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사생팬으로 오해받은 썰
너네가 누군데, 자꾸 지랄이야
"누나!"
"어... 안녕." "퇴근하고 오시는 길인가 봐요." "아, 응." "저는 가위바위보 져서." 해맑게 웃으며 검은색 봉지를 들어 올리는 석민. 그에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봐도 참 해맑은 친구야. 집이 같으니 하는 수없이 같이 걷게 되었다. 둘이 있는 건 처음이다 보니 어색한 정적이 이어지는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을 때 석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순영이 형이 누나 많이 좋아해요." ".........." "숙소에서도 맨날 누나 얘기만 한다니까요." ".........." "순영이 형 겉은 그래도 되게 좋은 사람이에요. 누나도 좋은 사람이고." "..........""잘 어울려요, 둘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마음 접자고 다짐한 게 어젠데. 잘 어울린다며 아이같이 웃는 석민의 얼굴에 하마터면 눈물이 뚝, 떨어질 뻔했다. 이 말도 꽤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일찍 좀 해주지.... 너무 늦었잖아. 죄 없는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와,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거 보니까 나 싸가지 많이 좋아하는구나 진짜. 어느 사이에 이렇게까지 네가 스며든 걸까. 여주가 애써 웃으며 벌써 도착한 집 앞에서 도어록에 손을 올렸다. ".....그럼 들어가." "괜찮으면 누나도 같이 마셔요!" 다시 한번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어 올려 흔들며 해맑게 말하는 석민에 고개를 저었다. 내 이기심 때문에 좋은 애들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만약, 순영과 잘 된다 하더라도 그건 순영에게만 피해가 가는 게 아니니까. "나 내일 출근도 해야 되고, 아직 일이 좀 남아서.""아... 아쉽다. 다들 좋아할 텐데. 다음에 마셔요 그럼!"
"그래."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석민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거실 소파에 눕다시피 앉아서는 티브이를 보고 있는 순영. 그 앞에 비닐봉지를 놔두고는 외투를 벗으며 말을 꺼냈다. "앞에서 여주 누나 만나서 같이 왔어.""진짜? 아, 미친. 내가 갈걸."
재수도 더럽게 없냐. 다른 때는 정말 잘 걸리더니 이럴 때만 안 걸리고 지랄. 그럼 좀 데려오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순영의 말에 석민이 안 그래도 물어봤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나 내일 출근 때문에 좀 부담스러우신가 봐. 차라리 얘기라도 안 들었으면 아무 생각 안 드는데 이미 자신이랑 같은 멤버는 여주를 봤다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 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까 순영은 여주가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 시발. 진짜 내가 갔었어야 하는 건데. 그런 순영의 모습에 언제 방에서 나왔는지 순영 옆에 앉은 원우가 낄낄거렸다."아주 누가 보면 사귀는 사인 줄~"
원우의 약오르는 말투에 순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원우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그런 한심한 원우의 모습에 석민은 혀를 끌끌 찼다. 맨날 당하면서 도발은 왜 한담. 순영 역시도 그런 원우의 모습에 한숨 푹 내쉬고는 손을 내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뭐야. 안 마셔?"
"술맛 다 떨어졌다. 너네들끼리 마셔." 그러면서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영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금세 표정이 밝아지며 거실에 놓아져 있던 겉옷을 대충 걸치고는 비닐봉지를 들어 술을 다 뺐다. 그런 순영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원우가 입을 열었다."뭐 하냐 지금...?"
"김여주 주고 오게.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지 잠 올 거 같아."
".....? 근데 그걸 왜...?" "병신아. 그냥 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야. 핑곗거리를 만들어야지." "아니 병신아; 근데 그 핑곗거리가 왜 우리가 먹을 안주냐고;" 말이 안 통하는 순영의 태도에 점점 화가 오르는 원우가 표정을 찌푸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순영에게 말하자,"내 알 바야?"
하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그대로 현관을 나서는 순영에, 원우는 소리를 지르며 쿠션을 던질 뿐이었다.세븐틴 사생팬으로 오해받은 썰
띵동, 띵동. 아까 씻고 나와서는 간단하게 과자 몇 봉지를 까서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던 여주가 갑작스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의아한 듯 현관 문을 바라봤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있어 봤자 옆집 놈들이겠지. 세븐틴이 여주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을 때, 옷이나 칫솔 등 생활용품들을 여주 집에 많이 놔두고 다녔다. 그래서 세븐틴이 여주 집을 쓰는 마지막 날 다 가지고 가라 말했는데, 말 안 듣더니.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켜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어... 안녕."
머쓱한 듯 웃어 보이는 순영이었다. 뭐야..? 얘가 왜.... 어리둥절한 여주의 표정을 느꼈는지 순영은 급하게 아까 석민이 들고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흔들었다. 너 출출할까 봐. 이거라도 먹으라고. 어색하게 웃는 순영에 미묘하게 여주의 표정이 굳었다. ".....괜찮아." "아.. 그래? 일 좀 남았다며. 석민이한테 들었어. 많이 바빠?" "....어. 그래서 그런데, 딱히 할 말 없으면 나 먼저 들어간다." 철컥, 문이 닫혔다.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순영의 표정 역시도 굳어있었다. 뭐지, 갑자기 왜.... 평소와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다른 여주. 그걸 순영이 못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그런 느낌이었다.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혼자 고개를 끄덕인 순영이 자신의 숙소로 들어갔다. "어, 김여주 지금 오는, 야...!" 하지만 여주의 이상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쩌다 자신의 스케줄 시간과 여주의 퇴근 시간이 겹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때와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히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아난다거나, "너 있는 거 다 알아."".....하. 됐다. 먹을 거면 넘어와."
배달 음식을 시키고 꽤나 양이 많아서 먹으러 오라고 초인종을 눌러도 분명 집에 있는 게 확실한데 아무런 응답이 없다거나. 심지어 나한테만 그런다, 나한테만. 다른 멤버들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들과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한다던데. 그러한 이유로 여주랑 말을 섞지 못한 것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에만 그저 답답했지, 이제는 화가 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이렇게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데, 어떤 사람이 아무렇지 않아? 이대로 있다간 답답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곧 죽어도 얘기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숙소 문을 열고 나오자, 마침 편의점에 가려는 여주 역시 문을 열고 나왔고, 둘은 그대로 마주쳤다. "....어..""......나랑 얘기 좀... 야!"
갑작스럽게 마주쳐서 그런가, 복도에는 어색한 정적이 이어졌다. 순영이 먼저 입을 열자 다시 급하게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 여주의 행동에 당황한 순영이 소리치며 문 사이에 자신의 손을 끼워 넣었다. 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문을 닫는 걸 멈춘 여주. "너 미쳤어? 이러다 손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이제야 나랑 말해주네." ".........." "이런 걱정 해주지 마." "..........""이런 거 받으면 나 착각해, 계속."
꽤나 흥분된 상태에서 말하는 순영의 모습에 여주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저가 자신을 피해 다녀 느낀 순영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여주에게 전해졌다. 이렇게 얼굴을 보면.... 이렇게 얼굴만 봐도 설레면... 내가 그동안 힘들게 피해 다녔던 이유가 없잖아. 둘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질 거 같았다. 피한 건 넌데... 왜 너가 그런 표정이야, 왜. "왜 피한 건데." "............" "부담스러워서 그래? 그래서 피한 거야?" "............." "알잖아 너."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그 말과 함께 문이 닫혔다. 여주의 집 안으로 들어온 순영과 여주. 좁은 현관 안에서 마주 보고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순영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눈을 보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거 같아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무언가 허탈한 듯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낸 순영이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일부로 그러냐 너?" "..........""......아니야, 됐다. 대답하지 마."
순영의 음성에서 모든 감정이 드러났다. 그 말과 함께 뒤를 돌아 손잡이의 손을 올렸다. 무언가 놓은 거 같은 순영의 말과 행동에 여주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 거 아닌데.... 나 진짜 아닌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면 뭔데." "..........""너 나 좋아해?"
여주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순영의 입술이 빠르게 여주에게 닿았다.여주의 뒷목을 한 손으로 잡아 끌어당긴 순영이, 거친 손길과는 다르게 꽤나 부드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 이게 무슨.... 여주의 동공이 커졌고 여주의 눈에는 눈을 감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순영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쳐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여주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농도는 점점 짙어졌고, 움직임이 없어 현관 등 센서마저도 꺼졌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서로의 타액이 섞이며 내는 듣기 민망한 끈적한 소리뿐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숨이 찬지 먼저 입술을 뗀 여주가 숨을 고르자 순영의 시선이 끈적하게 따라붙었다.
"너 지금 나랑 키스했어."
"............" "이제 이런 애매한 사이도 못 해." "............" "철저하게 들이댈 거란 얘기야." "............" "감당 가능해?" 순영의 마지막 말에 시선을 올려 순영과 눈을 맞췄다. 권순영은 지금 내게 겁을 주고 있었다. 궁지 끝까지 몰아넣고, 차갑게 몰아붙이며, 내가 달아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었다. 나는 무섭지 않았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심장 박동이 빠르게 일었다. 그건 두려움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나는 권순영이 무섭지 않았다. 이제는 이 모든 게 감당 가능할 정도로, "....좋아해." 네가 좋나 봐, 권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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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하늘, 흑임자, 달, 꾸근, 토마토마, 쭈꾸미, 여름, 요를레히, 링링, 노빠꾸
오늘 감히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게 적어져서.....!! 독자님들도 부디 저처럼 마음에 들으셨으면 좋겠네요ㅠㅠ!
제가 말했잖아요 고구마 그리 길지 않을 거라고! 여주 분명 순영이 멀리 하기로 했는데,,, 멀리는 무슨, 진도 세상 빠름. ㅋㅋㅋㅋㅋㅋㅋ 므흣하네요ㅎㅎ
티엠아지만,
이 짤을 쓰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볼 수 있슴다. 맨 처음부터 이 짤에 이 대사! 하고 우겨 넣으면서 달려온 글이라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너무 급전개인 거 같기도 하구,,,
🐯오늘의 관전 포인트🐯
1. 여주랑 순영이는 셉틴이 보기에도 참 잘 어울린답니다 2. 여주 만났다니까 자기가 갈걸, 하고 폭풍 후회 권순영 3. 여주 보고 싶은 마음에 안주 도둑된 권수녕 (피해자: 저너누) 4. 사실 음식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여주랑 같이 먹고 싶은 거임 5. 손가락 지키미 김여주 6. 순영이 그간 여주가 자기 피하느라 상처 받아쪄ㅠㅠ 이유도 모르니까 많이 답답해쪄ㅠ 7.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하는....💋 (부끄🙈) 8. 마침내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는 여주가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