 제게로 넘어온 타액을 삼켜내었다. 그리고 남자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 이제 그만합시다. 연극 끝났어요. 이제 그만……. ……아니 안그만.
얼굴을 떼어낸 백현이 다시 급하게 입을 맞췄다. 안돼.
"……뭐하자는거야."
"조,조금만 더합시다. 조금만 더해요."
절대 안돼.
"……급하면 룸으로 들어가던가."
"아,아뇨. 여기요. 여기서 좀만 더있어요."
"여기서 섹스하자고?"
"아,아뇨! 이,있자구요. 그냥."
남자의 한숨이 제 입안으로 들어오고 백현은 다시 한번 돌아버림을 느꼈다. 왜.
"그냥 룸으로 가지."
도대체 왜!!!!!!!!!!!!
"입 떼봐."
텐인가 뭐시긴가가 왜 내 앞에 있는거야 왜 !!!!!!!!!!!!!!!!!!!!
_
수니수니님 이불익이니님 민들레님 징징이님 메롱맛사탕님 타니님 익인2님 고나리자님 감사합니당 (_ _)(- -)(_ _)
많이 늦었지요..........죄송합니다 흡흑 ㅠ^ㅠ.................
처음 쓰는 글인데 이리 사랑해주시니 저는 몸둘바를 모르겠어용...정말이지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찬백은 사랑이자 나눔이며 희망이에요.............
느이 앓느라 요즘 잠을 못잔다 잠을...........나만이런거야....원래그런거야...
그럼 다음회에서 뵈용!
댓글 신알신 증믈 금스흠느드...스릉흠느드........짱므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