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5
23.
동우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코코아를 보며 말했다.
" 선생님은 단거 좋아하시나봐요. 저한테 항상 코코아를 주시네요."
" 음.. 사실.. 좀.. 부끄럽지만 입맛이 어린애라서 단거 좋아해요. "
동우가 살짝 웃으며 우현이 태워준 코코아를 한몪음 삼켰다.
" 전 사실 단거 싫어하거든요. "
" 네? 아.. 진작 말하시지. 그럼 커피라도.."
" 그런데 선생님이 타준 코코아는 좋아해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머리가 정리되는 것도 같고.. "
동우의 말에 우현이 기분이 좋아진듯이 미소를 지었다.
동우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우현은 그런 동우를 보았다.
" 학교가 축제시즌이에요. "
" 보통 가을에 하지 않나요? "
" 저희학교는 교화가 장미라서 그러는지.. 장미꽃이 제철일때 하더라고요. 여름방학전에 해요.
제가 다닌던 학교도 여름에 했어요. "
" 저희는 가을이요. 여름에 하는 학교도 있었군요.. "
" 선생님... "
동우가 고개를 숙였다. 조금 우울해 보이는 동우의 모습에 우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또 있었을까....
그때 그대로 다시 돌려보낸 것이 잘한 짓이였을까... 최면을 걸어주었던것이 잘한 일이였을까..
우현은 동우가 다시 찾아오기전까지 후회와 걱정이 끊이지 않게 찾아왔다. 하지만 저는 카운슬러였고, 동우에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어선 안되었다.
" 그 날 이후로... 불쑥불쑥.. 고등학생때의 이호원이 절 찾아와요. "
24.
그날 제 사표를 찢어버리고 난 후부터 그를 만날 수 업었어요.
다른 선생님들이 말하기를 이호원은 사실 임시 이사장이라고 하더라구요. 잠깐잠깐 내려와서 학교에서 일을 보고, 본업을 하러 올라갔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안그랬으면 저.. 정말.. 못견뎠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만나지 못해서 답답하긴 했어요.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기억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나한테 그랬는지...
직접 찾아가서 따질 용기는 없었어요. 다신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슬슬 더워져 오는 날씨에 아이들도 다 하복으로 갈아입었고, 교정에는 붉은 장미꽃이 많이 피어났죠.
그리고 이 학교의 행사인 장미문화제도 시작했고요. 아이들은 반마다 각자 다른걸 준비하는데 무척이나 바쁘고 신나보였죠.
" 너네 반은 이번에 뭘 하는데? "
웃으며 물어본 내게 아이들이 말해요.
" 연극이용!!! "
" 연극? "
" 네!!!"
" 음?.. ?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거 할라고? "
" 저희는 동양적인걸로 밀고가기로 했어요! 햇님과 달님할꺼에요!"
햇님과 달님이란 말에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와요. 하지만 애들앞에서 미간을 찡그릴 수가 없었죠. 그래서 최대한 힘껏 웃어보였어요.
" 열심히 해. "
그리고 빨리 그 아이들의 반을 벗어났어요. 지끈지끈하게 울려오는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선생님 혹시 세상이 빙그르 도는 그런 걸 느껴본적이 있나요?
저는 처음 느껴봐요. 눈앞에 세상이 빙그르르 돌았죠. 그리고는 기억이 없어요.
세상이 돌아가고 저는 어느새 어디인지 모를 곳에 서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학교라는 건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잘 들려왔거든요.
" 자 그럼! 가장행렬 컨셉은 전래동화로 낙찰!! "
정신을 차리니 교탁앞에 제가 서있었고, 제 옆에는 부반장인 유진이가 칠판을 팡팡 치고있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아이들은 왁자지껄 시끄러웠죠.
" 그럼 조를 짜서 각자 전래동화 컨셉을 정하자. "
제 말에 아이들이 무슨 전래동화를 할지 정했죠. 유진이는 벌써 제비뽑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생각나는 전래동화를 말하자 삐뚤빼뚤한 글씨로 내가 칠판에 아이들이 말한 전래동화를 적어요.
1조가 흥부와 놀부
2조가 혹부리영감
3조가 콩쥐팥쥐
4조가 햇님과 달님
하얀색 분필이 툭 하고 부러졌어요.
눈을 깜박였어요.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요. 그래서 잠깐 비틀거리는데 누군가가 날 잡아줘요.
" 왜그래? 어디 아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제 어깨를 잡고 저를 지탱해주는 사람이 보여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는 이호원이 보여요.
저는 웃으며 절 지탱해주고 있는 호원이의 손을 떼어냈어요.
" 아.. 둘이 러브씬 그만 찍고 뽑기나 하지? "
유진이가 짝다리를 짚으며 아니꼽다는 듯이 말해요. 그 말에 호원이는 머슥해해서 머리를 긁적였고, 저는 크게 웃었죠.
호원이가 상자속의 쪽지를 잡아서 펼쳤고, 저는 호원이 옆에서서 호원이가 뽑은 숫자를 보았죠.
" 4조네.."
" 장동우 너도 빨리 골라."
유진이의 닥달에 저도 냉큼 상자속의 여러종이 중에 하나를 골라요.
같은 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내가 쪽지를 펼치자 자리에 아직 안돌아가고 옆에 서있던 호원이가 제 쪽지를 보았어요.
" 4조다. "
제가 고개를 돌려 호원이를 보며 웃자, 호원이도 웃으며 제게 쪽지를 보여주었어요.
" 우리 햇님과 달님이네.. "
머리가 아파요.
너무 아파서 참을수가 없어서 쪽지를 든 손이 머리를 향했죠. 눈앞에 호원이는 여전히 웃고있었어요.
호원이가 빙그를 돌아요. 세상이 다시 빙그르르 돌아요.
도저히 참을수 없는 머리아픔에 눈을 떴어요. 그리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양호실이였어요.
언제 양호실로 왔을까요? 저는 분명 학교에 그리고 우리반에.....
아.. 꿈을 꿨나봐요. 제가 누워있는 양호실의 침대는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의 양호실이였죠.
아마 복도에서 쓰러졌나봐요. 손을 올려 아직도 어지러워하는 제 눈을 가리고 머리 속을 정리했죠.
최면도 안걸렸는데... 왜 과거의 일이 꿈으로 보여졌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꿈이였으면 좋겠는데.. 그게 과거에 있었던 일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원이와 같은 조라서 기뻐했던 저를 생각해요.
가슴이 꽉 조여와서 숨을 쉴수가 없어요. 이 가슴아픔의 이유를 모르겠어요.
" 장동우. "
누가 제 이름을 부르며 제 눈을 가렸던 손을 치워냈어요. 숨이 막혀서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고인 제 눈에 흐릿하게 이호원이 보여요.
대체 뭐야... 왜 .. 다시 내 앞에서 나타나서.. 평온하던 .. 조용하던 내 하루하루를 이렇게 망가뜨리는 건데.. 도대체 왜..
니가 뭔데... 니가 뭐라고..
" ...하... 울지마.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울지마. "
그가 한숨을 쉬며 말해요.
다 잘못했으니까 나보고 울지말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가 고등학교때 만났던 기억에 잊혀졌던 호원이의 목소리 같았어요.
이것도 꿈의 연속인가봐요.... 다시 눈을 감아요.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 저에게 이런말을 할 이호원은 과거에나 꿈속에나 존재하니까요...
25.
" 선생님 괜찮아요? "
" 응?"
" 갑자기 선생님 복도에서 쓰러져가지구...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
양호실을 나오는길에 중식을 먹으러가는 여학생들이 저를 붙잡고 말했어요.
가르치던 반에서 나와 사회자료실로 향하던 도중에 기억이 없더라니 정말 기절했었나봐요. 갑자기 쓰러진 저를 보고 이아이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조금 미안해져서 괜찮다며 웃어보였죠.
그 뒤로 수업도 있었는데.. 제가 쓰러지는 바람에 수업도 못했고, 나중에 반에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 정말. 우리학교 남자애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정말.. "
" 아 진짜! 우리이사장님 안계셨으면 으으으.."
" 이사장님? "
" 네!! 짱 잘생긴 새로오신 이사장님이요! 오늘 학교에 오셨어요! 근데 선생님 양호실에 데려다 놓고 다시 가신듯.."
" 완전 공주님 안기로!! 꺅!! 쌤 완전 부러워용!! "
" 나도 그렇게 안기고 싶어!!! "
" 쌤 나중에 이사장님 만나면 한턱 쏴야할듯."
아이들의 말에 정신이 다시 혼미해지는 걸 느껴요.
오늘 이호원이 학교에 왔데요. 복도에 쓰러져 있는 절 안고 양호실로 데려갔데요.
그럼..... 울지말라고 다 잘못했다고 말하던 그 이호원이 꿈이 아니란 말이잖아요.
말도 안되요. 그럴리 없어요. 그건............ 환상이에요.
아이들이 오늘 학교 급식이 맛있다며 이야기를 해도, 식욕이란게 없었어요.
목구멍으로 무언가를 넘기는 것 조차 싫었어요. 가슴속에서부터 꽉 막혀서 알수없는 무언가가 제 목까지 막아버린것 같았어요.
식사를 하러 떠나신 선생님들 덕에 제가 다시 돌아온 사회자료실은 조용했죠..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 이호원이 있었어요.
26.
아마 그를 다시 만나고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제 책상 의자에 앉았고, 그는 낮은 창틀에 걸터 앉았어요.
제가 쓰러진것도 사실이고, 그런 나를 양호실까지 옮겨준것도 그였어요.
그와 단둘이 사회자료실에 덩그러니 남아있었어요.
" 너.. "
이호원이 말을 걸어요. 고개를 숙인 제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죠.
계속해서 저를 보고 있었다는 듯이 그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어요. 그 시선에 고개를 돌려버린건 오히려 저였어요.
낮은 그의 목소리에 어느새 떨고 있는 제 손을 꽉 잡아서 달래요.
" 요새 밥은 먹어? "
우리사이에 오갈수 있는 대화가 아닌 평범한 대답에 저는 그만 벙져버려요.
"왜 대답안해? 셋 센다. 하나. 둘."
" 머..먹고있어. "
제 말에 그가 멋있게 빗어넘긴 머리탓에 드러난 이마를 손으로 짚어요. 그리고 미간을 징그려요.
" 거짓말 하지마. "
그가 나를 노려보며 말해요. 저는 또 시선을 피해요.
" 상관하지마."
그런 말을 내뱉고 놀란 제가 입으로 가져가려는 제 손을 꽉 잡았어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가웠어요. 그래서... 그의 기분을 나쁘게 한거 같았어요.
그의 눈썹이 치켜올라갔어요.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요. 빨리 도망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났죠.
하지만 느려터진 제 몸이 어디갈까요 어느새 창틀에서 내려온 그가 아프게 제 손목을 잡아왔죠.
" 상관안하게. 관심안주게. 해봐. "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해요.
봐요.. 울지말라고 잘못했다고 제게 말했던 그 이호원은 환상이 맞았어요. 저도 미쳤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가 있는거죠?
제머리가 정말 이상해졌나봐요.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야겠어요. 정말 저를 도와줬다는 그 때문에 한순간 마음이 약해져 버린 저를 원망해요.
왜 같이 있었던 걸까요. 왜.
이렇게 멍청해서. 그래서 지금도 그에게 당하고 있는 건거에요.
제가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줘서 그의 손목에 붙잡혀 있는 제 손목을 빼내려 비틀어도 제 손목만 아파올뿐 그는 제 손목을 놓지 않았어요.
버둥되며 도망가려는 제 허리에 그가 팔을 둘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죠.
또다시 그의 입술이 저의 입술에 아프게 부딪혀와요. 그의 화난 감정을 모조리 제 온몸으로 받고 있었어요.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걸 아는데 끊임없이 저항하는 저도 참 한심했어요.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고 때릴 수록 그는 점점 더 저를 밀어붙였어요. 그의 혀가 저를 밀어붙였고, 어느새 밀려가 버린 제 몸은 제 책상에 부딪혔어요.
그가 제 입술에서 떨어져요. 그를 밀치고 때리는데 힘을 쓰고 있는 저는 또다시 당해버린 키스에 눈물이 고였어요.
어떻게 하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몸에 힘이 빠져 비틀거리는 저를 그가 안아서 제 책상에 앉혀요.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춰와요.
그리고 그의 손이 제 목에 메어있던 넥타이를 풀었고, 밀어내는 내 손을 쳐내고는 셔츠단추를 한개씩 풀었어요. 몸이 움츠러들어요.
두려움이 밀려와요. 점심시간이 끝이나면 선생님들이 돌아올꺼에요. 저 열린 창문으로 학생들이 이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 흡.. 읍... 하..하지마..읍..제발.. "
그는 제 말이 들리지도 않나봐요. 단추를 다 풀어버린 제 와이셔츠는 어느새 반쯤 벗겨져있었고, 그의 손은 제 허리와 가슴을 지분거리고 있었죠.
그의 손이 닿는 곳곳에 아픔과 수치심이 자리하고 있어요. 제 바지를 벗기려는 그의 손길에 손을 내려 그의 손을 잡았어요.
그가 제 입술에서 떨어져서 나를 봐요. 혹여 열린 창문으로 누가 들을까 울음소리도 못내는 내가 말을 할수 있을 수가 없었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니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져요. 제 눈물이 그의 손을 잡은 제 손등에도, 그의 손위에도 떨어졌어요.
" 왜 거짓말해. "
" 흐윽... "
" 솔직히 말해. 너 진짜 먹긴 먹어? "
저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어요.
사실이니까요. 식욕이 없는데 억지로 먹어봤자 도움도 안될것 같았어요.
" 흡... 하지마..제발... 여기.. 학교니까.. 제발.. "
이제 저는 그를 이기지 못할것을 알아요. 그가 나를 겁탈하려 마음 먹으면 언제어디서든지 가능하다는 것을요. 또다시 한번 깨달아버렸죠.
" 아.. 그래? 그럼 학교가 아니면 다 된단 말이네? "
그래도 싫어요. 길가던 동네바보한테 물어도 싫은거 싫은거에요.
저는 그에게 벗어난 제 두손을 올려 얼굴을 가려요. 그리고 고개를 절래절래저어요
" 그럼 여기서 해? 누가 들어와 괜찮겠네? "
" 시..싫어... 흡.. 싫어.. "
" 그럼 여기서 이쯤하고 뒷일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할까? "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에 울음이 터져요.
그리고 저에게 선택권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그리고 어느새 선택권이 없는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어요.
안그러면 정말 학교에서 당할것 같으니까요.
정신없이 울고있는 저를 보며 그가 제 셔츠를 잠궈요. 하나하나 풀어버렸던 그 단추를 그가 꼼꼼하게 목까지 잠궈줘요.
그의 손이 제 볼을 스쳐가요. 내 몸을 괴롭히던 손이 내 눈물을 훔쳐내요. 위로해주면 더 서럽다고 하던가요..
왜.. 이제것 저를 괴롭히던 그 손과 다르게 내 눈물을 닦아 내는 그 손은 따뜻하고 다정한거죠?
" 이런 상태로 수업할꺼야? "
입술을 깨물어 울음을 참아요. 그가 훔쳐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아내요.
그가 제 턱을 잡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제 아랫입술을 꾹 눌러요. 깨물지 말라는 그 말에 저는 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심호흡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 나가자. "
그가 책상위에 앉아 있는 나를 끌어내려 일으켰어요.
" 학교가 아닌곳으로. "
무언가가 깨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나요.
따뜻하고 다정했던 손은 어느새 차가워져서 저를 끌고가고 있었어요.
27.
저는 아무생각없이 끌려갔고, 도착한 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죽집이였어요.
방으로 나를 밀어넣은 그는 제 맞은편에 앉았어요. 몸이 덜덜덜 떨고 있었고, 채 마르지못한 눈물이 제 눈에 자리하고 있었죠.
그리고 언제 나를 그 어두운 체육창고를 다시 넣을지 모를 그를 보았어요.
그래야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으니까요...
" 축제 기간이라더군. "
그의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무래도 그 축제 때문에 그가 학교에 다시 내려온것 같았어요.
그래뵈도 그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이사장이였으니까요.
그가 턱에 손을 괴고 저를 보아요.
" 기억안나지? "
" ...... "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어요.
그와 제가 햇님과 달님을 주제로 가장행렬을 했다는 거 말이에요.기억이 나버렸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제 머리속은 어떻게 이 자리를 벗어날까 생각하는것 뿐이거든요.
제 앞에 막 끓인 하얀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죽이 나왔어요.
" 먹어. "
그가 손을 뻗자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했어요. 그는 제 몸짓에도 아랑곳 않고 제 손에 숟가락을 지어주었어요.
" 밥 굶지마. 이 시대에 영양실조가 말이 되냐... "
그가 후_.. 하고 깊은 한 숨을 쉬어요.
그날 제가 복도에 쓰러진 이유는 아마 영양실조 탓인가봐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죠.
영양실조..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였어요.
고등학교때 그와의 일때문에 쓰러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영양실조였던것 같아요.
그가 쥐어준 숟가락을 들어 하얀 죽을 떠서 입안에 넣었어요. 그때처럼 또 토하지 않게 천천히 씹어요.
어떻게든 살아야 겠다는 제 숟가락질에 어이가 없어서 또 실소가 나요.
제가 먹는 모습에 그가 안심이라도 된다는 듯이 밥상위에 두 팔을 올려 고개를 숙이고는 엎드렸어요.
항상 그의 눈안에 제가 있었는데.... 제가 시선을 피해도 그의 시선이 제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가 처음으로 저를 외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고개를 숙인 그가 처음으로 힘이 없어보였어요. 지금이라면 도망쳐도 그는 날 잡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는....도망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힘이 없어보이는 그를 위로해주려고 손을 뻗었던 저를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어요.
자꾸... 마음이 약해져요....... 그가...... 왜 이렇게... 안타까운건지....
모르겠어요. 정말로요.
28.
" 그럼 축제날로 가볼까요 동우씨? "
우현의 말에 동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29.
햇님과 달님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4명이였죠.
햇님,달님, 엄마,호랑이.
그런데 4조는 3명이였어요. 저랑 호원이 그리고 부반장인 유진이요. 사실 저희는 쩌리그룹이였던거죠. 남는 멤버가 남은 쪽지를 뽑았는데 그게 다 숫자 4였던거죠.
" 그럼 햇님과 달님은 둘이 하고, 내가 엄마함. "
조별회의에 들어갔고, 괜히 모자란 반장인 저를 보필하고 있는 게 아닌 기쎈 유진이가 저와 호원이를 가르켜요.
"그럼 호랑이는? "
" 동우네 똘이로 하자."
호원이의 물음에 유진이가 저희집 강아지를 말했고, 저는 그만 웃음이 빵터졌어요. 호원이가 고개를 돌려 저를 보아요.
" 똘이?"
" 아.. 호원이는 모르는구나. "
" 우리집에 강아지 키우는데 그 강아지 이름이 똘이야. 유진이가 주웠는데 자기는 못키운다고 나한테 떠넘긴 강아지. "
" 내가 너한테 넘기면서도 얼마나 불안해 했는지 아냐? 됐고, 호랑이는 똘이한다? 불만없지? "
호원이가 피식 웃으며 유진이를 봐요.
"불만있으면 한대칠 기세다? "
" 어머어머제가 어떻게 호워느님을 한대칠수 있겠어요. 우리학교의 김명수 다음으로 워너비스타인데.."
" 으하핳항하하핳."
" 장동우 넌 그만 웃어. 아휴 너님들은 장동우를 왤케 아끼삼? "
" 귀엽잖아."
호원이의 말에 이번에는 유진이가 빵하고 터져서 책상을 팡팡 치며 웃어요. 그런데 저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아까까지 책상을 치던 제 손을 부채질을 하고 있었어요.
귀엽다는 말 처음 들어봤어요. 같은 남자한테 들었는데 왜 그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얼굴에 열이 쏠리는지 알 수 없어요.
뻘개진 제가 보이는건지 호원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봐요. 그래서 손부채질하던 다른 손으로 호원이 얼굴을 밀어버렸어요.
"어.. 그럼 귀여운 장동우가 햇님하자. 여장하자."
" 으엑?!!! 왜에?!!!!"
" 야.. 이호워느님께서 니가 귀엽다잖아! 푸하하하하하학!! 이호원 찬성? "
" 찬성."
" 으아아아악!!! 너네 뭐야아!!! "
호원이가 웃어요. 제 의견따위는 사그리 무시해요. 벌떡 일어나서 항의하는 제 손목을 잡고 호원이가 저를 다시 앉혀요.
그리고 방방뛰는 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요.
그래그래 착하지 하면서요.
그 손이 처음에 악수했을때 처럼 따뜻해요. 지금의 차가운 호원이의 손과는 비교 할 수 가 없어요.
축제준비는 차근차근 준비가 되어갔고, 저도 여장하는거를 어느새 받아들였죠.
각자 의상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저는 똘이의 호랑이 의상까지 같이 준비해야했어요.
그리고 그 준비에는 자연스럽게 호원이가 옆에 있어요. 저랑 같이 애견샵을 돌아다니며 호랑이 옷을 겨우 구했죠.
" 우와 귀엽다. 이거! "
제 말에 그가 웃으며 날 봐요. 항상 저를 보며 웃던 그 미소를 지어주어요. 그리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
그래 귀엽다. 하고 말해요.
저는 싱숭생숭해진 제 가슴을 콩콩 쳤어요. 내가 귀여워? 이옷이 귀여워? 낯간지러워진 생각이 제 온몸을 감싸요.
정말......말도 안되죠..
" 이열~ 생각외로 잘 어울리는데? "
정말 어디서 구해왔는지 동화속의 엄마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유진이가 똘이에게 호랑이 옷을 입히고 있는 저를 보며 말해요.
제 한복은 호원이가 구해줬어요. 다홍치마에 노란저고리를 입고있었죠. 제게 입히며 즐거워했던 호원이가 떠올라요.
그리고 호원이는 한복을 갈아입으로 쌩하니 사라졌죠.
" 똘이안녕? "
유진이가 호랑이 옷을 입은 똘이에게 인사하자 똘이가 깡깡하고 반가운듯 꼬리를 흔들어요.
" 어우야. 너 호랑이니까 어흥 해야지 멍멍하면 안돼."
유진이의 말에 흐핳하항 웃음을 터트린 제 뒤로 언제 왔는지 호원이가 서있었어요.
보라색의 바지에 분홍색의 저고리를 입은 호원이가 제 머리위에 긴머리 가발을 씌웠어요.
" 이럴수가.. 이호원.. 햇님과 달님은 존트 가난한집 애새끼들인데.. 왠 부잣집 도련님 포스 뿜어냄?"
" 내 귀티는 어디 사라지지 않아."
" 흐하하핳핳."
" 아 망했네 망했어. "
그리고 호원이가 긴가발을 양갈래 따아주고, 유진이가 제 볼에 분홍색 볼터치를 해주었어요.
완성된 제 모습을 보고 유진이는 똘이를 안고 웃었고, 호원이는 또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어요.
이쁘다이쁘다..
그의 말에 제 볼의 볼터치가 무색해질 정도로 얼굴이 타올랐어요.
" 둘이 손잡고 운동장 돌아야해."
" 응? 왜? "
" 오붓한 오누이잖아. 손잡아야지.암. "
" 으... "
그와 손을 잡을 걸 생각하니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어요. 이 믿을수 없는 두근거림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말도 안되요. 제가 정신을 놓고있으니 그가 제 손을 끌어와 잡아요.
그 손이 따뜻해요.
제 손을 잡은 그가 미소를 지어요.
저는 그가 내밀어 잡은 손에 떨고 있어요. 심장의 떨림이 온 몸에 가득차서...
그렇게 손을 잡고 우리는 운동장을 돌았어요.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2학년을 제외한 전교생들이 저희를 보고 있었죠.
" 너무하네.."
그의 말에 웃으며 손을 흔들던 제가 그를 보아요. 어느새 이 우스꽝 스러운 가장행렬은 끝이 나고 있었죠.
" 응? 뭐가? "
" 햇님과 달님은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없잖아. "
그가 제 손을 꽉 잡아요.
" 이호원 바보네."
" 뭐? "
" 저기 봐봐."
제가 파란 하늘에 하얗게 걸려있는 낮달을 가르켰어요. 그의 시선이 제 손끝을 따라 하얀 달을 보았죠.
" 낮달."
그가 하얀달을 보던 시선을 내려 저를 보아요. 저는 환하게 웃으며 그와 잡은 손에 힘을 주었죠.
" 햇님과 달님은 함께 있어. 아무리 우리가 문과지만 이정도 기초상식은 있어야지.
햇님이 너무 눈이 부셔서 달이 안보이는거지. 햇님이랑 달님은 하늘위에 같이 있어. "
제 말에 그는 만족한듯 환하게 웃어요.
" 그렇네. 햇님이 너고, 달님이 나니까.."
제가 고개를 끄덕여요.
" 우리 항상 같이 있는거네."
" 으 ..닭살. "
" 이 손 놓지마. "
응. 하고 대답하고 그와 마주 잡은 손을 봐요.
그리고....
마주 잡은 손이 떨어져요.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요.
해가 지고 달도 사라져서 새카만 어둠이 찾아와요.
누가 먼저 이 손을 놓은 걸까요?
왜...... 우리가 이렇게 됐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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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동우야.. 그거 나 때문임. 내가 썼거등 ㅇ<-< 으하하항하핳...
글 다 작성했는데 ㅠㅠ 날아가서 미쳐서 그래요..제가.. ㅠㅠ 내 똥컴 인누와인누와. 다쓰고 너에게 호이트훅을 날려주겠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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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마세요 ㅇㅇ 그런거에요 플러스란게.. |
" Cut! 오늘 호원씨 상태 괜찮네? " " 감사합니다!! " 감독의 칭찬에 힘이 쏫아난 호원이 허리를 폴더마냥 접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얇은 한복이래도 제 온몸을 막고 있으니 떠 죽을것 같았다. 마주잡은 손에서 땀이 날것 같았다. 그리고 호원은 그 손을 패대기를 쳐버렸고, 그 손때문에 시원한 그늘로 가지 못하고 서있었던 동우가 패대기쳐져버린 제 손을 보며 어이가 없어졌다. 호원은 붉은 태양만큼 새빨게져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 아니.. 애는 .. 키스신할때도 베드신할때도 잘 찍다가 컷소리만 들리면 변해... 정말.. 천상연기자네.. " 으.. 죄송해요. 선배.. 더..더운데..제..제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네요." " 어. 니 손 뜨거워." " 죄송합니다. " 애는 나한테 죄송한게 참 많은 애다. 사실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다. 그냥 패대기쳐져버려진 내 손이 불쌍하고 화가난 것 뿐이였다. 파라솔 밑 그늘에 들어선 동우의 옆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제 코디이려니 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하는데 보이는건 웃고있는 호원이였다. " 시원하죠? " 동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동우의 웃는 모양새에 호원이 기분이 좋아진듯 더 힘을 내서 부채를 흔들었다. " 그만해. 힘들잖아." " 괜찮아요. " " 그럼 여기도 해줘." " 네? 어디요? " 호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부채질을 멈추었다. 동우가 자신의 다홍치마를 들어올리자 동우의 하얀다리가 드러났다. " 이 안." " 네에?" 치마가 점점 올라갔고, 호원의 시선은 점점 드러나는 동우의 다리로 눈이 갔다. 치마가 무릎까지 올라가고 호원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 동우를 보았다. " 너무 더워서 속옷도 안입었거든." 호원이 손에 들고있던 부채를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날이 더워 저의 대선배님이 정신을 놓은 모양이였다. 뭐라고요? 지금 치마속에 아무것도 안입었다는 말이죠? 지금? 네?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네? 아니 소문 날 일 있어요? 그리고... 호원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우연히 지나가고 있는 호텔앞에서 본 장동우와 남우현을 말이다. 그냥 같이 밥을 먹었겠거니 했다. 자꾸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귀에 들렸다. 연예계에서 쉿쉿하며 꺼려하는 뒷애기가 우연히 자신의 귀에 들려왔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이 영화의 이호원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아졌다. 물론 그 루머들이 사실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건.... 촬영장에서 만난 동우때문이였다. 아.. 과연 ... 이 영화를 찍기전 만나고싶었던 청순하고 순수하고 천사같은 대선배님은 어디갔단 말인가..... 그런데...... 지금 이 악마같은 대선배도 맘에 든다는게 문제다. 그래 정말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루머의 장동우가 안타까웠다. 속이 쓰렸다.
그전에... 호원이 냉큼 달려가 치마를 점점 올리는 동우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후배의 행동에 동우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치마자락이 허벅다리까지 올라가자 호원은 정신을 그냥 놓아버리고 스캔들 한번 시원하게 터트리고 이 선배를 갖자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안된다. 나도 그렇게.. 선배를..장동우를 ..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입안이 썼다. 호원이 동우의 손에서 치마자락을 놓게 하자 다홍치마는 스르륵 내려가 동우의 하얀다리를 가렸다. " 선배.. " " ....." " 이러면 안되요.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죠. " 동우가 호원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호원의 어깨를 밀어버린 동우가 호원에게서 멀어졌다. 모든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호원의 말에 동우가 차갑게 호원을 노려보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 나한테 그런말을 왜해? 아... 남우현과의 이 말도 안되는 내기도 빨리 끝내버려야겠다. 이미 알고 있는것 같으니까..... 내기에서라도 이겨야 겠다. " 다 알고있는 모양인데." " 저도 귀는 있으니까요." " 그럼 쉽네. 나랑같이잘래? " 동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서 들려온다고 호원은 생각했다. 꽉 쥔 주먹이 바들바들 떨고있는 것을 호원이 보았다. " 네 좋아요. " 호원이 밝게 긍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먹을 꽉지고 있던 동우의 손이 탁하고 풀렸다. 제 앞에서 부려 순진한척 했던 것도 다 연기인것 같았다.호원의 웃는 얼굴을 동우가 노려보았다. 너도 다 똑같아. 동우가 피식 웃었다. 만났던 놈들 중에서 니가 제일 나쁜놈이야. 어? 호..호원아?? ㅋㅋ 호애기 어디가셨어여? 호남자로 변신하는거니? 하앍 그런 너를 응원하다 ♥ 사랑한다 ♥ .......으음.. 잠깐. 이거 당하고만 있는 장동우가 불쌍해서 쓴 이호원괴롭히기인데.. 왜!! 주도권이 이호원에게 넘어갔지?!!! 호구머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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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본편도.. 플러스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멘붕파뤼 붉은달... 설정이상하게 해서 그래여.
독꼬님. 레더라님.감성님 감사합니다!! 네 정말 감사해요!!!사랑한다고요!! 안받아주시면.. 짜질게요. 전 왕소금이니까여.ㅋㅋ 닉넴왕소금하고싶고그러네요.
저 짜지는 거 완전 자신감 넘침!!! ........줄일게요^^
신알신해주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기가막히게 사릉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분들 . 역시나 여기까지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네. 매우. 베리베리 완전. 감사해요.
많이 부족해보이시면 주저않고 말해주세요 ㅋㅋ 반성하는 그런 사람입니다.ㅋㅋ 헐. 잡담이 길어.
그럼 여러분 안뇽!!! 땡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