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남자친구가 누구야? W.HARU_
05. 순영아, 너는 언제, 어떻게 여주한테 반했어?
알다싶이 나는 여주랑 동네친구잖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어. 아, 중학교 때는 내가 남중 가서 학교는 같이 못 다니긴 했다. 하여튼 그때도 학교는 달랐지만, 어차피 집이 근처였으니까 사이가 멀어진다거나 하진 않았어. 중학교 시절을 그렇게 따로 보내고 우리가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난 거지. 사춘기가 끝난 소년소녀들에게 썸과 연애의 고장이라는 남녀공학에서.
-
고등학교 첫 학년, 우리는 10개가 넘는 반 중에서 운 좋게 같은 반이 된 거야. 친구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서 다행도 잠시. 뭔가 예상이 되지 않아?
"순영아, 너 쟤랑 사귀냐."
"쟤? 누구."
"누구긴 누구야. 김여주지."
"뭔 개소리야"
진짜 거짓만 조금 보태서 입학하고 일주일 만에 전교생한테 여주랑 사귀냐고 한 번씩은 다 들어본 것 같아. 그때는 우리가 친하긴 해도 맨날 욕하고 투닥거리고, 아무리 봐도 다정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어딜 봐야 사귀는 사이처럼 보였느냔 말이야. 하여튼 사귀냐는 그 물음에 진절머리가 나서 한동안은 우리가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걸 어필하고 다니고 그랬어. 이상형이 누구다- 쟤는 진짜 내 스타일 아니다- 이런 식으로? 단호하게 김여주는 진짜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지. 근데 진짜야. 김여주 진짜 내 스타일 아니었어. 그러다 학교 축제 때 일이 터져버렸지. 김여주 동아리가 진짜 안 어울리게도 밴드부였어. 그 와중에 보컬이었단 말이야. 그래서인지 축제 한 달 전부터 엄청나게 바빠 보이더라고.
"나 무슨 노래하지. 축제니까 신 나는 게 좋으려나."
"좋지."
"분위기 잡고 진지한 노래는 어때."
"좋네."
"권순영, 진짜 뒤진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그땐 내가 진짜 관심 없었어…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쫑알거리는 거 대답해준 게 어디야. 삐친 것인지 결국 무슨 노래하는지는 끝까지 말 안 해주더라 그래서 진짜 공연 당일까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몰랐다니까? 하여튼 그렇게 공연 날이 왔지. 근데 얘 엄청 꾸미고 왔더라. 화장도 하고 분홍색 가득한 옷 입고, 처음으로 좀 봐줄만하네. 라고 생각한 날이었어. 그때 여주가 부른 노래가 Dream이었어. 맞아, 그 백현이랑 수지랑 부른 거. 그래서 한 학번 위 선배랑 같이 불렀었어.
"나 진짜 너무 떨려. 망하면 어떡해?"
"삑사리 났으면 좋겠다."
"너 앞에 앉아있으면 안 돼? 딴 사람 들보면 진짜 실수할 거 같아."
"맨 앞에서 널 봐야 하는 난 생각 안 해?"
당연히 한 대 맞았고 기어코 날 맨 앞자리에 앉게 하더라. 와 근데 몰랐는데 여주가 노래 진짜 잘한다? 긴장했다더니 떨지도 않고 잘 부르고 선배랑 자연스럽게 스킨쉽도 하고 눈도 잘 마주치던데. 괜히 뾰로통해졌지. 긴장된다고 나보고 있어달라면서 너무 잘하니까. 그러다가 여주랑 눈이 딱 마주쳤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하필 가사가
'나는 네가 꼭 내 것 같은데'
"미친."
괜히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고 그런 거 있잖아. 안 그래도 평소랑 다른 모습으로 와서 조금 예쁘다 생각했는데 거기다 이제 심장에 노크 한번 한 거지. 그 뒤로는 무대를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안 나. 끝나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는 어땠냐고 물어보는데 혼자 설렌 거 생각나서 민망해 죽겠더라. 가까이서 얼굴 마주 보니까 얼굴은 달아오르는 느낌이지, 거기다 뭔가가 좀 아쉬운 것인지 방금 부른 가사를 흥얼거리는데 거기서 팡- 터져버렸지.
"아 좀, 그만 불러."
"왜 또 시비야. 근데 너 어디 아프냐. 얼굴 왜 이렇게 빨개."
"더워서 그래. 더워서!!"
그 자리에서 얼굴 더 보고 있다간 진짜 심장 튀어나올 거 같아서 화장실로 도망갔어. 별일 아니었는데도 그때 빠진 이후로 아직도 못 헤어나오고 있네.
- 권순영
- 22살
- 여주 소꿉친구
- 17살 축제때 노래하는 여주에게 반함 NEW!!
06. 지훈아, 너는 언제, 어떻게 여주한테 반했어?
내 생일 날. 성격상 생일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굳이 누구한테 말하지도 않고, SNS에 띄워두지도 않아. 아마 여주도 몰랐을걸. 내 기억으론 물어본 적 없었던 거 같아. 하여튼 평소같이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어.
'훈아 어벤저스 3일 뒤 개봉이래! 같이 보러 가자!'
'ㄱㄱ'
-
고작 11월이었는데도 엄청 춥더라. 쟤는 근데 여름에 덥게 겨울에 춥게가 인생모토인가봐. 세상 춥게 입고 와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 추운 티는 안 내는데 미세하게 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나길래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거야.
"기다려."
"영화 시간 다 돼가는데 어딜 가?"
"금방 올 거야."
영화관 근처에 있는 아무 옷가게 들어가서 목도리 하나 사왔어. 옷까지 사줄 여유는 없고 이거라도 있으면 덜 추우려나 싶어서 아무거나 집어 들었지. 시간 보니까 영화시간 10분 정도 남았길래 서둘러서 돌아갔어. 목도리 건네주니까 놀라더라. 뭐 이런 걸 갑자기 사왔냐고 고맙다 부터 시작해서 자기 오늘 입은 거랑 비슷한 색 사온 거냐고 센스가 어쩌고까지… 평생들을 칭찬 다 들은 거 같아서 민망해 뒤질뻔했어. 여차여차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김여주 팝콘 진짜 많이 먹더라. 나 사실 팝콘 되게 좋아하는데 걔 때문에 많이 못 먹었어. 먹으려고 손 뻗으면 자꾸 손가락이 닿아서 괜히 신경쓰이는거야. …썸타는 사이에 영화관을 자주 오는 이유를 살짝 이해했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손가락만 살짝씩 닿는 게 그냥, 조금 묘하더라고. 근데 영화가 너무 재밌었었어 금방 잊었어. 목도리 고맙다면서 저녁은 자기가 내겠다며 가격대가 꽤 있는 식당에 데려가더라.
"여기 비싸잖아."
"누나 알바비 들어왔어."
"잘 먹겠습니다."
냉큼 먹어야지. 저녁도 잘 먹었고 웬일로 자기 집에 데려다 줄 수 있냐더라. 원래 이런 얘기 잘 안 하는 애가 데려다 달라길래 그냥 그러기로 했어. 기숙사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도 없는데 뭐. 분명 되게 춥다고 생각했는데 얘기도 많이 하고 걸어 다니니까 하나도 안 춥더라.
"일본작가가 사랑합니다를 달이 참 예쁘네요. 라고 번역한 얘기 알아?"
"들어는 봤어. 근데 갑자기 왜."
"아니 오늘 달 예뻐서 생각났지-"
"그러게, 달 예쁘네."
대화가 끝나고 눈이 마주쳤는데 아까 영화관에서 느꼈던 그 묘한 감정이 또 느껴지는 거야. 하필 저런 얘기하고 있어서 내가 고백한 거 같고 그런 이상한 기분. 괜히 민망해져서 빨리 가자고 보채기나 했지. 다행인 건 금방 여주네 집에 도착했어. 만약 한참 가야 됐으면 어색해서 몸부림쳤을 텐데. 대충 내일 보자며 몸을 돌렸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몸을 돌렸어.
"지훈아, 생일 축하해."
놀라서 핸드폰 꺼내보니까 딱 12시 지나서 내 생일이었더라. 12시 땡 치면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데려다 달라 한 거였대. 그리고 선물이라고 상자 하나를 내밀었는데 목도리더라. 내가 여주한테 사준 거랑 똑같은 색.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마음이 통했다면서 지나치게 좋아하는 거야. 이렇게 깜짝 생일축하를 받았던 건 처음이었어. 생일, 좋은것같아.
"다음 생일도 내가 1등으로 축하해줄게."
그게 너무 예쁘던데. 달 때문이었나.
- 이지훈
- 22살
- 세봉대 동기이자 첫 대학친구
- 20살때 자기 생일 챙겨준 여주에게 반함 NEW!!
+
순영이랑 지훈이랑 연애하고싶다..
여러분 저 암호닉 받겠습니다!
가장 최근 글에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될 것같아요
오래갑시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