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섭외전화
또라이의 정석
이라 쓰고
집착이라 읽는다.
BGM :: 블락비 - HER
우리 프로그램의 주축이 김종인, 아니 카이로 결정된 그 순간부터 제작진 모두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PD님만 빼면.
회의실 구석에서 매일같이 노트북만 두드리시는데 또 할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군말 없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만 나름 메인작가인 나는 속이 터질 지경이다.
방송국에서 정분나기 제일 쉬운 직업이 PD랑 작가다.
다큐멘터리나 이런 밀착형 예능같은 경우는 메인작가와 PD가 일과를 거의 함께 보내며 프로그램에 열을 쏟아내야한다.
그런데 우리 조PD는.
“날씨가 참 좋지?”
하하. 시발.
“PD님, 오늘 카이 오는 건 아세요?”
“걔가 여길 왜 와?”
“회의 해야죠….” 나는 조금 포기하고 싶어졌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KAI MANUAL’이라고 결정됐다.
기획 의도를 작성하는 것은 내가 맡았다.
도저히 저 사람은 이 일에 있어 의욕을 보이려하지 않는 것 같다.
슈퍼스타 카이의 사용 매뉴얼이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소주제까지 곁들인 프로그램 소스는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어제 지나가는 전PD님이 좋지 않은 눈치를 준 것 같은데 아무렴 뭐 어쩔까.
따지고 보면 이것도 내 포트폴리오 한 줄을 장식할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카이인데 뭐.
제작기간은 일주일인데 방송 회차를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우린 일주일동안 김종인이란 남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샅샅이 뒤져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뽑아내야한다.
그 날, 집에서 보였던 아마추어적인 모습은 다신 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그땐 초면이고 너무 당황스런 상황의 연속이여서 그랬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고, 나는 또 다시 마음을 굳게 먹는다.
이번엔 안 진다.
"안녕하세요. "
김종인이 문을 열었다.
누워있던 PD님도 그제야 안-녕. 하고 늘어진 인사를 건넨다.
둘이 도대체 어떻게 친하게 된 거야?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지만 나는 애써 표정관리를 한다.
회의실 안의 분위기에 매니저가 많이 당황한 것 같으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카이 매뉴얼 메인 작가를 맡은….”
“나한텐 인사 안 해요?”
원래 이런 건 매니저한테 먼저 해요.
카이매뉴얼의 전반적인 흐름과, 리얼리티면 꼭 간다는 해외여행의 행선지를 소개했다.
나는 PD님이 처음 그 여행지를 말했을 때엔 정말 PD님이 돌은(?)건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뉴욕 도쿄와 같은 대도시도 아니고 아님 휴양지로 유명한, 아니.
유명하긴 하지.
그것도 아-주- 많이.
“저희는 몰디브로 갑니다.”
그것도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그거지.
곧 가라앉는다잖아.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어.
PD님은 몰디브에 대해 직접 조사한 자료들을 늘어놓으며 태평하게 말을 했다.
말이 좋지, 몰디브 가서 어떤 분량을 뽑아올 건데?
수영을 시킬까?
14시간에 육박하는 비행시간동안 토크쇼라도 할까?
제작비가 그렇게 넘쳐나나?
매니저-라고 쓰고 보모라고 읽는다-는 우리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보다는 한편의 DVD를 만들어내는 느낌으로
, 자연의 색감을 이용해 화보영상같은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우선 김종인은 생긴 것부터 조금, 인간미와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건 내 의견이었고 PD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아했다.
화보에는 벗는 것이 제격이라며 비행기에 타기 전에 몸을 예쁘게 만들어놓으라는 말도 하셨다.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우리 PD님 결혼도 했다.
지리산에서.
“근데, 몰디브에 메인작가님도 같이 가나요?”
김종인이 미끼를 던졌다.
나는 몰디브에 가야만 하는 존재고 저 질문에 무조건 YES를 답해야한다.
“당근.”
PD님은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리고 나는 줄줄이 소시지처럼 김종인의 낚싯대에 달려 나간다.
바다 밖은 두려운 세계일 것이다.
미지의 세계라서?
아니, 마성의 김종인이 있는 곳이라서.
그리고 프로그램은 일사천리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나는 준비가 어느 정도 되고서야 왜 PD님이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저 사람은 정말로 아무것도 안한다. 아무것도. 내가 보는 한에서는 그렇다.
하루 종일 회의실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고, 조금 움직이나 싶으면 그마저도 밥을 먹는 것에 그친다.
밥도 대단한 것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짜장면. 어제도 짜장면 내일도 짜장면 모레도 짜장면.
그놈의 짜장면 질리지도 않는지 하루 종일 먹어제낀다. 그래서 입 주변이 계속 거뭇거뭇하다.
양치는 아주 열심히 하신다.
내가 가져다놓은 치약이 계속 말라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결과물이 계속 나타난다.
비행기 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예약되었고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제작비는 어느새 배로 늘어 있었다.
사전 조사를 위해 막내작가를, 테스트 영상을 위해 VJ 하나를 보낸 것도 PD님이다.
그런데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은 누가 자신을 이끌었는지 그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출발 전, 타이틀을 위해 스튜디오 예약을 해야 했는데 사전 편집 및 종합 편집 예약까지 다 해뒀다.
저 사람은 회의실 안에 틀어박혀 어떻게 이 모든 일들을 해내느냔 말이다.
때마침 문자가 하나 도착한다.
‘나 올 때 빠삐코 하나만.’
이런 사람이라니까 진짜.
- 1:00 총 스태프 회의
회의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화이트보드가, 드디어 출국 전 마지막 회의임을 알려준다.
‘조PD 쫓아내기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스태프들의 표정이나, 일이 진행되는 상황이나.
이는 망조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이만하면 전PD님이 나타나실 때가 됐을….
“민 작가, 나 좀 봐.”
호랑이가 나타났다.
민작가가 지금 어디에 줄을 서야하는지 잘 생각해봐.
처음 왔을 때부터 눈에 총기가 있고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아서 내가 민작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지금 좀 위험해. 알았지?
전PD님의 목소리는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참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게 혼나는 듯 한 상황이었을지라도 그닥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조PD님은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면 방송국에서 나갈 것 같았고 그 날부터 전PD님의 시대가 펼쳐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내 프로그램이다. 내가 메인 작가고 내가 써내려가는.
누군가 왈가왈부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이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빠삐코를 독촉하는 메시지가 하나 더 온다.
1층 매점에 들러 빠삐코를 하나 집어 들었다가 커피도 하나 계산한다.
카페인이라도 들이켜야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예감이 좋지 않다.
커피를 하나 더 샀을 걸 그랬단 그런 생각.
아니나 다를까 회의실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김종인이 있다.
여기 외부인 출입금지인데. 출연진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제집마냥 PD님과 함께 늘어져있다.
PD님이 내 왼손에 있는 빠삐코를, 김종인이 내 오른손의 커피를 가져가고 나니 나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이 무슨 광경인가.
커피도 모자라서 막내작가가 출국 전에 사뒀던 과자들도 북북 찢는다.
나 저거 아껴먹으려고 했던 건데. 포기한다. 그깟 과자 내가 사먹으면 그만.
그냥 쟤랑은 부딪히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애써 별거 없는 서류들을 뒤적이는데 정수리 너머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가님.
조용한 회의실 안에 PD님의 키보드소리를 타고 김종인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작가님.
두 번째 지칭임에도 내 몸은 반응할 생각을 않고 있다.
일단 몸의 주인이 멘탈이 나갔다.
작가님, 안 들려요?
김종인이 과자를 하나 집은 것 같다.
부스럭부스럭. 거친 소음 끝에 이빨 사이로 과자가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또 한 번.
작가님. 대답 해봐요.
나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경직되어있었다.
김종인은 포기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는 대담한 행동까지 보인다.
“작가님, 3초 안에 대답 안하면 나 여기서 큰일 날 짓해요.”
“왜, 왜요.”
“아깝다.”
뭐가 아까운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 방송국의 특성상 아이돌을 마주칠 일이 적었다.
키가 훌쩍 큰 모델들과 열에 아홉은 게이라던(아닐 수도 있다) 남자 디자이너들.
방송국에 오는 남자들은 보통 그랬다.
이쪽 사람들의 특징인지 다들 편하고 부드러운 대화를 이끌어갔었다.
그런데 아이돌 세계는 이런가. 도저히 살이 떨려서 함께 있을 수가 없다.
아이돌은 원래 이런 거야?
“과자 드실거냐구요. 그거 물어보려고 한 건데.”
“안 먹어요.”
나는 조금 화난 것도 같았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우린 제작발표회를 하고, 수요일에 출국한다.
그리고 저놈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내 핸드폰인 것도 같다.
나는 정말 제대로 멘탈이 나간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우이독경마냥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PD님의 노트북 화면에는 페릿 사진들이 있다.
나는 저 사람도 이해할 수 없고, 이쪽 김종인도 이해하기 힘들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저 전광렬씨에게 악감정이 있다던가 그런거 절대 아닙니다..
후반부에 가면 전PD님이 왜 그러시는지 다 나와요..
콩알탄이 쓰는 글에는 미운 캐릭터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ㅂ니다..
왜..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불편한 섭외전화는 새로 만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콩알탄이고 글잡에서 1년가량 연재를 해 왔어요.
불섭은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의 스핀오프(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는 소설)작품이나
위 작품을 읽지 않아도 불섭을 읽으시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ㅅ'
저는 제 독자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칭하는데
주로 내 사랑, 콩덕들(콩알탄 덕후들), 추천요정들, 꾹꾹이들 이라 부릅니당.
추천요정은 콩알탄매거진부터 썼던 말인데... 이유 없이.. 성실하게.. 계속.. 추천 버튼을 꾹꾹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정말 성실하고 빨라서 제가 꾹꾹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삼둥이들 나오기 전부터 썼던 말인데..하하..
불섭은 아직 극초반입니다! 아직은 종인이가 왜 저러는지 (왜 오라이때 종인이와는 조금 변했는지) 이해하실 수 없을..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계속 달리겠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잘부탁해요!
내사랑들!
꾹꾹이들!
우리 요정들! ㅎㅎ
콩덕들! 모두 사랑하고 잘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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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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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섭 특성상 신나는 아이돌 가수들의 타이틀곡(주로 댄스곡)을 많이 쓸 것 같은데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이돌 노래를 많이 몰라서요 TTTTTT_TTTT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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