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 - 안녕, 그 말 (Inst) (왕의 얼굴 OST)
무거운 마음을 안고 등교한 다음 날
한참을 앉아서 기다려도 언제나처럼 상혁이가 교실로 들어오지를 않아
그래서 또 생각해보니까 오늘은 상혁이 경찰대 시험날이야.
못 온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 그냥 책상에 엎드려
오늘은 야자를 하고 가야 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샤프를 쥐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보는데 이미 머리 속은 연쇄살인사건으로 뒤죽박죽
집중이 될리가 없어
의미없는 네시간을 훌훌 보내버리고
어둡다 못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어서야 야자는 끝이 났어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라 교문 밖은 드문드문 가로등만 있지 전체적으로 어두워
평소같았으면 눈 질끈 감고 뛰어 갔을텐데 오늘은 마음에 들어있는 집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터덜터덜 걸어야. 아주 천천히
그런 너빚쟁 옆을 다른 여학생들이 빠르게 지나쳐가
모두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비슷한 운동화, 비슷한 가방. 그리고 똑같은 교복이야
어둑한 골목길을 지나서 이제 멀리에 빛이 반짝이는 아파트가 보이려고 하는데
어디서 또 터벅터벅하는 발자국 소리가 나기 시작해
전과 같이 항상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너빚쟁은 손이 덜덜 떨려오는게 느껴져
조금씩 걸음을 빨리 해보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오늘은 상혁이도 없고 그래서 눈 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에 눈을 꾹 감았어
눈이 감으면 생각나는 건 3년 전 너빚쟁을 구해줬던 그 목소리
"신고지가 여기입니다!"
3년 전에도 들었던 것과 너무 꼭 닮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봐
그리고 눈을 뜨면 보이는 건
"아저씨..."
"어? 빚쟁아. 여기 위험해. 얼른 집에 들어가. 아, 아니다. 잠깐 저기 경찰차 옆에 서있어. 데려다 줄게"
아저씨는 너빚쟁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으면서 말하더니 같이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과 함께 어디로 달려가
아저씨 말이니까 또 어디 가지는 못하겠고 위험하다니까 괜히 더 무섭고
그래서 경찰차 옆에 서 있는데 아까 아저씨가 쓰다듬어준 머리가 어쩐지 화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화끈거리는게 머리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신발 끝으로 땅바닥을 툭툭 치면서 아저씨를 기다리기를 한참
저 멀리서 아저씨와 다른 경찰 아저씨.
그리고 너빚쟁이 입고 있는 교복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부축을 받으면서 걸어와
"오래 기다렸어? 이 학생 먼저 데려다 줘도 괜찮지?"
아저씨는 너빚쟁과 그 학생을 뒷자석에 앉혀주고 운전석에 앉으면서 말했어
딱히 안된다고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서 너빚쟁은 고개를 끄덕였어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는 그 여자아이에게 집주소를 물어보면서 운전을 하기 시작해
너빚쟁 옆 아파트 이름을 말하는 그 아이는 다시 고개를 푹 숙여
창 밖을 보느라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울먹였던 것 같기도 해
"하하하, 근데 두 학생 조금 닮은 것 같지 않아요?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너빚쟁도 그 아이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낯설어서 조용히 있고
그 학생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아저씨는 묵묵히 운전을 하고 있어
그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다른 경찰 아저씨가 입을 열었어
"어, 그러고보니 둘이 좀 비슷하네. 둘이 아는 사이야?"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는데 아는 사이는 아니라서 아니요. 하고 너빚쟁이 대답을 하니까
다시 정적.
머리 길이 같은게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교복이 똑같아서 그런가?
백미러로 옆 자리 애를 계속 확인하는 아저씨가 신경쓰이기도 하고
"많이 놀란 것 같은데 빚쟁이 너가 좀 달래주라"
아저씨 말에 너빚쟁은 차마 안 할 수도 없고 해서 멋쩍게 그 학생의 등을 토닥토닥해줬어
어색하게 몇번이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을까
그 학생이 산다던 아파트가 보이고 이윽고 자동차가 멈춰서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내려서 그 학생이 앉아있는 쪽 문을 열어
그리고 학생을 부축해서 차에서 내릴 수 있게 도와줬어
밖에는 부모님인 것 같은 두 분이 서 계셨어
아주머니는 이미 울고 계셨고 아빠는 아저씨에게 학생을 받아서 달래주고 있었어
"학생이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거 있으면 바로바로 신고해주십쇼"
닫힌 문 밖으로 아저씨가 하는 얘기가 들려
학생이 무슨 일을 당했나 하는 궁금증이 잠깐 들지만
지금 내 코가 석잔데 뭔 생각이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헤집어
"뭘 그렇게 머리를 헤집고 있어?"
그 사이 인사까지 꾸벅 마치고 온 아저씨가 운전석에 앉으면서 너빚쟁을 보면서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니까 또 슬쩍 웃으면서 저 옆에 아파트 맞지? 하셔
고개를 끄덕이니까 부드럽게 차가 출발해
"근데 빚쟁이 이 아한테도 설명해줘야 되는거 아닙니까?"
어딘가 사투리가 묻어나오는 조수석에 앉은 경찰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어
어색한 분위기에 휴대전화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던 너빚쟁은
이름이 언급되니까 고개를 번쩍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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