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호원이가 저 멀리서 노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나를 부른건,
베타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지
일년도 더 넘은 뒤였다.
[응, 호원아, 아저씨한테 할 말 있어?]
[동우는요, 죽지 않았어요]
동우, 병에 걸렸다던 아이 아닌가..?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잔뜩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다 가곤 했던 한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꽤 일찍 죽은 아이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성종이도, 죽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현이도.]
우현이..?
[아저씨가, 우현이 엄마 맞죠? 우현이가 맨날, 엄마만 찾았는데]
…내가 우현이 엄마?
[글쎄, 아저씨는, 엄마가 아닌데]
[베타타워 바깥에 나가자마자 있는 경계선 카페, 그게 우현이네 집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누구의 엄마인 적도 없는데..?
[아빠 김명수, 엄마 김성규, 아들 우현이. 아저씨 김성규 맞는데]
호원이는, 어딘가 착잡한 표정을 하고,
무언가, 상처받은 눈을 하고, 그대로 타워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호원이는 내 앞에서 어떠한 말도 하는 법이 없었다.
아니, 그 어떤 알파나, 오메가 앞에서도.
호원이는, 타워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모두는, 호원이를 볼 수 없었다.
명수에겐, 물어볼 수 없었다.
[바빠졌어. 새로태어나는 베타들이, 조금.. 아니다.]
명수는 피곤해했다.
힘들어했고, 지쳐보였다.
그렇게 일년, 이년, 삼년, 오년, 십년.
나는, 뭔가 아릿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그렇게, 그런대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갔다.
가슴 깊숙이, [우현이]를 기억해둔채.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깨기도 전에 나서버리는,
나의 남편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