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9학번 전원우 입니다."
용기있는자가 미남을 얻는다 w.HARU_
“이 나이에 무슨 개강파티야.”
우리 학번이 개강파티 가면 새내기들 다 놀라 뒤집어진다니까? 히익- 15학번이 아직도 학교를 다닌다고? 라고 놀란다고. 라는 핑계로 빠져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학생회 선배인데 애들 일하는 거 봐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부터 시작해 동기들 복학했는데 보고 싶지 않느냐는 말 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다. 더는 빼지도 못할 게 뻔해 그냥 동기들과 함께 개강파티 장소로 향했다. 우리 과도 정말 질기다. 몇 년째 여기서 하냐. 여기 탕 맛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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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괜히 선배랍시고 나서서 애들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싫었고 시끄러워지는 건 더더욱 싫었다. 분명 그랬었는데…
“야 승철아, 내가 분명 오늘 얌전히 있다가 가고 싶다 하지 않았냐.”
“설마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했냐.”
저 새끼 말을 들은 내가 병신이지. 분명 고학번뿐이었던 우리 테이블은 어느새 두 테이블 정도가 더 합쳐져 있었고 내 주변엔 새내기들이 바글바글하다. 아, 애들이랑 노는 취미는 없어서 이런 자리는 불편한대…
“자- 우리 뭘 하던 일단 이름은 알아야 하니 자기소개 간단하게 한번 할까?”
“우리 이름부터!”
“하하…”
오늘 목표 하나 생겼다. 최승철 죽이고 집에 가기. 나보다 먼저 집에 갈 생각하지 마라. 최승철의 말에 하나같이 나를 향해있는 10쌍이 넘는 눈에 누가 봐도 가식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퓨터공학과 15학번 성이름 입니다. 편하게들 하세요, 네.”
뭐 대단한 거 했다고 미친 듯이 환호를 하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 우리과 분위기가 원래 이렇게 활발했나. 개강파티에 새내기들과 있으면 온갖 술게임을 할게 분명했기에 자기소개하는 친구들을 한 명씩 주시해서 보고 있었다. 이름 못 외웠다간 최승철이 날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기에… 저 귀엽게 생긴 애가 지훈이, 햄스터 닮은 애가 순영이, 잘생긴 애가 준휘. 다음이 누구,
“19학번 전원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초면이지만 원우후배님 사랑합니다.”
“…네?”
오늘 목표하나 더 생겼다. 원우 연락처 알아가기. 이 자리에 데려와 줘서 고맙다 승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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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들어갔겠다. 이 자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옆 테이블엔 비어버린 술병이 가득했고 그 앞 소파엔 많은 사람이 취해 널브러져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원우는 멀쩡했다.
“내가 대신 마셔줄게!”
“뭐? 원우 술 마시기 싫다고? 이리 가져와!”
이러한 이유로…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알딸딸하게 술이 오르는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괜찮아 앞에 원우가 앉아있으니까. 여태껏 학교에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겼다 생각했다. 새내기 건드리는 게 양심에 좀 많이 찔리긴 하지만, 뭐 어때!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데!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앉아있는 원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아,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화장실까지 따라갈 순 없지.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조용해진 테이블에 잠깐 머리를 대었다. 엎드려서 그런지 더 심해지는 어지럼증에 금세 몸을 일으켰고, 순간 머릿속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원래 술버릇이 귀가하기인지라 옆에 내려놨던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나가는 거 걸렸다간 또 누구한테 잡힐지 모르니까 빨리 도망가야지 싶어 빠르게 술집 밖으로 나왔다. 자취방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다행이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붙잡는 탓에 놀라 소리 지를뻔했다.
“깜짝아, 원우구나.”
“선배 어디 가세요?”
“집 가려고. 원우랑 더 놀고 싶은데 더는 못 있겠다.”
집에 간다는 내 말에 주머니에서 뭔가를 꼼지락거리더니 꺼내더니 내 손에 쥐여준다. 내려다본 손에는 숙취해소제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고 자기 때문에 술 많이 마신 거 아니냐며 뒷머리를 긁적이는데 진짜 바로 들고 튀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후, 참아야지 이름아.
“진짜 귀여워 죽겠다. 어쩜 좋아. 고마워 잘 마실게”
조심해서 놀다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고 술집으로 들어가려는 원우를 지켜보다가 오늘 목표 하나 세운 거 생각나 버렸다. 아! 나 번호 알아와야 되는데. 급하게 원우를 부르며 술집 입구로 뛰어들어갔다.
“무슨 일 있으세요?”
많이 놀란 것인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날 부축하려는 원우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넴과 동시에 내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 진짜 숨차서 말이 안 나오네. 너무 오랜만에 뛰었나.
“번호 알려줘. 다음에 내가 밥 사줄게.”
내 말에 작게 웃는 원우를 보니 갑자기 현타가 밀려온다. 번호 하나 알아내겠다고 이렇게 뛰어온 내가 얼마나 웃길까 싶어 조금 창피해지던 순간에 자기 번호를 입력한 원우가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에 들려오는 통화연결음. 출처는 원우 손에 들린 핸드폰이었고 화면을 보여주며 예쁘게 웃는다.
“저 내일 공강이에요. 선배 괜찮으실 때 같이 해장해요.”
이 센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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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이후 우리는 꽤 친해졌다. 같이 밥도 자주 먹었고 내가 재수강을 하는 탓에 겹치는 수업도 두어 개 정도 있었다. 내가 원우에게 끈질기게 구애하고 있다는 소문이 학과 내에서 퍼져있었다. 소문 아니고 사실인데. 내가 어? 우리 원우 공부하는데 힘들까 봐 족보도 구해다 주고 수업 끝나고 끼니 거를까 봐 밥도 같이 먹어주고 하루에 몇 번씩 좋아한다고 고, 거의 1일 3고백 하는데도 이놈은 반응이 없다. 편하게 대하라 해도 이게 편하다며 끝까지 선배 호칭을 고집하고 있고 내가 뭐하나 사주면 자기도 꼭 갚아야 속이 편한 스타일이란다. 이거 딱 철벽의 정석이랄까…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성이름이 아니지. 원우가 과방에 있다기에 같이 있다가 수업이나 가야겠다 싶어서 과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길이었다. 아무리 철판 깔았다지만 원우말고 다른 새내기가 많은 과방에 대놓고 들어가기는 눈치가 보여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과방 내부를 살펴보는데 원우랑 동기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들어가면 안 되려나.
“그래서 너는 이름선배 어떤대?”
과방안에서 들려오는 내 이름에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조용히 들었다. 이거 남 얘기 몰래 듣는 거 같아서 범죄 같긴 하지만 대화주제가 나인데 괜찮지 않을까.
“이름선배 좋지, 좋은데…”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
과방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좋지에서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 부담스럽다는 말에 그 기분이 다시 바닥을 쳤다. 사실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게 당연한 건가. 4학번이나 차이가 나는 선배가 좋다고 졸졸 쫓아 다니는 게 부담일 수 있지 싶어 조금 자제해야겠다 싶었던 참에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원우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 어차피 이대로 포기할 나도 아니고 바로 카톡을 확인했다.
‘선배 오늘 저랑 술 마셔요.’
저 성이름, 자제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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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가 먼저 뭐하자고 연락한게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에 지취방가서 샤워도 다시 하고 나왔다. 평소에 뿌리지 않던 향수도 뿌리고 최대한 꾸민다고 꾸며본 건데 원우 취향이려나 모르겠다. 만나기로 한 술집으로 가니 원우가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진짜 오늘도 너무 멋있다. 이러다 진짜 코피 나면 어떡하지 가방에 티슈 챙겨오길 잘했다. 그대로 뛰어가서 원우 어깨를 톡톡.
“아, 일찍 오셨네요. 들어가요.”
먼저 문도 열어주고 우리 원우 다 컸네 이제. 그렇게 한참을 얘기도 나누고 네 병째 뚜껑을 열었을 때쯤 원우가 살짝 취한 듯 눈이 풀려 있다. 미쳤네 저것마저 섹시해. 귀엽고 섹시하고 멋있고 너 다해라!
“…선배는 왜 이렇게 술을 잘 마셔요.”
“내가 너 중학교 졸업할 때부터 술 마시고 있었어.”
아, 이 얘기는 괜히 했나. 안 그래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데 그 사이를 더 벌려버린 기분이지만 뭐 어때. 맞는 말이라 그다지 타격감도 없다. 자기만 취해 보이는 모습에 자존심이라도 상한 것인지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원우 입술에 손을 가져가 톡톡 건드렸다.
“뽀뽀하고 싶으니까 입술 좀 집어넣어 줄래.”
“그만 해요 이제.”
갑자기 정색하며 내 손을 잡아내리는 모습에 조금 놀란건 사실이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놀려도 매번 웃으면서 넘기거나 아무 반응 없는데 오늘처럼 진지하게 받아친 게 처음이라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원우가 입을 열어온다.
“선배는 저 좋은 거 맞아요?”
“그럼,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저 진지하니까 장난치지 말고요.”
“나도 진지해. 너한테 장난이었던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런데 왜…”
“…사귀자고는 안 해요?”
정적이 흘렀다. 내가 원우한테 사귀자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 좋아한다고 맨날 말했던 거 같 같은데. 좋아 한다는 게 사귀고 싶다가 아니면 뭔데?
“내가 맨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거랑은 조금 다르잖아요.”
부끄러운지 귀까지 빨개져 있는 모습이 진짜 벽 부술 만큼 귀엽다. 본인도 창피한지 머리를 쓸어 올렸다가, 얼굴을 가렸다가 하는 둥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원우 옆자리에 앉았다. 흠칫 놀래는 원우의 손을 붙잡고 나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진짜 너 좋아해. 원우는?”
“……”
“빨리-”
“…저도 좋아해요.”
“누나가 잘해줄게. 연애할래 우리?”
내 말에 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참 예상하지 못하게 귀여운 애야. 자기가 고백해달라 하고 막상 고백하면 놀라고. 뭔가를 다짐한 듯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거세게 흔든다.
“연애해요. 이제 제가 더 잘해 드릴 거에요.”
세상 사람들. 이 귀여운 아기고양이는 제가 데려갑니다.
[과방에서 원우는]
“이름선배 좋지, 좋은데…”
“좀 부담스러운건 사실이지.”
“그래서 조만간 말하려고. 여자친구 되면 안 부담스러울 거 아니야”
원우같은 후배 있으면 진짜 잘해줄 수 있는데 (울컥)
치환은 처음이라 잘 되는지 모르겠네요..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