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남자친구가 누구야? W.HARU_
03. 민규야, 여주랑처음 만난 날 기억나?
처음 만난 날이라… 아마 우리 누나가 친구들이랑 숙제한답시고 친구들 우르르데려온 그 날 처음 본 거일 거야. 그때가 내가 중학교 2학년쯤이었나. 나는 한창 사춘기에 중이병 때였으니까 누나가 친구들 데려온다길래 시끄럽게 하지만 말라며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도않았지. 누나 친구들이 오든 말든 인사도 안 했고, 화장실가는 것도 눈치 보여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근데 얘네는 공부하러 온 거면서 뭐 그렇게 시끄러운지. 분명 누나 방에 모여있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거실에서 텔레비전이라도 보는 건지 시끌벅적하더라. 계속 방에만 있자니 나도 답답해져서 피시방이나 가야겠다 싶어 대충 모자 하나 쓰고 거실로 나왔어. 문 열리는 소리에 거실에 있던 그 많은 사람이 날 쳐다보는 게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괜히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신발을 구겨 신고 있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더라고. 일단 김민영은 아니었어. 걔가 날 그렇게 다정하게 민규야- 하고 부를 리가 없으니까.
“네가 민규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욕이나 안 했음 다행이죠. 야, 나나간다.”
나한테 말 거는 누나 친구 말에 대충 대답하고 바로 현관문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망할. 지갑을 안 가져왔더라고. 근데이걸 다시 들어가서 챙겨오기도 조금 민망한 상황이잖아. 누나한테 부탁해서 가지고 나와달라 할까 하다가들어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깨닫고 다시 도어락에 손을 가져갔지.
“뭐야, 너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게 내 얘기인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어. 아니괜히 궁금하잖아. 오늘 처음 본 내 얘기를 어떻게 할지. 그냥현관문에 몸을 밀착하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요즘 자기 잘생긴 맛에 빠져 살아. 꼴 보기 싫어 죽겠어.”
저 새끼를 그냥… 사실 저 때 죽여버릴걸.하고 아직도 후회하고 있어. 진짜 아직도 도움이 되는데 하나도 없다니까. 아, 따지고 보면 쟤 때문에 여주만난 거니까 그거 하나는 고마워해야 하나. 하여튼 저 소리 듣자마자 저런 애 친구들한테 뭔 얘기를 들을까싶어서 그냥 들어가려는데.
“왜, 진짜 잘생겼던데? 아, 중학생만 아니었으면 그냥-“
“아니었음 뭐요.”
“……너 아직 안 갔니?”
갑자기 등장해버린 나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가슴께를 쓸어내리더라. 한숨 휴- 쉬면서 어색하게 나를 보며 웃어 보이는데 그게 묘하게 눈길이 가더라. 아직도자기 가슴을 통통 치는 손을 보다가 왼쪽에 달린 명찰을 봤어. ‘김여주가’ 름 예쁘더라. 그땐 나도 무슨 패기였는지 몰라. 남 얘기를 하고 있던 게 미안했던지 입만 웃고 있는 그 사람들 사이에 말을 하나 건네고 뛰쳐나왔지.
“여주누나, 2년 짧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
“민영이는 요즘 잘 지내?”
“나보다 누나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우린 연락 안 해.”
“야, 너는 누나랑 사이좋게 좀 지내. 그래도널 얼마나 생각하는데.”
“됐어, 걘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듣는 누나 속상해한다.”
“뭐, 덕분에 여주누나 만난거 하나는 고맙네.”
- 김민규
- 20살
- 여주 절친의 친동생 NEW!!
04. 원우야, 여주랑처음 만난 날 기억나?
동아리 축제 홍보하는 날 처음 봤을걸. 한창 새내기들 들어오고 동아리 홍보철일 때 있잖아. 그때 내가 차기 동아리 회장인 데다가 잘생겼다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가면서괜히 더 앞장서야 한다- 이러길래 정복까지 차려입고 새내기들 앞에 서 있었지.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래도 나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많이 익숙해졌다싶었는데 아직이다 싶더라. 너무 어색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우리 학교는 건물 앞에 테이블을 쫙 펴놓고 지나가는 새내기들에게 동아리 홍보를 하는 형식이었는데 우리가 하필 제일 앞이라 말도 제일많이 하고 관심도 제일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지.
“세봉대학교 홍보동아리입니다.”
진짜 이렇게 민망할 수가 없더라. 팸플릿을 건네도 받는 사람 반,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사람 반.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어 한숨만푹푹 쉬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가 연신 우와- 거리면서 올라오고 있더라.
“와, 우리 학교 동아리 진짜 많다.”
“그러게.”
“지훈아 넌 동아리 뭐 들어갈 거야?”
저 학생이면 내 말에 관심을 좀 가져줄 거 같았어. 일단 동아리 자체에흥미가 있는 사람인 거잖아. 대뜸 가까이 다가가서 팸플릿을 내밀었지.세봉대학교 홍보동아리입니다-
“홍보대사예요? 대박. 우리이거 한번 들어보고 가자.”
나이스. 드디어 한 명 영업인 건가 싶어서 눈물이 다 나려 하더라. 비록 옆에 있는 남자애는 관심도 없어 보였지만 그에 비해 여자애는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 이때부터 이지훈은 마음에 안 들었어. 여자 쪽을 살짝 보니까 단정하고예쁘장하게 생긴 게 이미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심 그때부터 저 친구는 꼭 지원해줬으면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사실은 저 친구가들어온다면 이번 연도가 동아리 미모치 탑 찍겠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어. 혹시 방금 조금 재수 없었으려나, 그렇다면 미안. 하여튼 끝까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을 다 듣고일어나려는 학생을 대뜸 붙잡았어. 도장을 확실히 찍어야겠다 싶었거든.
“아, 갑자기 잡아서 미안해요. 저는화학공학과 16학번 전원우라고해요.”
“헐 저도 화공이에요! 17학번 김여주입니다. 얘는 화공 이지훈이고요.”
“내 소개를 왜 너가 해.”
“네 입으론 어차피 안 할거잖아.”
둘이 은근 캐미가 잘 맞아 보이더라. 남자 쪽도 귀찮아하면서 다 받아주고있고. 아, 얘기하면 또 짜증이 나. 그땐 왜 둘이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 지금은 이지훈 생각만 해도화가 치밀어올라.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가 같은 과라 더 친밀감이 들어 보였다는 거? 항상 들고 다니는 동아리 명함을 하나 꺼내서 여주에게 건네줬어.
“동아리 부회장이에요.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난 여주가 꼭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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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저는 여기 들어온 거 항상 후회해요.”
“왜, 힘들어? 아무리 그래도항상 후회까지는 좀 속상한데.”
“예쁘고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괴감 들거든요.”
“우리 지금 표지모델 촬영 중인데 너무 겸손한 발언 아니야?”
“그리고 여주 네가 제일 예쁘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 전원우
- 22살
- 세봉대학교 홍보대사 겸 동아리 선배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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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네명 다 등장 했습니다 유후~
이번화 까지는 아직 관계 및 인물 소개 정도였고 다음편부터 본격적으로 설레는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원우가 선배인데 동갑인건 오류가 아니랍니다 지켜봐주세요!
사랑해요 ♥ X 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