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기분 안좋은 일 있어요...?"
"그냥 가자"
이제 완전 반말체야.
살벌한 느낌이 들어서 더는 말 못하고 그저 따라가기만 했지.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집에 갔지.
집에 들어가도 김태형씨가 표정이 어둡길래 용기 내서 한마디 했지.
"김태형씨...무슨 일 있었.."
"김태형씨라고 부르지마"
"네...?"
"밖에서 그렇게 부르니까 전정국 같은 놈이 계속 기어오르잖아"
"그동안 쭉.."
"그동안 쭉 그렇게 불렀어도. 이젠 그러지 말라구요"
"어떻게 그래요...어머니 눈도 있고..."
"신경쓰지 말고."
"더군다나 그쪽은 내 친구가 아니예요."
"..."
"내가 그쪽에게 반말을 할 수 있는 그 어떤 이유도 내가 갖고 있지 못해요. 첫 만남부터 우리의 끝까지 쭉. 우린 이런 관계여야한다구요, 지금처럼"
"...."
"전정국한테는 내가 얘기할게요 제대로. 다시는 김태형씨 심기 건드리지 않게끔."
나한테 뭘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지. 나도 화가 났어. 왜 화를 내는거야? 나한테?
내가 자기 여자친구야? 진짜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왜 전정국한테 당하고와서 나한테 그러는건데???
그리고, 내가 돌아선다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자기 곁에 머물거 알잖아. 근데 왜 그렇게 감싸고 도는거야?
내 잘못이 원인이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해.
"오늘 어머님 아버님 부부동반 모임 있으셔서 저녁 집에서 안드신대요. 저녁 뭐드실래요"
"안먹어"
"네 알겠어요. 저 나갔다 올게요"
"어딜"
"문구점이요"
쓰던 펜을 잃어버려서 사러 나가야 했어.
"같이 가요"
"혼자 다녀올게요"
사실 그렇게 끝난 이후로 나가고 싶었는데 나갈 데가 없어서 방 안에서 숨통이 막힐 것 같아 여차저차해서 오래나갔다 오려고 했거든.
그래서 김태형씨 말 듣지도 않고 나가버렸어.
나오니까 정말 할 일 없더라. 최대한 천천히 가서 펜도 천천히 사고 괜히 더 살 거 있나 둘러보고, 카페 들어가서 케익에 코코아 한 잔 시켜놓고 핸드폰이나 만지고 있었지.
마음이 절반은 불편하고 절반은 편했어.
마치...시험 하루 전에 핸드폰하면 공부를 안하니까 피곤하긴 덜 피곤한데 내일 성적 걱정 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야 딱.
그렇게 두시간 정도 바람 좀 쐬다가 이제 김태형씨가 어련히 주무시겠지 생각하고 집에 들어갔어.
연락도 안왔으니까. 그렇게 믿었지.
"도련님이랑 같이 들어오시는게 아니었네요?"
"네...?"
"도련님 아까 나가셔서 안들어오셨어요"
그때 시간이 11시 20분.
어디간거지...?
조금 뒤에 어머니랑 아버지 들어오시고, 나는 김태형씨 행방을 몰라서 뭐라고 제대로 말씀을 드리진 못했지.
"연락해봐. 어떻게 애가 자정이 되도록 안들어오는데 그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가 있니?"
어머니 말씀을 듣고나니까 퍼뜩 정신이 들더라고.
내가 김태형씨의 부재를 알면서도 연락 한 통을 안했다는 것을.
근데...연락처도 몰랐어....전화부에 김태형씨 전화번호가 없는걸...몰랐어..
또 내가 잘못한 걸 알아서..그래서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어....
"어머니.."
그렇게 어머니한테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을 했지.
역시 안받았고, 문자를 남겼어.
[문자 받으면 연락 해주세요]
그렇게 밤을 꼬박 샜어.
김태형씨는 결국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두려운 마음에 누군가에게라도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김태형씨의 지인을 한명도 모르고 있었어.
반성이 많이 됐지. 내가 김태형씨한테 큰소리치면서 대들 입장이 아니었다는 것도 여실히 깨달았지.
"여기서 뭐해?"
김태형씨가 마당에서 서성거리던 나를 부른 그 순간, 나는 너무나도 안도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다가가서 안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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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물론 시간이 얼마 안남았지만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거라 믿어요~
ㅎㅎㅎㅎㅎ 오늘 특별 이벤트?!는 아니고 특집으로 대충 인물 소개랑 지금까지 줄거리 요약해놓을테니까 혹시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내용 다 까먹은것 같으신 분들은
어서어서 스크롤을 내려주십시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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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 재벌4세 국내일류기업 HM그룹 후계.
- S대 경영학과 2학년 재학 중
- 교내 극단, 댄스동아리에 신입으로 가입.
- 애인 없음. but 약혼녀 있음.
- 여동생바보
★ 약혼녀
- 긴 생머리. 키는 167. 몸무게 비밀
- 김태형씨랑 투샷이 굉장히 잘 어울림
- S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재학중
- 교내 극단 2년차 배우
- 무용 전공.
- 자수성가했다고는 하지만 무용도 배우고 지금 재벌집 예비며느리면 그런 것 같지도 않음.
★ 전정국
- 다국적기업 HIA그룹 한국지사장 아들.
- S대 경영학과 1학년 재학중
- 이 글 화자께서 건드렸다가 지금 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
- 목표는 이루고 마는 근성충만
※ 정호석, 김석진은 까메오입니다. 별도의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용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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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까지의 이야기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HM 후계자와의 약혼을 이유로 무용을 그만두게 되며 화자는 수능이 끝나고 신부수업 겸 집안환경적응이라는 명목 하에 김태형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몇개월 째 어색했지만, 아무래도 대학도 들어가고 생활에 안정이 생기고 나니 서로 말도 섞기 시작한다.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아내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배우고 자라지 않은 티를 팍팍내는 김태형에게 화자는 어쩔 땐 분하고 어쩔 땐 속상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김태형의 웃음에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버린 건지 점점 마음을 여는 화자.
그런 화자보다 훨씬 더 많이 마음을 열고 다가온 김태형.
숨기고 있던 동생 이야기도 해주고, 직접 찾아가서 보여주기까지 한 김태형.
정략결혼이라는 명목 아래 서먹할 수 밖에 없던 둘은 점점 정말 연인처럼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화자의 눈에 들어온 새내기 전정국.
하필이면 전정국의 눈에도 화자가 들어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전정국도 보통 평범한 집안의 자제가 아니었다는 것과 김태형과 아는 사이었다는 것이 화자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큰 위기를 만들어주고 만다.
김태형은 몇 번에 걸친 전정국과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탓으로 돌리며 큰 화를 내거나 파혼을 예고하지도 않았지만,
전정국의 계속되는 도발에 점점 분노하고, 지쳐간다.
화자는 그런 김태형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화를 내다 정작 곁에 김태형이 없어지니 그제서야 자신에게 김태형이 가지는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