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날개를 찾아 EP 01 |
비가 참 새차게도 내린다 싶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져내리는 빗줄기들을 쳐다보던 성규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침부터 불안하다 싶었더니 결국엔 이렇게 쏟아져내리는구나. 괜찮을 줄 알고 우산 하나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섰던 저의 잘못이었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다보며 맞고 가야하나, 우산을 빌려 가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그의 옆에 왠 인기척이 느껴졌다. 두 눈동자가 마주하자 마자 히죽 웃으며 제 손에 우산을 달고 창문에 대롱대롱 매단 채 서 있는 익숙한 모습에 성규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남우현.
" 뭐야? 뭐-야? 지금 나보고 뭐야라고 그랬어? "
우산 없을 까봐 동우 우산 빼앗아 왔더니. 나 이거 다시 동우 가져다줄거야! 뭐가 그렇게 샘통이 났는지 입을 삐죽이며 뒤돌아서는 우현의 가방을 성규가 잡아 끌었다. 우현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걸음을 뗀 순간 허공에 붕 뜨이는 제 한쪽 발을 바라보다가 몸을 뒤뚱거리며 세차게 흔들었다. 아씨, 김성규!
" 너 짜증나! "
거기다가 내 가방 막 이렇게 잡아서 가지도 못하게 하고! 뒤에서 낄낄 거리는 소리 다 들었거든. 우현의 입술이 더 삐죽나왔다. 성규는 연신 오물거리는 그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고는 살풋 웃었다. 어느새 길게 찢어진 눈을 뻥금 뜨고선 저를 쳐다보는 우현이 꽤나 귀엽다. 규형, 너 또 내 말 안듣고 있었지! 아니야, 듣고 있었어. 진짜야? 아닌것 같은데 …. 진짜라니깐. 성규는 제게 쏟아지는 우현의 의심의 눈초리를 뒤로 하고 저의 손보다 작은 우현의 손을 감싸 쥐듯 잡아왔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쿵쿵 울리는 머리에 우현의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푹 숙여졌다. 성규는 숙여진 고개 너머로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었다.
" 현아, 나 용서 안해줄거야? 내가 미안해. 나 그냥 이대로 비 맞고 갈까? 감기 걸릴텐데. "
대신에 오늘 나랑 연습실 가줘야돼! 알았어. 약속! 어린아이 마냥 약속 도장을 찍고선 기분 좋다는 듯 폴짝폴짝 뛰는 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남우현, 너 그렇게 뛰다가 다쳐. 성규와 우현의 마주 잡은 두 손이 차디차게 불어오는 바람과는 달리 무척이나 따뜻했다.
" 시… 실례하겠습니다…. "
정적 끝에 우현이 먼저 성규에게 뱉은 말이었다. 그 당시에 우현의 저 어색한 인사 한마디에 얼마나 많이 웃었던가. 성규는 지금 제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우현을 한번 쳐다보았다. 얼굴 한가득 미소를 담은 채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 규형. 성규형. 나 어땠어? "
동우가 나 목 건강 챙기라고 따뜻한 물 줬었어! 성규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우현이 방긋방긋 웃었다. 몇 일 전부터 목이 아프다던 우현이 걱정이 되어 안그래도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오늘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괜한 걱정인 듯 싶었다.
" 감기였었어? "
갈 때 무서우면 말해. 같이 가자.병원을 유달리 싫어하는 우현이 걱정되어진 성규가 그의 갈색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아래로 작게 흔들리는 뒷통수가 동글 동글 한것이 눈을 반달로 접어가며 웃어보이자 성규는 또 한번 웃어보였다. 우리 현이, 강아지 같다. 이뻐. 너무.
∞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
명수는 제 앞에 있는 우현의 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작게 벌어진 명수의 입에서 나오는 낮은 목소리에 우현은 끝끝내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거짓말이라고 해줘요…선생님. 옷 소매로 눈가를 비비던 우현이 그의 손을 잡고 무너져내린건 그 순간이었다. 명수는 가만히 우현의 손을 마주해주는것, 그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탓했다. 이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 이렇게 울면 힘들어. 우현아. 그만 울고 …. "
아직까지 제가 들은 말을 믿지 못한다. 우현은 제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명수를 뒤로 한 채 병원을 나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규형이랑 올걸 …. 병원에 오기 전까지도 제 걱정에 밥도 잘 먹지 못했던 성규가 떠올라 우현은 벤치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결과 나오면 바로 전화해. 데리러 갈게. 휴대폰에 찍힌 문자에 겨우내 울음을 그친 우현이 홀드 버튼을 풀고 익숙한 이름을 찾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울컥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겨우내 참았다.
" 형아…. "
자기가 운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성규의 말에 우현은 어느새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보이지 않을 걸 알면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안 울게. 그러니까 빨리와. 형아.
∞
" 우현이는 괜찮으려나. "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작은 감기에도 울먹이는 사람을 괜히 혼자 보냈나 싶던 와중에 우현의 전화가 왔다. 허겁지겁 전화를 받으니 평소와는 다른 꽉 막힌 목소리에 성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우현이 울었다. 성규는 전화를 끊자마자 우현이 있을 병원으로 향해 달렸다.
" 남우현. "
비맞은 강아지 마냥 벌벌 떨고 있는 우현의 작은 몸을 품에 안았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우현의 몸이 차갑기만 하다. 성규는 우현의 허리에 둘러진 제 손을 풀고 우현의 고개를 잡아올렸다. 무슨 일 있어? 울지 말고 말을 해봐, 응?
" 형아. 나 오늘 너랑 같이올걸 …. "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태롭기만 하다. 불안한 눈치로 우현을 살피던 성규가 겨우내 일으켜세워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탔다. 괜찮아, 괜찮아. 제 어깨에 기댄 우현의 뺨을 몇 번 쓸어내린 성규가 왜소한 그 어깨를 꽉 잡았다. 택시 유리창에 빗방울이 서서히 떨어졌다. 굵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우현에게로 돌아갔다. 잔뜩 지친 우현의 몸이 유난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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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알파오메가 (미완) |
김성규와 남우현이 있었다.
기구한 인생이었다. 오메가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았다. 아홉살때는 고아원에서마저 쫓겨나 길거리를 전전하며 살아야했고, 스무살이 되던 생일 날에는 이름 모를 알파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다. 이 모든 일들은 다 남우현이 '오메가'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우현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다못해 증오했다. 그래서 그는 몸에서 나는 향기를 억제시키기 위해 더 독한 약을 찾았고, 약 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베타'라고 속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메가의 몸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사창가 뿐이었으니까. 아무리 돈이 궁하다고 해도 자존심마저 팔 수는 없었다. 우현에게 있어서 그것은 최후의 보루였다.
하루하루를 마음 졸이며 살았다. 알파인지, 오메가인지, 베타인지를 떠나서 학력이 변변찮은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아무데도 없었다. 결국 우현이 자리를 잡게 된 곳은 외곽에 위치한 어느 사창가였다. 욕구불만인 알파들을 위한 공간에서 그가 하는 일은 오메가가 도망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같은 오메가가 알파에게 무차피하게 범해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당장이라도 저 알파의 목을 잡아 비틀어버리고 싶었지만, 우현은 참고 또 참았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더더욱 행동거지를 조심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도와달라는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등을 돌렸다. 이기적이라고, 잔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게 남우현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그는 애써 마음 속으로 자기 위안을 했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을 좋아했다. 지극히도 이성적인 사람. 순응해야만 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베타의 가면을 쓴 오메가. 사장실 의자에 편하게 앉아 창문 밖 우현을 보는 성규의 눈이 날카로웠다. 이렇게 페로몬 향이 짙은데 말이야. 어떻게 가면을 쓰겠다는 건지.
" 참, 발칙한 오메가야. "
독한 담배향과 달콤한 페로몬향기가 섞여들어갔다. 성규는 그렇게 한참을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남, 우현. 창문 위에 어렴풋이 서려있던 글자가 뽀얗게 흐려져갔다.
그곳엔 김성규와 남우현이 있었다.
∞
몸상태가 영 좋지 않은 날이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감기약을 챙겨먹은 우현이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일을 쉬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서랍 속의 억제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기억했다.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해도 약 하나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휴식은 그저 사치일뿐이었다.
" 우현씨, 왔어? "
탈의실로 향하던 걸음이 멈췄다. 우현이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힐끔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매주 금요일. 그 날은 성규가 가게를 둘러보러 오는 날이었다. 우현은 성규가 무서웠다.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그 눈과 마주칠 때면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말은 안 했지만, 그도 어렴풋이는 느끼고 있었다. 성규가 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몸이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방금 전보다 열이 더 오른 듯 했다. 우현이 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위 눈치를 살폈다.
" 저기, 아저씨. "
쫓기듯 탈의실에 들어온 그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어딘가에서 불어들어오는 찬바람에 미처 닦지 못한 땀이 식어 몸이 자꾸만 떨려왔다. 우현씨, 얼른 나와. 문 밖으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직 멀었어? "
우현이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세게 닫히면서 분 바람에 옷걸이에 걸려있던 그의 자켓이 펄럭였다. 벌어진 주머니 틈 사이로 빠져나온 하얀 색의 자그마한 알약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종이 울렸다. 분주히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 한 곳에 모였다. 우현은 자꾸만 목을 갑갑하게 조여오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해치며 무리 뒤쪽에 슬쩍 끼어들었다. 답답했다. 열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오르고 있는 탓에 목이 바싹 말라왔다. 종전에 감기약을 하나 더 먹었는데도 전혀 낫지 않는 걸 보면 크게 앓을 모양이었다.
" 우현씨,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아침보다 얼굴이 더 빨개. 몸살이라며. 더 심해진 거 아니야? "
우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걱정말라는 듯 웃어보였다. 빨리 나으라며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매니저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던 그가 가게문이 열리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성규는 제게 꽂히는 시선에 아랑곳하지않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표정 없이 주위를 살피던 그가 멀리서 제 시선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우현을 보고 조용히 웃어보였다. 회사에 오기 전, 매니저에게 우현이 아프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들었다. 열병을 앓고 있는지 귀 끝이 무척이나 붉었다. 보고싶었다, 귀만큼이나 붉어진 얼굴이.
" 일들 하세요, 다들.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로비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규의 눈동자는 여전히 우현을 향해 있었다. 아주 지독한 단내가 코 끝을 찔렀다. 남우현씨. 성규가 조용히 무리를 빠져나가던 우현을 불렀다.
" 남우현씨는 저 좀 보죠. "
놀라서 동그랗게 떠진 눈이 보였다. 성규의 팔이 우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파르르 몸이 떨려왔다. 당황스러웠다. 지금 이 모든 상황들이. 성규가 천천히 사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휘청거리는 몸을 자신의 몸에 더욱 밀착시켰다. 우현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를 사무실 안으로 밀어넣은 성규가 우현 몰래 천천히 문고리를 걸어잠궜다. 궁금하지 않아요?
" ……. "
머리를 망치로 내려찍은것만 같았다. 우현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꼭 부여잡으며 성규와 눈을 맞췄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는데…. 우현이 끝말을 흐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불안했다. 성규의 입에서 자신이 지금 예상하고 있는 말이 나올까봐.
( NOT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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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들'-'* |
안녕하세요, 라우예요. 요즘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다들 많이 바쁘시네요. 그대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딱히 힘이 될 만한 내용이나, 필력은 아니지만 그런거 있잖아요, 쉴 수 있는! …죄송해요, 실은 저도 제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끙끙. 그냥 말그대로 이건 주저리니까요! 이 조각글들은 앞으로 단편으로 연재하기 위해 적어놓은 것들이예요. 홈스홈을 쓰면서 시험 때문에 연재 텀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서 먼저 살포시 올리게 되었어요! 원래 조각글은 잘 안올리지마는, 어쩔수 없었어요 ^_T 더 이상 그대들을 기다리게 할수가…. 흡. (사담입니다만 날개를 찾아는 원래 원우였는데, 성우로 고친거라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 컴퓨터가 지금 말은 안들어서 오늘 이후부터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저희는 볼 수 없을듯 하여요. 시험이 끝나도 컴퓨터가 고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고쳐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엉엉. 조각글이니만큼, 편하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나의 사랑 그대들, 피존, 콩콩이, 아이비, 귱, 미로, 마가렛, 육급수, 흥, 윤조, 김난, 월요일, 클레오, 뽀뽀로, 렝도찡, 빵형, 씨리얼, 잉피, 남군, 사과맛규, 31, 음표, 꼬마아이, 뀨, 까또, 깡통, 나무정령, 규밍, 새벽, 흥배, 딸기규, 성규라스, 감자, 차양, 테이프, 모닝콜, 텐더 빠지신 분들은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어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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