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그냥 날 놓아주면 돼 06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김대표와 처음으로 마주했다.
지난 밤, 나를 기다려주겠다던 그의 말들이 생각나 오늘은 그를 만나야만 했다.
언젠가 그도 알아야 할 일이니까.
“어제 전화 받고 생각 많이 했어요. 김대표님도 알아야 할 일이 있어서…….”
나를 보는 그의 얼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겼다.
반가움과 궁금증, 걱정 따위의 표정들이 나를 향하고 있다.
말끝을 흐리곤 한동안 말이 없는 나를 그가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렸다.
“떠나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고작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1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김대표한테는 숨기고 싶지 않아요.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모든 걸 정리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그의 앞에서 떠들고 있으니 다시 꼬여버렸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잘 풀어야 꼬인 매듭이 풀어질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나는 김대표님이랑 결혼 못해요.”
잠시의 고민 끝에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약속된 결혼에 대한 거절이었다.
김대표도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지금 이 상황을 믿기 싫은 건지 믿을 수 없는 건지 그는 아무 말이 없다.
결국 다시 입을 여는 건 나였다.
“아이를 가졌었어요.”
“아이?”
“태형이 아이였어요. 나한테는 그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김태형씨도 아니?”
“몰라요. 일부러 말 안했어. 혼자라도 낳고 싶었어요.
근데 태동 한 번 느껴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냈어요. 김대표님도 아시다시피 나, 나약한 사람이잖아.”
그가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분명 아픈 건 나인데, 그가 내게 했던 말을 다시 해 준 것뿐인데 또 그가 피해자인척 아파한다.
“김대표님 아프라고 한 말 아니에요. 왜 대표님이 아픈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탄소야.”
“우리 결혼하지 마요. 제발 부탁인데 나를 위해서 그래줘요.”
“그래도 기다릴게.”
“안돌아가요. 남준씨, 나 그만 놓아줘요.”
“미안해. 김닥터 말이 맞았어. 내가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 거야. 인정하기 싫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미치도록 싫었어
그래서 못된 말도 해보고 화도 냈어. 그렇게 하면 네가 돌아올 것 같았으니까.”
“후회는 지난 후에야 깨닫는 거 에요. 지난 것 치고 우리 너무 멀리 온 거 같지 않아요?”
“탄소야 제발.”
“어른들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꼭 이래야만 해?”
“지금은 괜찮다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에게든 발목 잡힐 거 에요. 무슨 일에는 핑계가 되고 이유가 되겠죠.”
“내가 잘 할게. 그런 일 없게 할게.”
“사람이 간사해지는 건 한순간이에요. 우리, 여기까지 하는 게 맞아요.”
그 언제인가처럼 김대표를 만나고 온 밤은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문득 떠오른 그의 생각에 왈칵 눈물이 흘렀다.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그와 함께했던 닐들이 그립고 내가 지키지 못한 아이가 후회스럽다.
매일 밤 듣는 그의 목소리이지만 나를 부르던 그의 모습들이 한없이 멀어져만 가는 게 가슴 한편이 먹먹해 져왔다.
딩동-
울음소리만 가득한 룸 안에 한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 작가시점 )
문이 열리자 탄소의 눈에 보인 건 다름 아닌 태형이었다.
태형도 문을 연 탄소가 두 눈 가득 눈물을 달고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자 덜컥 겁이 났다.
탄소는 태형의 얼굴을 확인하자 한순간 몰려오는 안도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눈물이 났다.
“누나...”
그가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녀가 그리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호텔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던 1104호는 그녀를 위해 언제나 비어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체크인이 되어있다는 직원의 말에 무작정 올라 온 것이었다.
그런 그 곳에선 그녀가 울고 있다.
“태형아. 태형아…….”
그녀는 그리웠던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여전히 울고 있는 그녀의 등을 쓰러줄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점점 그녀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태형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휘청거리는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힌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아 붉어진 볼을 쓸었다.
“왜 혼자 울고 있었어요.”
“김태형이 보고 싶어서..,”
“나 여기 왔으니까 많이 봐요. 이제 울지 말고.”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여기 오면 누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처음 만난 날, 누나가 그랬잖아요.
여기는 항상 누나를 위해 비어있다고.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이미 체크인 되어 있잖아요. 누나말고 누구겠어.”
그는 또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이자 탄소는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자주 만나던 룸에서 그와 단 둘이 함께하는 지금이 꿈이 아니길 기도했다.
“미안해.”
“뭐가요?”
“모두 다.”
“미안해하지 마요. 각자에게 사정이 있었고 돌아가야 할 자리가 있었잖아요.”
이별이 가까워왔을 즈음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이다
각자의 사정, 자리, 그리고 진심보다 특별한 무언가, 돈으로 이루어진 약속 따위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모두 상처가 될 뿐 부질없는 것들이다.
결국 약속했던 결혼은 그녀 스스로 끝을 냈고 그에게 했던 모진 말들은 거울이 되어 그녀에게로 왔다.
“나 라디오 맡았어요.”
“매일 듣고 있어.”
“좀 억울한데. 누나만 내 목소리 매일 듣는 거.”
“매일 들어도 매일 그리워. 목소리는 기억하는데 얼굴이 자꾸 도망가잖아.”
“지금 많이 봐둬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억하려 애썼다.
잊고싶지 않은데 또 오늘이 지나면 잊힐 것만 같은 그녀였다.
“태형아.”
“응,”
“나 그 사람이랑 결혼 안 해.”
“뭐?”
“너무 숨 막히고 계속 되면 죽을 것 같더라. 조금만 더 빨리 결심했으면 좋았을 걸. 내가 겁이 많았어.
어른들의 기대, 사람들의 이목, 내가 이끌어 가야 할 직원들.
내가 좀 더 잘하면 될 것들을 결혼이 다 해결 해 줄 거라 믿었나봐. 내 잘못이야.”
태형의 표정이 복잡하다.
탄소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던 그는 탄소의 손을 잡았다.
“이제라도 누나가 하고 싶은 거, 선택하면서 살아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삶 말고 김탄소가 만드는 삶.”
태형이 웃자 그녀도 그를 따라 입 꼬리를 올려 본다.
어색하기 짝이 없던 웃음도 이제 다시 자연스러워 졌다.
하루를 넘기고 돌아온 웨이콩입니다 :-0
늦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늦어버렸네요ㅜ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돌아오서 정리하고 요즘 빠져사는 그녀의 사생활을 보고 오니 시간이 이미 11시 더군요...
휴 집에 오니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내일은 좀 더 일찍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밤 돠세여!!
참 어제는 제가 암호닉을 쓰는 걸 깜빡했는데 오늘은 잊지 않고 씁니다!!
너무 감사한 분들인데 제가 실수를 ㅜㅜㅜ
글 수정하면 알림 갈까봐 오늘까지 참았습니다!!
+암호닉+
자색고구마라떼
단무지
여름
연지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