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김석류어떻게 너는 애인이 있다고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감!!쪽 같이 속일 수가 있냐?"
"…하하하."
"그것도 저렇게 잘생기신.. 왜 이렇게 동안이신데? 설마 나이 속인 거 아니야? 에이 설마.. 나이 플러스해서 속이는 사람이 있겠나.."
"…네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사람이랑 만나는 애 이해 안 간다고 했었잖아. 욕먹을바엔 숨기고 연애해야겠다 싶어서 그랬지 뭐.."
"잘생겼음 그만이지 뭐! 아니 근데 어떻게 만나게 됐어? 어쩌다가? 왜? 누가 먼저 좋아했는데? 키스도 저분이 먼저 하셨나?"
"야."
"응!!"
콧구멍까지 벌렁이며 내게 묻는 예수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최근에 저렇게 흥미로운듯 콧구멍을 벌렁인 적이 있던가..
살짝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계속 어떻게 만나게 됐냐고 묻길래 그때를 떠올렸다.
"그냥.. 아저씨가 카페 사장인데."
"오오오! 사장이야!? 이야아아 크으으으!!와 완전 그거네! 커피프린스! 커피프린스로 오세요옹~"
"왜 이래 진짜 미쳤나봐."
"그래 말해봐. 나 지금 너무 흥분 돼."
"그러니까.. 내가 과제 하느라구 노트북 들고 그 카페에 자주 갔거든?"
아저씨와의 첫만남_
카페 오픈한지 얼마 안 됐다길래 과제도 할겸 노트북을 들고선 카페로 들어섰을 떈
카페에서 너무 좋은 냄새가 나서 1차로 충격을 먹고, 카페 사장 얼굴에 2차로 충격을 먹었다.
근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여자들 모두가 아저씨를 보며 평소에 잘 먹지도 않았을 커피를 몇잔씩 시키고 있었고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와서 대충 제일 비싼 커피를 시키고선 자리를 잡아 앉았다.
"진짜 잘생겼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힐끔 아저씨를 보게 되었고, 정말로 잘생긴 얼굴에 좋다가도 바로 진정하듯 표정을 굳혔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그냥 과제에나 집중하자. 애인도 있을 거야.
4시에 카페에 도착해서 벌써 9시가 되었다. 물론 커피는 제일 비싼걸로 해서 5번이나 시켜먹었다.
커피 하나로 카페 한곳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게 민폐인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억지로 커피를 시켜 마셨다.
카페에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가 나밖에 없었고.. 괜히 민망해서 빨리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내 앞으로 아저씨가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업.."
"다음에 올 땐 그냥 와서 해요. 뭐하러 다섯잔이나 시켜먹어요? 나도 이렇게는 못 마시는데."
"아."
"대학생이에요?"
"아, 네..!"
"과제?"
"네..!"
"천천히 해요. 마감 시간은 제 마음대로라."
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피잔들을 챙겨가는 아저씨를 보고.. 몇년만에 처음으로 남자에게 설레였다.
10시가 되어서야 모든 과제를 마칠 수 있었고, 정말 신기하게도 아저씨도 나와 맞춰서 마감을 한다고 했다.
노트북 가방을 챙겨서 아저씨와 같이 나오려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울상을 지으며 밖을 보니 아저씨가 말했다.
"우산 안 가져왔어요?"
"네.. 오늘 비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그러게요."
"택시타야겠네.. 돈 엄청 나올텐데."
너무 우울했다. 택시타고 집가면 7000원 정도 나올 거고.. 버스타면 1300원으로 집까지 30분이면 가는데.
비 온다고 거의 만원을 버려야 한다니. '감사했습니다..'하고 아저씨를 향해 웃어주면, 아저씨가 말한다.
"집 가는 거예요?"
"…네."
"집이 어딘데요?"
"우체국 앞이요.."
"어, 저 그쪽 지나야되는데. 데려다줄까요?"
"네에!?!?!?!?!??!"
"……!?"
"데려다주신다구요!?!? 아니요! 아니에요!! 절대 안 그러셔도 되는데! 비 그치면 그냥.."
우루르 쾅쾅! 요란하게도 치는 천둥소리에 와아악! 소리지르며 아저씨에게 달라붙자, 아저씨가 픽- 웃으며 날 보았다.
"비 더오겠는데."
나는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 한번 더 지겠습니다아.."
"친구한테 다 말한 거야? 그걸 다 기억해?"
"다 기억하죠! 아저씨는 설마 기억 못해요!?"
"뭐.. 그냥저냥 생각나지.. 친구가 뭐라 안 해?"
"오히려 아저씨 찬양하던데..가 문제가 아니라! 기억 안 나냐구요!!"
내 말에 그가 모르는 것 마냥 나를 바라보길래 허얼! 하고 소리쳤더니 그가 웃었다.
설마 모르는 거 아니겠지? 먼저 고백해놓고! 설마..!
"너무해요 진짜.. 기억도 못한다니. 설마 첫만남 장소가 아저씨 카페인 것도 까먹은 거 아니죠?"
"설마."
"설마!!"
"그날에 너 위에 남색 후드티에 검은 츄리닝바지 입고있었잖아. 앞머리는 좀 짧게 있었고."
"그리고?"
"더 자세하게 설명해줘?"
"응!"
"싫어할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당장 말해줘요!!"
"앞머리 자른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신경쓰여서 계속 앞머리를 만졌고? 그러다보니 앞머리가 떡이 져서
결국 나중에는 옆으로 넘겼었지. 중간에 손거울 몇번 확인했었지."
"헐!?"
"더 말해줄까? 중간에 음뫄 음뫄 하면서 틴트 바ㄹ.."
"그만!!!"
"거봐 내가 싫어할 것 같다고 했잖아."
"아아아!!"
그가 여전히 날 놀리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앞니에..'라고 하기에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제서야 웃는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무 디테일하잖아요!' 이 말에 또 장난치며 정색을 하고선 내 손목을 잡아 치우고선 말한다.
"진짜 내가 모르는줄 아는 것 같아서 억울하잖아."
"됐거든요. 아니 어떻게 디테일하게 알아요?"
"내가 너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증거."
"이야.. 아저씨이이.. 대견한데 조금 얄밉네."
"얄밉다면서 손은 왜 잡고있는데? 이놈에 입은 매일 거짓말이네."
"사랑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만?"
"사랑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네!"
"그럼 우리 키스 못하겠네?"
"…아니죠 그건 아니죠!"
"사랑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며."
"아 진짜 아저씨.. 아 어디가요!"
"여자 집 데려다주러~"
"여자 누구요!!!!"
"너."
그가 차키를 챙겨 손을 뻗기에 생글 웃으며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내가 또 까치발을 들고 입술을 내밀면 그는 군말 없이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다.
"어 언니."
- 야 우리 동네에 대학생 돼 보이는 여자애가 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랑 연애한다더라?
"그래? 원조교제같은 건가.."
- 그러니까! 옆집 할머니가 보고 말해줬어.. 여자는 뒷모습밖에 못봤다고.. 근데 도둑놈 아니냐 솔직히?
"인정.."
- 언제오냐?
"가는중."
- 남친이 데려다준다냐?
"야쓰."
- 나쁜년.. 남자친구 얼굴 한 번도 안 보여주고.. 나는 친구 만나러 나왔다.
"나중에.. 나중에 보여줄게 오케이! 올때 맛있는 거."
- 미친년.
그와 잡고있는 손을 뺴내어 언니와의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그가 손을 놓아주지않고 힘을 주기에 힐끔 그를 보았다.
혹시나 언니가 전화를 안 끊었나 싶어서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면 이미 끊은 상태였고 나는 그제서야 안심하듯 입을 열었다.
"뭐예요오..."
"이제 곧 내리니까, 계속 잡고있으려고."
"매일 보면서.."
"석류씨는 매일 봐서 제가 지겨운가봐요?"
"왜 말이 그렇게 돼요~?"
"그렇게 들리는 것 같지만 제가 좋아하니까 참을게요."
"아아 아저씨 진짜!"
"농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를 세웠고, 우린 항상 내리기 전에 내리지도 않고 서로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듯 가만히 앉아있는다.
그러다 내가 먼저 꼭 잡은 손을 흔들며 말한다.
"저 내릴게요!"
"네에. 내일 데릴러갈까?"
"아저씨 요즘 일 너무 안 하는 거 아니에요?"
"너 먹여살릴 돈은 아직 충분히 있는데.{"
"역시 돈있는 사람들은.."
"왜 뒷말은 안 해?"
"푸흐.. 갈게요."
"전화 해."
"응, 갈게용."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갤 돌려 바로 손을 흔드니 그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집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석류야.'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그가 차에 내려서는 차에 기대어 나를 바라본다.
"왜요? 나 뭐 놓고 내렸나?"
"놓고 내린 게 아니라, 깜빡한 게 있는 것 같아서."
"아.."
"……."
급히 달려가 그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추자 내 뒷목을 감싸 키스를 하기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입술을 떼어내고선 나는 민망해서 베시시 웃었고, 그는 민망하지도 않은지 따라 베시시 웃으며 내 입술에 또 짧게 입을 맞춘다.
"…언니!"
그러다 갑자기 옆에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 급히 돌아보면.. 언니가 옆집 할머니와 서서 입을 벌린채 나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할머니가 그를 손짓하며 말한다.
"내가 그때 본 양반이 저 양반이여! 저 여자가 석류였단 말이여!?!?"
"김석류.. 아저씨랑 만난다는 사람이 너였어!?!?"
나는 급히 그에게 '언니예요!'라 말했고, 그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바로 언니에게 인사를 건낸다.
"…아, 안녕하세요."
"아니 잠깐만.. 할머니.. 아저씨가 아니잖아요.."
언니가 할머니에게 아저씨가 아니라하자, 할머니는 뻘쭘한듯 나를 바라보았고
언니는 곧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오오.. 오오오오!!! 오오오!"
"…..?"
"…핸섬하시다 야! 내가 나이 맞춰볼게요!! 연상은 분명하고!! 음.. 스물여덟!?!? 아홉!?!?"
"어..음..그게.."
이 뻘쭘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데.. 그가 당황한듯 헛기침을 하고선 말한다.
"…서른일곱입니다."
언니는 놀란듯 나를 바라보았고.. 표정은 또 그랬다. 아저씨랑 사귄다는 애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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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너무 아파서 ㅠㅠ길게 못 썼어요.. 하... 여러분굳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