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9살 차이가 뭐 대수인가
w.1억
"근데 네 친구들 생각보다 되게 착해보이던데."
"????????????????????????????????????"
"나 너 그런 표정 처음봐ㅋㅋㅋㅋㅋㅋ."
"아니 걔네가 착해보이면.. 얼마나 못되게 생긴 사람들만 보면서 살아 온 거야..?"
"왜? 괜찮아보이던데.. 역시 내 여친 친구구나 싶었는데 왜."
"똥꼬 빠는 거 대박이네."
"말 좀 예쁘게 하지~?"
"아니야. 걔네 엄청 사악해."
"보통은 친구 칭찬해주면 엄청 좋아하지않나? 엄청 싫어하네."
"그냥.. 나만 칭찬해줬음 좋겠어서."
"아.. 또 그렇게 말해주니까, 꼭 그래주고싶은데?"
"그래주고싶으면 그래주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드리죠."
"……."
"멍."
"ㅋㅋㅋㅋㅋ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오빠와 항상 어딘가에 차를 세워놓고서 대화를 나눈다.
어디 놀러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나를 배려해, 집에 있거나 차 데이트만 하는 오빠는 아~주 환상적이다.
이런 나를 좋아해주더니.. 이런 남자 또 볼 수 있을까.
"나 오늘 좀 화나."
"왜."
"학과장이 또 겁나 어려운 과제 내줬거든. 아무래도 오늘 빨리 생을 마감해야겠어."
"왜애 하지 마."
"뭐야 왜 애교?"
"너 죽으면 못 보잖아. 그런 말도 하지 마, 속상해."
"말만.. 그런 거지........."
"왜. 또 오글거려? 하지 말까?"
"…뭐."
"ㅋㅋㅋ귀여워."
목적지 없이 차를 움직였을까.. 그냥 하품을 했을 뿐인데. 오빠가 내게 묻는다.
"피곤해?"
"좀 졸리네."
"오늘 그럼 바로 집에 갈래? 많이 피곤해보이네."
"뭐.. 그래도 되고??"
"그래 오늘은 집에서 좀 쉬고, 일찍 자. 매일 새벽에 잠드니까 피곤하고 그러지."
"아!"
"왜왜..!"
"오빠도 우리집 들러야 돼. 오빠가 해야할 일이 있어."
"응 ? 뭔데?"
"가보면 알아. 꼬치꼬치 캐물어? 펫?"
알겠습니다~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길래 가만히 오빨 보고 웃었더니, 오빠도 바보처럼 웃으며 앞을 본다.
사고나니까 앞에 보지? 내 말에도 자꾸 힐끔 나를 보며 웃길래 나는 웃음을 꾹 참다가
결국 창밖으로 고갤 돌리고선 이제서야 편하게 웃는다.
"내가 해야할 일이 네 과제 도와주는 거냐?"
"난 영어 너무 싫거든. 이건 너무 어렵잖아. 이럴 땐 영어쌤이 좋네~"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내가 다 하는 것 같은데."
"뭐래? 말은 제대로 하자. 첫페이지는 내가 다 했잖아."
"다 틀려서 다 고쳐줬잖아, 내가."
"그건 인정."
"속상하네~ 김이누."
"그럼 유감."
"……"
조용히 능숙하게 과제 해주는 게 멋져서 턱을 괸 채 계속 보게 됐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람을 만나도 되는가 싶다가도..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다시 과제를 해주는 오빠가 귀여워서 따라 웃는다.
"그래서 나 이거 다 하면 그냥 집 가?"
"가야지."
"……."
"왜."
"……."
"왜 하다 말아?"
"다했어."
"잘~~했으!"
"……."
이 오빠는 삐지면 티가 난다니까. 삐져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다른 곳만 보기에 푸흡- 웃으면 오빠가 나를 이상하게 본다.
"아, 삐졌어???"
"아니.".
"삐졌네."
삐졌다는 말에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데 저 표정이 너무 귀여운 거다.
얼른 가! 내 말에 여전히 삐진 얼굴로 겉옷을 챙겨 일어나서는 신발을 아주 천천히 무기력하게 신길래 말했어.
"뽀뽀할래?"
내 말에 시무룩했던 표정이 사르르 풀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이렇게 귀여울 수가
"야 이누야! 너는 어찌된 게 살이 더 쪘다?"
고모부가 껄껄껄 웃으면서 살쪘다고 하길래 '네'하고 대충 대답을 했더니 고모부는 여전히 차갑다며 삐진 척 한다.
차가운 거 알면 살쪘다고 하지 마세요!!!!!!!!!!!!!!!!!!
몰래 할머니 집에서 빠져나와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방금 일어났는지 오빠 목소리가 잠겨있는 것이다.
아, 또 이렇게 섹시할 줄이야.
"잤어?"
- 으응..
"그럼 끊을게. 좀이따 다시 할게."
- 아니.. 괜찮은데.
"그럼 정신 차리지?"
- 응, 차렸어.
"오빠는 집에 안 가??"
- 멀기도 하고.. 해야할 일도 산더미고.
"아, 그래?"
- 전 많이 먹었어?
"응 꼬지 존나 맛있어."
- 존나 맛있어?
"아, 미안.. 실수로 나왔다..."
- ㅋㅋㅋㅋ 귀여워.
"꼬지에 꼬추 넣으면 짱 맛있다?"
- 아, 진짜? 맛있겠다.. 배고프다 나두.
하긴 집까지 가려면 차타고 4시간은 가야된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가족들 보고싶겠다.
밥 먹으라는 할머니 말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서 할머니한테 갔더니.. 사촌동생이란 년이 하는 소리가.
"언니는 왜 먹어? 살 빼야지."
"시발아."
"엄마~~ 이누언니가 시발이래요~~"
"고모~ 현지가 먼저 돼지년이라고 했어요~"
언니한테 돼지년이 뭐야!!! 결국 혼난 건 내가 아니라 동생이었다 ^^.
아니 평소에는 집에 빨리빨리 가는 사람들이 오늘 할머니집에서 자고 간대서 삐진 듯이 방 한구석에 앉아있었더니 현타가 오는 것이다.
그냥 확 버스타고 가버릴까.. 고민하다가 미친 짓이라 생각하고 오빠에게 카톡을 보낸다.
아빠는 누가 데려오냐며 의심을 했고, 나는 대충 '친구' 대답하고서 흥얼거린다.
근데 또 여기서 문제..
"야 무슨 집에 먼저 가?? 오랜만에 모였는데 자고 가."
엄마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아, 왜.. 어차피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며."
"됐어, 가지 마."
"아 왜. 친구 온다고 했단 말이야."
"안 돼."
이런.. 망할.. 치- 하고선 집에서 나와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오빠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오빠."
- 응, 이누야.
"안 될 것 같아. 엄마가 가지 말래.. 내일 가래."
-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짜증나."
- 왜 짜증나~ 그럼 잠깐 나올 수 있어? 좀이따.
"오게??????"
- 응, 너무 보고싶어서 잠깐이라도 봐야겠어.
"왕복 세시간이잖아. 안 돼.."
- 괜찮아, 너 보면 잠도 다 깰 것 같은데.
"그래도.."
- 갈게?
"…그래도 오빠 피곤한데."
- 그럼 가지 말까~?
"오던가.. 아, 아니야! 오지 마.. 피곤해. 아니야."
- 이미 출발했어.
"…미안한데 그럼."
- 너무 피곤하면 거기서 재워달라고 하지 뭐.
"참나 ..ㅋ"
- 빨리 갈게.
"그래, 그럼."
못말려.. 근데 진짜 걱정되는데.. 나 보려고 한시간 반 운전을 해서 오다니..
그냥 오지 말라고 할까? 아무래도 집 가면 새벽 두세시는 될텐데.. 그래도 보고싶은데..
아 맞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부엌으로 가니.. 전들을 정리하던 할머니가 우리 손녀 왜- 하고 웃어보인다.
"전 조금만 챙겨주시면 안 돼요?"
"가져가서 먹으려구?"
"친구가 집에 못 가고, 집에만 있다고 해서요. 갖다주려구요."
"그래? 많이 줄게. 많이 남았네."
"감사합니다 할머니."
"이누 남자친구는 없고~?"
"에이."
"있구만."
"에이.."
"남자친구 주려구~?"
"에이~"
"에이~~"
할머니가 껄껄 웃으시며 전을 반찬통에 담아주었고, 나는 괜히 오빠 줄 생각에 뿌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전도 못 먹고 인스턴트 먹었을 텐데.
12시 반이 되어야 오빠가 도착했고, 나는 가족들한테 갔다온다고 하고선 집에서 나온다.
시골에 저 좋은 차가 들어오니 뭐가 이렇게 웃긴지.. 차에서 내린 오빠를 보며 그냥 웃겨서 웃는데, 오빠가 왜 웃냐면서 따라 웃는다.
"……."
"오빠 되게 시골이랑 안 어울려, 차도 그렇고."
"그래? 오랜만에 시골 오니까 너무 좋은데."
"나 이 개구리 소리 좋더라."
"난 네가 더 좋아."
갑작스레 저 말을 하는 오빠에 아..; 하고 정색을 하면 오빠가 이리 오라면서 두팔을 벌린다.
건성건성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빠한테 안겼더니, 오빠가 내 뒷머리를 쓸어주는데 또 싫진 않아서 웃겼다.
"어, 우리 돼지 얼굴에 살이 붙었는데 벌써?"
"아 씨ㅡㅡ 됐고.. 이거 가져가서 먹어."
"뭔데?"
"전."
"오오 뭐야? 나 때문에 챙겨갖고 온 거야??"
"ㅇㅇ."
"좀 싸가지없는데 장하니까 봐준다. 너무 고마워 진짜.. 감동이야."
"ㅇ."
"어유 증말!"
어유 정말~! 하면서 내 볼을 꼬집어주고선 전이 담긴 반찬통을 차 안에 둔다.
오빠랑 같이 조금 걷다가 버스 정류장이 있길래 거기 털썩 앉으니, 오빠가 푸흡- 웃으며 내 옆에 따라 앉는다.
"어떡해.. 보러 왔는데 그냥 가면 좀 그렇지않나."
"괜찮아, 너 보니까 오늘 힘들었던 거 다 잊혀지고 좋은데?"
"…그렇담 뭐 다행이네."
"왜 이렇게 예뻐?"
"태어나보니 이렇던데."
"너 쌍수했다며."
"에라이 십 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해야 된다는 건 다 했어?"
"다 했지요~ 다 하고.. 여덟시부터 너 전화오기 몇분 전까지 잤어."
"그러다가 새벽에 잠 못 자."
"너 보고 집 가면.. 잠 못자. 너 생각나서."
"아 우웁.."
"야.. 헛구역질은 심했잖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오글거려 진짜아."
"오글 거리는 거 싫어해? 하지 말까? 이런 말 할 때마다 싫어하는 것 같아서."
"…아니 뭐."
"……."
"싫지는 않은데??"
"그럼 내가 저런 말 할 때마다 인상 쓰면 그럼 더 오글거리는 말 해야겠다."
"더 오글거리는????????? 여기서 더???? 미쳤어,미쳤어."
"ㅋㅋㅋㅋㅋㅋ 너는 충분히 오글거리는 말 들으면서 살 자격 있네요. 너무 예쁘잖아."
"오빠도 예뻐."
"알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앉아서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듣고있는데 괜히 오빠 손을 보니 손을 잡고싶은 거다.
가만히 오빠 손을 보고있는데, 오빠가 날 보며 말한다.
"안 추워? 겉옷도 안 입고 나왔네."
"벗어주게?"
"아니, 나도 추워."
"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봨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라며 겉옷을 벗어 내게 덮어주길래 그때 확 오빠 손을 잡았더니, 오빠가 좋은지 웃으며 말한다.
"뭐야, 먼저 손잡아주고?"
"추워서 잡은 건디~"
"아 계속 추웠음 좋겠다~"
"오빠 갈 때까지는 계속 추울 것 같은데?"
"너무 좋은데. 근데 왜 이렇게 예뻐?"
"아우 증말."
"진짜야, 진짜. 너무 예뻐서 아껴서 보고싶어."
"그럼 다시 가."
"매정하네, 김이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 ㅎㅎ."
뭐 묻었다면서 내 코에 묻은 무언가를 떼어주길래 가만히 있는데..
"……."
갑자기 입을 맞추는 오빠에 조금은 놀랬지만.. 화가 나는 건.
"입술도 차가운데, 계속 입술 대고 있어도 되나~?"
왜 이렇게 빨리 입술을 떼냔 말이다 ㅅㅂ.
"안 되네요. 유감."
나는 또 부끄러워서 안 된다곤 했는데..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 진한 키스 하고싶었는데.
평소에는 진한 키스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나는 돌직구로 묻기로 결심했다.
"근데 오빠는 왜 평소에 짧게 키스해?"
"응?"
"우리 막 혀 낼름낼름하고 키스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맨날 섹스할 때만.."
"……."
"…흠.."
대놓고 저렇게 말해버리다니. 나 멍청이야?
"진하게 하고싶어?"
"……"
아니 이 사람이....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다니..........????
근데 난 또 여기에다 대고
"아니????????????????"
이따구로 대답을 하였으니...
"……."
"아쒸.....ㄱ-."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싫어하는 거 아니야?진짜.."
"누가 싫어했다고.................."
이상하게 너무 어색해진 분위기에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않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그냥 앉아서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않네. 그치?"
"응. 난 그냥 너랑 같이 있으면 다 좋아."
"좋겠네, 다 좋아서?"
"너는? 너는 안 좋아?"
좋다. 좋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이놈에 못된 성격 때문에..
"안 알려주지."
"알려주지~"
저렇게 말을 하고만다. 아직은 너무 부끄럽고.. 그렇단 말이야.
별로 안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오냐는 엄마의 전화에 한숨을 내쉬었더니, 오빠는 괜찮다며 얼른 들어가잰다.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빠와 손을 잡고 할머니 집까지 걷는다.
중간에 진돗개가 우릴 보고 마구 짖는 바람에 나는 안 놀랬지만, 오빠가 놀래서 나한테 찰떡같이 붙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다.
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벌써 가족들은 다 자는지 불이 다 꺼져있다.
'얼른 들어가봐'하고 속삭이길래 '알겠어 잘가'하면 오빠가 말한다.
"얼른 들어가, 또 개 짖을라."
"잘가."
"응, 가자마자 바로 자."
"조심히 가."
"…갈게."
그냥 확 달려가서 옆자리에 타고싶다.. 진짜.. 나 때문에 저렇게 바로 달려와준 것도 대단한데.
10분 정도 보고 가는 것도 미안하고.. 또 스윗하고 자랑스럽고.. 멍하니 오빠 뒷모습을 보는데.
오빠가 차 문을 열고 타면서 얼른 가라고 손을 흔든다.
에피소드
"니네 무슨 오늘 하루종일 운동했냐? 다 뻗어있네."
"……."
"오늘 쌤이 급하게 출장을 가봐야 해서, 종례는 정해인쌤이 해줄 거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아!!앍ㅇㄴㅇ랃4!!!"
"야 진짜 너네 너무한 거 아니냐. 자던 애들도 벌떡 일어나네. 정해인 쌤이 그렇게 좋냐????"
"정해인 쌤은 저희의 아이돌이라구요!!!!!!!!!!!!!"
"왜 나한테 화를 내. 이 시끼들이."
'수업 시작하자.' 그 말에 학생들이 아아아.. 하며 다시 엎드렸고, 서장훈쌤이 야이씨! 하고 장난으로
교탁을 교과서로 내리치자 다들 얼른 정쌤 불러오라며 장난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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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히헤헤헿헿ㅎ헿헿ㅎ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