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여 여러분!!!!!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었어여유ㅠㅠㅠㅠㅠㅠㅠ
[현성] 우리의 FM |
[현성] 우리의 FM 05
W. 담녀
10시.
얇은 커튼에 비쳐진 아침햇살이 방안을 비췄다. 따뜻한 햇살에 응답하듯 뒤척이던 성규가 꿈틀거리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평소 일어나던 때와 다른 느낌에 성규는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을 확인한 성규가 자신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기지개를 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남아있는 잠기운에 잠시 멍해있던 성규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제 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일찍 일어난 것을 제외하고도 왠지,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업되는 것을 느끼며.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는 성규를 맞이한 건 달달한 냄새였다. 동우가 또 쿠키를 만드는 구나. 뭔가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마다 쿠키를 만드는 동우의 버릇을 기억해 내고는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부엌으로 돌렸다.
"동우야."
"어, 성규야, 일어났어?"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네? 살짝 웃음을 지어준 동우가 완성한 쿠키들을 오븐에서 꺼냈다. 초코칩 쿠키와 마들렌. 곧이어 접시위에 놓여진 쿠키들을 보니 성규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뚫어져라 쿠키만 바라보는 성규의 행동에 작게 웃은 동우가 말했다. 먹어, 많이 했으니까, 양 같은 것도 걱정하지 말고.
동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동우를 존경의 눈빛으로 한 번 본 성규가 재빨리 식탁에 앉아서 손에 초코칩 쿠키를 하나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쿠키의 감촉에 만족한 웃음을 지은 성규가 동우를 바라보았다. 그런 성규를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던 동우가 갑자기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 눈을 크게 뜨며 왜? 라고 물었다.
"너, 무슨 일야?"
"뭐가?"
"이거 쿠키, 너 생각정리할 거 있을 때만 만들잖아."
"아……."
성규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한 동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동우의 모습에 더욱 궁금증이 커진 성규가 동우를 계속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한참을 멍하니 있던 동우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동우의 반응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성규가 쿠키를 다시 한입 베어 물었다. 저렇게 말을 해주지 않는 다는 건 분명 몇날 며칠을 물어도 얘기를 안 해준다는 것이다. 결론을 내린 성규가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는 동우의 손을 잡았다.
"동우야, 힘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건 분명 좋게 돌아갈 징조를 보이는 거야."
"성규야……."
성규의 위로에 울먹이는 동우를 재빨리 달랜 성규가 활짝 웃으며 동우 앞에 쿠키 몇 개를 놔주었다. 이거 먹고 힘내요, 장동우군~. 난 이만 출근 준비를 하겠어. 잡았던 손을 놓고 제방으로 올라간 성규가 옷을 입으며 오늘의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봤다. 음, 점심 먹고, 라디오하고, 그 다음에…….
"아, 핸드폰!"
제 주먹으로 반대편 손바닥을 살짝 치며 말한 성규가 웃으며 남은 옷을 마저 챙겨 입었다. 흐흐. 그래서 오늘 기분이 좋은 거 였구만. 머리를 만지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성규가 곧 제 얼굴에 붙은 조그만 쿠키가루를 손으로 탁탁 털어내었다. 에베, 지지. 손을 한 번 더 털던 성규가 이내 동작을 멈추고 방금까지만 해도 쿠키가루가 붙어있던 제 손을 들여다보았다.
…쿠키, 좋아하려나?
--
방금 내린 커피를 들고는 책상에 앉은 우현이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부팅이 될 때 까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우현이 책상 바로 앞에 있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봤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우현은 웃으며 어느새 부팅이 다 된 컴퓨터에 메모리를 연결했다. 몇 번의 클릭으로 사진을 화면에 가득 띄운 우현이 처음부터 사진을 넘겨가며 분류하기 시작했다.
"어, 헐. 이거 지금 보니까 역광 때문에 제대로 안보이네……."
눈물을 머금으면서 사진을 하나씩 지워가던 우현의 손길이 한 사진에서 멈췄다. 며칠 전, 출품작을 찍고는 괜스레 들뜨는 기분에 명수의 작업실로 향하는 길에 있던 횡단보도를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에 얌전히 담겨있는, 고개를 푹 숙여서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는 여전히, 우현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생겼을 까."
괜히 모니터에 띄운 남자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 일 뿐인데, 왜 자꾸 눈에 밟히는 거지. 턱을 손에 괴고 한참을 남자의 푹 숙인 정수리를 바라보던 우현이 이내 한숨을 쉬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무슨 사랑에 빠진 남자 코스프레람. 오른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우현이 다시 한 번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기분은 좋네.
눈 꼬리를 내리며 표정을 푼 우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12시.
"다녀오겠습니다!"
아직도 멍하니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우를 힐끗 보고는 큰소리로 인사를 한 성규가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원래의 장동우로 돌아올지. 동우의 걱정에 눈썹을 팔(八)자로 축 늘어뜨리고는 한숨을 쉰 성규가 백팩의 어깨끈을 꾹 눌러 잡았다. 위쪽으로 올려진 손에 느껴지는 무게에 성규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 쿠키. 손에 들린 작은 쇼핑백을 발견한 성규는 곧바로 손을 바로 했다. 잘못해서 흘릴라. 조심스럽게 쇼핑백 안을 살펴본 성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뿌듯하게 쿠키들을 바라봤다.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가볍게 오른 성규의 머릿속에 순간 우현과의 전화통화가 떠올랐다.
'음, 화요일 날 5시쯤에 KBC방송국 앞 광장에서 괜찮으세요?'
'네. 거기에 있는 시계탑에서 보도록 해요.'
'아, 그럼 그때 제가 주황색 야상입고 있을게요.'
'어휴, 땀띠 나시겠다. 그럼 전 청색 재킷입고 나갈게요. 그날 봬요.'
…주황색 야상이라고 했었는데. 파란색의 카디건을 걸친 제 모습에 성규는 울상을 지으며 두 손을 위로 올려 머리를 감쌌다. 망했다. 어떡해…! 충격에 멍한 정신으로 버릇처럼 방송국을 향해 걷던 성규가 눈앞에 보이는 지하철역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공중전화……."
중얼거리며 눈을 반짝 빛낸 성규가 재빨리 지하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온 성규가 숨을 몰아쉬며 공중전화 앞에 섰다. 어휴, 힘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은 성규가 제 주머니에서 티머니를 꺼내 카드 놓는 곳에 올려놨다. 이내 수화기를 든 성규가 제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근데 아직 자는 중이면 어떡하지? 신호가 가자 잠깐 긴장을 푸는 듯했던 성규가 갑자기 든 생각에 다시 몸을 굳혔다.
"제발 받아라……."
간절히 기도한 성규의 귀에 울려 퍼지던 통화연결음이 어느 순간 뚝끊겼다. 헉, 받았다. 몸을 더욱더 긴장하게 만든 여보세요? 하고 다정히 묻는 우현의 목소리에 성규는 잠시 놓을 뻔 한 정신 줄을 챙기고는 대답했다.
"여, 여보세요? 저, 남, 우현씨, 맞으시죠?"
'아, 네. 제 이름 알고 있는 거 보니까, 성규씨?'
"네. 저, 김성규에요."
'아, 근데 무슨 일로 전화를…….'
우현의 의문스러운 목소리에 다시 긴장을 한 성규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 사실, 제가 오늘 깜박하고 주황색 야상을 안 입고 와서요……. 혹시 못 알아보실까봐, 전화드려요.
'아, 그럼 뭐 입고 계신데요?'
"파란색 긴 카디건 입고 있어요."
'네, 기억하고 있을 게요. 그럼, 이따가 봬요.'
그리고, 전화 고마워요. 아니에요. 우현씨도 이따가 봬요. 툭,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성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교통카드를 챙기고는 이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성규가 가방끈을 꼭 잡았다. 뭔가, 목소리 하나로 차분해졌다.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은 성규가 괜히 제 목을 긁으며 제대로 된 시간에 맞춰 들고 나온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헐, 으아악-!!! 늦었다!!!"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 제 시곗바늘을 보고 화들짝 놀란 성규는 제가 방금 내려왔던 계단을 거꾸로 뛰어올라갔다. 달려라, 김성규! 앞에 뭐가 있는 지도 구별하지 못 할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성규의 귓가에는 아직도 우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머물러있었다.
--
"잘 먹겠습니다."
조그맣게 중얼거린 우현이 제 앞에 놓인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혼자 자취를 한지도 3년. 상대도 없는 쓸쓸한 식탁도 이젠 감흥이 없어진 우현은 그저 자신이 먹을 정도의 반찬만 꺼내고서는 의무적으로 밥을 씹어 넘겼다. 사실 처음 자취를 했을 때는 정적인 분위기가 싫어 곧 잘 명수와 함께 밖에 나가 사먹곤했는데,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괜히 떠오르는 그녀의 얼굴에 잠시 밥을 먹는 것을 멈춘 우현이 괜히 물 컵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물을 한 모금 마신 우현은 전 보다는 빠르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지지잉-
그 때, 어디선가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는 줄 알고 제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우현은 멀쩡한 핸드폰을 보고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아, 이 핸드폰. 어제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주웠던 하얀색의 핸드폰이 울리는 모습에 깜짝 놀란 우현이 곧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저, 남, 우현씨, 맞으시죠?'
응?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현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누구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하던 우현이 이내 알았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핸드폰 주인이구나. 속으로 생각한 우현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 네. 제 이름 알고 있는 거 보니까, 성규씨?
'네. 저, 김성규에요.'
"아, 근데 무슨 일로 전화를……."
'저, 사실, 제가 오늘 깜박하고 주황색 야상을 안 입고 와서요……. 혹시 못 알아보실까봐, 전화 드려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만날 때 서로 어떤 옷을 입고 가겠다, 약속했던 게 생각났다. 잠깐 잊고 있었는데……. 멋쩍게 머리를 긁적인 우현이 자신의 옷장 쪽을 바라보았다. 아, 그럼 뭐 입고 계신데요?
'파란색 긴 카디건 입고 있어요.'
"네, 기억하고 있을 게요. 그럼, 이따가 봬요."
제 옷장 속을 뒤적이던 우현이 자신이 입고 갈 적당한 청재킷을 꺼내 들었다. 파란색과 파란색. 무슨 커플룩 같겠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은 우현이 성규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전화 고마워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에도 전화해주는 모습이 고마웠던 우현이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우현씨도 이따가 봬요. 평범하게 말을 주고받은 뒤 통화를 끝낸 우현이 손에 든 청재킷을 침대 위에 널어놓고는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 통화를 끊고 나니 자신이 그 전까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주위가 행복으로 가득한 듯 한 이상한 기분.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우현이 앞에 놓인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맛있다."
우현의 얼굴에 슬며시 기분 좋은 미소가 띄어졌다.
3시.
"이번 주의 월요일을 여는 <규하고 웃는 낮>! 요즘 대세 돌, 인피니트와 함께한 <게스트? 게스트!>, 잘 즐기셨나요? 오늘처럼 이렇게 문자가 많이 왔던 적은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인기인건가요? 어이, 우리 규 시리즈 식구들! 뭐해요! 분발 좀 해봐요! 흐흐흐. 장난인거 알죠? 난 지금 여러분도 사랑해요! 어쨌든, 오늘은 이만! 내일, 모두의 입을 달달하게 채워줄 간식코너, <규전부리>와 더욱 동네 오빠 같은 토크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규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규데이가 되세요! 안녕!"
마지막 멘트를 마친 성규가 스튜디오 안에 달린 시계를 한 번 슬쩍 보고서는 재빨리 주변을 정리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2시간이나 남은데다가 바로 코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여유시간이 충분하지만, 왠지 빨리 나가 있어야 될 것 같은 느낌에 평소와는 다른 빠르기로 제 물품을 챙겨 나온 성규가 녹음 부스 밖으로 나왔다.
아, 급하다, 급해! 발을 동동 구르며 뒤쪽 소파에 놓여 있는 호피무늬의 백팩을 집어든 성규가 바로 문을 열고 나가려 문고리를 잡았다.
"…어딜 가려고?"
"네, 네?"
순간 뒤에서 들리는 살벌한 목소리에 놀란 성규가 바짝 얼어서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성규의 앞에는 눈에서 불이 나올 듯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호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왜그러세요오……."
"왜 그러세요? 너 오늘 몇 시에 왔어."
"…12시 50분?"
"내가 몇 시까지 오라고 했지?"
"12시 40분이요……."
"지각이야, 아니야."
망했다. 성규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아니, 출근할 때 만 해도 별 반응 없던 사람이 갑자기 왜 잡고 난리야?! 울상이 된 성규의 모습과 아직도 살벌한 기운을 띄고 있는 호원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성열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심각해지기 전에 말리려던 자신의 손을 슬며시 내렸다. 오늘 호느님이 폭발하셨구나, 짜져있어야겠다.
주위의 스텝들의 외면-마침 뒷정리를 끝내고 녹음 부스에서 나온 성종도 호원의 주위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에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딴청을 피웠다.-속에서 홀로 호원의 잔소리에 맞서던 성규는 계속 잘 보이지도 않는 시계만 힐끗 거렸다. 아씨, 시간 많이 지난 것 같은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보니 저려오는 다리와 뻐근해진 뒷목에 주저앉을 뻔 하던 걸 주먹을 꽉쥐며 참던 성규가 점점 레퍼토리가 떨어져가는 듯 한 호원의 낌새에 고개를 살짝 들어 호원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이정도로 만하고, 또 한 번만 더 지각해봐. 그땐 얄짤없어. 바로 잘라버린다."
호원의 말에 눈이 반짝하고 빛난 성규가 고개를 확 들고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라 작은 눈을 크게 뜨면서 호원에게 매달렸다.
"그, 그럼 PD님! 저, 가도 되죠?"
4시다.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예상 출발 시간보다 한 시간이 늦어졌다는 것에 다급해진 성규는 급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호원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흥, 어디서 바쁜 척이야. 그런 성규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난 호원은 성규의 눈빛을 외면하고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컨셉회의, 준비해. 좋은 아이디어 낼 때 까지 바깥공기 구경할 생각도 하지마, 알간?"
…이런 십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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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두의 입을 달달하게 채워줄 간식코너, <규전부리>와 더욱 동네 오빠 같은 토크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규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규데이가 되세요! 안녕!'
오늘도 여전히 익숙한 DJ의 끝멘트를 들은 우현이 곧바로 라디오를 껐다. 옷걸이에 걸어 놓은 청재킷을 옷 위에 걸치고는 거울을 보며 제 머리를 정리하던 우현이 얼굴에 작은 미소를 뗬다. 라디오도 놓치지 않고 듣고,-특히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DJ의 말투에 흐뭇한 미소를 계속 얼굴에 띠고 있었다는 것은 굳이 숨기지 않겠다.-명수 외에는 약속이 없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뜨는 듯하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을 때만 나온다는 특유의 눈웃음을 띄고는 탁자에 놓인 시계를 힐끗 본 우현이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머지 시간을 때울 곳을 곰곰이 생각했다.
"…답은 김명수다."
비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재킷주머니에 이것저것을 넣었다. 지갑, 명수한테 넘겨줄 USB, 내 핸드폰, 그리고… 성규씨 핸드폰.
'그럼, 화요일 날 봬요, 우현씨.'
'이상, 규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규데이가 되세요!'
순간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두 목소리에 성규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던 우현이 동작을 멈췄다. 톤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음색이 비슷하다. 느껴지는 말투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재빨리 주머니에서 성규의 핸드폰을 꺼내든 우현이 제 뒷쪽에 놓여 있는 익숙한 라디오와 번갈아 쳐다봤다. …설마.
눈을 작게 뜨고는 라디오를 째려보던 우현이 다시 한 번 핸드폰을 쳐다보고는 제 주먹으로 머리를 쳤다.
"아오, 이 바보. 설마 DJ규의 '규'가 성규의 '규'겠냐! 나름 익명제 라디오인데, 너 같으면 네 이름을 따서 닉네임을 정하겠니, 남우현?! 정신 차려!!!"
한참 자신을 자책하던 우현은 이내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 깊숙이 성규의 핸드폰을 밀어 넣으며 신발을 신었다. 그래, 성규씨가 진짜 DJ분이시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난 핸드폰만 주면 되는 걸. 어깨를 으쓱하고 올렸다 내린 우현은 문고리를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우리 명수는 뭐하려나~?"
가볍게 아파트 복도의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우현의 얼굴에 짓궂은 웃음이 떠올랐다.
-
"이건 어때?"
"괜찮네. 구도를 잘 잡았네."
"그럼, 이건?"
"그것도 괜찮은 듯."
"이건?"
"잘 나왔다."
…이 자식이. 사실상, 자신이 보여주는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짧게 대답하는 명수의 옆모습을 노려보던 우현이 짜증 섞인 얼굴로 명수의 귀를 잡아 당겼다. 아나, 도움을 청하러 온 친구를 거들떠도 안 봐?
"아!!!!!! 아프다고!!!"
"야, 그 놈의 사랑이 뭔데, 아마추어 친구가 도움 받으러 온 걸 프로가 씹고 앉아 있어?!"
"아, 실력은 니가 더 낫잖아!! 이게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어!!! 그리고, 사랑같은거 아니거든?!"
얼굴에 홍조나 지우고 말하실 게요. 집적 찍은 갖가지의 꽃 사진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정성스레 포장을 하고 있는 명수의 모습을 보며 우현이 혀를 쯧쯧 하고 찼다. 대체 상대방이 누구 길래 이 시대 최고의 차도남이 될 거라고 선언한 놈이 모양 빠지게 저러고 있을 까. 괜히 명수의 모습이 불쌍해진 우현은 측은한 눈빛으로 명수를 쳐다봤다. 한창 사진 포장에 열을 올리던 명수는 그런 눈빛에 움찔대며 우현을 매섭게 노려봤다. 아오, 저걸 어떻게 보내지?
"야, 너 약속 있다면서. 안가냐?"
"어쭈? 말 돌리지 마. 무슨 약소,… 아."
순간 벙찐 우현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명수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들을 놓고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자그마한 탁상시계를 집어 우현의 눈앞에 갖다 대었다.
"여기, 시간. 4시 30분이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지 몰라도, 5시까지 아니었냐."
"악!!!!! 빨리 가야돼!!!"
제 앞에 있는 명수의 손을 확 쳐내며 부랴부랴 일어선 우현이 컴퓨터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재빨리 걸쳐 놓은 재킷을 입었다. 정신없이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며 제가 들고 온 물건들을 챙기는 우현의 모습을 보던 명수는 들고 있던 시계를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어휴, 저렇게 정신없는 놈이 내 친구라니. 그런 명수의 모습을 보지 못한 우현은 후다닥 노트북에 꽂아놓은 제 USB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야, 나간다!! 연애사업 열심히 해라!! 나중에 다시 올게!!!"
"어, 잘 가라."
귀찮은 듯 우현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휘저은 명수가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 방금 무슨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야!! 이, 나무장작아!!! 연애사업 아니라고!!!!!!"
이미 닫힌 문에 대고 소리 지른 명수가 씩씩대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어휴, 저게 진짜.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가지고.
-
"헉, 헉……."
공원에 도착한 우현이 재빨리 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4시 50분. 앗싸. 안 늦었다!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은 우현이 시계탑 쪽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이 입은 청재킷을 벗어 손에 걸쳤다. 아오, 더워. 시계탑 옆에 자리 잡은 벤치에 앉은 우현이 안에 입은 티셔츠를 펄럭였다. 언제 올려나. 안주머니에서 꺼낸 성규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우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시 한 번 핸드폰 홀드 키를 눌러 시간을 확인한 우현이 초조한 듯 다리를 떨었다. 5시 40분. 너무 늦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젠 엄지손톱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기 시작한 우현이 또다시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쉬며 축, 늘어졌다.
"…전화라도, 좀 주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민 우현이 말로 땅을 탁탁 몇 번 치더니 이내 한숨을 쉬고는 재킷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걸 거야. 전화는, 정신이 없어서 못했겠지! 괜히 합리화를 시키며 자신을 위로한 우현이 벤치에서 일어서서는 그래도 못내 미련이 남는 듯 입구 쪽으로 한번 눈길을 주고는 이내 버스정류장이 있는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들어오는 파란색의 남자를 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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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으어어-"
무릎을 짚고 고개를 숙인 성규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쉰 성규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 시계탑 주위를 빤히 쳐다보았다. 청재킷, 청재킷, 청재키잇-
"없다……."
몸을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쉰 성규가 시계탑에 찍힌 5시 43분이라는 애매한 숫자를 바라보았다. 이호원, 이 도움이 안 되는 PD가…! 정말로 자신이 그럴싸한 토크주제를 생각해 내기 전까지 붙들고 앉아있던 호원의 얄미운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바드득 간 성규는 이내 분노하는 것도 포기한 듯 시계탑 옆에 놓여있던 벤치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아, 힘들다. 제 팔을 들어 눈을 가린 성규가 순간 든, 지금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다닥 몸을 일으켜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주변들을 살폈다.
"…있을 리가 없잖아, 김성규."
손을 들어 머리를 콩, 하고 때린 성규가 고개를 절래 절래 젓고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래, 내일 다시 전화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가야겠다. 속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성규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원의 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 재킷은 있는데…….
"…설마, 저 사람이겠어?"
저 멀리서 무언가 힘이 빠진 듯 약간 터덜터덜하고 걷는 남자의 뒷모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성규는 혀를 쯧하고 차고는 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근데, 뭔가가 빠진 것 같은데?
"…악-!!! 내 쿠키!!!"
스튜디오에 두고 왔어!!! 이호원!!! 당신 때문이야!!! 한 맺힌 성규의 비명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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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를 모티브로 한 팬픽입니다:)
안녕하세여, 모의고사를 망치고 온 담녀입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연중을 안했지...ㅋ..ㅋ......ㅠ
모두 잘 계셨나요?ㅎㅎ (저번에 올린 야동이들도 잘 보셨는지?ㅋㅋㅋㅋ)
오늘은 자신의 복을 뻥뻥 차버린 우현이가 눈에 띄네요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명수의 선물...이건 뭘까요?ㅎㅎㅎㅎㅎ
6화도 열심히 써서 들고오겠습니다!
항상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
암호닉 |
콩/강냉이/새우깡/모카/삼동이/우유/텐더/미옹/사인/써니텐/감성/빙구레/단비/레몬/이노미
댓글과 관심, 고마워요, 내 그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