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맞은편에서 부담스럽게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장기용에 나는 더 떨려오는 손을 진정시키듯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내뱉었다.
그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데.. 나를 유독 더 싫어하고, 괴롭혔던 여자애가 말했다.
"남자친구는 있어?"
"……."
"예뻐졌으니까 생겼겠다 그치?"
"어…."
"진짜? 직업이 뭔데?"
직업이 뭐냐며 비웃듯 묻기에 나는 또 거짓말을 하고만다.
"의사."
"의사?? 야 좋겠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나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거짓말중엔 절대 선의의 거짓말이 없다고 했다.
"……."
또 나를 바라보는 장기용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너는 오늘도 참 애매하구나.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나는 결국 또 거짓말을 한다.
"나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집에 가봐야 될 것 같은데."
"아, 어어 가봐! 그 전에 번호 좀 주고갈래? 우리 단톡방에 초대해줄게."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거절을 못 하는 나는 남자애에게 내 번호를 주고말았다.
도망치듯 호프집에서 나온 난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쉬었다.
그러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김석류."
"……."
"… 잘 지냈어?"
"…어? 어.. 잘지냈어."
"…다행이네 잘 지냈다니."
"……."
"집이 어디야?"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그럼 내가 데려다줘도 될까?"
"…네가 왜?"
"그냥 데려다주고 싶어서."
"……."
"아, 아무래도.. 애인 있는데 내가 데려다주면 그림이 좀 이상하겠지?"
"…아니."
"…어?"
"네 맘대로.. 해."
한편 호프집 안에선 기용이 석류를 따라 나가자 애들은 어이없다는듯 기용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여자가 말한다.
"오자마자 혹시 김석류도 왔냐고 두리번 거리더니.. 설마 쟤 아직도 김석류 좋아하냐?"
"뭐 지금 모습이면 좋아해도 인정인데.. 예전에 김석류 모습은 절대 누가 좋아할만한 얼굴이 아니었는데?
그냥 장난으로 한 소리겠지! 기용이가 김석류를 왜 좋아하냐? 직접 좋아한다고 한 적도 없잖아."
"그런가.. 고딩때 행동이 백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근데 쟤 백퍼 쟤 성형했지? 다이어트만 했다고 얼굴이 저렇게 바뀐다고? 말도 안 돼.. 성형도 어쩜 저렇게 자연스럽게 됐어?"
"지금 예쁘면 장땡이지. 아.. 따로 연락해서 내 사랑을 표현해볼까~!"
"미친놈.. 김석류 제일 많이 괴롭혔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땐 어렸잖아~ 10년전인데 뭐."
말없이 기용이와 한참을 걸었다. 뭐가 이렇게 어색한지.. 집 앞에 도착해서야 우뚝 멈춰서자 기용이도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집 다 왔어."
"아.. 그래? 되게 가깝네."
"응."
"흐리멍텅한 말투는 여전하네."
"……."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왜 나한테 말도 없이 전학갔어? 난 우리가 많이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
"아무리 찾아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더라. 나 너 때문에 수능도 제대로 못친 거 알아?
말이라도 좀 하고 가지.. 마지막 인사라도 하게."
"왜?"
"어?"
"너도 날 싫어했잖아. 나 가지고 놀려고 했잖아.. 내가 더러웠잖아. 근데 왜..?"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가지고 놀려고 했다니."
"너도 결국엔.. 네 무리들이랑 같은 생각이었잖아. 나한테 잘해주는 척 했다가 나중엔 나한테 더 심한짓 하려고 했잖아.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해보려고 더 친절하게 대해줬던 거잖아..! 근데 왜 아직도.. 이렇게 친절한 척 해?
내가 예뻐져서? 그래서 어떻게 더 해보고 싶어서?"
"김석류."
"……."
"그게 무슨 소린데.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하다니?"
"…그때 애들이 말하는 거 다 들었어. 너는 계속 나 우스웠겠다.. 잘해준다고 또 좋다고 헤벌레 웃고만 있었으니까."
"너는."
"……"
"싫어하는 사람한테 하루에 돈 만원 써가면서 괴롭히냐?"
"……."
"어느 누가 싫어하는 사람이 전학갔다고 해서 집까지 찾아가보냐? 전화해보니 번호는 바뀌었다고 하지..
집 찾아가보니 벌써 이사갔다고 하지. 나 몇달을 쌤 붙잡고 네 소식만 들으려고 했어."
"……."
"좋아했단 말도 못 하고 헤어진 것도 억울한데.
나중에 우연이라도 만나게 되면 웃으며 인사 할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너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냐."
"…왜 그렇게까지 날 찾았는데?"
"좋아했으니까."
"……."
"6월이었을 거야. 4교시때 체육시간에 사물함 열었는데 네 체육복 위에 거 없어서 찾으러 다녔었지?
근데 교실 와서 다시 사물함 열어봤을 때 큰 체육복 있었잖아. 그거 내 거였는데 몰랐지?
네가 혼나는 게 싫어서 내 체육복 주고, 나는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두바퀴 돌았어."
"……."
"그리고 너 2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당번이었잖아. 왔을 때 분필도 다 차있었고. 청소할 것도 없었지?
그것도 내가 너보다 먼저 학교 와서 다 청소해놓은 거야."
"…어?"
"아침에, 점심에, 학교 끝날 시간에 사물함 열면 항상 빵이랑 음료수 있었지. 그것도 내가 나 사 먹을 거 아끼면서 너 사준 거야."
"그게 너였어?.."
"어."
"……."
"이렇게까지 지극정성으로 좋아한 사람한테.. 가지고 놀다니."
"내가.. 왜 좋은데? 나같은 돼지를 왜?"
"내가 널 좋아하는데 어째서 이유가 필요한데?"
"…나는 돼지고.. 오크였으니까."
"네가 아니면 됐고, 내가 아니면 된 거잖아."
"……."
"너 그럼 10년동안 나 엄청 미워했겠네."
"……."
"애인있는 애한테 지금와서 좋아했었다고 고백하는 것도 웃기네."
"……"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을 했네.. 옛날 얘기일 뿐인데..
집에 일 있다며 얼른 들어가봐."
얼른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10년 전에도 너만 믿었고, 이번에도 또 널 믿게 되었다.
내가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나는 너를 10년간 오해를 하고 있었고. 이제서야 나는 너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첫사랑을 나는 아직도 좋아하고 있었다.
'갈게' 작은 목소리로 뒤돌아 걷는 장기용을 불렀다.
"장기용!"
"……."
"10년동안 너 미워한 적 없었어, 미워하려고 해도 자꾸 그리웠으니까…"
"……"
"그리고! 나 애인 없어.. 거짓말이야!"
"…그래?"
"……."
"아, 그리고 너 안 예뻐졌어. 예전이 더 예뻣지."
"…어?"
"우웩 별로야."
"……."
"간다."
간다며 뒤돌아 걸으며 손을 설렁설렁 흔드는 장기용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
10년 전_
고3.. 전학오자마자 나는 애들에게 따돌림이나 받는 왕따가 되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못생겼단 이유로 말이다.
나를 괴롭히는 무리중에선 키도 크고 잘생긴 장기용이란 애가 있었다.
그 애는 애들이 나를 괴롭힐 때마다 중간에서 말리곤 했다.
"그만 좀 해라, 지겹지도 않냐?"
그 말에 애들은 장기용이 없을 때만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기용이가 너 불쌍해서 편들어주는 거야' ' 돼지같은 년..' 이런 말들을 들으며 지내던 나는 여전히 점심도 안 먹고 교실에 혼자 있었을까.
조용한 교실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으니..
"……."
"밥 안 먹어?"
"……."
"오늘 완전 맛있는 급식 나오는 날인데.."
"……."
"안 먹으면 후회할텐데??"
"…응."
"너 점심 안 먹고 저녁에 와장창 먹으면 살 두배로 쪄!"
"……."
"아, 그.. 어.. 그게.. 아, 미안!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그냥.. 한 말인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미안하다며 두손을 모아 사과하는 장기용에 나는 결국 웃음이 나와버렸다.
생긴 거랑은 다르게 착하고 순진한 녀석에 웃음이 나온 것이었다.
"와 너 웃으니까 한예슬인데?"
"어..!?"
"진짜야 맨날 입술 삐~죽 내밀고 우중충하게 먹구름만 달고 살던 애가 웃으니까 완전 예쁜데?"
"…장난치지 마."
"진짜 한예슬 닮았는데? 나 앞으로 너 한예슬이라 불러야겠다!!"
"…하지 마!"
"한예슬! 밥 같이 먹을래? 먹자! 먹자! 응?"
결국 나는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장기용은 일어나라는듯 손을 건내주었고 난 그 손을 잡지않고 일어나 장기용을 지나쳤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침 당번인 나는 아침 일찍 나와서 청소를 하려했고, 쌤이 아끼는 도자기가 깨져있었다.
분명 어제 학교 끝났을 때는 멀쩡했던 도자기가 왜 깨져있는 걸까.. 10년간 깨진 적 없던 도자기를 교실에 두겠다던 쌤의 표정이 떠올랐다.
"이 도자기 누가 깼어!!"
"썜 석류가 하는 거 제가 봤습니다~!"
"저도 봤습니다 쌤!"
"저도 봤어요!"
나는 꺤 적이 없지만 저 무리들은 또 나를 저격했다. 부정하면 죽는다는듯 내게 입모양으로 욕하는 애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예상치도 못한 기용이의 말에 난 눈물이 고인채 기용이를 보았다.
"제가 꺴습니다."
"네가 깼다고..?"
"죄송합니다.."
며칠을 장기용과 밥을 같이 먹었고. 5개월간 학교가 끝나면 같이 집을 가기도 하고, 점심도 가끔 같이 먹었다.
애들은 장기용이 없을 때만 나를 심하게 괴롭혔으며.. 장기용이 내 옆에 있을 땐 뒤에서 욕만 하기 바빴다.
"뭐해 한예슬!?"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나 소설책 읽어.."
"소설책? 나도 읽어볼래! 재밌어 이거?"
"너는 싫어할텐데.. 유치하고 쓸데없이 오글거리는.."
"나 유치하고 쓸데없이 오글거리는 거 좋아해. 맨날 찾아서 봐."
"…정말?"
"이거 다 보면 나도 빌려주라! 아, 맞다! 오늘 끝나고 서점 같이 갈래? 이제 좀 책을 읽어봐야겠어."
"…서점?"
"표정이 왜 그래? 완전 이상하게 쳐다보네."
"아니..!"
학교가 끝나면 장기용과 창문을 같이 닦기도 했고, 교실 바닥을 쓸기도 했다. 그렇게 너와의 추억이 한참 쌓여가고 있었을까..
어느 날.. 매점에서 기용이와 먹을 과자들을 사들고 교실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교실 안에선 기용이와 같이 다니는 여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기용 걔는 언제까지 갖고 놀려는 거야? 근데 난 기용이 멘탈도 쩐다고 생각해.. 어떻게 저런 돼지랑 같이 어울릴 생각을 하냐?
무슨 짓 하려한다해도 더러워서 못할 것 같아."
"그러게 김석류 걔도 참 등신같지? 기용이같이 완벽한 애가 지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일부러 연기하는지도 모르고 좋아서 침까지 흘리면서 좋아하고 푸흡..! 기용이 연기 진짜 잘해 그치!"
그 말을 듣고선 나는 제자리에 멈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어깨를 잡는 누군가에 의해 고개를 들었을까.. 장기용이 나를 내려다 보기에 나는 급히 도망쳤다.
학교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교실 문을 연 나는 내 책상 앞에 서서 걸레로 책상을 지우는 장기용을 보았다.
'기용 ♥ 석류.' '석류 돼지가 기용이 좋아한다.' '걸레같은 년.'
기분이 많이 나쁜지 이를 악물며 책상을 지우는 장기용이 밉고, 무서웠다.
"……."
기용은 석류가 5교시가 끝나고 들어오지않자 걱정이 되는지 6교시를 빼먹고 석류를 찾아 해맸다.
결국 찾지도 못한채 학교가 끝나고나서야 교실에 온 기용은 석류의 책상에 쓰여진 욕들을 보며 말했다.
"아, 진짜 하지 말라니까.. 이 새끼들이."
혹시라도 석류가 와서 보면 상처받을까봐.. 자신과 엮이는 걸 보면 기분나빠할까봐 얼른 지우려고 했던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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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명... 날라가기 전에는 내용이 더 많고 대사도 좋았는데
완전 똥 됐어요 ㅠ_ㅠ 짜중나 짜중나!!!!!!!!!!!!!!!!!!
여러분 1시반쯤에 재욱님 편에서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