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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이상한 나라의 나.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에 라인이 깔끔하게 잡힌 치마와 잘 어울리는 유광 로퍼. 
입학 전 샀던 톰보이 트렌치 코트에 끌로에 가방을 들곤 기숙사를 나섰다.



나 뿐만 아니라 그 층의 모든 여자 애들이 나와 엇비슷한 차림으로 기숙사를 나섰다. 
막 봉우리를 틔워내는 꽃냄새보단 각종 향수냄새가 가득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내렸을 때 남준이와 눈이 마주쳤다.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남준아~"
한 학번 위 선배들 무리가 남준이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오늘 너 완전 잘생겨보이는데~데이트라도 있냐?"
"향수도 뿌렸네"
"여자친구 없지 않아 남준이?"
"썸이라도 타나봐~?"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선배들과 한바탕 인사를 나눈 남준이나 나에게 와 싱긋 웃어보였다.
"사진전 안간다며, 어디 가는데?"
"친구들이랑 부스 구경 가기로 했어, 넌 사진전가?"


"응, 아는 형이 사진전 기획을 해서."
"아, 나중에 봐."
"응"




남준이와 인사를 한 뒤 동기들을 만나 부스들을 한참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점심도 먹고 꽃 구경도 하며 한참을 캠퍼스를 걷다,
공연이 있다는 해수의 말에 야외 공연장으로 향했다.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았고, 웅웅거리는 스피커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어? 탄소야!"
호석이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따라 웃어주며 손을 흔드는데 
갑자기 무대 앞 쪽으로 쏠리는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군가 발목을 눌러 밟았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날카로운 고통이 발끝까지 전해졌다.




"김탄소!!"

"괜찮아??"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애 발목 아작났잖아." 
.
.
.
호석이가 날 들쳐업고 학내 보건소로 달렸고, 그 옆에서 내 가방과 신발을 든 남준이와 동기들이 같이 뛰고 있었다.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호석이의 옷 등 뒤가 축축해 질 때 까지 울었다.


"학생, 병원에 가는게 좋겠어요. 가서 치료도 받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아야할 것 같아요"


피가 나서 소독을 해 주시던 선생님이 말씀하셨고 나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네 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호석이가 속상하다는 표정으로 내 발목을 내려다봤다.
동기들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남준이가 말 없이 휴지를 내밀었다.



"아줌마 저 호석인데요, 탄소가 다리를 다쳤어요. 아,,넘어졌는데 누가 못보고 좀 발목쪽을 밟은 것 같아요. 
네네 저랑 같이 병원 가고있어요. 네, 네 조금있다가 전화하라고 일러둘게요."

호석이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와중에도 엄마와 직접 통화는 결국 못할 것 같다며 호석이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너네 과대라는 애가 교수님한테 오후 수업은 잘 말해놓겠대"
"과대? 아..응,,"
간만에 예쁘게 꾸미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 나온건데 이런 일이 생겨 여러가지로 속상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
.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나와 가족들과 전화를 했다. 호석이는 끝까지 날 기다렸다가 같이 학교로 다시 갔다. 
"호석아, 여기 잠깐만 앉았다가 가자."
"왜그래? 다리 아파? 업어줄까?"
"아냐, 그정도 진짜 아냐. 그냥 조금만 쉬었다 갈래."




택시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려 캠퍼스를 걷는데 조명 아래에 벚꽃이 날리는게 이뻐서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나 마실것좀 뽑아올게!"



호석이가 자판기로 달려간 사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흰 가로등에 비친 나무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벚꽃잎들 사이로 흰 셔츠를 입은 남자애가 우뚝 섰다.
"민윤기?" 

말 없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민윤기의 하얀 얼굴엔 상처가 잔뜩 나 있었고, 입술이 터져 피가 나 굳은 자국이 보였다.



"...윤기야, 너 얼굴이 "
"괜찮냐?"
"...응, 아니 것보다 너 싸웠어?"
"....내일 봐."



가로등 빛이 하얀 얼굴에 조명을 쏘듯하니 민윤기의 작은 얼굴이 더 돋보였다.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낀 민윤기가 뒤돌아 갈때쯤, 호석이가 캔커피를 뽑아들고 돌어왔다.





"자, 마셔"
"응.."
-




"민윤기 너어-" 


희주 언니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민윤기와 투닥거리며 강의실로 들어왔다.
"아니 왜 싸웠냐니깐-? 너 진짜 말 안할거야?"
"됐어, 아 좀 치워봐"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민윤기가 인상을 찌푸리며 희주언니의 손을 조금 밀쳤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희주언니가 민윤기를 노려보았다.






수업시간 내내 내리비치는 햇살에 민윤기의 하얀 얼굴에 조명이라도 쏜 듯 밝게 보였고, 눈 옆의 거뭇거뭇해진 멍도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는 새 턱을 괴고 그 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작은 눈에 곡선을 그리며 오똑하게 솟은 코, 젤리처럼 말캉해 보이는 입술, 그 옆선은 나름대로 봐줄 만 했다. 

루즈한 검은 티셔츠와 검은 라이더 자켓, 데미지가 많이 난 청바지. 
가만보면 민윤기 쟤는 옷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내가 너무 뚫어지게 봤는지 해수가 내 팔을 톡톡 치며 속삭였다. 
"야, 뭘 그렇게 걱정된다는 듯이 쳐다보니? 딱 봐도 어디서 쌈박질이나 했나보네,"
"어?...응..."


민윤기가 흘긋 우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고, 티나게 어색하게 고개를 숙여 책을 보는 척 했다.


.
.
.
그날 저녁 기숙사에서 과제를 하는데 민윤기에게 전화가 왔다.

"심심하지 않아?"
"별로, 나 과제중인데."
"놀러올래?"


"나 바쁘다니까..것보다 어디로?"
"우리집!"
"....응...뭐? 집? 미쳤냐? 누가 보기라고 하면 어쩔려고?"
"...그래 그럼, 과제해라"
전화를 끊고 과제를 하다가 펜을 놓곤 한숨을 쉬었다. 
집? 민윤기 얘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건가? 
희주 언니 앞으로 어떻게 봐야하지? 
아니 얘랑 내가 뭔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난 떳떳한데, 것보다 자꾸 왜 이생각이냐고,,,


그치만, 난 이미 시계토끼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빠른 걸음으로 뒤따라가고 있는 앨리스의 신세인 것 같다.



뚜르르-뚜르르- 조금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는 통화 연결음에 초조해졌다.
"여보세요,"
"나 갈게. 너네 집."
"너 진짜 재밌다니깐. 나와, 데리러 갈게."



전화를 끊고 부리나케 옷을 입었다. 지금 내가 뭘 향해 가고있는지는 몰랐다. 그냥 신이나고 재밌었다.
기숙사 로비를 달려나갔다. 
운동화 뒷축을 제대로 신지도 않은 채 달리는데 웃음이 났다. 
민윤기를 보러가는 이 길이 재밌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학교 쪽문 골목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고 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후 하고 연기를 뿜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으며 민윤기가 담배를 비벼껐다.


"뭐냐, 이 엉망인 머리는." 민윤기가 웃기다는 듯이 머리를 가리켰다. 알싸하게 담배냄새가 났다. 




-
문을 막상 열어주니 들어가기 망설여졌다. 


"왜 안들어가?"
의외로 집 안은 포근했다. 화이트 톤으로 맞춰진 자취방은 깔끔했고, 아늑한 조명은 나른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럼.. 실례좀 할게." 
조심스럽게 들어가 러그 위에 앉았다. 민윤기가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왔다. 

"마실래?"
"아니, 나 술 안마시고 싶어"
"그래? 그럼 뭐 마실래, 커피?"
"응!"


대충 믹스커피를 타줄거라 생각했는데, 핸드드립 기계까지 갖춘 20살짜리 남자아이의 자취방이라니, 
진지하게 커피를 내리는 민윤기이 모습을 보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제법이네?"
"뭐가"
"커피 말이야,"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당연하지, 누가 내린건데."



민윤기가 영화를 보자고 그랬다. 브이 포 벤테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란다. 



"잠만, 나 화장실 좀 쓸게"
"그래라 저-기임"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쿵쿵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여기있는거 들키면 어떡하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화장실 문을 열지도 못한 채 숨을 죽였다.




"너 미쳤니?"


희주언니다.


"문자로 딸랑, 우리 그냥 헤어지는게 좋겠어. 이게 말이니, 넌?"
"희주야,"
"민윤기 너 왜이러는데 갑자기?"
"희주야.."



"진짜로 나쁜 놈이다 넌."
"알아, 나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민윤기가 노크를 했다.




"...나와도 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오니 민윤기가 피식 웃었다. 
따라 웃어야 할지,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시 문을 쾅 닫았다.

"야 뭐냐, 너까지?"
"나..나 그냥 집에 갈래!"
"지금 나간다고? 그러다가 너 희주 만나면 어떡할래? 너 진짜 바보지?"
"..."


조용히 문을 열었다. 민윤기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아 진짜 힘드네," 소파에 팔을 걸친 민윤기가 중얼거렸다.
"..뭐가?"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03 | 인스티즈


"헤어지는거 말이야."




"너...매너없었다는거 알지?"


"매너? ...희주가 먼저 사귀자고해서 사겨줬어. 좋아하려고 노력도 했고. 
근데 안되더라고 별로. 그래서 그냥 헤어지자고 했어.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말문이 턱 막혔다. 다른 사람 연애에 애초에 참견하는 것도 잘못되었고, 
더군다나 막나가는 민윤기에게 훈계질이라니, 말도 안된다.



"..그래, 나 가볼게. 괜히 온 것 같아."
"다음에 와. 그땐 재밌을거야."
"갈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데 민윤기가 황급히 후드 집업을 걸치고 컨버스 운동화 뒷축을 구겨신으로 따라나왔다.
"데려다 줄 필요 없는데,"
"헐..착각 쩔어. 담배피러 가는거야."
"아,"
"가라,"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가 민윤기가 딸깍거리며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혔다. 
머리를 헤집었는지 엉망이 된 머리로 인상을 팍쓴 채 손인사를 해 주었다.




"응. 담에 봐"
기숙사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3화입니다 조금 길게 올려볼까해서...ㅎㅎ
꾸준히 올려 완결 꼭 해보고싶어요!
첫글/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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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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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궁금하다...진심....너무 궁금해요...기다릴게요...💜
5년 전
독자2
작가님 기다릴게여💜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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