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란-고백직전
(좋아하는곡인데 브금으로 넣어봤어요..!이번화의 느낌도 나고..!)
EP6 고백, 직전
"윤이 밥 제 때 안줬지"
"아, 아냐. 밥 안먹던데."
퇴근 후 저보다 윤이를 먼저 챙기는게 꽤 속상할만도 한데 날 졸졸 따라다니며 헤벌쭉 웃는 윤기가 오늘따라 이뻐보였다.
"이쁘면 여기. 여기다가 뽀뽀 얼른."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내미는 윤기를 쳐다보다 볼에 쪽 뽀뽀를 해 주었다.
"피곤하지. 얼른쉬어. 내가 집 정리 오늘 다 해놨어. 가서 자자, 우리자기."
요즈음 피곤한 나를 위해 윤기가 집에서 일을하기로 했다.
"고마워." 윤기는 늘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했다.
그건 연애시절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말론 앞으로도 그럴더란다.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윤기야, 너도 하루종일 힘들었지?"
"힘들긴."
슬쩍 웃은 윤기가 내 옆에 슬쩍 앉았다.
"내가 뭘 해도 너보단 덜 힘들지."
"...고마워,"
"내가 더."
***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윤기와 난 만날 일이 없었다.
생전 다니지 않던 학원을 가게 되어 하굣길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고 민윤기가 학생회 활동을 하느라 훨씬 일찍 등교하느라 등굣길도 함께하지 못했다.
우린 딱히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고 벽장에서 내 마음을 깨달은 이후에도 난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았다.
2학년의 시간은 꽤 빨리 흘러갔고 이런 저런 일들에 바삐 치여 사는 동안 윤기와 나는 아주 가끔 마주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민윤기 살아있었네,"
"...오랜만이네. 학원 안힘들어?"
"응, 괜찮아."
"탄소야,"
"어?"
"너 수학여행때 말이야. 아마도 그거. 아직도 아마도야?"
대답을 하지 못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윤기는 그 자리에서 날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고,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에 카톡은 미이 몇 달 전 끊긴지 오래였다.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치뤘다.
시험이 끝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갔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계단에 앉아있는 윤기가 보였다.
"김탄소. 시험 잘 봤어?"
계단에 앉아 있다 날 보곤 웃으며 일어서는 윤기를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내신, 학원, 공부..
그간 치여 산 것들을 꾹 눌러 참고 있었는데 윤기의 따뜻한 목소리에 힘들었던 마음이 와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힘들었냐? ...너 왜 나한테 말도 잘 안붙이고,
맨날 하던 연락도 안하고, 내가 먼저 말 걸어도 대답도 잘 안하고.
몇달동안이나. 왜그랬어? 난 그동안 되게 생각 많았는데.
모르겠어. 너가 날 피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야. 아니, 그냥..."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어색하게 웃은 윤기가 뒷목을 긁적였다.
이 간지러운 느낌은 뭔지 잘 모르겠다
. "..윤기야. 미안해.. 사실 내가 너 피한거 맞아."
그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 그동안 내가 민윤기를 피한게 맞다.
일부러 학교, 집과 먼 곳으로 학원을 갔고 혹여나 민윤기와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가끔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올라와 집에 가기도 했다.
혹시나 등교길에서 민윤기를 보게 되면 일부러 돌아가거나 다음 버스를 타 지각을 하지고 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민윤기를 피하고 싶었던건 아직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미숙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변명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
윤기가 날 말없이 바라보았다.
"....미안해,"
"아니..난 괜찮은데. 이제부터 안피하면 되지."
"...."
사실 윤기가 화를 내거나 삐지거나, 하다못해 나에게 핀잔이라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오자 괜히 내가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김탄소, 너 지금 많이 힘들구나. 엄청 많이."
고개를 들어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걱정하는 눈을 애써 피하지 않았다.
말 없이 윤기를 보다 괜히 삐죽 눈물이 나왔다.
"..어, ...어 야, 김탄소. 우냐?"
왜, 그런거. 우냐고 물어보면 더 눈물날 것 같은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 , 야야...울지마. 탄소야.. 울어? 진짜 울어?"
어찌할 줄 모르는 윤기가 내 앞에서 당황하다 날 안았다.
...날 안았다.
18살 민윤기의 품은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았다.
윤기 냄새가 났다.
고개를 파묻고 울고 난 다음 추해진 얼굴을 손끝으로 쓱 닦아 내었다.
그 덕에 민윤기의 교복 한쪽이 흠뻑 젖었다.
"...미안해..."
18살의 난 별게 다 미안했다.
그동안 피한건 민윤기가 아니라 나 자신인데 난데없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윤기를 당황시키질 않나,
품에 멋대로 안겨 교복을 망쳐버리질 않나,
추해진 얼굴로 윤기를 바라보며 당황시키질 않나.
"...미안하긴..뭐가."
윤기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있잖아 김탄소, 너도 아마도라고 했으니까 말인데, 나도 아마도 너 좋아하는 것 같아. 탄소야. 듣고 있어?"
윤기가 허리를 숙여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뭐라고?"
눈물 콧물 범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충 손으로 쓱쓱 닦고 있다가 민윤기가 뭐라고 말하는지 못알아들었다.
"아니, 잠깐..잠깐만...그거 중요한 얘기 아니면 나중에 해. 나 진짜 세수좀..."
집으로 쏙 들어와 세수를 했다.
한숨을 고르고 윤기가 다시 생각났다.
"...아,맞다. 민윤기."
집밖으로 다시 나갔을땐 우리 집 문앞에 서 웃고있는 윤기가 보였다.
"중요한 얘기라서 지금 다시 한번 더 해줄게. 아마도 말이야. 난 널 좋아하는것같아. 김탄소.
....아, 부끄럽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던가."
윤기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멍하니 윤기를 바라보다 다가가 양 손으로 윤기의 귀를 감싸주었다.
"...부끄럽냐, 이게? 이게 부끄러우면 너 앞으로 내 남자친구 어떻게할래. 부끄러울 일 천진데."
윤기가 피식 웃었다.
"그동안 얼굴도 못보고, 카톡도 못하고. 내가 얼마나 쫄아있었는지 알아?"
괜히 큰 소리로 말하는 민윤기를 보다 나도 따라 피식 웃어버렸다.
"...나도, 기분 이상했다고. 넌 그냥 친구잖아. 몇년째냐, 너랑나랑.
16년동안..우리는 그냥 친구였는데. 갑자기 내가 고백했는데 너가 싫다고해버리면. 그때 이도저도 아닌 사이 되는거잖아.
난 그게 너무 싫었어."
"...그래, 이해해. 이제 그런거 가지고 고민안해도 되고, 좋겠네."
"..그래, 좋다 뭐..."
***
"그때 솔직히 부끄러웠다? 우리 사이에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있잖아. 중학교때. 너가 무슨 소떼 오듯이 쿵쾅거리면서 우리 교실로 와서 나한테 사귀자고 했던 날, 기억안나? 잊었어?"
"..뭐? 소떼? 야, 민윤기 넌 부인한테 그게 할 소리야?"
"..아니, 그냥...여튼, 그때부터 난 너 친구로 안봤는데."
"...이 변태!!!"
"무슨 소리야, 변태라니 남편한테!!"
"시끄러! 태교에 안좋아. 말걸지마!"
"아니, 왜? 낮고 편안한 남자목소리가 태아한테 얼마나 좋은데-"
"됐어! 변태 목소리는 안좋아"
"와..김탄소..진짜..."
"민윤기, 가서 딸기나 사와, 먹고싶어."
"....."
"딸기 사와,"
"......딸기만?"
"...오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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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엄마 그때 예뻤어] written by. 융기침강
6화 끝
7화에서 또 만나요!
♥독자님들 다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