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오네요.
흐린 날씨만큼이나 저의 기분도 좋지 않아요.
"자 정국아, 손님이 오시기 전에 어서 우산꽂이를 마련해 둬야지?"
"넹 근데 이거 맛있다."
"얌마 저거 손님주려고 만든건데 니가 왜 먹어"
"그거 사장님 먹으려고 만든거잖아요. 아직 가게 오픈도 안했는데"
"아 그랬지."
머리를 긁적이며 사라지는 사장님의 뒷모습에다가 속으로 엿을 날려주었어요.
"17800원 입니다."
손님의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어주려는데
돈통이 열리질 않네요.
비가 와서 그런지 기계도 말을 듣지 않나봐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장님을 찾아보았지만 또 어디론가 숨어 농땡이를 피우고 있나봐요.
오늘 참 되는일이 없다 싶어 급한대로 대걸레와 놀고있는 정국이에게 이리오라 손짓하니
대걸레로 무술을 연습하다가도 쪼르르 달려오네요.
"기계 만질줄 알아? 돈통이 고장나서."
"한대 치면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
속는셈 치고 두어 번 퍽퍽 치는데도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안돼잖아...시무룩해 중얼거리며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장님을 찾으려는데
빡!!
하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너덜너덜한 돈통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 정도로는 어림없죠. 저 잘했어요?"
"잘 부쉈네. 아무래도 너 이번달 월급은 포기해야겠다."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찾아 드리고 나니 비가 그친 듯 해요.
우산을 펼치지 않고 지나다니는 바깥의 사람들 속에서 저기 사장님이 보이네요.
"밖에 비 엄청 오더니 언제 그쳤냐."
"나갔다 온 장본인은 아시겠죠...악 사장님!!! 우산에서 물떨어져요!! 바닥 방금 닦았는데.."
"뭐 대수라고. 다시 닦아."
"들었니 정국아? 다시 닦으래.."
"사장님 넘행."
"닥치고 빨리행."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대걸레질을 하면서 무술연습을 하는 정국이를 가게 바깥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네요.
"돈통 박살났네"
"고장난줄 알고 정국이가 한대 쳤어요. 하나 사시는게 좋을듯."
"그거 내가 했어."
"...네?"
"오랜만에 기계에 손 좀 댔는데 어떻게 만져야 할지 몰라서."
"...사장 어떻게 했어요?"
"알바 놔두고 사장이 뭐 카운터에 나올 일이 있다고. 나 간다."
방금 저 굉장히 더러운 것을 봤어요.
뽈뽈 멀어지는 뒷모습과 열심히 먼지를 피워대며 날아다니는 옆모습을 두고
다시 한 번 이 가게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사장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