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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우지] #17_Film #Wish Tree_​behind | 인스티즈


"나랑 친구 해줄거지?"







Wish Tree_behind  w.HARU_








"눈 꼭 감고 50까지 센 다음 찾으러 와야 해 알겠지?"






술래인 친구의 하나, 둘, 셋까지 듣고 바로 숨을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아, 여기 숨으면 금방 들킬 거 같은데. 하루 이틀 하는 놀이가 아닌 만큼 어지간한 곳은 금방 찾아질 게 뻔했다. 어디가 좋을까 한참을 헤매던 중 산 입구에 걸린 팻말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방향이 반대더라, 또 누가 건드렸나 싶어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여기 숨어도 되려나. 라는 생각은 잠시, 무슨 일 있으면 애들이 찾으러 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입구를 향해 뛰어들어갔다.

 






-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길을 잃었다. 분명 산책로 바로 옆 풀 속에 숨었는데 주위를 둘러봤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건 내 키만 한 풀꽃들과 나무들뿐이었다. 자주 다니던 길이라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들어가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 문제였나. 여기가 어딘지 감도 안 잡힌다. 큰일 났다. 할 수 있는 건 무작정 걸어 다니는 것 뿐이었다. 무슨 놈의 풀들이 이렇게 큰지 옥수수밭이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온몸으로 풀숲을 헤져나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져 버렸다. 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무릎을 내려다보니 작은 생채기가 생겨버렸다.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가.





"엄마 보고 싶다."





넘어진 그 상태 그대로 쪼그려 앉아있는데 상황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숨바꼭질 일 등 해서 뭘 하겠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냐 멍청아. 찔끔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있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을 땐 내 키의 세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나무 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다리를 동동 구르고 있는 소년이 보였고, 그 소년은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뭐 저렇게 요정같이 생겼나 싶어 멍하니 3초 정도, 아무 말 없이 눈만 마주 보고 있다가.




[세븐틴/우지] #17_Film #Wish Tree_​behind | 인스티즈

"…나?





소년은 놀란 듯 자기 가슴 깨를 가리키며 입을 열렸고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순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있던 소년은 그 높은 높이에서 무슨 계단 내려가듯 단걸음에 뛰어내렸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꿈 같은 상황에 난 일어나려던 그 자리에서 다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ㅈ, 지금 이게 무슨."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그건 저도 잘 모르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너 나 보여?"





저게 무슨 소리람. 서로 대화도 하고 있으면서 자기가 보이느냐고 묻는 소년의 물음에 그저 고개만 까닥였다. 내 대답에 토끼눈마냥 눈을 똥그랗게 뜬 소년은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놀자."







-







이 산의 주인이라고 했다. 500년 정도 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다가도 조금 전 나무에서 뛰어내리고 손만 대면 꽃봉오리가 꽃을 피워내는걸. 내 앞에서 보고 있는데 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건 꿈이구나- 생각하려 했다.





"지금까지 결계를 뚫고 들어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음- 뭐라도 건드렸으니까 들어왔겠지. 저렇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니까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겠지. 괜히 결계네 뭐네 이런 얘기하니까 만화 주인공이라도 된듯싶고 기분이 되게 묘하다. 사건이 하나 있었던 이후로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결국 알려주진 않았다.) 200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왔다며 이왕 자기를 만난 첫 아가인 만큼 친하게 지내자는게 저 사람, 아니 주인님의 입장이었다.





"그럼 그쪽은 여기서 뭐 해요?"


"그쪽이라니. 되게 정없다."


"그럼 주인님…"


[세븐틴/우지] #17_Film #Wish Tree_​behind | 인스티즈

"……"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미간을 확 찌푸리더니 째려보더라. 아니, 그럼 뭐라 부르라고. 주인님도 싫고 그쪽도 싫고. 야라고 하면 더 싫어할 거면서…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옆에서 톡톡 건드려온다.





"우지. 내 이름이야."





우지야- 라고 불러도 돼. 넌 내 첫 친구니까. 해사롭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요정님이었다.







-







우지가 자기가 만든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자기를 찾아올 수 있을 거라며 나무로 만든 목걸이 하나를 선물해 줬다. 작고 귀엽게 생긴 게 누가 봐도 우지가 만든 것 같더라. 근데 이 얘기하면 삐칠까 봐 얘기 안 했다. 오늘은 정말 예쁜걸 보여주겠다며 숲 속 깊은 곳으로 날 데려갔다. 우지 뒤를 따라 걸어 다니면 덥지도 않고 울창한 풀숲을 굳이 헤쳐나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알아서 길이 쫙- 생기니까.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참을 걸었을까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커다란 나무 하나가 내 눈앞에 보였다. 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예쁘지, 내 분신 같은 거야."


"예쁘다, 정말."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려줄게."


"여기서 진심으로 소원을 빌면 내가 다 이루어줄 수 있어. 그게 무엇이든지."





세삼 대단한 사람이 맞는구나 싶었다. 냉큼 내 소원도 들어달라고 말하려는데 그런 내 입을 손가락으로 막더니 아무소원이나 들어주는건 아니란다. 뭐야, 들어보지도 않고 아무 소원이라니. 괜히 뚱해져 우지를 밉지 않게 노려보았다. 이렇게 째려보면 항상 아가야, 내가 너보다 몇백 년을 더 살았는데- 라며 머리에 딱밤을 때려주는데 오늘은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다.





"조건이 몇 개 있어. 우선 첫째, 한번 소원을 들어준 사람은 다시는 날 볼 수 없어."
"둘째, 소원을 들어줄 때마다 저 나무에 달린 종이가 하나씩 떨어져."


"그럼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데?"


"저게 다 떨어지면 난 죽어."





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 소원 절대 안 빌어! 친구를 보지도 못하고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죽는다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소원을 빌 수 있을까. 그냥 예쁜 거 봤으니 됐다고 만족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소원나무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이거 나만 아는 거야?"


"아니, 너 말고 인간들 몇 알아. 그래서 못 찾게 해놓은 거고."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내가 알던 그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해져 가고 있었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막 소원이 진짜 하찮은 것도 괜찮은가. 집에 데려다 달라던가 이런 거.





"우지야, 그냥 궁금한 건데. 막 나 집에 데려다 줘- 이런 것도 다 들어줘?"





내 질문에 어이가 없다며 빵 터져버렸다. 왜 웃어… 아니 진심으로 소원을 빌면 이뤄준다길래, 난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우리는 인간을 지키기 위한 존재라서 들어줄 수밖에 없어"
"하지만, 너는 그런 소원 안 빌어도 내가 데려다 주잖아."





[세븐틴/우지] #17_Film #Wish Tree_​behind | 인스티즈

가자. 데려다 줄게. 나를 향해 뻗어오는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가 소원나무를 본 이후로 한동안 우지를 찾아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소원나무의 존재가 마을에 퍼져버린 것. 내가 처음 소원나무를 보고 온 그 다음 날. 누군가가 산에서 큰 나무와 금발머리 소년을 봤다는, 그 소년이 아주 먼 옛날 소원을 들어준다던 그 소년이 분명하다고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를 치고 다녔다. 당장에라도 우지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산을 헤집고 다니는데 내가 어떻게 지금 우지를 보러 갈 수 있겠는가. 혹시 나 때문에 들키면 어떡해. 라는 생각도 잠시, 내가 산에 자주 다니는 걸 봤다는 동네 아저씨에 의해 나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억지로 우지의 산에 와있다.





"너 알지? 그 남자애 보러 맨날 여기 오는 거지?"


"모른다고요!"





목걸이라도 빼고 올걸 그랬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끌려온 거라 혹시 나 때문에 사람들도 우지를 찾게 되지 않을까 걱정만이 앞섰다. 하도 소리를 질러 목은 이미 다 쉬어버렸고 눈물은 마를 틈이 없다. 그때,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처럼 나무 위에 앉아 날 보고 있는 우지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내가 우지를 보면 다른 사람도 의심하기 마련이라 생각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어느새 우지가 내 앞에 내려와 있다. 입 모양으로 들리지 않게 도망가라고 외쳐댔지만 날 멍하니 쳐다보던 우지는 손을 들어 내 눈물을 닦아줄 뿐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에게도 우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







결국, 우리는 다 같이 소원 나무 앞에 올 수밖에 없었다. 우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원을 듣고 있었고 나무에 달린 종이가 하나 둘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였다. 우지같은 존재들은 애초에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거역할 수도, 해를 가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이 많은 사람의 소원을 다 들어주다간 나무에 종이가 다 떨어져버릴것만 같았다.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 내가 이 상황을 벗어날 만한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우지를 다신 보지 못하는건 죽기보다 싫었지만, 지금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내 소원을 들어줘 우지야."


[세븐틴/우지] #17_Film #Wish Tree_​behind | 인스티즈

"아가 안돼."





눈을 깜빡이면 당장에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다시는 못 볼 텐데 왜 이렇게 뿌옇게 보이냐. 눈물이 가득 차오른 눈을 벅벅 비벼 닦았다. 우지는 역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낀건지, 우지도 그저 날 가만히 쳐다만 볼 뿐이었다.





"만나서 즐거웠어."
"세상에 너를 기억하는 인간이 아무도 없게 해줘. 지금 이 순간부터."





그렇게 우지는 우리에게서 잊혀졌다.







-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평소같이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집에 다녀왔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들어온 책상 위에 어딘가 눈에 익은 나무 공예품 하나가 보였다. 뭐지, 목걸이 같은 건가. 그 악세사리를 손에 집어 든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기억이 돌아옴과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너무나도 그리웠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다음에도 날 찾으면, 그땐 더 좋은 선물을 줄게."















원래 단편은 개연성 1도 없는 맛

이렇게 우울한 내용으로 쓰려더건 아니었는데..쩝





1. 산의 주인이 된지는 500년 아가를 만난건 200년만.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때문에 사람들이 잔뜩 찾아와버려서 시끄러운거 싫어하는 지훈이는 자기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버림 근데 아가가 와버렸넹

2. 지훈이가 기억나기 시작한건 직장을 다니고 자식도 있을 즈음

3. 왜 안찾아가고 손녀가 대신 찾아갔는지는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을까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을수도 있고

4. 손녀님이 소원을 잘 빌어줘서 할머니랑도 다시 볼 수 있겠네'^'




이상 적당히 열린결말 좋아하는 설명충이었슴니다..

궁금한거 언제든 물어보세요 감사합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뿌엥에ㅔㅇ우ㅜㅜㅜㅜ 너무 애잔 스토릐ㅜㅜㅜ 우지는 요정이라소ㅠㅠㅠ 인간이랑 연애 못하니까..☆ 이 슬픈 스토리 이해할게요ㅠㅠㅠ 하지민 우지님 너무 쏘 스윗가이ㅜㅜㅜ 왜 사람들 소원 다 들어줘..☆ 여주야 차라리 너 빼고라는 말을 첨가하지 않은거야..ㅠㅠ 손녀가 우지랑 만난이유는 원래 유전자는 건너건너 물려진다는 학계의 정설때문이 아닐까요 키키😉😉
5년 전
독자2
아 진짜ㅋㅋㅋ 의식의 흐름으로 적어서 말이 웃기네요ㅋㅋㅋㅋ 왜 나빼고 라는 말울 첨가하지 않은거야..!!!ㅋㅋㅋ
5년 전
HARU_
손녀가 우지를 만난건 할머니가 주신 목걸이 때문!! 그것때문에 전편에서도 우지가 알아차린거고요 히히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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