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o - Yume 고개를 들었을 때는 놀란 표정의 상혁이가 있었어.가게 앞 편의점에서 우유라도 사오고 나오던 길이었는지 너빚쟁 옆에는 방금 터진 우유곽이 길에 떨어져 있었어. "너 괜찮아? 왜 그래" 상혁이의 질문에도 너빚쟁은 너무 놀랐는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저 뒤에, 뒤에.라는 말만 반복했어상혁이가 고개를 빼고 너빚쟁 뒤를 보면서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그제서야 너빚쟁은 안심이 되서 다리에 힘이 풀렸어. 집으로 가는 길빚쟁이와 상혁이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꾹 다물고 걷고 있었어.아까 빚쟁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기겁했던 거에 대해서 한번쯤이라도 자세히 캐물어 볼 법도 한데상혁이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어. 다만 아직까지도 무서워하는 빚쟁이를 위해 한쪽 팔을 빚쟁이의 반대쪽 어깨에 놓고 걷고 있었어. "잘 들어가" 상혁이는 너빚쟁을 현관 앞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어.상혁이의 발자국 소리가 몇발자국 더 난 다음에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났어그리고 아파트는 조용해졌어 너빚쟁은 상혁이네 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갔어너빚쟁 집 앞 불이 꺼지자마자 아랫층에서 다시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어아랫층의 불은 그제서야 꺼졌어. 부모님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온 너빚쟁은침대를 끌어당겨서 깊숙하게 숨겨놓았던 상자를 꺼내들었어. 상자 안에는 비닐봉지와 신문지로 꽁꽁 싸매진 무언가가 들어있었어무언가를 어수룩하게 포장하고 있는 신문지는 꼭 3년전의 것이었어. 아무래도 최근에 자꾸 너빚쟁에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이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어 너빚쟁은 그 상자를 꼬옥 끌어안았어. 세게 끌어안으면 끌어안을수록 3년 전 어느 밤이 생각났어발자국 소리보다 무서웠던 그 날의 목소리들을 생각하면서 너빚쟁은 눈을 꾹 감았어. 아침이 밝고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사람은 집에 가고 야자할 사람은 야자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릴 때까지너빚쟁의 머리 속에는 가방 안에 조심스레 들어있는 상자 생각 밖에 없었어.집에 가거나 식당으로 반 친구들이 다 가버려서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어 버릴까? 말할까? 의자에 앉아 있는 너빚쟁은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고 그 안에 있는 상자를 오랫동안이나 매만졌어이 상자를 버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세상에 알려야 하는 건지 너빚쟁은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가 없었어 "너 뭐해?" 너빚쟁이 한참이나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상혁이가 옆에 와서 툭 쳤어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던 바람에 상혁이가 작게 툭 치는 힘에도 너빚쟁의 몸은 흔들거렸어그리고 너빚쟁 무릎에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져 상자를 토해냈어 "너 이거 뭐야?""줘!" 상혁이가 상자를 집어서 박스를 열려고 하니까 너빚쟁은 너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상자를 휙 뺏었어그렇지만 이미 반쯤 상자가 열려있던 상태라 안에 있던 게 바닥에 떨어졌어뭔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신문지 뭉치를 보면서 너빚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어 상혁이는 신문지 뭉치를 들어올리더니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어그 모습은 너빚쟁이 살면서 단 한번도 마음 속으로 그려본 적이 없는 장면이라너무 이질적이고 또 너무 두려웠어 "너 이거 뭐야...?" 신문지 마지막 장까지 벗겨낸 상혁이가 놀란 얼굴로 너빚쟁을 돌아보면서 말했어모든게 너무 무서웠던 너빚쟁은 그 때까지만 해도 덜덜 떨고 있다가 상혁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펑펑 울기 시작했어 상혁이 손에 들려있던 건 이제는 나무색으로 변해버린 피가 묻은 칼이었어 얼마나 울었을까. 벌써 식사를 다 마친 아이들이 있는지 복도 쪽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너빚쟁은 여전히 가만히 서서 펑펑 울고 있었고정신을 차리고 있던 상혁이가 신문지들과 가방을 챙겨서 빚쟁이를 데리고 교실을 나왔어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게 학교를 나와서 공원 벤치에 너빚쟁을 앉힌 상혁이는너빚쟁을 토닥이면서 너빚쟁이 울음을 멈출 때 까지 기다렸어 "너 이거 뭐야. 너 어디서 나쁜 짓 했어?" 너빚쟁의 울음이 점점 그칠 때 쯤 상혁이가 아까의 그 칼을 살짝 건드리면서 너빚쟁에게 물었어. 지금 솔직하게 말해. 괜찮아. 나는 네 편이니까. 너가 한거 아니지? 너빚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하기 싫었다는 표현보다는 할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어삼 년 전 너빚쟁은 누구보다도 못났고 겁쟁이었으니까그래서 저 보기도 싫은 칼이 손 안에 들어와있었던 거니까 너빚쟁이 계속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상혁이가 계속 다독였어.무슨 일인지 말해줘야 도와줄 수 있다고 너빚쟁은 간절해보이는 상혁이의 눈을 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빠졌어상혁이를 내가 믿어도 될까? 아니면 믿어서는 안되는 걸까? 한참을 퉁퉁 부은 눈으로 상혁이의 눈을 바라봤던 너빚쟁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건 3년 전 어느 가을 날 이었어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저녁 노란 우산을 어깨에 올린 중학교 3학년 너빚쟁이 골목을 들어서고 있었어 어느 날과 변함없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친구들과 떡볶이를 집어 먹던 손도친구들과 헤어지며 흔들던 손도비가 오는 날 마다 노란 우산을 잡았던 손도 모두 어제와 같았어 학교 갈 때도, 학원에 갈 때도 항상 걷던 골목길도 모두 똑같았어 그렇지만 이 날은 그렇지 않았어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왼쪽 골목으로 꺾은 순간 너빚쟁이 마주해야 했던 건이미 쓰러진 사람과 막 쓰러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쓰러뜨린 사람이었어. 비가 오는 흐리고 어두운 저녁이었지만옅게 드리운 가로등 아래로 너빚쟁은 똑똑히 볼 수 있었어바닥에 흥건하게 번지고 있는 피와 쓰러진 두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는 그 사람을 붉은 피가 바닥에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빚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어그 사람은 두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하나씩 가져다 대면서 숨을 쉬나 안쉬나 확인하는 듯 했어너빚쟁이 골목에 들어오기 전부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대보았다가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귀를 가까이 가져댄 그 사람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칼로 그 사람을 찔렀어 희미한 신음 소리가 다시 나고 그제서야 그 사람은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너무 놀라 가만히 뒷걸음질치고 있던 너빚쟁과 눈이 마주쳤어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던 그 사람은 손가락에 쥐고 있던 칼을 달깍이면서 너빚쟁에게 다가왔어후드 아래로 그림자 진 그 사람의 눈이 정확히 자신에게 향해있는 걸 느낀 너빚쟁은 겁에 질려서 달아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어 너빚쟁 손에 들려있던 노란 우산은 어느 샌가 바닥에 떨어서 혼자 비를 맞고 있었어 작고 통통한 너빚쟁 바로 앞에 와서야 그 사람은 걸음을 멈췄어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콧웃음을 치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어사방이 조용한 곳에서 겁에 질릴대로 질릴 너빚쟁의 온 신경은 그 사람에 가있었어 계속 너빚쟁을 노려보던 그 사람이 갑자기 너빚쟁의 목을 손으로 쥐었어막혀오는 숨에 너빚쟁은 근원적인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건 너빚쟁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이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죽음과 공포의 기운때문이었어 숨이 점점 막혀오는 걸 느끼면서 너빚쟁은 꼭 눈을 감았어 "야. 눈 떠 봐" 그게 처음으로 들은 그 사람의 목소리였어그 낯선 목소리에 너빚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어그리고 눈 바로 앞에는 아까의 그 날카로운 칼이 들이밀어졌어 공포감에 너빚쟁은 눈을 도로 감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어안됐다. 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가까이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신고지가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경찰들의 목소리에 그 사람은 칼을 내려놓았어 "너 운 좋다. 그리고 그 운은 너 다시 잡히기 전까진 줄 알아" 그 사람은 너빚쟁 손에 자신이 쥐고 있던 칼을 넘겨주고 사라졌어칼에 맞고 쓰러진 두 사람과 그 곳에 칼을 들고 서 있는 너빚쟁 너빚쟁도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사라진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어 우산을 다시 찾아 들 생각도 없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너빚쟁은 집으로 향했어너빚쟁의 노란 우산은 살 하나가 부러진째 어느 골목에나 있는 고장난 우산처럼 그렇게 전봇대 아래에서 비를 맞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빚쟁은 신문지로 그 칼을 돌돌 싸맸어그리고 안 쓰는 상자에 넣어서 침대 아래로 넣어버렸어 그 날 밤 너빚쟁은 이불을 뒤집은 채 한참을 흐느끼다가 잠에 들었어그리고 잠이 들면서 마지막에 생각난 건 때마침 너빚쟁을 구하러 와준사이렌 소리와 처음으로 들렸던 경찰의 목소리였어. 언젠가는 만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너빚쟁은 눈을 감았어 분량은 두 편 안팎이지만 도저히 어디서 끊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두개를 통째로!다음에 올라오는 10편은 3년전 빚쟁이와 상혁이가 처음 만나는 이야기가 있을 예정이예용! 사랑하는 독자님들 머리 터지지 마시라고? 떡밥? 힌트? 를 챱챱 투척하고 저는 이만...총총-33 @1편에서 원식이를 처음 본 빚쟁이가 한 말세상에. 무슨경찰이 저렇게 멋있어? 아니 경찰이라 멋있는건가? @1편에 나타난 상혁이와 빚쟁이의 관계1. 두 사람은 중학교 3학년 겨울에 같은 반으로 느닷없이 전학을 왔다2. 당시에 빚쟁이는 조금 통통했지만 상혁이의 도움으로 살을 뺄 수 있었다. 그리고 빚쟁이는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3. 당시에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했던 상혁이는 왠지 모르지만 너빚쟁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다4. 전학을 온 시점에(빚쟁이네 아파트에 이사를 온 시점에) 상혁이는 이미 혼자 살고 있었다 @빚쟁이가 항상 불안한 발자국 소리를 듣는 곳은 (혼자 걷는) (어두운) 골목길 @3편에서 발자국 소리를 듣는 너빚쟁을 원식이가 구해줬을 때"학생! 여기서 뭐해?"눈을 꾹 감고 체념하려던 그 순간 매일 밤 생각하면서 미소 지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어 @빚쟁이와 한상혁 두 사람 모두 SNS를 하지 않는다 (4편에서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두 사람) @5편에서 어디 갔다 오셨냐는 상혁이와 빚쟁이의 질문에 대한 원식이의 대답"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 내가 맨처음으로 발령받았던 데를 갔다왔거든. 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이리로 옮기기는 했지만." @4,5,6편에서 차학연 기자는 3년 전 사건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으며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빚쟁이와 상혁이가 3년 전 전학오기 전에 살았던 곳 @상혁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사를 오게 되었음(6편). 반면에 빚쟁이는 부모님 직장때문이라고 거짓말 @6편에서 상혁이와 빚쟁이가 보지 못한 뉴스 인터뷰"당시 연쇄 살인 사건을 맡으셨던김원식 형사를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김원식 형사님. 당시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네... 그 때 저는 막 경찰이 된 신입이었는데요..." @7편에서 빚쟁이가 꾸준히 경찰서로 원식이를 보러 가는 이유그렇지만 너빚쟁이 매일매일 경찰서로 아저씨를 찾아오는 이유는 이거뿐이었어.아저씨는 나의 구원이고 또 나는 아저씨를 좋아하니까. @상혁이의 꿈은 경찰관 사랑해요잉![암호닉]규야님이쁜아님별레오님조아님닭벼슬님판다님찌꾸님망고님코쟈니님투명인간님코알라님정수정님연애님옐로우님라바님재환이부인님햇님보송님양념게장님
Hallo - Yume
고개를 들었을 때는 놀란 표정의 상혁이가 있었어.
가게 앞 편의점에서 우유라도 사오고 나오던 길이었는지
너빚쟁 옆에는 방금 터진 우유곽이 길에 떨어져 있었어.
"너 괜찮아? 왜 그래"
상혁이의 질문에도 너빚쟁은 너무 놀랐는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저 뒤에, 뒤에.라는 말만 반복했어
상혁이가 고개를 빼고 너빚쟁 뒤를 보면서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그제서야 너빚쟁은 안심이 되서 다리에 힘이 풀렸어.
집으로 가는 길
빚쟁이와 상혁이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꾹 다물고 걷고 있었어.
아까 빚쟁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기겁했던 거에 대해서 한번쯤이라도 자세히 캐물어 볼 법도 한데
상혁이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어.
다만 아직까지도 무서워하는 빚쟁이를 위해 한쪽 팔을 빚쟁이의 반대쪽 어깨에 놓고 걷고 있었어.
"잘 들어가"
상혁이는 너빚쟁을 현관 앞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어.
상혁이의 발자국 소리가 몇발자국 더 난 다음에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아파트는 조용해졌어
너빚쟁은 상혁이네 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갔어
너빚쟁 집 앞 불이 꺼지자마자 아랫층에서 다시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어
아랫층의 불은 그제서야 꺼졌어.
부모님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온 너빚쟁은
침대를 끌어당겨서 깊숙하게 숨겨놓았던 상자를 꺼내들었어.
상자 안에는 비닐봉지와 신문지로 꽁꽁 싸매진 무언가가 들어있었어
무언가를 어수룩하게 포장하고 있는 신문지는 꼭 3년전의 것이었어.
아무래도 최근에 자꾸 너빚쟁에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이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어
너빚쟁은 그 상자를 꼬옥 끌어안았어.
세게 끌어안으면 끌어안을수록 3년 전 어느 밤이 생각났어
발자국 소리보다 무서웠던 그 날의 목소리들을 생각하면서 너빚쟁은 눈을 꾹 감았어.
아침이 밝고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사람은 집에 가고 야자할 사람은 야자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릴 때까지
너빚쟁의 머리 속에는 가방 안에 조심스레 들어있는 상자 생각 밖에 없었어.
집에 가거나 식당으로 반 친구들이 다 가버려서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어
버릴까? 말할까?
의자에 앉아 있는 너빚쟁은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고 그 안에 있는 상자를 오랫동안이나 매만졌어
이 상자를 버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세상에 알려야 하는 건지 너빚쟁은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가 없었어
"너 뭐해?"
너빚쟁이 한참이나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상혁이가 옆에 와서 툭 쳤어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던 바람에 상혁이가 작게 툭 치는 힘에도 너빚쟁의 몸은 흔들거렸어
그리고 너빚쟁 무릎에 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져 상자를 토해냈어
"너 이거 뭐야?"
"줘!"
상혁이가 상자를 집어서 박스를 열려고 하니까
너빚쟁은 너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상자를 휙 뺏었어
그렇지만 이미 반쯤 상자가 열려있던 상태라 안에 있던 게 바닥에 떨어졌어
뭔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신문지 뭉치를 보면서 너빚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어
상혁이는 신문지 뭉치를 들어올리더니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어
그 모습은 너빚쟁이 살면서 단 한번도 마음 속으로 그려본 적이 없는 장면이라
너무 이질적이고 또 너무 두려웠어
"너 이거 뭐야...?"
신문지 마지막 장까지 벗겨낸 상혁이가 놀란 얼굴로 너빚쟁을 돌아보면서 말했어
모든게 너무 무서웠던 너빚쟁은 그 때까지만 해도 덜덜 떨고 있다가
상혁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펑펑 울기 시작했어
상혁이 손에 들려있던 건 이제는 나무색으로 변해버린 피가 묻은 칼이었어
얼마나 울었을까.
벌써 식사를 다 마친 아이들이 있는지 복도 쪽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너빚쟁은 여전히 가만히 서서 펑펑 울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있던 상혁이가 신문지들과 가방을 챙겨서 빚쟁이를 데리고 교실을 나왔어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게 학교를 나와서 공원 벤치에 너빚쟁을 앉힌 상혁이는
너빚쟁을 토닥이면서 너빚쟁이 울음을 멈출 때 까지 기다렸어
"너 이거 뭐야. 너 어디서 나쁜 짓 했어?"
너빚쟁의 울음이 점점 그칠 때 쯤 상혁이가 아까의 그 칼을 살짝 건드리면서
너빚쟁에게 물었어. 지금 솔직하게 말해. 괜찮아. 나는 네 편이니까. 너가 한거 아니지?
너빚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하기 싫었다는 표현보다는 할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어
삼 년 전 너빚쟁은 누구보다도 못났고 겁쟁이었으니까
그래서 저 보기도 싫은 칼이 손 안에 들어와있었던 거니까
너빚쟁이 계속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상혁이가 계속 다독였어.
무슨 일인지 말해줘야 도와줄 수 있다고
너빚쟁은 간절해보이는 상혁이의 눈을 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빠졌어
상혁이를 내가 믿어도 될까? 아니면 믿어서는 안되는 걸까?
한참을 퉁퉁 부은 눈으로 상혁이의 눈을 바라봤던 너빚쟁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건 3년 전 어느 가을 날 이었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저녁
노란 우산을 어깨에 올린 중학교 3학년 너빚쟁이 골목을 들어서고 있었어
어느 날과 변함없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친구들과 떡볶이를 집어 먹던 손도
친구들과 헤어지며 흔들던 손도
비가 오는 날 마다 노란 우산을 잡았던 손도 모두 어제와 같았어
학교 갈 때도, 학원에 갈 때도 항상 걷던 골목길도 모두 똑같았어
그렇지만 이 날은 그렇지 않았어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왼쪽 골목으로 꺾은 순간 너빚쟁이 마주해야 했던 건
이미 쓰러진 사람과 막 쓰러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쓰러뜨린 사람이었어.
비가 오는 흐리고 어두운 저녁이었지만
옅게 드리운 가로등 아래로 너빚쟁은 똑똑히 볼 수 있었어
바닥에 흥건하게 번지고 있는 피와 쓰러진 두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는 그 사람을
붉은 피가 바닥에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빚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어
그 사람은 두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하나씩 가져다 대면서 숨을 쉬나 안쉬나 확인하는 듯 했어
너빚쟁이 골목에 들어오기 전부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의 얼굴에 손가락을 대보았다가
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귀를 가까이 가져댄 그 사람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칼로 그 사람을 찔렀어
희미한 신음 소리가 다시 나고 그제서야 그 사람은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너무 놀라 가만히 뒷걸음질치고 있던 너빚쟁과 눈이 마주쳤어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던 그 사람은 손가락에 쥐고 있던 칼을 달깍이면서 너빚쟁에게 다가왔어
후드 아래로 그림자 진 그 사람의 눈이 정확히 자신에게 향해있는 걸 느낀 너빚쟁은
겁에 질려서 달아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어
너빚쟁 손에 들려있던 노란 우산은 어느 샌가 바닥에 떨어서 혼자 비를 맞고 있었어
작고 통통한 너빚쟁 바로 앞에 와서야 그 사람은 걸음을 멈췄어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콧웃음을 치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어
사방이 조용한 곳에서 겁에 질릴대로 질릴 너빚쟁의 온 신경은 그 사람에 가있었어
계속 너빚쟁을 노려보던 그 사람이 갑자기 너빚쟁의 목을 손으로 쥐었어
막혀오는 숨에 너빚쟁은 근원적인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건 너빚쟁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이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죽음과 공포의 기운때문이었어
숨이 점점 막혀오는 걸 느끼면서 너빚쟁은 꼭 눈을 감았어
"야. 눈 떠 봐"
그게 처음으로 들은 그 사람의 목소리였어
그 낯선 목소리에 너빚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어
그리고 눈 바로 앞에는 아까의 그 날카로운 칼이 들이밀어졌어
공포감에 너빚쟁은 눈을 도로 감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어
안됐다. 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가까이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
신고지가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경찰들의 목소리에 그 사람은 칼을 내려놓았어
"너 운 좋다. 그리고 그 운은 너 다시 잡히기 전까진 줄 알아"
그 사람은 너빚쟁 손에 자신이 쥐고 있던 칼을 넘겨주고 사라졌어
칼에 맞고 쓰러진 두 사람과 그 곳에 칼을 들고 서 있는 너빚쟁
너빚쟁도 본능적으로 그 사람이 사라진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어
우산을 다시 찾아 들 생각도 없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너빚쟁은 집으로 향했어
너빚쟁의 노란 우산은 살 하나가 부러진째 어느 골목에나 있는 고장난 우산처럼 그렇게 전봇대 아래에서 비를 맞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빚쟁은 신문지로 그 칼을 돌돌 싸맸어
그리고 안 쓰는 상자에 넣어서 침대 아래로 넣어버렸어
그 날 밤 너빚쟁은 이불을 뒤집은 채 한참을 흐느끼다가 잠에 들었어
그리고 잠이 들면서 마지막에 생각난 건 때마침 너빚쟁을 구하러 와준
사이렌 소리와 처음으로 들렸던 경찰의 목소리였어.
언젠가는 만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너빚쟁은 눈을 감았어
분량은 두 편 안팎이지만 도저히 어디서 끊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두개를 통째로!
다음에 올라오는 10편은 3년전 빚쟁이와 상혁이가 처음 만나는 이야기가 있을 예정이예용!
사랑하는 독자님들 머리 터지지 마시라고? 떡밥? 힌트? 를 챱챱 투척하고 저는 이만...총총-33
@1편에서 원식이를 처음 본 빚쟁이가 한 말
세상에. 무슨경찰이 저렇게 멋있어? 아니 경찰이라 멋있는건가?
@1편에 나타난 상혁이와 빚쟁이의 관계
1. 두 사람은 중학교 3학년 겨울에 같은 반으로 느닷없이 전학을 왔다
2. 당시에 빚쟁이는 조금 통통했지만 상혁이의 도움으로 살을 뺄 수 있었다. 그리고 빚쟁이는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3. 당시에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했던 상혁이는 왠지 모르지만 너빚쟁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다
4. 전학을 온 시점에(빚쟁이네 아파트에 이사를 온 시점에) 상혁이는 이미 혼자 살고 있었다
@빚쟁이가 항상 불안한 발자국 소리를 듣는 곳은 (혼자 걷는) (어두운) 골목길
@3편에서 발자국 소리를 듣는 너빚쟁을 원식이가 구해줬을 때
"학생! 여기서 뭐해?"
눈을 꾹 감고 체념하려던 그 순간 매일 밤 생각하면서 미소 지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어
@빚쟁이와 한상혁 두 사람 모두 SNS를 하지 않는다 (4편에서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두 사람)
@5편에서 어디 갔다 오셨냐는 상혁이와 빚쟁이의 질문에 대한 원식이의 대답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 내가 맨처음으로 발령받았던 데를 갔다왔거든. 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이리로 옮기기는 했지만."
@4,5,6편에서 차학연 기자는 3년 전 사건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으며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빚쟁이와 상혁이가 3년 전 전학오기 전에 살았던 곳
@상혁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사를 오게 되었음(6편). 반면에 빚쟁이는 부모님 직장때문이라고 거짓말
@6편에서 상혁이와 빚쟁이가 보지 못한 뉴스 인터뷰
"당시 연쇄 살인 사건을 맡으셨던김원식 형사를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김원식 형사님. 당시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그 때 저는 막 경찰이 된 신입이었는데요..."
@7편에서 빚쟁이가 꾸준히 경찰서로 원식이를 보러 가는 이유
그렇지만 너빚쟁이 매일매일 경찰서로 아저씨를 찾아오는 이유는 이거뿐이었어.
아저씨는 나의 구원이고 또 나는 아저씨를 좋아하니까.
@상혁이의 꿈은 경찰관
사랑해요잉![암호닉]규야님이쁜아님별레오님조아님닭벼슬님판다님찌꾸님망고님코쟈니님투명인간님코알라님정수정님연애님옐로우님라바님재환이부인님햇님보송님양념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