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희 - 여우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
내 사랑 바보 02 |
어깨가 찌푸둥한 느낌에 밍기적거리며 부스스 고개를 들었더니, 텅빈 강의실에 투두둑 하는 빗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라, 언제 잠들었지‥ 웅얼이며 머리를 긁적였더니 옆자리에서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 잘잤어? ” 어, 선배? 웅얼이며 눈을 꿈뻑거렸더니, 푸흐흐 소리내 웃더니 강아지 같아. 라며 태환은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아, 왁스칠 한건데. 라며 중국어로 중얼였다. “ 어- 중국어 썼다. 오늘 점심은 니가 사야겠네. ” “ ‥아차차. ” 첫날 그렇게 만난 태환과 나는 금새 친해졌다. 태환의 넓은 포용력과 한번 믿음이 간 사람에겐 다 퍼주는 그런 나, 이런 조합이라 그런지 두 살이라는 나이차이가 무색하게 친하게 지냈다. 태환은 한국어가 많이 서툴던 내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점심시간 전까지 중국어를 사용하지않으면 그가 밥을 사고, 사용하면 내가 밥을 사는 룰이였다. 어차피 한국어 실력을 늘려야했기에 알았다며 승낙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고, 거의 매번 내가 밥을 샀다. “ 선배. ” “ 형이라고 하라니까. 아직 이해 못했어? 내가 나이가 많지만 우린 같은 학년이잖아. ” “ 아아‥, 깜빡했어요. ” “ 기억력 참 안좋다, 너‥. 젊은 애가 벌써 그러면 어째. ” “ 하핫, 근데 왜 안깨웠어요? 나 잘 때. ” “ 너무 곤히 자길래 냅뒀지. ” “ 필수 과목이였는데‥ ” “ 내가 정리한거 보여줄게. ” “ 오? ” “ 나 이래뵈도 공부 잘한다? ” “ 그럴거같아요. ” 베시시 웃어보이자 태환은 덩치는 이렇게 산만해서 참 애기 같이 웃는다며 좋아했다. 밥을 먹으러 나가다보면 태환은 길거리에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이들에 쉽게 정신이 팔렸다. 아이가 그렇게 좋냐고했더니 너무 귀엽지않냐며 아기에 대한 연설을 1시간동안 토론했다. 나는 큰 덩치 때문인지 아이들이 날 무서워해서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지만, 태환의 예쁜 미소는 아이들에게도 통하는 모양이였다. “ 아, 그 교수 완전 대박이지않아? ” “ 완전 대박? ” “ 어, 음‥ 별로라고 별로! ” “ 아아, 응. 조금해요. ” “ 조금해요가 아니라 조금 그래요. ” “ 그래요? ” “ 어린애 한글 가르치는거 같다. ” 밥이 나오길 기다리며 태환은 차근차근 내가 틀리는 말들을 고쳐주었다. 한참 뒤 밥이 나왔고 테이블에 한 상이 차려지고 있을 무렵 그의 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은 그는 작게 미소지었다. “ 나 친구랑 밥 먹고 있어. 어디야? 과제는 제출했어? 응, 응응. 아니아니. ” 가만히 웃으며 통화하는 그를 보고 있었다. 전화를 건 상대는 형의 여자친구였다. 다정다감하고 잘생긴 그는 인기가 많았다. 당연히 애인이라고하는 여자친구도 있었고, 둘이 헤어지기만 기다리는 여자들도 더러있는 듯 했다. 멀뚱히 깨소금이 흐르는 통화를 듣고 있는데 부러워서 배가 아프기보다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며 불편했다. 그 느낌은 어릴 때 아주 친했던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뺏긴 기분과 흡사했다. “ 미안, 전화가 너무 길었지. 밥 먹자! ” “ 응. ” 왠지 갑자기 입맛이 떨어져서 속이 거북했지만 숟가락을 들고 꾸역꾸역 밥을 넘겼다. 반면 태환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띈채 맛있게도 먹었다. 식사가 끝난 뒤 태환은 근처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리해야할 과제가 있으니 그럼 난 먼저 학교로 갈게요. 라고 했더니 커피 한잔 사줄테니 인사나 하고 가자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별로 안 궁금한데. “ 우와, 크다! 누구야? ” “ 아는 동생인데 유학생이야. 인사해, 쑨양! 내가 이야기했지? 여기는 내 여자친구. ” “ 아‥ 안녕하세요. 쑨양입니다. ” “ 중국인이에요? 우와, 중국어 어렵지않아요? ”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참 예뻤다. 태환에게 어울리는 그런 여자였다.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웃으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너무 예쁜 커플이였다. 그 자리에 끼어있는게 불편해서 먼저 가려고 했더니 태환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 손에 꼬옥 쥐어주었다. 아, 쓴거 못먹는데‥ “ 시럽 많이 넣었어. ” 속으로 되내인 말을 들은 줄 알고 깜짝 놀라 태환을 바라보았더니 시럽 싫어해? 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되물어왔다. 고개를 붕붕 가로젓고 단걸 좋아한다고 하고 웃으며 커피 잘 먹을게요. 라고 하고 카페를 도망치듯 나왔다. 멍하니 걷다가 빨대를 입에 물고 쪼옵 빨아들이니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느껴졌다. “ {내가 많이 외롭나. 기분이 왜 이러지.} ” 자꾸만 미적지근한 느낌에 고개를 가로젓고, 애써 복잡한 마음을 꾹 누르며 학교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도서관 구석에 틀어박혔다. 그렇게 다음 강의가 있을때까지 꼼짝도않고 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시계를 봤을 때 강의시간이 5분도 채 남지않았다는걸 깨닫고 놀래서 벌떡 일어나 책을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손에 쥔채 헐레벌떡 달려갔다. 다행히 교수님이 늦게와서 지각하진않았다. 빼곡히 들어찬자리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익숙한 뒷통수가 눈에 띄어서 천천히 다가갔더니 인기척을 느끼고 힐끗 돌아봤다. 태환형이였다. “ 왜 이렇게 늦었어? 전화는 왜 또 안받았고? ” “ 아‥ 도서관, 무음‥ ” “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해? 얼른 앉아. ” 고개를 까딱여 인사를하고 미리 자리를 잡아준 형 덕분에 중간쯤에 앉아서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긴 다리를 오래 접고 있었더니 다리가 저려와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상태로 가방을 챙기고 있었더니 태환형이 쑨양- 하고 나지막히 불러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뭔가 굉장히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 기분 안좋아? ” “ 예? ” “ 내가 아까 괜히 여자친구한테 너 데려갔나 싶어서‥, 너 낯 많이 가리잖아. ” “ 예? ” “ 기분이 안좋아보여서‥ ” 눈을 깜빡거리며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그렇게 내가 가버린 후 사실 태환형은 그래도 같이 나왔는데 같이 들어가줘야하는데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근데 마침 내가 전화도 안받고 잠적을 타더니 강의 시간이 되도 안보이다 늦게오고, 별말없이 묵묵히 강의 듣다가 끝나자말자 벌떡 일어나더니 짐을 챙기길래 자신에게 화가 난줄 알았다고 했다. “ 내가 그렇게 속좁아보여요? ” “ 어? ‥어어, 아니 그런거 아닌데. ”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더니, 당황한 태환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굴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다 큰 남자인데도 왠지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서 형이 보지않을때 작게 웃었다. “ 나 괜찮아요. 화나지않았어요. ” “ 그래? ” “ 다리가 저려서 일어난거에요. 의자가 낮아. ” “ 니 다리가 긴거야. ” 그제서야 태환은 웃어보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입꼬리를 올려 따라웃었다. “ 태환형은 웃는게 좋아요. 울상 짓지마요. ” “ 어? ” “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 웃는게 예쁘다. 라고- ” 왠지 당황한듯한 표정이 보였다. 내가 또 한국말을 잘못했나? ‥고개를 갸웃한채 바라보고 있었더니 손을 허공에 휘휘저으며 허겁지겁 책들을 챙겼다. “ 예, 예쁘다는 말은 남자한테 하는거 아냐! ” “ 에? 왜요? ” “ 그건! ‥그건… 그러니까… ” 가방을 챙기던 손이 우뚝 멈춰섰다가 이내 다시 파바박 하고 움직였다. 벌떡 일어나며 책상에 무릎을 찍은 형은 아야야 거리며 콩콩 뛰어다녔다. “ 괜찮아요? ” “ 아, 아무튼 예쁘다는 말은 남자한테 하는거 아냐! ” “ 그럼 뭐라고 하는데요? ” 내 질문에 태환형은 너 지금 나 놀리냐? 라고 대꾸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더니 또 그 예쁜 눈을 도로록 굴리며 한참을 으음, 거리고 서있었다. “ 머, 멋있다? ” “ 그치만 형 웃는거 멋있지는 않은데요. ” “ 뭐? ” “ 예쁘다- 가 아니라면, 귀엽다- 가 맞아요. ” “ …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태환형은 몸을 홱 틀더니 약속이 있으니 오늘은 먼저 간다고하며 그대로 도망가듯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문득 빨갛게 물든 귀를 본거 같았지만, 내가 또 말 실수를 한건가 집에가서 국어사전을 좀 살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가방을 들고 느긋하게 학교를 나왔다. 훗날 들은거지만 태환형은 살면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서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그렇게 이야기하던 내 표정이 정말 사랑스럽다는듯 웃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설렜냐고 물었다가 꿀밤을 맞고 그 날 하루종일 머리에 혹을 달고 다녔던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 “ 쑨양, 나 이거도! ” “ 단거 많이 먹으면 배아파요. ” “ 병원가면 사준댔잖아. ” “ 벌써 이만큼 골랐는데 더 고를거에요? ” “ 배고프단말이야. ” “ 그럼 밥 먹어야죠. ” “ … ” 그렇게 병원에서 펑펑 울고난뒤 겨우 감정을 추스리고서, 약속한대로 시내에 있는 도너츠 가게에 왔다. 이미 태환은 언제 울었냐는듯 가게 문이 열리자말자 들떠서 쟁반에 도넛이란 도넛은 종류별로 다 담고 있었다. 그런 태환을 보며 제지 시켰더니 금새 뾰루퉁해져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 맨날맨날 밥만 먹으래. ” “ ‥다음에 또 먹으러 나와요. ” “ 거짓말‥ ” “ 약속. ” 슥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더니 계속 뾰루퉁하게 흘겨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서 내 손가락에 슥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걸어왔다. 씩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더니 그중에 별로라고 생각하는것들을 몇가지 내려놓고 당도가 높은 몇가지만 골라서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 맛있어요? ” “ 응. ” 자리에 앉자말자 빵가루를 여기저기 뭍히며 맛있게도 먹었다. 턱을 괴고 그런 형을 멀뚱히 보고 있었는데 눈앞에 불쑥 빵하나가 보여서 움찔하며 고개를 뒤로 뺐다. “ 먹어. ” “ 아, 아냐. 형 먹어요. ” “ 좋아하잖아. ” “ 어? ” “ 쑨양, 도너츠 좋아하잖아. ” 빵을 내민 손을 보다가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더니 작게 미소지으며 얼른 먹어- 라고 입모양으로 뻐끔거리고 있었다. 사실 도너츠는 원래 태환이 아니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였다. 한참 깨가 쏟아질때 그렇게 나는 도너츠 가게에 가자고 형을 쫄랐었고, 지금의 내가 하는거처럼 단거 많이 먹으면 배아프다, 이 썪는다, 밥 먹어야한다, 라고 말렸던건 태환형이였다. “ 기억‥해요? ” “ 응? ” “ 아니, 아니에요. ” 팔이 아프다며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동동 굴러대는 탓에 도넛을 받아들고 한입 베어 물었더니 울컥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여버렸다. 괜히 헛기침을 하며 도넛을 쟁반에 내려놓고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하고 벌떡 일어나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그자리를 도망쳤다. “ …하. ” 차가운 물을 틀어 얼굴을 씻어내렸더니 울컥했던 눈물이 조금 진정되어 쏙 들어갔다. 세면대에 팔을 짚고 멍하게 흐르는 물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아직 쑨양이라는 존재가 그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잊혀지지않았다는 것에 안심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러웠다. 또, 기억이 그렇게 산산조각 나버린 형이 너무 가여웠다. “ 대체 이 지독한 악순환은 언제까지 반복되는걸까, 형. ” 흐르는 물에 얼굴을 한번 더 씻어내고 페이퍼타올로 가볍게 닦은 후 화장실에서 나왔더니 태환은 왜 이렇게 늦었냐며 목이 마르다고 커피를 사달라 징징거렸다. 뺨을 긁적이다가 만원을 한장 손에 꾹 쥐어주었다. “ 저기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 두번 넣어서 주세요. 라고 말하고 받아와요. ” “ 나 혼자‥? ” “ 못하겠어요? ” 태환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언제부터인가 태환은 혼자라는것에 민감해졌다. 집이야 익숙한 곳이라 혼자서도 잘 있었지만 근처의 슈퍼라던가 가는데에도 꼭 나와 함께 동행하려했다. 아마 예전에 내가 감기에 걸려 앓아누웠을때 약을 사오겠다며 나갔다가,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기억이 나지않아 하루동안 길거리를 헤맸던 그 이후부터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했던거 같다. “ 아, 아니야. 할 수 있어. 기다려. ” 만원짜리 한장을 꼭 쥔 손이 달달달 떨렸다. 한숨을 푹 내쉬고 일어나는 태환의 손을 꾹 잡았다가 놓아주었다. “ 나 어디안가고 계속 여기서 형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걱정하지마. ” “ ‥진짜? ” “ 아무대도 안가. ” “ 응, 알았어. 꼭 여기 있어야돼. ” 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을 크게 흡하고 들이쉬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또박또박 한글자씩 말하는게 눈에 보였다. 이내 주문이 다 끝나고 잔돈을 거슬러 받은 뒤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개를 브이자 모양으로 펼쳐보였다. 미소로 답을 한 뒤 삐로로- 하고 폰이 울려서 시선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 근무중인 중국어학원에서 온 전화였다. “ 예, 예예. 아마 그쯤에 중국으로 들어갔다 와야할거 같아요. 가서 해야할게 좀 있어서 일주일 정도 걸릴거 같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예. 아- 그건‥ ” 생각보다 통화가 길어져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3분? 5분? 정도 지났을까? 잠시 잊고있었던 태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쑤, 쑨양! ” |
팊.
안녕하세요 ^.~ 생각보다 2화가 늦게 업댓 됐네요..ㅠㅜ
이미 머릿속에서는 다 정리가 끝났는데 ㅋㅋㅋ 글로 옮..옮길 시간이....
근데 뭐 제가 부상을 입어서 한동안 운동을 할 일이 없을거 같아서
아마 ㅋㅋㅋㅋ 몇일간은 글이 폭풍 올라올거같네요! 오늘 밤이나 새벽에 3화가 바로 올라올지도..
이미 내바보는 머릿속에서는 완결이 다 구상된 상태라 중간 내용만 끼워맞추면 되는데..
사실 아직 태환이의 머리에 문제가 생긴 이유를 생각을 못했어요 ㅇ<-<
아..알츠하이머는 아닐겁니다 ㅠㅜㅜ 알츠하이머는 정말 나중에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서
그렇게 되면.......쑨양이가 너무 불쌍...하..할거같... ㅇ<-<...... 그냥 제가 쥬금
읽어주셔서 감사하니다!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오늘 밤내로 암호닉 목록 수정해서 넣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