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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냥 날 놓아주면 돼 08



꽤나 오랫동안 입원을 해야 했다.


잠결에 만났던 그를 마냥 꿈이라 믿었고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잠에 취해 끊임없이 들이킨 약들.


정신을 차린 후에는 김닥터의 잔소리를 꽤 오랫동안 들었다.


그는 여전히 내 옆을 지킨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라디오를 위해 잠시 저녁에 자리를 비우는 것 외에는 계속 함께했고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틈만 나면 연락을 해 왔다.



“일은 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결재해 주신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강원도 리조트는 보고 왔는데 이사님이 만족하실 것 같아요.”


“퇴원하면 같이 가요.”


“그럼 리조트에는 미리 연락해 두겠습니다.”


“다른 건 문제없어요?”


“그래도 매번 준비도, 정리도 잘 해두셔서 제가 손댈게 없습니다.”


“다행이네.”


“몸은 좀 어떠세요?”


“일찍도 묻는다.”


“저 말고도 묻는 사람 많으시잖아요.”


“뭐, 없지는 않아.”


“아직 퇴원 얘기는 없던데. 김석진 선생님이 아무말씀 안 하세요?”


“충분히 괜찮은데 안 시켜줘요.”


“말투는 아쉬운데 입은 왜 웃고 계세요?”


“태형이를 볼 수 있는 핑계니까?”



민비서를 향해 웃어보이자 그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하고 웃음을 살짝 흘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표정을 풀었다.



“사실은 회장님도 알고 계세요.”


“뭘?”


“김태형씨랑 이사님 관계요. 물론 파혼한 것도.”


“그랬구나……. 그래서 민비서가 태형이 불렀구나. 아, 다른 말은 안했죠?”


“그럼요.”


“윤기씨 최고네.”



엄지를 올려보이자 그가 다시 웃는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을 맞은 듯 마음이 편안하다.


멍하기만 하던 정신은 이제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고 숨겨둔 감정, 표현 따위를 보이곤 한다.


똑- 똑-


신이 난 노크소리를 보니 그가 스케줄을 끝내고 온듯하다.



“누나!”



양손 가득 과일바구니를 든 그는 하나는 민비서의 손에 하나는 내 침대 위에 올려둔다.


당황스런 나와 민비서가 그를 보자 뿌듯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대표님이 연애는 알아서 잘 하래요. 누나 얘기하니까 하나는 비서실에 하나는 누나 주라고 주셨어요.”


“연애?”


“누나랑 하려고요.”


“나랑?”


“그럼 안 할 거예요? 나 맨날 여기서 누나 간호하는데?”


“그럼 전 이만 회사 가보겠습니다. 두 분 말씀 나누세요.”



눈치를 보던 민비서는 일을 핑계로 병실을 나섰고 그는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자신과 정말 연애를 안 할 거냐며 묻는 그에게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서야 평화로운 병실과 조우했다.



“대답 들었으니까 우리 진짜 연애하는 거예요. 진짜 연인이라고요, 우리.”


“이렇게 예쁘게 웃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파혼할 걸 그랬나봐.”


“지나간 시간은 과거로 묻어 두기로 하고 앞으로만 생각해요.”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는 내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잊고 있던 평화가 찾아왔다.




*




수면제에 의지하지 말라는 김닥터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서 퇴원을 한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와는 꿈에 그리던 완전한 연애를 하는 중이다.


서로 바쁜 일상을 살아내는 중이라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틈만 나면 연락을 하고 만나는 날에는 그 누구보다 애틋하다.


매일 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는 자기 전 마지막 의식처럼 빠짐없이 모니터링을 하며 오늘도 수고했다는 문자를 남기면


 ‘이건 너무 불공평해.’라는 답장이 와 있다.



“오늘도 고생했네?”


-진짜 불공평 한 거 아니에요? 나는 문자랑 이렇게 잠깐 틈날 때 누나 목소리 듣는 게 전부인데.


“나 보고 싶어?”


-당연할 걸 왜 묻고 그러지?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누나 너무한 거 알죠?


“진짜?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 전화 끊을래요.


“그러지 말고 방송국 야외 주차장으로 나와 봐.”


-와, 설마 왔어요?


“그럼.”


-와, 어떻게 들어왔어요?


“나 김탄소야. KSBC 이사장 손녀.”


-나 진짜 달려가요!



급하게 그의 전화가 끊기고 차에서 내렸다.


뜨거웠던 여름도 슬슬 꺾이는 지 밤공기가 꽤나 차가워 졌다.


저 멀리 누가 봐도 신이나 뛰는 사람이라는 걸 광고라도 하듯 폴짝거리는 태형이가 보였다.


분명 겉모습만 보면 ‘나 연예인이에요’라는 아우라를 풍기는 데 하는 짓만 보면 그저 애기 같다.



“우와! 김탄소다!”



한달음에 달려와 나를 안은 그는 숨막힌다는 내 말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치댈 줄만 아는 대형견 같다.



“잘 지냈지? 안본사이 또 살 빠진 거 같다?”


“화보 촬영 때문에 조절하고 있어. 그보다 어떻게 왔어요? 내가 보고 싶어 죽기 직전인건 또 어떻게 알고.”


“내가 죽을 거 같아서. 매니저님은 보냈으니까 나랑 같이 가.”


“나 너무 설레……. 우리 어디가요?!”


“우리 집.”



그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곤 한껏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 행복을 왜 늦게 서야 알았는지 가끔은 후회도 된다.


하지만 지나 온 힘겨운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가 더욱 애틋해 질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사님 안 계세요?”


“응. 집에 일도 있고 오늘 너도 올 거라서 휴가 가셨어.”


“이 큰집에 혼자 있었어요?”


“응.”


“나라도 부르지.”


“바쁜 거 뻔히 아는데?”


“빈말이라도 불러주지…….”



그는 아쉬운 듯 토라진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이내 오랜만에 만났다는 사실에 다시 나를 안고서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누나 냄새 완전 좋아요.”


“태형아 그 발언은 좀 변태 같아.”


“애정……. 아! 못들은 걸로 해요오…….”



말을 하던 그의 목소리 사이로 꼬르륵 소리가 들리고 그는 당황스러운 듯 발끈하며 못들은 척하라며 부끄러워했다.


화보촬영 때문에 조절중이라더니 저녁을 안 먹었는지 또 한 번 꼬르륵 소리가 들려 온다.



“저녁 안 먹었어?”


“샐러드 조금?”


“안힘들어?"


"딱 쓰러지기 직전이요."


"그럼 안 되는데...“


“나 안쓰럽죠?‘


“응. 내가 다이어트 대신 해주고 싶을 만큼.”


“그건 더 싫어요.”


“그럼 오늘만 먹자.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나 방금 진짜 설렜어.”


“오늘 자주 설레네?”


“김탄소랑 같이 있잖아.”


“같이 살래? 그럼 매 순간마다 설렐 텐데.”


“아직은 안 돼요. 나 죽을지도 몰라.”


“그럼 안 되지. 태형이 없으면 난 어떡해.”


“아,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인 건데.”


“싫어?”


“아니. 너무 좋아요.”



그와 오랜만에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다.


각자의 현실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둘만의 행복을 바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와 만난 후로 수면제에 기대지 않아도 편하게 잠에 들고 안정제와 항우울제의 복약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런 나의 변화를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지난 10년을 나에게 죄인이었다던 아버지는 나의 웃음을 좋아하셨고


 이런 나의 변화에 1등 공신이었던 태형이를 누구보다 응원한다며 집으로 꼭 한번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제 수면제도 안 먹고 기특하네?”


“기특하기까지 해?”


“그럼!”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네~ 잘했어요. 김탄소씨.”



그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눴다.


수면제를 끊었다는 말에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고 나를 기특하다 여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아버지의 얘기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너 보고 싶어 하셔.”


“아버님이요?”


“응.”


“나 벌서 긴장돼요.”


“너한테 고마워서. 그래서 만나고 싶어 하셔.”


“나 한 거 없는데.”


“나랑 연애하잖아. 제일 잘한 일인데 왜?”


“누나 입에서 그런 얘기 나오는 거 너무 신기해.”


“내 남자친구 최고...!”


“아, 하지 마요…….”



그는 이내 부끄러운지 이불을 끌어와 얼굴을 숨겼고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불을 뺏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였다.


이불 사이, 보이는 그의 볼에 입을 맞추자 그는 놀랐는지 이불을 놓쳤고 그의 입술에 다시 입맞춤을 했다.



“갑자기 이러는 건 반칙이죠.”


“억울하면 너도 하시던지.”


“후회하지 마요.”


“할 것 같아?”


“진짜. 얄미워.”


“그래서 싫어?”


“누가 싫데?”


“진짜 김태형 예뻐 죽겠어.”


“예쁘기만 해?”


“아니. 잘생겼어.”


“실컷 봐. 김탄소 한정이니까.”



이번에는 그가 입을 맞춰왔다.


그를 보며 웃어보이자 또 다시 입 꼬리 위로 입을 맞춘다.


오늘 밤은 둘만 있기에 너무 긴 밤인 듯 하다.











늦은 금요일 밤! 아니 이제는 토요일로 넘어와 버린 지금에서야 달려온 웨이콩입니다 :-0

오늘은 하루가 너무 바빠서 10시가 다 되어 집에 와서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글 올려두고 씻고 잘 준비를 해야 할까봐요!

전에 없던, 우울하고 찌통이기만 하던 제 글에도 달달함(그런거겠죠...?)이 생겼습니다!

축하해주세요! 두사람이 연애를 합니다!

아 그리고 글 읽다보면 온점(.)이 찍혀야 할 자리에 반점(= 쉼표 ,)가 있기도 한데 이건 온전히 저의 타이핑 실수입니다!

약간 난시가 심한데 노트북 화면이 작은 탓인지 저의 타자치는 습관이 잘몫 된건지 자주 반점이 쳐 지더라구요

뭐 신경 안쓰셨겠지만 제가 신경쓰여서 TMI를 한번 남발 해 봤습니다!

모두 불타는 금요일 밤 되시고 내일 다시 뵈요!



+암호닉+


자색고구마라떼


여름


단무지


연지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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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4
연지곤지 입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고가요!!!

5년 전
웨이콩
연지곤지님 어서오세요💜 새벽에 답글 다신건 알았는데 이제야 승인이 나서 읽어요 ㅜ 이제 결말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끝까지 함께해요💜💜
5년 전
비회원127.188
너무 잼써요 작가님ㅜㅠ짱이에요 둘이 진짜 행복했음 좋겠다
저도 암호닉 신청할게요 프리지아 로 해주세요🥰

5년 전
웨이콩
프리지아님 어서오세요💜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ㅜ 두사람의 행복을 저도 기도하는 중입니다 ㅎㅎ 앞으로 함께해요💜
5년 전
독자1
단무지입니다! 둘이 너무 달달한거 아닙니까!! 부럽네요ㅎㅎ
5년 전
웨이콩
단무지님 어서오세요💜 바라던 행복을 만난 두사람이라 꿀단지를 선물했습니다ㅏㅏ 함께해 주세셔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2
자색고구마라떼입당 작가님💜
드디어 태형이와 탄소의 투탁투닥 연애라니.. 애겨부리는 태형이라니.. 누나라니... 엉어유ㅠㅠ 저 광광 율어요ㅠㅠㅠ 설레..ㅠㅠ 아... 진짜ㅜㅠㅠ 심장이 간질거린다 진짜ㅠㅠ 작가님 이거 반칙이에요ㅜㅜㅜ 분위기 완전 바뀌었잖아요.. 싫다는건 절대 아니고💜 좋다구요💜

5년 전
웨이콩
독자님들의 사랑과 관심에 비해 스토리가 슬퍼지는 것만 같아서 얼른 행복한 두사람을 표현해 봤어요! 이제 꽃길만 걷기를 마라면서💜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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