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family of the year-Hero
EP5 다시, 시작
"윤아! 엄마왔네-"
윤기의 품에 안겨있던 이제 막 6살이 될 윤이는 퇴근하는 날 반기며 윤기로부터 쏙 빠져나와 나에게 달려왔다.
"아빠 속상하게 진짜, 엄마만 보면 정신 못차리고."
민윤기가 쇼파에 앉아 날 올려다보며 입을 삐죽였다.
"그럴만도. 나랑 더 오래 살았는데."
윤이는 내가 혼자 살면서 한번쯤 애완동물을 키워보고싶어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다.
"무슨놈의 회사가 야근을 그렇게 시켜," 민윤기가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안힘들어?"
"괜찮아, 다 너 먹여살리려고 이러는거야."
"누가 들으면 내가 자기한테 빌붙어사는 것 같겠다."
윤기가 말없이 날 꼭 끌어안았다. 하루간 모든 피로가 씻겨내려갔고, 편안해졌다
***
고2가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전성기라할 재밌는 학년, 2학년.
1학년때보단 학교와 친구들에거 더 적응했고 3학년보단 공부를 덜 해도 되는.
여전히 민윤기와 난,
"늦어!!!!"
"지금 나가!!!"
바쁜 등교도 함께하고
"종례 안해?"
"담임이 안와,"
하교도 함께하고
"주말인데 운동이나 가자,"
"싫어."
가끔은 핀트가 맞지않아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좋은 친구 사이다.
그리고 얼마전 학교에서 수학여행 공고문이 나왔다. 여행지는 제주도.
고등학교 가장 큰 일인만큼 반 친구들은 모두 신이 나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계획을 세웠다.
들뜬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길 민윤기에게 자랑을 했다.
"야,우리 수학여행 제주도로 간대."
"언제가는데?"
"다음주..수요일에. 좋겠지?"
"응 좋겠네."
"아,나 완전 기대돼. 갔다오면서 너 기념품도 사다줄게."
"...고맙네. 숙소도 호텔이야?"
"그렇다고는 하던데. 잘 모르겠어."
"그래, 잘 들어가고. 내일은 좀 안늦게 나와."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윤기가 먼저 나서며 손을 흔들었다. 뭐가 또 저리 급해.
-
"너 뭐해 여기서?"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려는데 계단에 민윤기가 멍하니 앉아있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냐고,"
"어?...아, 그냥. 집이 답답해서. 넌 어디가는데."
"나 쓰레기 버리러."
엘리베이터가 와 문을 닫으려는데 문사이로 민윤기가 달려왔다.
"야, 같이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내내 민윤기와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어색하게 아무 말 없이 내려가는 숫자만 바라보고있었다.
"야"
"야, 민윤기."
동시에 말을 꺼내자 민윤기가 어이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왜, 김탄소."
"너넨 수학여행 안간대? 왜 말이 없어?"
"..몰라, 아직 아무 말 안하던데. 넌 제주도 간다고 했지. 혹시 제주호텔이야?"
"니가 어떻게 알아? 나 말해준 적 없는데."
"아니, 전에 우리 가족...그..제주도 여행 갔을때, 갔던..호텔...이었을거야. 그래서. 뭐..여튼. 거기 좋다고. 뭐하냐 얼른 안내리고."
"....아." 민윤기는 분리수거통을 말없이 들고 묵묵히 분리수거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김탄소. 제주도 가면 말이야, 내 기념품 하나는 사올거지?"
"몰라." 아파트로 다시 들어가는데, 민윤기가 방향을 틀었다.
"들어가라."
"야, 민윤기. 넌 어디가는데?"
"피씨."
그럼 그렇지. 남자애들이 피씨방 죽돌이었고 민윤기도 그저 그런 남고딩이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을 뻔 했다.
-
"저희 대한항공 747편은 서울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가는 KAL편입니다 약 1시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승객여러분의 보다 편안한 여행과 안전한 비행이 될수잇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들뜬 마음에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댔다.
말을 이렇게나 애매하게 하니까 진짜 답답하다. 뭘 사가라는거야.
진짜 제대로 말안하면 감귤초콜릿한판이다 민윤기.
나름 수학여행 시즌이었던 만큼 전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제주도를 찾아 공항과 관광지들은 고등학생들로 붐볐다.
"야 내남친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온대."
"진짜?"
"응 혹시나 장소 겹치면 만날 것 같아"
다음 날,
마치 동네 앞마당처럼 이학교 저학교가 뒤엉킨 여행지에서 웬 남자아이들 무리를 만났다.
"저기, 혹시 어디서 왔어?"
어색한 서울말로 수줍게 말을 거는 그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어? 나?"
친구들이 뒤에서 오 김탄소 하며 자기네들끼리 히히덕거렸다.
"서울..."
"아, 저기 난 부산에서 왔고...전..정국이라고 하는데, 혹시 전화번호 좀..?"
어색하게 웃는 정국이라는 남자애가 폰을 내밀었다.
"어...어, 잠깐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하며 폰을 받아들었다.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에 전체적으로 미소년스러운 모습이 꽤나 잘생겨보였다.
톡톡톡 천천히 번호를 치고있는데 누가 내 팔을 거칠게 잡았다.
"탄소야, 지금 뭐해. 모르는 남자애랑"
"........윤기야."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내 팔을 꽉 쥐고 있던 윤기가 아파하는 내 표정을 보곤 슬쩍 팔을 놨다.
"얘 남친있어. 가."
윤기가 정국이라는 남자애의 폰을 나에게서 뺏어 그 애에게 내밀었다.
"넌 진짜..."
남자아이들 무리가 가고 표정이 누그러진 윤기가 날 내려다보다 자기네 친구들이 있는곳으로 금방 사라졌다.
난 그저 얼빠진 채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민윤기가 왜 여기에, 아니 그보다 그동안 날 속인거야? 아니 도대체 왜. 왜?
"탄소야...가자." 친구들이 나를 끌고 버스로 돌아갔다.
"야 너네도 알고 있었어? 민윤기네 학교도 제주도로 온다는거."
"아니 그게... 윤기가 너한테 절대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
숙소로 돌아온 후에 나름 재미있었지만 힘들었던 하루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친구들과 조잘조잘 떠들었다.
"야 너네 오늘 기대해라 얘가 오늘밤 완전 꿀잼 보장한단다."
친구 중 한명이 마악 숙소로 들어오며 으쓱해보였다.
"뭔데?" "손님 오실 예정이다."
"뭐? 손님?"
"그때 되어보면 알아"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친구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저녁점호까지 끝난 후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친구가 쏜쌀같이 달려나가 문을 열었고, 왠 남자아이들이 들어왔다.
양손에 먹을것들은 잔뜩 들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다가 정신을 차렸을땐 민윤기가 문을 닫으며 신발을 벗고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며 윤기를 보자 윤기가 슬쩍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야 너네 들키면 어쩌려고 이래?"
"야 김탄소, 안들켜. 그리고 들켜봤자 뭐 어쩌겠어? 딴방도 다 난리야. 상대 못구해서 난리라니깐."
순식간에 아이들이 모여 둥글게 둘러앉았고 민윤기가 웃으면서 내 옆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윤기야..."
"놀랬지,"
만족스러운듯이 웃은 윤기가 의기양양하게 날 바라보았다.
"왤케 애가 얼빠져있냐, 어?" 내 볼을 툭 치며 입동굴을 만들어 웃는 윤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그냥."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술이 오갔고 게임분위기가 슬슬 뜨거워졌다.
"진실게임하자 진실게임!!"
"이거 돌려서 걸린사람이 하기. 대답안하면 원샷."
과감하게 술을 건 채 진실게임의 질문과 답이 오갔다.
"야 어떻게 김탄소 너는 한번을안걸리냐,"
"운이 좋아서 그렇지."
병이 다시 데구르르 굴러갔고 주둥이가 민윤기를 향했다.
"여기 좋아하는 사람 있어?"
"오오 민윤기-"
방에 있던 남자, 여자 할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있어."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민윤기가 우리학교 애를 좋아해? 아니면, 혹시 민윤기..나
"와, 민윤기, 진짜? 우린아니지?"
남자애들 중 한명이 호들갑을떨어대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와하하 웃곤 다시 병이 데구르르 돌아갔다.
"어, 김탄소다."
진짜다. 진짜 나다.
"김탄소, 좋아하는 사람 있지, 여기에."
"....."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닫았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다고, 진짜. 진짜 모르겠다고, 좋아하는건지 이게.
"어 너 말 안해? 마실거야?"
옆방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큰소리가 났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나가! 다들 자기 숙소로 돌아가라, 지금 당장!!" 순간 방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야 선생아냐?"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며 술과 먹을거리를 단숨에 치우고 뛰어나갔다.
간발의 차로 나가지 못한 윤기가 어찌할 줄을 몰라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방 문을 두드렸다.
"야, 나 어떡해?" 울상이 된 윤기의 손을 잡고 방을 둘러보다 벽장속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좁은 벽장속에서 숨을 꽉 참은 채 마른 침을 삼켰다.
"다들 자라,"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참은 숨을 내쉬었다.
"너, 대답하고 나가."
벽장 문을 열려는 내 손목을 꽉 잡은 윤기의 목소리가 귓바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있어. 아마도"
벽장 속에서 윤기와 꼭 붙은 채 숨죽인 시간동안 확신할수 있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두근거리는 이 심장이 향한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걸.
"아마도라니? 그게 뭐냐."
실없게 웃은 윤기가 벽장 밖으로 나갔다.
"나 간다, 김탄소."
....윤기가 나가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많은 생각을 했다.
"야 김탄소 왜이렇게 얼빠져있어?"
벽장은 우리 생각보다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어..어 그게, 그러니까...내가 생각보다 민윤기를...많이 좋아하는것 같아."
-
[너네 엄마 그때 예뻤어] written by. 융기침강
5화 끝
6화에서 또 만나요!
♥독자님들 다들 사랑합니다♥
저번 화 분량이 적어서 이번에는 좀 많이 써오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네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로 많은 힘들 얻어요 감사합니다
다음화 얼른 또 써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