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JFBC 뉴스 차학연이었습니다."
깜깜한 밤.
도무지 온도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열대야에
상혁이는 에어컨이 빵빵한 너빚쟁 집에 눌러 앉았어.
상혁이는 선풍기까지 끌어다놓고 과자를 집어 먹고 있었고
너빚쟁은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뉴스에 멈추고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어.
고등학교 3학년. 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래도 더운 여름. 앞에 예쁘게 깎아진 과일을 두고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는 건 정말 천국이었어
덥다, 더워. 두 사람은 의미없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거실에 축 늘어져 있었어.
엄마가 과일을 가져다 주면서 이거 먹고 들어가서 공부하라고는 하셨는데
더워서 도저히 공부할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리고 그건 상혁이도 마찬가지였지
공부가 안되는 두 사람은 이리저리 좋은 핑계를 대고 책을 챙겨들었어.
아파트 앞에 있는 카페로 향하는 두 사람은
그래도 거기 앉아있으면 시원하니까 뭐라도 보겠지 하면서 합리화를 했어.
음료 두 잔을 받아 온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어.
책을 펼쳐 놓고 얼마나 들여다 봤을까.
덥다는 핑계로 까페를 온 두 사람이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어.
"지금 나만 공부 안되는 거 아니지?"
"맞는 거 같은데"
뻥치지마, 너 한 페이지도 안 넘어가고 있거든.
너빚쟁과 상혁이는 누가 더 많이 문제를 풀었는 가에 대한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걸 기회로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
보기 좋게 새기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두 사람은 딴 세상에 데려다 줬어.
"야 한상혁. 너 보이냐. 저기 테이블 남자가 자꾸 나 쳐다보는거."
"그거 너 웃기게 생겨서 쳐다보는 거임. 그리고 붙여부르지 말랬지"
"안들린다 에베베베 안들리지롱 에베베베 야한상혁~ 야한상혁~"
아예 책을 덮고 그 위에 엎드린 두 사람은 별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어
아무래도 집을 나온 시간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밖에 있다가 들어가야 잔소리를 덜 들을 것 같았거든
"야한상혁. 뭐 재미있는 거 없냐? 너 페북은 안해? 좀 보여줘 봐"
"나 페이스북 안해 바보야."
"야. 바보라니! 내가 페이스북을 해봤어야 알지. 나중에 유명해질 사람은 이런 거 하면 안돼"
하긴 바보한테 미안하다.
문제는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도 않고 카페는 시원하고.
갑자기 밀려오는 무료함에 너빚쟁은 상혁이에게 페이스북을 보자면서 휴대전화를 뺏어들었어.
그렇지만 아무리 화면을 넘겨도 보이지 않는 페이스북에 시무룩해 했어.
그 모습을 본 상혁이는 쯧하며 가볍게 혀를 차면서 너빚쟁의 머리를 툭하고 쳤어.
거기에 발끈한 너빚쟁은 눈을 확 치켜 뜨면서 상혁이를 노려봤지만 그 뿐이었어.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고개를 들어서 상혁이와 투닥거릴 기분도 아니었거든.
"아 아저씨 보고싶다."
"아 거기서 아저씨가 왜 튀어나와. 야 아저씨는 너 여자로 생각 안해"
"그래도 내가 막 마음 먹고 아저씨한테 들이대면 조금이라도 알아봐주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나 어때?"
"꿈깨. 너 다이어트 시켜준 게 누군지나 잘 생각해."
카페에 앉아있자니 너빚쟁은 또 아저씨 생각이 자꾸 떠올라.
그래서 아저씨가 보고싶다고 말하니까 상혁이는 또 버럭 화를 내.
왜 상혁이가 짜증을 내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너빚쟁이지만
그래도 나름 살 빼고 예쁘다는 소리를 몇 번 들어본 너빚쟁은
상혁이 얼굴에 너빚쟁의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물어봤어.
다이어트를 도와주고 성공도 시켜준 장본인인 상혁이가 눈 앞에서 부정적인 대답을 자꾸 하니까
너빚쟁은 괜히 풀이 죽으면서도 마음 한 쪽에서는 하고 말겠다는 마음도 조금씩 올라왔어.
"아오 됐다 됐어. 아, 아저씨 이름은 뭘까? 이름도 멋있겠지?"
풉. 너빚쟁의 말에 상혁이는 마시고 있던 스무디를 풉하고 뱉었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너빚쟁 손등에 스무디가 떨어지는 바람에 상혁이나 휴지를 빼어들고 손등을 닦아줬어.
남아있는 끈적끈적함에 너빚쟁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고 상혁이는 미안미안 하면서 계속 웃었어.
"야, 너 왜 웃는데. 같이 좀 웃자. 너 설마 아저씨 이름 알고 있는거야?"
"알지. 당연히 알지. 풉. 아저씨 이름. 진짜 멋있어. 풉"
너빚쟁은 아직 모르는 아저씨 이름을 상혁이가 알고 있다는 것보다는
상혁이가 자꾸 웃는 것이 더 신경이 쓰여서 얼른 이름을 말하라고
상혁이 옆구리도 찔러보고 달래보고 성질도 내봤어.
그래도 상혁이는 입을 꾹 다물고 의리가 있다면서 아저씨한테 직접 들으라는 말만 반복했어.
"아저씨를 만날 기회가 있어야 물어보든 말든 하지"
[암호닉]
규야님
이쁜아님
별레오님
조아님
닭벼슬님
판다님
찌꾸님
망고님
코쟈니님
투명인간님
코알라님
정수정님
연애님
옐로우님
라바님
재환이부인님
햇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