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죽었다는 말에 그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학연의우려와는 다르게 많은것을 묻지도 않았고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도 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할지 안타까운 일이라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여느때와 같이 하늘은맑았고 그들은 돌아다녔고 우리는 생존하고있었다.
***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무래도 곧 겨울이 올 듯 보였고 지금 입고있는 옷들로 버티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다 싶어 다시 나가 옷을 구해오는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옷들은 부피가 컸고 들고오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학연은 그런 고민에 별다른 말 없이 작은차가 아닌 캠핑카를 끌고가라며 말하고선 몰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하러 일어섰다. 차라리 넓은 가게로 들어가느니 일반 가정집 여러곳을 들어가는게 더 낫다 싶어 적은 인원들이 걸음을 옮겼다. 택운과 재환, 홍빈만 가기로 했고 예전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할뿐이었다.
날이 밝고나서야 차를 끌고선 밖으로 나갔다. 산중이라 그런지 일반 가정집들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고 무거운 공기속에서 몇십분정도를 달렸을까 도로 한켠이 나왔고 조금 멀리에는 아파트들이 몰려있는게 보였다.
" 조심조심 나가는거야, 위험하다 싶으면 흩어져 일단. “
" 네. "
" 제일 가까운곳부터 가자, 장전하고. "
택운에 말에 홍빈은 총을 세게 쥐었다. 그러나 긴장한 탓인지 손이 덜덜 떨려왔고 재환은 그런 홍빈의 손을 살짝 잡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홍빈에게 긴장하지말라는 듯 살짝 웃어보였고 그에 거짓말같게도 긴장이 풀렸다. 가자, 하는 택운의 말에 소리없이 걸음을 옮겼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집 안에서 들려오는 낮은 그르렁거림에 다시금 긴장하기 시작했다. 택운은 현관문 앞에 놓여있던 우산을 집어들고선 바닥을 몇번 두드렸고 그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퍼지자 방 안에서 다리를 질질 끌고나오는 좀비가 보였다. 옆에있던 재환이 총을 쏘자 풀썩 쓰러지고 더이상 아무도 남아있지않은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아, 형. 겨울옷이 없어요! “
" 저기 저 장농 좀 열어줘, 홍빈아. “
서랍을 급하게 뒤지던 재환은 두꺼운 옷이 없다며 투덜거렸고 택운은 아직 겨울옷 정리가 덜 됐을거라며 홍빈에게 장농을 열어달라 이야기하고 자신은 다른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홍빈은 그의 말에 곧이 곧대로 장농을 열었고 그 안에는 옷가지들이 걸려있을 줄 알았으나 작은 꼬마아이가 튀어나왔다. 아니, 작은 좀비가 튀어나왔다. 왈칵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선 제 손에 있는 작은 단도로 머리부터 찔렀다. 몸에 배인 습관탓에 찌르고나서야 제가 아이를 찔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큰 눈망울엔 금새 눈물이 고였고 재환은 놀라 우는 홍빈을 토닥였다.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을까, 제 어미가 물리고 들어와 갑작스레 자신을 덮쳐와 장농안에 숨은것뿐인데. 그 어두운 장농 안에서 제 어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점점 흐릿해져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얼마나 겁에 질려있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홍빈은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자신의 등을 토닥이는 재환의 손길마저도 제 가슴을 아리게 만들어 눈물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았다. 다른방에서 옷가지들을 가방가득 채우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택운은 엉엉 울고있는 홍빈을 바라보다 쓰러져있는 어린아이의 시체를 보고선 말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장농안에 걸려있던 코트하나를 아이의 위에 덮었다. 허나 안타깝고 속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홍빈은 눈가와 코가 씨뻘겋게 변한채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캠핑카에서 쉬고있으라는 재환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꾸역꾸역 움직였다. 차로 가 옷들이 가득 찬 가방을 비우고 다시 나오길 몇번을 반복했다. 덕분에 겨울옷은 넉넉하게 있었고 지친몸을 이끌고 다시 캠프로 돌아가고있었다. 홍빈은 피곤했던지 옷가지들을 끌어안고서 쿨쿨 자기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재환이 다시 몸을 돌려 택운을 흘끗 바라보며 입을 달싹거리다 택운이 왜? 하고 묻자 있잖아요…, 하고 입을 열었다.
" 형은 학연이형을 좋아하잖아요. "
" 응. "
" 그럼 막 지켜주고싶고 보면 웃음나고 막 그래요? "
" 그렇지. "
" 근데 그런 감정이 꼭 좋아해서 나오는건 아니죠? "
" 응? "
막, 그런거 있잖아요. 어려운 환경이니까 챙겨주고싶고 막 걱정도되고 음, 우는거 보면 신경쓰이고 웃는거 보면 나도 기분 좋고. 그런게 꼭 좋아하는 감정이라서 그런건 아니지않아요?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달라는듯이 재환은 택운을 바라봤다. 그에 택운은 자신도 어렵다는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 좋아한다, 라고 단정짓긴 어려운데 뭐 호감정도는 아닐까? “
" 아… "
" 아님 모성애? 부성애? 그런걸수도 있지. 근데 그런거랑은 엄연히 다르지않나. "
" 그렇죠… "
그럼 당사자가 제일 잘 아시겠지요. 택운은 담담하게 말했고 그 말에 재환은 머리를 헤집었다. 혼란스워하는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빈은 쿨쿨 잘도 자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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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ㅠㅠㅠㅠ 겁나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 지금 제가 컴퓨터를 고쳐서 온거라면 좋겠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고쳐지지가 않아서 동아리실 노트북 이용해서 수정하고 올려용..
연재 텀이 너무 길어져서 정말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ㅠㅠ 핫튜해요 여러붕♡♡
언제나 봐주시는 암호닉갑대님망고님포근님정모카님모카콩님바람님 별빛향기님하튜님까지!
감사해요! 브금첨부는 브금도 같이 날아가서 못해서 ㄷㅖ둉합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