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섭외전화
또라이의 정석
이라 쓰고
집착이라 읽는다.
BGM :: 가인 - 진실 혹은 대담
네, 안녕하세요 섭외 문제로 전화드렸습니다. 케이블 채널 J 작가구요.
저희 방송국에서 이번에 시즌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하는데, 아. 네.
그 멤버 말고 다른 멤버는, 아 네…. 저희 촬영 날짜가 이렇게, 네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PD님 저 민작가인데요. 네. 아니요, 안될 것 같아요.
그쪽에서 스케쥴이 겹친다고. 네. 혹시 몰라서 기획안도 보내드렸어요.
긍정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했구요.
내일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하루는 개뿔.
"어, 민작가! 이번에 새 프로그램 들어간다며!"
어떻게 알았지.
"요즘 방송국 사정이 영 안좋잖아. 니가 이해해."
언제까지?
"그 프로그램을 흘리듯- 보내야 조피디도 마음놓고 방송국을 떠나지."
조피디.. 조PD..
"그럼, 좋은 하루!"
it's 조pd time once again I'm back again yo once again..
이게 아니라.
면접장 들어가서 나는 미래의 언론인이 되겠다. 당당하게 소리치며 신문방송학과에 합격한 건 예전의 일.
언론고시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PD의 꿈을 포기하고
그나마 잘하던 글솜씨를 살려 작가의 길을 선택해 꿈에 그리던 방송국에 들어왔다.
생각에도 없던 패션 전문 케이블 채널이라도 감지덕지지.
취업난에 이렇게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가 쉽나.
나는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스스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환호하는 그 망할 모스키노도 잆을 수 있다.
2014 f/w 정도면 시도해볼 만 하다. 밥 앞에서 장사 없지 뭐.
(2014 F/W MOSCHINO collection)
그래도 15년 크리스토퍼 케인은 좀 곤란해.
만약 그걸 시킨다면 아마 정말로 진지하게 사표를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가슴을 다 내놓고 입는 시스루가 어디 있어.
물론 나야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패션세계지만.
런던 패션위크에서 입을 수 없는 옷으로 선정되었다니까 뭐..
우리 방송국의 안목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길 바란다.
(2015 S/S Christopher Kane collection)
그런 내가 방송국 안의 정치질에 휘말려 이렇게, '조PD 쫓아내기'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니.
2주 전까지만 해도 예쁜 한국어 놔두고 매니쉬니 심플이니 아트니.
소위 말하는 '보그체'에 중독된 MC와 제작진이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잘만 일하고 있었다.
입사 후 첫 미팅에서 얼굴이 민무늬라 뭘 해도 잘 어울리겠다고 말씀하신 PD님 덕분에 방송국 내에서 민PD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만.
그야 걸림돌이 될 일은 아니었다.
나는 내 이름이 지극히 평범해 오히려 기억에 남는 이름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 방송에는 신입 작가가 투입되고 나는 정치질에 휘말렸다.
여기서 내가 잘못 하면 금방 백수 신세가 된다는 소리.
방송국의 실권력을 꽉 잡고 있는 PD님이 한 분 계신데, 전피디님.
조피디님은 대체로 느긋한데 반해 뽑아내는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좋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나도 전에 프로그램에 있을때에 저런 프로그램이라면 한번쯤 자부심을 갖고 참가할 만 하겠다고 생각했었으니.
전피디님은 그런 조피디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둘의 스타일은 너무 제각각인데다가, 노력형+닦달형인 전피디님에 비해 느긋형인 조피디님이 사장님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그래도 실권력은 전피디님이다.
악바리 근성으로 닦아온 길에는 무서우리만큼 많은 인맥들이 즐비해 있으니.
고등학생 신분의 나는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정치? 그거 나랑 아무~ 상관 없어!
나는 투표권도 없고! 다 먼 나라의 이야기지!
그리고 대학생 신분의 난 그렇게 말했다.
투표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더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야.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나보다. 국민은 세금이고.
그런 내가 정치판에 뛰어든다.
채널 J의 정치판.
그 흥망성쇄가 얼굴이 민무늬인 나, 민PD에게 달려있다고.
"피디님. 이해하세요? 이번 프로그램 잘 못하시면 피디님 잘리신다구요.."
"그러지 뭐."
"아 진짜 피디님!"
"별 수 있나. 잘 하는 방법이 없는데."
천재라면서. 천재라고 했으면서!
분명 지나가는 제작진들은 모두, 피디님은 안 그렇게 생겨서(?) 성실하고 천재성이 있어
프로그램은 기똥차게 해낼거라 위로를 하고 갔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제작 회의에서 피디님은 테이블에 누워 이렇다 할 의견조차 내지 않고 있다.
나한테 왜 이래요 다들..
"피디님 그렇게 눕지 마세요!"
"에이 왜 이렇게 야박해 사람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 될 것 같은 건 사실이다.
그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PD부터 저 모냥이면 어쩌냔 말이야.
누가 천재라고 했어. 그냥 천부적 재수탱이구만.
“그럼 너가 걔 데려올 거야?”
누워만 있던 PD님은 내 계획을 들어보다 한소리를 툭, 던진다.
누구요? 희망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드디어 이 사람의 천재성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
“카이. 걔 쩔던데.”
시팔 진짜.
카이가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카이라 함은 올해로 데뷔 5년차에 접어드는 엔터테이너다.
본래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긴 했었다만,
그 빼어난 댄스실력과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로잡아버리는 마성의 매력 덕분에 지금 사방에서 러브콜을 받는 그런.
방송국 관계자에겐 시청률 보증수표지만, 돈 덩이로 불리는.
게다가 예능 출연은 소속사에서 족족 거절하고 있어서 그 희소가치가 어마어마한 존재다.
그런 사람이 방송에 출연해주면 감사합니다지.
“근데 우리 리얼리티잖아? 그럼 안 나올 텐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OFF THE RECORD 후로 계속해서 나왔던 스타의 리얼리티는 트렌드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왔다.
특히 아이돌그룹이 나오는, 그것도 평소 스타일링이 좋기로 유명한 아이돌이 나오면 그 리얼리티는 입소문을 타고 제작진을 기쁨에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생활을 밀착하여 촬영하는 리얼리티의 특성답게 섭외가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번번한 섭외거절은 그 특성보단 조PD라는 이름 때문이 더 클 것 같지만. 알고 계실까, 본인은.
당장 달려가서 당신이 필요해요. 하고 싶지만 정확한 스케줄조차 불분명하다.
최근 콘서트 투어를 하고 휴식기를 갖고 있다는 소속사의 공식 입장이 뜨기도 했는데.
그 휴식을 어디서, 누구와 보내는지는 미지수.
결론은 소속사에 직접 전화를 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단 소리다.
허나 그 소속사 관계자들은 리얼리티에 한이라도 맺혔는지, 리얼리티의 ‘ㄹ’자만 꺼내도 전화를 끊어버린다.
을이 기어야지 뭐….
이럴 때 하늘에서 카이라도 내려줬으면 좋겠다.
“전화해볼래?” 문득 PD님이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핸드폰을 내민다.
누구와? 어떤 사람과? 소속사 사람이라면 아까 전에도 했었다.
그렇다는 건.
“카이랑 친해요?”
“응.”
맙소사.
***
연예인 집이다. 내가 연예인 집에 와 있어!
전화를 걸자마자 다짜고짜 이쪽으로 올래요? 하던 패기에 눌려 나는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의 집에 와 있다.
돈을 많이 벌기는 했지. 넓은 내부에 곳곳에 걸린 본인의 사진.
그리고 연출인지 모를, TV에 나오는 본인의 무대까지.
어느 하나 연예인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나는 어디에 앉아야하나. 벨을 누르니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집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저기요? 소심하게 불러봐도 답은 없다. 어디선가 물소리만……. 물? 물소리?
“아, 오셨네요?”
세상에.
고백하건데 나는 남성의 반라노출에 예민하다.
“더워요? 얼굴이 엄청 빨개요.”
이유는 없다. 특히 근육이 적당히 붙은 몸이라면 더더욱.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면서도 굳은 나를 쳐다본다.
아니, 인간적으로.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방금 샤워하고 나왔다면 부끄러워하는 게 정상 아닐까.
도대체 이 사람은 뭐야.
“부끄러워요?”
그걸 즐기는 건 또 뭐야.
대충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설명을 하는 내내 ‘제발 당신이 출연해줘야 합니다.’라는 마음을 담아 해는데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혼자 사는 특성상 넓을 필요가 없는 테이블에 둘이 앉아 이야기를 하려니 민망하긴 했다.
마치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구몬선생님이 된 것 마냥 하나씩 짚어가며 설명을 하니까 더더욱.
게다가 눈빛은 얼마나 지긋한지 사람들이 왜 반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내 이상형은 한석규 같은 중년의 느낌이 물씬 흐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애송이,
“볼에 먼지 붙었어요.”
으악.
“놀랐어요?”
놀라다마다.
아니요, 단호하게 답했지만 이미 목소리에서 들통이 났다.
왜 이렇게 가까이 오는 건데.
콧김까지 느껴질 거리에서, 급작스러운 터치는 진짜 아니다.
나 여기 왜 왔더라.
우리 프로그램 이야기나 할까요.
하하 웃으며 이야기를 끌어나갔지만 이미 남자의 눈은 내 눈에 꽂힌 지 오래다.
이런 거 아니잖아. 우리 지금 처음 만났잖아. 그리고 나 하나도 안 예쁘잖아.
“눈이 되게 예쁘시네요.”
이런 작업멘트 옳지 않고.
“프로그램 하면, 우리 계속 봐요?”
이런 멘트는 더더욱 옳지 않다.
애초에 정치형 프로그램이면 그냥 할 예정이었어요.
얼마 전에 같이 통화하기도 했고. 근데 이번에 같이 하는 작가님이 되게 초짜라고 해서, 나는 이 대목에서 카이의 말을 잘랐다.
초짜 아니거든요!
버럭 소리를 질렀는데 대답하는 것은 넓은 집이 주는 메아리뿐.
카이라고 부르지 말고 종인이라고 부르라며,
얼마나 나를 우습게 여겼으면 눈에 고인 눈물까지 닦으며 배를 잡고 껄껄 웃은 김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스피드에 맞추지 못해 아직 의자에 앉은 나를 잡아 단번에 일으킨 김종인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까지 잡아당겨 악수까지 한다.
잘 부탁한다나.
지금 세상 모두가 나를 엿 먹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내가 잘할게 이제.
"콩알탄.. 오라이 스핀오프가.. 또..이떠????"
응. 또 이떠.
이게 마지막이야.
외로운 정치판에서 조PD(조정치)를 업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민작가!! (민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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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슈스 '카이' but 또라이 기질 다분 + 집착의 대명사
카이의 리얼리티 TV 'KAI MANUAL' 과 그들의 행쇼를 위한 난투극(?)
불편한 섭외전화, 그 시작입니다!
오랜만이에요! (6일만 ㅜㅜ) 곧 메디컬코트도 들고와야징..흐흐 사룽!♡
암호닉은 작품별로 따로 받습니다!
$ $ 안에 넣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