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9살 차이가 뭐 대수인가
w.1억
집에 도착한 해인은 피곤한지 목 스트레칭을 하다가도 식탁 위에 올려놓은 전이 담긴 반찬통을 보고선 웃는다.
무심한 척 해도 이런 거 챙겨주는 거 보니, 날 정말 좋아해주는 건 맞나보네.
집에 도착했다는 말에 몇분 후에 카톡이 오긴 했는데...
[잫ㄺ도착햇서다해잉네]
자다 깨서 보낸 카톡 같기에, 해인은 웃으며 답장을 보낸다.
- 얼른 자고, 내일 연락 해.
해인의 답장을 끝으로 답이 없는 걸 보니, 잠이 든 게 분명했다.
아유.. 귀여우십니다, 김이누씨.. 겨우 몇분 본 게 좋은지 흥얼거리며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는 해인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늦게 잠에 든 해인은 일어나지 못한 듯 했다. 이누가 카톡을 보내도 답장이 없기에, 이누는 '도서관 가려고!'라고
보내기만 하고서 혼자 이어폰을 낀 채로 도서관으로 향한다.
뭐 이누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도서관에서 책들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에 이누는 도서관에 자주 온다.
한참 도서관에 있었을까.. 저 멀리서 해인이 터벅터벅 발소리를 내며 걸어온다.
"……."
이누가 책을 제자리에 넣으려는 듯 까치발을 들고 위를 보고있자, 해인이 뒤에서 조용히 '뭐 꺼내줄까'했고 이누가 놀래서 앗! 하더니
곧 입을 틀어막은 채로 뒤돌아 해인을 바라본다.
"깜짝놀랬네.. 오빠가 왜 여기있어?"
"도서관 왔다길래 일어나자마자 바로 왔는데."
"연락도 없이 왔어 왜? 나 없었으면 어쩌려고."
"없으면 어디냐 물어야지."
"…참나."
"우리 이누씨 저어 책 저어~기에 넣고 싶어요?"
"넣어줘봐. 키 큰 정해인이."
갑자기 내 허리춤을 잡아 들어올리는 오빠에 조금은 놀랬지만, 역시 오빠다운 장난이다 싶어서 웃으며 책을 끼워맞추려한다.
"…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최대한 숨 죽이고 웃느라 미칠 것 같았다. 나보다 더 빵 터진 오빠가 얄미워서 책으로 오빠의 어깨를 마구 치면
오빠가 조용히 하라며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는데.. 아오 얄미워라. 그냥 넣어줘! 내 말에 오빠가 아직도 큭큭 웃으며 책을 널어준다.
책을 대충 읽고선 도서관에서 나가려는데 여자들이 어찌나 쳐다보던지.
오빠를 힐끔 봤더니, 오빠는 누군가의 시선따위 신경 쓰지도 않는지 오롯이 앞만 보고 걷다가, 나를 힐끔 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오빠가 '왜?'하고 묻는데..
"재수없어."
"나?"
"그럼 누구."
"재수없는 짓을 한 적이 없어서.. 나일 거라고 생각을 못 했지."
"암튼 재수없어."
"왜???"
진짜 궁금한지 왜??? 하면서 쪼르르 나한테 더 바짝 붙길래, 저리 가라며 장난삼아 밀어내면 참나.. 하고 콧방귀를 뀐다.
팔에 저 힘줄하고.. 생긴 거랑은 안 어울리게 빵빵한 근육.. 그리고 또 생긴 거랑은 다르게 엄~~청나게 좋은 목소리까지.
여자들이 계속 힐끔 보길래 아예 작정하고 오빠에게 팔짱을 끼니, 오빠가 그냥 내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내가 이 남자 애인이다. 퉤.
"근데 오빠 몇시에 잤어? 되게 늦게 일어난 거 아니야?"
"잠이 너무 안 와서..한 네시에 잤나?"
"왜 잠이 안 온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
"일단 변태는 확실해."
"나도 그건 반박 안 할게. 변태 맞아."
"아싸.. 변태 여친 뒀다."
"뭔 아싸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아, 맞아. 나 저녁에 친구들 좀 만나야 될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나자고 그러네."
"응. 나도 친구들이 저녁에 술마시자고 그랬었는데, 가야겠다."
"술도 못 마시는 게, 뭔 술이야."
"원래 술 못마시는 애들이 술약속 잡히는 거 짱 좋아해. 분위기가 좋거든."
"……"
"흥."
"ㅋㅋㅋㅋㅋ뭔 흥이야. 귀여워 죽겠네 진짜..."
너무 사랑스럽게 날 바라보길래 '부담스럽거든요'하면 오빠가 푸흡- 웃으며 밥 한숟갈 떠 내게 건네준다.
그러다 또 장난치는 오빠에 웃음이 나온다.
오빠랑 저녁시간까지 할 게 없어서, 오빠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아서 티비나 보고있는데.
자꾸만 오빠 핸드폰이 카톡-카톡-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길래 오빠 핸드폰을 잽싸게 가져간다.
"안 되겠어. 내가 카톡 검사 좀 하겠수다."
"어우, 이렇게 갑자기 가져가시면 안 되죠."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가져가는 오빠에, 정색하고 바라보니.. 오빠가 말하길.
"프라이버시가 있잖아."
"뭐, 여자랑 연락하고 그러나?"
"내가 여자가 어디있어."
"그럼 보여줘봐~ 대충 슥- 볼게. 대화방 안 들어가고."
"…그래 그럼."
그러라며 다시 핸드폰을 건네주길래 신나서 흥얼거렸더니 오빠가 소파 등받이에 기대 나를 보며 웃는다.
[쌤!! 추석연휴 잘보내세요 (이모티콘) - 정현주-]
[해인쌤!! 전 많이 드셨나요 >< 추석 잘 보내세용~(하트) - 임나희-]
[쌤은.. 전 많이 드셔야 해요.. 살 쪄야 해요... 연휴동안 쌤 수업 못 들어서 넘모넘모 슬프답니다..- 한영지-]
이 외에 10개 넘게 학생들에게 온 카톡에 나는 인상을 쓴 채로 오빠에게 말한다.
"여자 여기 있네."
"에이.. 학생들은 포함시키면 안 되지."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서, 이해는 한다만. 얘네는 무슨 연휴에도 카톡질이야?"
"착하지 않아?"
"?"
"생각해보니까 안 착한 것 같아."
"ㅇㅇ. 싸가지 읎는 것들.. 어~~~데 황금같은 휴일에 쌤한테 카톡질이나. 디질라고 확마."
"……."
"왜 웃어?"
"질투 하는 거야? 질투 하는 거 처음봐."
"…아닌데."
"아뉜뒈~"
"따라하지마."
"싫은뒈~"
"ㅡㅡ."
"ㅋㅋㅋㅋㅋㅋ."
아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가기 싫네. 약속 깨고 나랑 있으면 안 되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떼쓰는 아이처럼 보일까봐.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남자 애들이 5명 정도고.. 여자들은 세명 정도 됐다.
남자들이 있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많을 줄이야.. 남자들이 있어도 재미있는 건 아니니까.
혼자 안주나 뜯으면서 애들 노는 걸 구경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게 술을 건네주었고, 한잔 마셔보니 또 너무 잘 넘어가는 거다.
한잔이 두잔이 되고.. 두잔이 세잔이 되고.. 5잔 째 마셨을까. 앞이 너무 흐릿해서 테이블에 이마를 박은 채 한참 있었던 것 같다.
"야 김이누. 괜찮냐??? 얘 얼마나 마신 거야?????????"
"소주 다섯잔??"
"ㅁㅊ 그거에 취한 거야 지금??"
"ㅇㅇ."
"여전히 못마시네 얜.. 얘 집 아는 사람?"
갑자기 이누가 벌떡 일어나자, 애들이 다 놀래서 어우! 했고.. 이누가 말하길.
"나 남자친구가 데리러 올 걸."
"걸은 뭐냐? 니 남친 있었냐 근데?"
"남친한테 전화 좀."
"우리가 번호가 없는데 어떻게 걸어."
"내 걸로! 새끼야."
"폰 줘봐."
이누가 핸드폰을 꺼내서 건네주자, 남자가 핸드폰을 받아내 이누의 얼굴로 인식해 핸드폰 잠금을 연다.
최근통화기록에 가니 '정해인'이란 이름에 이게 맞냐고 묻자 이누가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인다.
"나 바꿔 이색기야."
자신을 바꾸라는 말에 남자가 '그뤠..'하며 핸드폰을 건네주었고.. 이누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한참 있다가
곧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인상을 쓴 채로 말한다.
"야."
- 응? 야???
"어디야."
- 친구랑 술집이지. 다 마셨어?
"아쒸 내가 취했는데 니가 왜 거기있누 디질라고."
- 취했구나 우리 이누.
"우리는 무슨 우리야 돼지우리야??"
- 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재밌어라!
"뒤~~~~~~~~이질라고.."
- 데리러 갈까? 어디야?
"아씅부우우..씌..쒸... 야아.. 니가 여기 어딘지 알려줘바바바."
이누가 옆에 남자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자, 남자는 당황한 듯 핸드폰을 받아 말한다.
"여보세요...?"
- 아, 네.
"어.. 여기 이누가 좀 많이 취했는데요.. 여기가 어디냐면요.."
"야아! 송대찬! 너 내가 등짝에 키스했다!!!!!!!!!! 립스틱 자국!!!!!!!!"
"야! 미쳤냐 김이누?? 아.. 아니.. 여기가 여디냐면.. 라몬트리라고 아세요?? 아! 김이누 하지 말라고."
"야아 내 뽀뽀가 그리도 싫냐.......... 네 옷은 좋다는데. 아아 ! 내 남친 나 바꿔!"
이누가 핸드폰을 받아 귀에 대고선 '엽쇼'하자, ##해인이 말한다.
- 얼마나 마신 거야.
"멀~라 기억 안 나. 아 암튼 데리러 와아. 안 오면 얘네 집에서 자버린다... 얘네 몇명인 줄 알아? 하나 둘..셋.."
- 안 가. 네 친구들한테 데려달라 그래.
"왜?"
- 네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 행동이 왜. 아.. 진짜."
- 집 가서 연락해.
"여보세여????"
매정하게 전화를 끊은 해인에 이누는 딸꾹질을 하며 핸드폰 화면을 보았고..
해인이 이누 전화에 환하게 웃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보이자.. 친구가 무슨 일이냐 묻는다.
그 말에 해인은 아무 일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술을 마시다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핸드폰을 보던 해인이 한숨을 내쉬었고..
곧 이누에게서 오는 전화에 해인이 망설이다 전화를 받는다.
"응. 집 갔어?"
- 오빠.....
"……."
- 나 집 앞인데..무서워.
분명 우는 소리였다. 훌쩍 거리는 소리에 해인이 망설임 없이 바로 일어나 택시 정류장으로 뛰어가자
남아있던 친구가 말하길..
"솔로는 외로워서 살겠나.."
이누의 집 앞에 도착한 해인이 두리번 거리다.. 집 앞에 가로등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이누를 보고선 천천히 다가간다.
"이누야."
"…오빠."
"…뭐해 여기서.. 왜 울어."
"…나."
"……."
"열쇠 잃어버렸어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흥ㅎㅇ헝ㅎㄱ읗ㄱ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쇠 잃어버려서 그렇게 서럽게 우는 거야?"
"ㅠㅠㅠ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택시에 내려노코 왔나바ㅠㅠㅠㅠㅠㅠㅠ:허읃ㅎㄱ헉ㅇ."
"미안해. 내가 아까 너 데리러 갔으면, 열쇠 잃어버릴 일도 없었겠네.. 내가 잘못했어. 울지 마."
크헝 ㅠㅠㅠㅠ 하며 눈물 콧물 해인의 가슴팍에 다 묻히는 이누에 해인이 그게 귀여운지 계속 웃는다.
이누가 처음으로 내게 미운 짓을 했지만.. 이런 모습에 귀엽다고 느껴지고 미안한 걸 보니까. 내가 더 사랑해서, 졌네.
에피소드
해인이 친구와 술집에 도착해, 술 한잔을 마시려고 했을까..
저 멀리서 누가봐도 연예인 처럼 예쁜 여자가 해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저..기요."
"네?"
"여자친ㄱ.."
"있어요."
"그럼 친구라ㄷ.."
"아니에요."
해인이 얼음처럼 차갑게 차버리고선 이누에게서 오는 카톡을 답해주며 환하게 웃자
앞에 앉은 친구는 철벽 쩐다며 박수를 작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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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1억이 와쩌^^ 언니들~~ 재밌게 봐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