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 "
" 그냥 접질린 것 같은데… "
" 오늘은 그냥 쉬고 있어, 나 혼자 금방 갔다 올게. "
" 아니에요, 나도 같이… 으아, "
어제 돌아다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 덕에 놀란 상혁이 발을 접질렸다. 덕분에 식량을 구하지 못 했을 뿐더러 발은 퉁퉁 부어올랐고 종일을 차 안에서만 보내야 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만 있기에는 식량도 생활에도 무리가 있었기에 혼자라도 나가봐야 했다. 홀로 금방 다녀오겠다며 일어나는 원식에게 자신도 가겠다 일어난 상혁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에 깜짝 놀란 원식은 손을 가로저으며 제발 쉬고 있으라 말하고 선 상혁의 발목을 매만졌다.
괜찮아요… 무미건조한 대답에 머리를 긁적거리다 문득 밖에 가득 쌓인 눈이 생각이 나 가방에 있던 일회용 봉투에 눈을 가득 담아 상혁의 발목에 툭 댔고 차가운 것이 갑자기 닿자 상혁은 놀란 듯 어깨를 움찔거렸다.
" 걱정돼서 못 가겠어. "
"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갈 거면 얼른 다녀와요. "
" 금방 올 테니까 꼭 가만히 있어? "
상혁은 괜찮다며 자꾸만 등을 떠밀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니까, 상혁을 보면 자꾸만 다치는 그가 걱정되고 신경 쓰이기까지 했다. 지키지 못한 지원이 생각나서 그러는 거라 생각했으나 그것과는 묘하게 달라서 더 신경 쓰였다. 홀로 고요한 길목을 걷다 보니 머리 구석에 밀어놓았던 생각이 하나 둘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 생각들을 잊으려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금세 사라지지 못하고 한참을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곧 집들 몇몇 개가 보이기 시작했고 집을 속속들이 들어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잔뜩 챙겼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책상 위에 휴대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 보여 혹시, 하는 마음으로 홀드키를 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통신은 끊겨있었다. 오늘이 며칠인가 싶어 날짜를 보자 1월 1일이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녔다.
생각해보니 새해였다. 반가운 까치소리도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새해가 밝아버렸다. 어쩌면 새해에는 조금 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악화되어 있었다. 모두의 생사 여부도,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아무것도 모르게 돼버렸다. 새해가 밝아오면 꼭 오빠와 함께 숭을 먹고 싶다던 지원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예전과 같다면 지금쯤 어여쁜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을 텐데. 그러다 문득 상혁의 생각이 났다.
상혁도 올해로 성인이 됐다. 예전까지만 해도 곧잘 웃던 상혁이 요즘 따라 웃음을 잃어간다는 것이 조금은 슬펐다.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웃음을 감추고 무미건조한 표정만을 비출 뿐이었다. 짐을 전부 챙기고 터덜터덜 걷다 보니 누군가 가꿔놓은 화단이 보였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가꿔 줄 사람이 없어 조금 시들고 있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꽃들도 보였다. 상황도 이렇고 날씨도 이런데 꽃은 피는구나 싶어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그저 하염없이 꽃만 바라볼 뿐이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들어갔던 집으로 들어가 책장에 꽂혀있던 노트 한 장을 찢어 연필을 집어 들고 선 쓱쓱 글을 써 내려갔다.
성인 된 거 축하해, 앞으로도 이렇게 살자. 고마워. 그 말을 쓰고 싶은데 글씨를 쓰지 않은지 너무도 오래되어 삐뚤삐뚤 써지기 일수였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짜증이 나 종이를 잔뜩 구겨 바닥에 집어던졌다가 다시 집어 들고선 빳빳하게 폈다. 네모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고선 다시 꽃밭으로 걸어가 예쁘게 자란 꽃 한 다발을 꺾어 손에 쥐고선 혼자 있을 상혁에게 바쁘게 뛰어갔다. 웅크리고 누워있는 상혁에게 다가가 대뜸 꽃다발을 내미니 상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 성인 된 거 축하해, 상혁아. "
" 네? "
" 올해도 잘 보내자, 지금처럼 살아가면 되는 거야. "
꽃을 받아들고선 상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웃음을 터트려다. 아, 새해에요? 그렁그렁 눈물 고인 눈으로 상혁은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 반가워 원식도 상혁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마구 꺾어 삐뚤빼뚤하고 길이도 엉망이고 잎들도 잘 정돈되지 못한 채 점점 시들어가는 꽃들을 쓰다듬으며 상혁은 정말 예쁘다며 이야기했다. 중학교 졸업식 때 꽃다발을 한가득 받았거든요, 근데 그것보다 이게 더 예쁜 것 같아요. 고마워요, 형. 상혁은 정말 소중하다는 듯 양손 가득 꽃다발을 쥐었다. 아, 편지. 읽어봐. 하고 멋쩍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은 편지를 건네자 상혁은 삐뚤거리는 원식의 글씨를 보더니 형 글씨 진짜 못써요. 하며 웃었다.
" 나중에 다른 형들이랑 홍빈이랑 민지, 민우 전부 만나서 거창하게 파티 해줄게. "
" 난 지금도 좋아요. "
" 그래도 꼭 해줄게, 성인이 됐는데 형들이 그런 거라도 해줘야지. "
" 형, 근데 무슨 성년의 날도 아니고 꽃다발을 줘요? "
낄낄 웃는 상혁에게 잠자코 받으라며 원식은 웃었다. 오랜마넹 보는 상혁의 미소가 괜스레 원식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
되게 길게 쓴 것 같은데 다 쓰고보니 짧은건 왜때문일까여..☆
브금 넣고싶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피커가 망가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자꾸 글을 쓰려고 하면 망가지는게 이렇게 많은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고쳐야게쓰여..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나 봐주시는 모든 분들과 신알신 해주신 분들 감사하고
암호닉 갑대님 망고님 포근님 정모카님 모카콩님 바람님 별빛향기님 하튜님 민트님 운아님 나비님!
전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맞춤법이나 오타지적, 피드백할 문제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