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남자친구가 누구야 ? W.HARU_
01. 순영아, 여주랑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음,이런 말 하면 안 되려나.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만난 날은 기억 안 나. 여주 태어났을 때 처음 만났다는데 어떻게 기억해. 내가 몇 개월먼저 태어나서 우리 엄마가 나 데리고 여주. 태어난 날 보러 가셨다더라고 부모님께서 너무 친하셔서 우리도 날 때부터 같이 자랐다고 봐야지, 뭐. 이렇게 따져보니까 우리 진짜 오래됐다. 22년째 같은 동네 사는, 부모님끼리도 서로 아는 절친이 어디 흔한 거냐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추억 중에 처음이라면 다섯 살쯤 유치원 때 일 거야. 유치원때도 진짜 많은 일이 있었을 거 같은데 지금당장 기억나는 건 이거 하나네. 우린 같은 유치원을 다녔었고, 집도같은 동네였으니까 유치원 옆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어. 부모님께서 회사때문에 좀 늦게 오셔서 거기서 여주랑. 매일 같이 놀았었거든 그시절엔 소꿉놀이가 뭐 그리 재밌었는지 맨날 놀이터 가면 돗자리 하나 펴놓고 소꿉놀이하는 게 일상이었지. 역할정할 때 아기들 제일 많이 싸우는 거 알지? 우리도 똑같았어. 그냥나는 여주가 엄마가 아니면 아빠 하기 싫었단 말이야. 근데 김여주 가위바위보 진짜 못한다. 어렸을 때도 못하더니 아직도 못하더라. 여주가 유치원 다니는 내내 엄마 해본 게 진짜 손에 꼽을 정도면 말 다했지. 그러다가 그날 여주가 드디어 가위바위보 이긴 거지.
“와!!그럼 여주가 엄마 할래!”
진짜 내 다섯 살 인생 처음으로 기도했다. 이기게 해달라고.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이겼지. 역시 신도 진심은 알아주는 것 같다고 이때부터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가 엄마·아빠 했고 그 다음은 기억이 잘 안 나. 그냥 아기들처럼 예쁘게 놀았겠지? 중요한 건 우리가 부부였다는 게중요했지. 그렇게 한참을 놀았을까 부모님이 오셨고 우리는 이제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집으로향했지.
“오늘 소꿉놀이 해써, 여주 처음으로 엄마했어여!”
“오-정말? 우리 여주 기분 좋았겠다. 아빠는 누구였어요?”
“아빠는 쑤뇨!”
방금까지 여보 자기 하면서 놀던 게생각이 나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었지. 얘 때문에 맨날 가위바위보 이겨도 삼촌 같은 거 하고 그랬단 말이야. 사실 그 나이 땐 엄마·아빠 역할이 주인공이라 생각할 때 잖아. 얼마나 하고 싶었겠어. 둘이 손 꼭 잡고 총총 뛰어다니면서 집에가는데 그 모습이 엄마들 눈에는 얼마나 귀여웠을까. 내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귀여웠을 거 같은데, 물론 여주가. 아, 맞다. 그리고 이날 여주가아직도 나한테 놀림당하는 얘기를 하나 했지. 이 얘기 하면 아직까지도 죽일 듯이 달려드는데 그 반응이너무 귀여워서 자꾸 말하고 싶어.
“쑤뇨가 아빠 하는 게 제일 재미써.”
“그럼 여주 나중에 순영이랑 결혼할 거야?”
“웅.여주는 수녕이랑 결혼하꺼야.”
그 와중에 나 되게 패기 있었다. 나랑 결혼할 거라면서 날 꼭 끌어안는 애를 같이 한번 안아주고 바로 살짝 때어냈어. 그리고 그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지.
“수녕이는 여주랑 겨론안해.”
“왜애, 나 시러…?”
“겨론은 우리 엄마랑 하꺼야. 여주는 여자칭구해.”
얘기 듣자마자 울먹이더니 왜 결혼은못하냐며 펑펑 울었는데 엄마들이 애 달래주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눈에 훤하다. 몰라, 그때는 엄마랑 결혼하고 싶었어. 여자친구하라는 말 여주는기억할 지 모르겠다. 기억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네.
-
“왜,너 나랑 결혼한다 했잖아.”
“아 좀 그만! 애기때였잖아.”
“아-오랜만에 장모님 뵈러 가야겠다.”
“야!”
- 권순영
- 22살
- 여주 소꿉친구 NEW!!
02. 지훈아, 여주랑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어.17년 3월 3일 11시. 너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서 좀 변태 같은데 오해하는 그런거아냐. 입학하고 첫날, 첫 수업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던 거니까. 내가 워낙 낯가림이 심한 편이기도 하고 나서서 친구를 만드는 스타일도 아니라 그냥 적당히 강의실 뒤쪽 구석에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어. 수업 시작 5분 전 정도 되니까조용하던 강의실도 시끄러워지더라. 그래서 그냥 책상에 살짝 엎드려서 교수님 오시길 기다리고 있다 보니시간은 금방 가고 다들 친구들이랑 있는 건지 내 옆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어. 사실 편하고 좋다 생각해서품에 안고 있던 가방을 옆 의자에 올려놓았고 출석부를 준비하시는 교수님에 집중하고 있었지. 한 명 두명 이름이 불리는데 첫 날부터 안 온 사람이 있더라고.
"김여주"
“…김여주학생 안 왔나요?”
“네!!!저 여기 있습니다!”
결석체크를 하시려는 교수님 뒤로 급하게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이 한명 있었어. 누군지 예상은 가지? 맞아, 김여주였어. 그래도 그 떄 교수님이 좀 착하신 분이라 다행이지아니었으면 진짜 제대로 찍힐 뻔 했었지. 하여튼 늦게 와서 앉을 자리를 찾던 저 애랑 혹시라도 눈이마추칠까봐 바로 교수님께 시선을 옮겼어. 첫 날부터 괜히 같이 튀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내 옆자리를 톡톡 두들기더라.
“자리 있어요? 앉아도 되죠?”
“…예.”
망했다 싶었어. 조금 시끄러운 애일 줄 알았거든. 근데 예상과 달리 수업시간 내내졸지도 않고 집중해서 필기도 잘하더라. 교수님 말씀 놓쳐서 내가 살짝 힐끔거리니까 보라면서 교제도 선뜻보여주더라고. 착한 애구나 싶었어. 근데 사실 첫 만남은이게 다야. 이러고 수업 끝나서 인사 같은 것도 없이 바로 헤어졌어.이름도, 나이도 몰랐지. 새내기같이 보이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그러다가 이제 또 이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누가 또 내 책상을 두들기는 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그때 그애더리? 자연스럽게옆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치웠더니 고맙다며 싱긋 웃더니 자리에 앉더라. 조금 부스럭거리면서 수업준비를하는가 싶더니 대뜸 날 쳐다보길래 진짜 놀랐어.
“이름이 뭐에요? 저는 김여주, 스무살이에요!”
“…이지훈. 저도 스물.”
“친구였네- 안녕.”
갑자기 안녕이라며 인사를 하길래 당황해서그냥 손만 같이 흔들어주고 시선을 돌렸다. 그 떄 교수님이 바로 들어오신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지. 통성명했다고 달라 지는 건 없었어. 똑같이 수업만 들었어. 나는 똑같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짐 싸서 나갔고. 그땐 그냥 그 어색함을못 견뎌서 그랬던 거 같아. 그러고그 다음 수업에서 내가 지각을 해버렸어. 사실 수업에 늦은 건 아니고 평소보다 조금 늦은 거였지. 간당간당하게 도착했으니 지각은 아니었나. 내가 맨날 앉던 자리에누군가가 앉아있는 거야. 자리 뺏겼다 싶어 조금 기분이 안 좋았는데 마침 거기 앉은 사람이 고개를 돌려눈이 마주쳐버렸어. 여주더라고. 날 보자마자 이쪽으로오라며 손짓하길래 살짝 고민하다가 걸음을 옮겼어.
“너 오늘 늦었네. 내가 자리 잡아놓고 있었어. 고맙지.”
“고마워.”
“너 사람 민망하게 하는데 소질 있다.”
비꼬는건가 싶어서 기분 나빠지려는 참에그 애 얼굴을 봤는데 진짜 악의라곤 하나도 없는 얼굴이더라. 괜히 민망해져서 헛기침 몇 번 하고 다시고개를 돌렸는데 곧이어 말을 걸어서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지.
“나랑 친구 할래?”
“……”
“뭐야, 싫어?”
“…그러던가.”
-
“야,이지훈 첫인상 어땠는 줄 아냐.”
“시끄러워.”
“예민한 완두콩 같았다. 아니 쪼끄맣고 귀엽게 생겨서는 말도 없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 하고, 나싫어하는 줄 알았다니까.”
“싫었으면 옆에 안 앉혔지.”
“어?방금 뭐라고 했어?”
“너 안 싫었다고.”
- 이지훈
- 22살
- 세봉대 동기이자 첫 대학친구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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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썰푸는 식으로 진행 할 예정인데 어떤가요 나름 색다르지 않나요ㅎㅎ
그나저나 빨리 온다 해놓고 너무 늦게왔죠ㅠㅅㅠ
요즘 너무 바빠버려서…
몇줄 안되는 예고편인데도 초록글 올려주시고 기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사실 제가 글잡은 요즘들어 처음 시작한거라 암호닉이 뭔지 구독료는 어느정도가 적당한지 그런거 하나도 몰라요 여러분이 많이 알려주세요ㅠㅠ
그리고 내남누와 동시에 17Film도 자주 올게요! 원래 단편 성애자라ㅎㅎ
아, 부르실 때 그냥 편하게 하루라고 부르셔도 됩니다ㅎㅅㅎ 친해보이고 좋잖아요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