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씨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전정국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떻게하면...이 미로를 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낯선 곳에 와 있었어.
여긴 어디 난 누구...이러면서 주위를 둘러봤어.
근데 사람들이 엄청 넘쳐나더라고.굉장히 소란스러웠어.
"민슈가! 민슈가! 꺄아아아아아아아-!!!!!"
격한 소리들이 온동네가 떠나가라 울렸어.
민슈가다 민슈가 이러는 소리가 막 여기저기 들리는거 보니까 그 최근에 확 뜬 그 민슈가라는 가수가 왔나보다...했어.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알고만 있었거든.
sugar라는 노래로 완전 대히트쳐서 나도 흥얼거렸던 적이 있고.
근데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어? 민윤기!"
사촌동생이었어.
헐.
이런 말도 안되는.....
한 5년 전에 보고 안 본 한 살 터울 외사촌 동생이었어.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었어..
그리고 이 함성들 사이에서 어떻게 들은건지 민윤기랑 눈이 마주쳤어.
"어??누나!"
카메라가 나한테 비춰지고...
나는 당황해서 자리를 떴어.
뭐야...엄마한테 물어봐야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
집에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너무 불편해서 숨이 막혔어.
"TV에 나왔던데. 민슈가 사촌누나라고."
"엄마한테 전화해보려고요. 저도 지금 알아서"
"그래"
나는 방 밖으로 나가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
[여보세요?]
[엄마 나야!]
[어! 왠일이야?]
[윤기가 가수로 데뷔했어?]
[몰랐어? 엄청 유명해졌다는데]
[난 지나가다 우연히 봤어]
[........]
[여보세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전화가 꺼졌어.
나는 이게 엄마랑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어.
다시 전화를 해보고 또 해봐도 연결음이 들리지 않았어.
"저 집에 다녀올게요"
"왜"
"엄마랑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어요."
"가요."
면허 없는 나를 데려다 주기 위한 것인지, 나랑 같이 가겠다고 일어섰고, 나는 경황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동행했어.
그 다음은 지옥이었어.
뺑소니사고. 즉사.
난 평생 듣지 못할 줄 알았던 그 단어가 여기저기 오가면서 나는 패닉에 빠졌지.
부모님 두분이 한번에...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나
상복을 입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
옆에서 김태형씨도 같이 조문객들을 받았지.
나는 외동딸이거든. 그리고 주변에 친척도 많이 없어서 김태형씨 아니었으면 장례를 망칠뻔 했어.
김태형씨가 모든 수속을 다 밟아주고 후에 뒤처리까지 다 했어.
부모님의 유골은 태린 아가씨가 있는 곳에 같이 모셨어.
"나가겠습니다..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약속으로 좋은 경험 했습니다."
아버님한테 말씀드리고 방을 나오는데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는거야
하지만 부모님도 안계신데 내가 더이상 이 집에 있는 건 정말 눈치없는 천덕꾸러기나 다름이 없으니까...
마음이라도 추스리고 나가라는 걸 사양했어.
방에 들어가서 짐을 챙기니 김태형씨가 빤히 쳐다보더니
"어디 가요?"
라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진짜 또 울컥하려는 걸 꾹 눌러참고 얘기했지.
"이제 나가야죠. 더이상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그쪽이랑 약혼한 이유는 아버지끼리의 약속 때문이었어요. 사실 김태형씨 집안이랑 우리 집안이랑 엮이는게 가당키나 하나요"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예요?'
"그리고, 어차피 김태형씨 그동안 나때문에 속 많이 상했잖아요. 이제 그럴 일도 없을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갈거라고? 그럼 지금까지 우린 뭐야?"
"약혼으로 묶인 남녀사이."
김태형씨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 싶었어.
결국 부메랑처럼 나한테도 돌아올 상처였고,
그 상처는 내가 현실을 자각하고 이제 더이상 재벌가 예비며느리가 아닌 일반인으로써의 주제파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이었어.
금세 잊겠지. 김태형씨는,
분명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새로운,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김태형씨와 엮어줄 것이고,
나를 잊을 수 있겠지.
난 이제 내 인생이 어떻게 꼬일지 모르겠지만.
[윤기야]
[어 누나. 나 들었어요. 고모 고모부...]
[들었구나...]
[장례식 못가서 미안해...]
[요즘 스케줄 바쁠텐데..괜찮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너무 서러워서 눈 오는데 길가에서 캐리어 두개 끌고 펑펑 울었어.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그 벤치에 앉아서 정말 불쌍하도록 서럽게 울었어.
왜 악재는 한꺼번에 몰아치는지.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였어.
당장 갈 데도 없는데..
이 순간에도 김태형씨가 생각났어.
김태형씨한테 심한 말을 하고 나온게 너무 미안해서 그것 때문에도 한참을 울었어.
나 어떡하지...
김태형씨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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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죄송합니다...이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개해야될지 고민하다가 시간도 늦어졌어요...흑흑흑
이번편만 특별히 어색한걸로 하고 그래도 많이 사랑해주세요....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