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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Beautiful (inst.) - 크러쉬










중학생 때였나? 노래하는게 좋았고, 축구를 하는게 재밌었다.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그냥 취미 정도로만 여겼는데... 뭐 어쩌다 축제에서 노래 한 번 부르고 난 후로 '노래 개잘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어쩌다 학교 축구 대표 선수로 뽑혀서 경기를 했는데 '축구까지 개잘하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런 수식어는 당연히 내 앞에 자리했고, 그런 수식어가 꽤 나쁘지 않았던 나는 나름대로 그런 중고딩 김재환의 삶을 즐겼다.




" 저기... 오빠, 이거요. "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학교에 이름이 알려졌는지 내게 고백하는 애들도 가끔 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동창 중에 한 명이 내 외모가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긴상이라고 그랬다. 대학교에 가면 한 명쯤 있을 것 같지만 한 명도 없는 대학선배 스타일이라던가...? 무튼 그 땐 그런 관심과 호감 표현이 참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고, 또 별 감정이 들지 않아 모두 거절했었다. 마음이 안 가는데 시간을 같이 보내봤자 무슨 즐거움이 있겠나,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게다가 난 누군가랑 썸을 타고, 연애를 하고 이런 것보단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가끔 노래를 부르고 그런게 좋았다. 




" 캬... 김재환 완전 인소에 나오는 삶 아니냐? "

" 뭐라냐. "

" 여자한테 관심은 쥐뿔도 없는데 여자애들은 맨날 김재환 축구하면 창가에서 꺅꺅 거리고 있지~ 축제 나가서 노래 부르면 그 날로 학교 뒤집어지고~ 나같은 애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우리 재환이~ "

" 웅 닥쵸~ "




친했던 여자애들은 나를 보고 인소에 나오는 남주 반휘혈인가 뭔가라면서 자기들끼리 깔깔거렸었다. 음, 뭐 그 중에 몇몇한테 고백을 받은 적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오래전부터 좋아했었다고. 근데 아쉽게 친구는 친구였다. 이미 친구라고 쐐기를 박은 상태에서 여자로 보인다거나 그런 마음이 생길리는 만무했다. 고등학교까지는 늘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적당히 공부하고, 잘 놀고, 친구들 많고, 소위 말하는 인싸의 삶. 누군가는 날 부러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신격화 하기도 했던 그런 삶.




" 오늘은 축구 안하고 기타만 잡고 있냐? "

" 야, 나 다리 다친거 안 보이냐? "

" 아 맞다. 그랬지. 지송. 니 몫까지 열심히 뛰어주고 온다, 내가. "

" 부러운 새끼. "




학교에 기타를 들고 가는 일도 가끔 있었다. 다리를 다쳤거나 비가 오거나 뭐 그런 날에 가끔 가져가서 축구 대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럴 때면 늘 애들이 몰리곤 했다. 아마 그건 축제 때 내가 부른 노래 영상이 좋아요 몇천개를 받았었는데, 그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무튼 나쁘지 않은 생활이었다. 나같이 놀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적당히 밝은 성격인 사람에게 그런 생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재환~ 어떻게 됐냐? "

" 수시 6광탈이라면 믿겠냐. "

" 정시 고고 "

" ...이거 완전 재수삘인데. "




그랬던 내가 인생에서 첫 실패를 맛본 것은 다름 아닌 입시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적당히 공부했던 내가 원하던 대학을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친구들은 장난 삼아 실음과에 수시를 넣어보라고 했지만 취미는 취미였다. 늘 어렴풋이 하고싶은 공부가 있었다. 왜 어릴 때는 뭐가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르면서 괜히 하나에 삘 꽂혀서 그거 해보겠다고 난리 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런거랑 비슷했던 것 같다.




" 그렇게 맨날 축구하고 노래 부르러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

" 아. 엄마, 지금 젤 속상한건 나거든. "

" 됐고, 독서실이나 당장 끊어. 아주 그냥 고삼 내내 엄마가 입 다물고 있으니까 책을 펴는 걸 집에서 본 적이 없네. "

" ...옙. "




결국 재수를 하게 된 나는 동네 독서실에 등록하게 됐다. 재수학원에 다녀봤자 또 거기서 친구나 사겨서 히히덕 거릴거라는게 엄마의 예측이었다. 왠지 나도 그럴 것 같아서 군말않고 엄마가 건넨 카드를 받아 들어 독서실을 등록했다. 아, 당연히 대학에 들어가서 학창시절처럼 재미나게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독학재수를 하게 되다니. 그런 생각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시작한 재수생활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 어? 너도 여기 다녀? "

" ... "

" 아, 야. 머쓱하게 왜 인사를 무시하고 그러냐? 반가워서 그런건데. "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너였다. 근 한 달간은 아무도 만나질 못했던 나였다. 나와 어울렸던 친구들은 대학의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았다. SNS 어디를 봐도 내가 모르는 새로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었고, 카톡은... 다들 답장 텀이 꽤 길었다. 물론 친구들과 여전히 사이가 좋았던 나였지만, 다들 상황이 다르니 예전만큼 자주 볼 수도 어울릴 수도 없는게 당연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던 내가 이제 막 따뜻해지는 3월의 봄날에 칙칙한 독서실 로비에서 만난 동창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너는 '동창' 이라는 관계가 딱 적당할 정도로 나의 반가운 인사에 대꾸도 않은 채로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내 옆에 놓인 신발장에 신발을 넣었다. 머쓱해서 괜히 몇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 나만 우리 반에서 재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넌 언제부터 여기 다녔냐? 너도 수시랑 정시 다 떨어져서 여기 다니는거? 독학재수야? 독학재수는 더더욱 나만 하는 줄 알았는데 완전 반갑다. 그치? "

" 그래. 안녕. "




너는 신발장의 문을 닫으며 말이 끝난 나를 보고 딱 네 자를 건넸다. 그래. 안녕. 이라고. 사실 상황이 바껴서 나였더라도 반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애가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면 당황스러울 것 같긴 했다. 그리고 내 기억에 너는... 되게 조용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애였다. 친구들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그냥 혼자 다니는게 편해보이는 그런 애. 아주 가끔 나 때문에 쉬는시간에 시끄러워지면 조용히 공부를 하던 네 쪽으로 흘긋 시선이 가기도 했었다. 혹시나 방해될까봐, 나를 째려보고 있을까봐. 너는 그러지 않았지만 말이다.




" 딴 길로 새지말고 바로 독서실 가. 알겠어? "

" 아, 엄마. 딴 길로 샐 데가 어딨어. 내가 게임을 해, 술을 마셔. "




엄마의 촉은 무서웠다. 가끔 독서실에 밤 늦게까지 있을 때면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인데 얼굴이나 보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잔 두 잔... 아. 술냄새를 풀풀 풍기지 않으려고 그토록 노력해도 엄마는 기똥차게 알아맞췄다. 그래서 이렇게 매번 저녁을 집에서 챙겨먹고 가는 내게 신신당부를 했었고. 그 날도 그렇게 엄마에게 능청스레 말은 했지만 은근히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술의 맛을 알아버린건지, 아니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던건지 나는 고등학생 때와 다를 것 없이 놀기 좋아하는 그런 애였다. 




" ...어. "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놓고 독서실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독서실 근처 편의점 창가에 서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단어장을 보고 있는 네가 보였다. 너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난 사실 독서실에서 널 봤을 때부터 널 동지라고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를 동질감. 같은 독서실에 같은 공부를 하는 너와 나. 너에게 인사를 할까 싶어 편의점으로 들어가려 했다가 삼각김밥을 먹으면서도 영어 단어장을 놓지 않는 너를 방해했다간 또 늘 그렇듯 어딘가 모르게 경멸 섞인 눈빛을 받을 것 같아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그랬는데... 내가 항상 저녁을 먹고 독서실로 걸어갈 때면 너는 편의점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날은 삼각김밥을 먹으며 단어장을 보고 있고, 어떤 날은 빵을 먹으며 정리노트를 보고 있었다. 편의점에 네가 보이지 않는 날이면 너는 독서실 휴게실 한 쪽에 자리를 잡아 늦은 시간에 삼각김밥을 먹고 있었다. 동질감을 느끼는 동지라고 여겼던 탓일까. 같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팔자 좋게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들이 연락오진 않을까 하며 독서실 주위를 뱅뱅 도는 일이 허다했는데, 너는 그 짧은 저녁시간을 쪼개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우는게 뭔가 멋있어 보이면서도 저런걸로 배가 찰까, 하는 그런 오지랖 넓은 생각이 들었다.




" 야, 너 혹시... 이거 어떻게 푸는 지 알아?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이런 방법이었다. 마실거라도 챙겨주면서 말을 자연스럽게 붙이는 방법. 친구들은 당연히 수험생인 나를 배려한답시고 갈수록 연락횟수를 줄였고, 나도 너를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또 멋쩍어서 독서실에 붙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더 네가 눈에 밟혔고, 그래서 이렇게나마 챙겨주면서... 너한테 좀 따뜻한 눈빛을 받아보고 싶었다. 항상 먼저 말을 붙이고 싹싹하게 대하는 나에게 늘 너는 무표정이거나 어떤 날은 미간을 좁히면서 나를 쳐다보곤 했으니까.




" ... "

" 아, 너 지금 밥 먹고 있어서 말걸기 좀 그렇긴 했는데... 공부할 때 말 걸 순 없잖아. "




내 말에 또 너는 그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들고 간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꽂아 네게 건네며 문제집을 들이밀자 네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혼자서만 엄청난 동질감을 느끼고 있고, 너는 어쩌면 날 귀찮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런걸 외면할 정도의 뻔뻔함은 나에게 이미 차고넘쳤다. 사실 그 때까지는 내가 친해지자고 다가서면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어서 오기였을지도 모르고. 너도 나와 친해질거라는 그런 같잖은 오기 말이다.




" 야, 근데 너는 공부가 재밌냐? "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날이었던 것 같다. 6월 모의고사를 치고, 한창 더울 때였던 것 같은데 늘 그랬듯 독서실 휴게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와 편의점에서 막 사온 초코우유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든 네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조금 차갑다고 느껴질만큼 꽤 오래 둘이 있었는데, 너는 그날따라 내가 물어본 문제가 꽤나 어려웠는지 머리를 싸매느라 그랬던 것 같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 나는 그 때 내가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다. 당연히 평소처럼 네가 시큰둥하게 반응할 걸 알면서도.




" 공부가 재밌는 사람이 몇이나 돼. "




사각사각. 연습장에 네가 내가 물어본 수학 문제의 풀이를 열심히 쓰면서 대꾸했다. 내가 그 말에 턱을 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봤다. 미간이 살짝 구겨진게 꽤 집중한 것 같았다. 딱 고등학생 때 내가 항상 봐왔지만 남처럼 당연히 스쳐지나간 모습이었다. 




" ...재밌진 않아도 열심히 하다보면 재밌게 살 기회가 더 많아질지도 모르니까 하는거지. "




네가 샤프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눈을 비비고 내게 연습장을 건넸다. 이렇게 푸는 것 같은데? 네가 그 말을 덧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준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고는 입에 문 네가 나를 내려다봤다.




" 잘 마실게. "

" ...어어. "




네가 그 말을 하고 독서실 휴게실을 나갔다. 재밌진 않아도 열심히 하다보면 재밌게 살 기회가 더 많아질지도 모르니까 한다는 너의 말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독서실에서 지켜본 너는 항상 불평불만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 내가 어떤 문제를 물어봐도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깔끔하게 풀이를 건네주곤 했었다. 고3때, 반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친구들과 떠들던 나와 남들이 뭐라하던 공부만 하던 네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그 순간 나 혼자만 느꼈던 동질감이 왠지 부끄러워졌다. 항상 열심히 하던 너와 매일 놀던 나를 비슷하게 여겼다니. 순간 머쓱해졌다. 혼자만 느꼈던 동질감을 너도 비웃고 있을 것 같았다. 목표가 뚜렷해보이는 너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알고, 그래서 열심히 할 줄 아는 너를 아무 생각 없는 나와 비슷하게 느꼈다니. 




동네친구1

야 재환 

이제 100일 얼마 안남았는데

100일주 마셔야지

ㄱㄱ 나와 내가 산다


ㄴㄴ 

나 공부해야돼

술은 뭔 술이야 --

넌 나 또 입시실패하는거 보고 싶어서 그러냐


동네친구1

ㅋㅋㅋㅋㅋㅋㅋㅋ

웬일?

ㅇㅋ 알겟음

오늘 애들 모이기로 했는데

싫음 말고 ㅇㅇ


ㅇㅇ 괜찮으니까

너희들끼리 잼게 놀아




어쩌면 너는 내게 동기부여를 해줬는지도 모른다. 너는 여전히 나에게 마음을 다 열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너에게 동질감을 느끼다가도 자극을 받고, 또 어려워하다가도 괜히 가까워진 것처럼 행동하고. 나는 그랬다. 그 벽을 부수고 싶어서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가끔 네가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혼자 몰래 속으로 생각도 해보고. 너의 차가움에, 또 너의 벽에 나는 많이 단련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네 성격이라는걸 인정하면서도 난 너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너한테는 참 많고도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워너원/강다니엘/김재환] 전지적 짝사랑 시점 B-1 | 인스티즈


전지적 짝사랑 시점


B-1








" 대박. 같은 학교 같은 과인게 말이 되냐? 이게 무슨 우연이야! "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너와 내가 같은 학교라니. 네 덕인 것 같았다. 나는 너에게 자극을 받아 공부를 했고, 현역 때보다 모든 성적 등급이 다 올랐다. 너는 내 말에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 잘 됐네. "




그래도 합격 소식을 들으면 같이 기뻐해줄줄 알았는데, 역시 넌 차갑게 대꾸했다. 아니, 저 정도로 반응해주는걸 감사해해야 되는건가... 독서실에서 만났던 첫 날 같았으면 뭐, 어쩌라고. 하는 눈빛을 쏘며 지나갈게 뻔했다. 




"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할랬는데... 바쁘냐? "




우웅, 아까부터 진동이 계속해서 울렸다. 합격 소식이 들리자마자 가족, 친구 할 것 없이 카톡으로 동네방네 자랑했던 나였다. 다들 빠르게 답장을 해주는건지 주머니 속에서 진동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사실 입시가 끝나면 거하게 술 마시며 놀자고 말하던 친구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만큼은 이 지긋지긋한 수험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너와 보내고 싶었다. 




" 알바 구했어. "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며 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1년간 오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너는 참 치열하게 사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짧게나마 너를 스쳐 지나봤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는 참 너 자신에게 엄격한 것 같았다. 이렇게 합격을 했는데도 알바를 하러 간다니. 네가 신발장 문을 닫으며 미안. 하고 내게 중얼거렸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에게 그런 말을 듣는게.




"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화이팅. "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보이며 네게 말했다. 웅웅, 진동은 계속해서 울렸지만 내 정신은 독서실을 빠져나가는 너에게 향해있었다. 어쩌면 네가 그렇게 내게 벽을 쳤던 건, 내가 싫어서라기보단... 스스로 치열한 삶을 택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저 독서실 휴게실에서 항상 내가 건네주는 우유를 먹으며 내가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던 것만 봐도. 내가 너에게 담배를 피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기분 나빠하는 내색 없이 그냥 웃으며 너한테 피해는 안 주잖아. 하고 답을 해준 것만 봐도. 너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귀찮았을 수는... 있지만. 하여튼 넌 참,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그게 나에게도 느껴졌다. 


비슷한 줄 알았던 너는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네가 그어놓은 이 선을 함부로 밟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그 선을 넘어가면, 너는 날 아예 쌩까버리겠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니 좀 씁쓸해졌다. 그래도 넌 내게 지난 1년간 꽤 친한 동지이자, 친구였는데.




" 어~ 나 이제 독서실에서 나간다. 7시까지 갈게. 좀만 기다려~ "




나도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며 조금 전 온 전화를 받았다. 그래. 괜찮다. 내가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이게 너와 최선의 방식으로 친해진거라고 나는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1년동안 너와 함께 공부하며 너를 알아갔고, 너를 이해했으니까. 어쩌면 너도 나를 사실은 절친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었으니까.
















" 누구 찾아요? "




입학식 뒷풀이였다. 입학식에 들어가기 전부터 너는 보이지 않았고, 당연히 입학식에서도 그리고 뒷풀이에서도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또 알바를 하고 있어 바쁘겠거니 싶어 연락할 마음을 접었다. 




"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

" 자자, 우리 후배님들 빨리 잔 들어요~ 짠하고 마실만큼만 마시기! "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애써 네 생각을 지웠다. 고등학생 때와 비슷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인싸의 삶, 그리고 너는 자발적인 아싸의 삶. 과활동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항상 네가 알바를 하는 곳에 가야했다. 그럴 때마다 괜히 짠한 마음에, 또 걱정되는 마음에 습관처럼 마실 걸 건네는 나였다. 독서실에서처럼. 그럼 너는 여전히 그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면서도 고맙다며 작게 웃곤 했다. 




" 같은 과인데 학교에서 보는게 하늘의 별따기인게 말이 되냐? "

" 알바 하나 더 늘렸어. "

" 너 그러다 쓰러진다. "

"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쓰러져. "

" 쓰러지면 나한테 바로 전화해. 119보다 빨리 튀어간다, 내가. "

" ...참나. "




항상 내 얘기를 하길 좋아했던 말 많은 나는 너를 만나면 네 얘기를 더 듣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실없는 얘기나 내 얘기 하기에 바빴던 나는 너를 만나면 네 걱정이 항상 우선이었다. 사람이 많이 듣는 대형 전공 강의에서 우연히 너를 발견했던 내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너를 붙잡아 단과대 테라스에서 음료수 캔을 건네며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내 농담에 네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음료수캔을 만지작 거리며 피식 웃었다. 




" 구라 같지. 진짜다? "

" ...사람은 그렇게 쉽게는 안 쓰러져. "




이런 농담을 받아줄 법도 한데 너는 다시 한 번 더 픽 웃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꼿꼿한 자세로 나를 쳐다보는 네 모습에서 나는 자극을 받았던 독서실에서의 네 모습이 떠올랐다. 여전히 치열하고, 여전히 혼자서 꿋꿋이 살아가는 네가 안쓰러우면서도 걱정이 됐고, 또... 대견하기도 했던 나였다. 




" 나 다음 수업 있어서 가봐야 돼. 음료수 잘 마실게. 맨날 너한테는 마실거 엄청 얻어 먹는 것 같다. "

" ...알면 좀 갚든가. "

" 그건 싫고. "




네가 킥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나름대로의 농담이었다는 걸 난 안다. 아까보다 한결 풀린 표정의 네가 내가 건넨 음료수캔을 들고 테라스를 벗어났다. 내 시야에서 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저런 농담말고 '그래 알았어. 내일 점심 어때?' 라고 그런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해주면 어디 덧나나 싶다가도 그게 네 성격인데 어쩌겠거니 싶어 너털웃음을 지었다. 




" 에휴.. 너도 참. "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나도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너는 나에게 참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가까운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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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초록글이에요!!!!!!!!!!!!!!!!! A-6 초록글 ㅜㅜㅜㅜㅜㅜ 엉어어어어ㅓ엉ㅇ 진짜 너무넘 감사해요 ㅠㅠㅠㅠ

진짜 신알신 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다 넘넘 천사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댓글로 정성어린 말 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정말 감사해요 ㅠㅠ 제가 답댓은 못 달 때가 많지만 진짜 한 자 한 자 꼭꼭 읽는다는거 알아주세요 ㅠㅠㅠ 진짜 많은 힘이 됩니다...!


B-1 편은 재환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C는 당연히 다녜루의 이야기라는...)

음... 사실 A편을 쓰면서는 마음에 응어리가 졌는데 다 풀리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ㅠㅠ 뭔가 어딘가 모르게 좀 찜찜한...?

그런데 B편을 쓰면서는 조금은 후련하게 쓴 것 같아요 :> 음... 아무래도 감정선 위주의 글이다 보니 같은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모든 마음이 한번에 나오지 않고 이렇게 조각조각 (?) 쓰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같이 재수를 했지만 다른 감정을 느끼는 여주와 재환이의 감정이 이제 다 드러나서 제가 좀 후련한걸지도...?!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지만 과연 재환이는 짝사랑인지 정말 참우정인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주세용~

재환이의 이야기는 길면 4편 짧으면 3편 안에 끝날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맨날..편수 늘어나는거 아시져..?ㅎ)

재환이의 이야기도 예쁘게 봐주세용 


아 이번 편도 당연히! 치환은 없습니다!

재환이의 여주가,,, 되어보아용 (하뚜)


항상 힘이 되어주시는 독자님들 매번 감사합니다! 3월도 행복한 달이 되길 빌게요!






 
독자1
우와 벌써 다음편이 올라왔네요!!!! 초록글 올라가신 거 축하드려요 ㅎㅎ 이제 오늘부터는 재환이 이야기로군요 고등학생 때 이야기부터 나와서 기뻤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대학교에 있을 것 같지만 없는 선배, 웅 닥쵸 ㅋㅋㅋㅋㅋㅋ 유잼포인트를 넣어주시네요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재환이의 마음이 참우정일 수도 있다니...!!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었는데!! 그리고 재환이가 여주에게 동질감을 느끼다가도 자극을 받는 모습을 풀어낸 작가님의 필력에 놀랐습니다 완전 감정이입... 앞으로 재환이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합니다 ❣❣
5년 전
독자2
아 너무 조아요 진짜루 비 버전이 째니라니ㅜㅜ
이런 어물쩍한 감정이 짝사랑까지 발전되고 막 그러는 건가요~~~? 감사해요~~~!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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