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경수형.
ㅡ응?
ㅡ나는, 형한테 뭐야?
ㅡ음… 착하고 잘생긴 동생?
ㅡ끝?
ㅡ그럼 너한테 나는 뭔데?
ㅡ형은…. 형은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직은 어렸던 열 여덟살,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나 보다. 가족보다 더 오래 봐왔고 가족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 자신의 첫사랑이자 곧 짝사랑이었다. 그저 철 없는 시절에 단순히 스쳐가는 감정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것만 벌써 몇 년 째인지. 아릿한 감정의 농도는 계절이 갈수록 짙어져만 간다.
ㅡ형.
ㅡ응?
ㅡ난 형이 좋아.
ㅡ뭐야, 갑자기.
ㅡ형은? 내가 좋아?
ㅡ당연한 걸 왜 물어.
ㅡ…아니,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형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우리가 좀 더 성장했을 때, 우리가 좀 더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때 말해줄게. 나의 소년기는 온통 형으로 가득 차있었다고. 꽃가루 잔뜩 날리던 봄의 교정에도. 내리쬐는 햇살이 뜨겁던 여름의 창가 옆 내 자리에도. 쌀쌀한 바람 잔뜩 불어오던 가을의 등굣길에도, 하얀 눈 소복히 쌓이던 겨울의 그 언덕에도. 그 어디에도 형이 없었던 곳은 없어. 지금, 스무살이 된 나와 스물 한 살이 된 형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하얀색 벚꽃잎이 살포시 내 머리 위에 앉는 이 찰나에도. 난 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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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료 받을 만큼 좋은 글도 아니고, 긴 글도 아니에요. 그냥 가끔 이렇게 짧디 짧은 글로나 찾아올 수 있을 것같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