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어] 무감정의 시대
너는 내게 마치 한 송이의 꽃과도 같았다.
아름답다. 또한 향기가 있다. 사람을 홀리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너는 하나의 꽃과도 같았다. 아니, 너는 하나의 꽃이었다.
너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너를 꺾어버리면, 네가 시들어버릴까 두려웠다. 네 색깔과 네 향기를 모두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게 그렇게도 난 두려웠다. 온전히 내 소유가 될 수 있는 반면에,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양면성이 나는 그렇게도 겁이 나더라.
너의 웃음은 언제나 천진난만했다. 그래서일까, 그 미소를 계족 유지시켜준다는 보장도 없었던 나는. 그게 그렇게도 불안했었다. 널 완전히 책임질 수 있을까, - 라는 질문에 확실한 답도 나오지 않았기에.
너는 누구에게나 그 밝은 미소를 흩뿌리고 다녔었다. 그래서인지 네 주변은 온통 미소로 넘쳐났었지. 그런 너를 보고 있었던 무뚝뚝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네 미소에 전염되어 괜히 웃고 다녔었고. 너는 우리 연구소의 활력소, 그 자체였다. 누구보다 더 활발했으며 해피바이러스 – 였달까. 어떠한 약도 듣지 않고, 절대로 치료해서는 안될 해피 바이러스. 일 줄 알았지만.
“나, 이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어떡해요”
네가 운다. 영원히 울지 않을 줄 알았던 네가 운다.
나는 너에게 무어라 해 줄 말이 없었다. 마냥 너의 등만 토닥여주었다. 평소에 흰 가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얄팍한 팔이 – 그렇게도, 안쓰럽게만 느껴졌어. 거기에다가 울음소리까지 덧대여지니까, 마치 영화 중 한 장면 같았었다. 슬픈 영화, 주인공이 큰 고민에 빠지는 아주 슬픈 영화 중 한 장면 – 그것이 아니라면, 슬픈 ‘명화’ 의 한 장면도 될 수 있겠다.
너의 선택에 달린 것이었다. 난 너에게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내 순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처량하게 흔들리는 이 소년에게 아무렴 중요할 테니, 그러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 너에게 어떤 소리를 해 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떳떳이 너에게, 연구소에 남으라고 할 수 있을까.
“인류를 위해서래요, 내가 실험 대상이 된다면 - ”
인류를, 인류를 -. 한마디씩, 너는 입술에 경련을 일으켜가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인류를 위해, 인류를 위해서 내가.라며, 너는 이제 글자 수를 늘려가 문장을 겨우 만들어 내더니 눈물을 이내 하염없이 흘리기도 한다. 너의 등밖에 토닥이지 못하겠다. 너에게, 너에게 곧 실험을 해야 할 것 같은 - 나의 위치로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약한 나로서는.
“로빈형, 위안이 형, 엄마, 아빠, 수잔, 타쿠야, 기욤 – 다 웃음을 찾을 수 있대요”
내가 희생하면. 내가 희생하면. 예능도 다시 보고,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대요. 짜증 나는 일에 화도 낼 수 있대요. 저처럼 눈물을 흘릴 수도 있대요 – 내가 희생한다면. 나 하나가 희생한다면.
나,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일리야.
[무(無) 감정의 시대]
무 감정의 시대. 감정이 없는 시대. 사람들은 원인모를 전염병으로 감정을 잃고 – 그 전염병을 걸리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이 연구소를 차려 그것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다. 백신을 만들기로 하고 모인 곳이 바로 이곳이었지. 이 ‘연구소’라고 불리는 – 아마 예전의 실험실처럼 보였던 이곳. 나름 버틸만했어, - 오히려 바이러스가 넘쳐나는 밖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좋았지. 여튼 그랬다.
감염자들과 철저히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었다. 옮을 확률도 여간 높은 게 아니어서, 혹여나 밖에 나갈 일이 생길까 모든 것을 조심했어야 했었다. 그만큼 그 전염병 바이러스는 끔찍했다. 단순히 감정만 없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감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인간성과 모든 것을 잃었다.
그 바이러스에 걸리면 감정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서 웃는데 웃는 표정이 하나도 없이 입으로만 ‘하하하’거린다고 해야 하나. 가끔은 섬뜩해 보이기도 했다. 또한, 감정이 없어지니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고 자신을 원망해 자살률이 몇 해 사이에 수백, 수천 배로 뛰었더란다. 2~3배가 아닌 수백, 수천 배씩.
그러니 남은 우리들은 더욱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주변인들도 점점 하나둘씩 우울함에 못 이겨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으니까. 어째 흰 연구소의 가운보다, 우울한 장례식장의 정장을 입는 일이 더 잦아졌어. 혹시나 더 가지는 않을까,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연구소 전체를 감싸 안아왔다. 블레어가 등장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밝아지긴 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블레어는 블레어는 마치 분위기를 확 바꾸는 전환점이었다고 해야 할까.
여튼 나는 그래서 블레어가 좋았다. 밝은 그가, 청량하게 웃는 그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블레어 - 블레어만 등장하면 웃음으로 밝게 물들여지는, 그 소중한 상황을 미심쩍게 바라본 사람이 있었나 보다.
어느 날 열심히 일하고 있던 블레어는 – 입을 잔뜩 내밀며 다가오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을까, 아아 기초 검사로 피를 몇 번 뽑았단다. - 아프겠지, 하며 녀석의 팔을 어루만졌었는데 녀석은 주사 싫어한다고. 그런데 수십 번은 맞은 것 같다며 찡찡거리더니 곧 눈가를 만져와서. 그렇게도 아팠나 눈살을 찌푸렸을까, 피를 이 – 만큼이나 뽑혔다며 그것을 나타내듯이 양 팔을 있는 힘껏 뻗는다. 알았어, 알았어, 괜히 네가 아프다니 내가 다 아픈 것 같네. 안타깝다는 것을 녀석에게 눈살을 찌푸려보이며, 표정만으로 보여주었다.
녀석은 웃으며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등을 토닥인 후 자리에 떠났다. 그리고 그날로 멈출 줄 알았더니.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녀석의 찡찡거리는 횟수는 점점 더 잦아가더라. 건감겅진을 종합적으로 받는날도 있었고– 어느날은 잘 걷지도 못하겠다며 휠체어를 끌고 내게 다가오기도 했었고. 너무 아팠기 때문일까, 네가 식사를 하지 않았던 날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점점 더 아프다는 티를 내왔고, 괜히 나도 가슴이 울적해져갔다.
그리고 어느 날, 너에 관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너를 뺀 연구소 회의가 열렸었다.
너를 뺀. 나를 제외한 연구원들은 모든 걸 알고 있는지 아무 말없이 무표정으로 제 턱만 매만지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너와 친해서 – 나에게만 '회의 내용'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 일수도 있겠어. 마치 ‘무 표정의 도시’처럼 무 표정의 회의실이었는데. 또 그들은 또 다른 자살을 준비하는. 무 감정의 환자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리야 벨랴코프씨, 자리에 앉아주세요]
그 싸늘한 음성이 아직까지 잊히지가 않는다.
자리에 앉았다. 회의 내용은 뜸 들임도 없이 곧바로 공개되었다. 블레어 윌리엄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벌이자 – 라는. 그의 말이 회의실 안을 싸늘하게 울리더라. 솔직히 말해 그걸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블레어를 온실 속 화초처럼 귀엽게 바라보고 부둥부둥하던 내가? 그동안의 블레어를 괴롭힌 이유가 다 이것 때문이었나 – 무감정한, 무정한 사람들. 당장이라도 책상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을 만큼의 쓰레기 같은 최악의 회의였다. 아니 쓰레기도 그것보다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너무 다른 일이 바로 일어나버렸다.
의외로 찬성 쪽은 많았다. 찬성 쪽은 나 빼고 전부. 나 빼고 전부였어. 그 정도나 된다니, 생각은 있는 사람들일까. 모두 블레어를 보면서 웃었으면서, 블레어가 선물해 준 웃음에 모두 웃었으면서 – 분노. 그들에게 분노해버렸다. 당연했다. 그리고 곧 - 반대편에 선 나에게, 찬성 편의 남자가 넌지시. 던진 말에 내 분노는 결국 끝에 달해버렸는데.
“블레어를 보면 모두 웃잖아? 그게 수상한 거야. 그래서 블레어의 감정에 대한 실험을 해야 하는 거고”
바로 그 녀석의 주둥이에 종이를 처박아버렸다. 쓰레기 같은 자식, 종이나 먹으라고.
그 소동이 일어나고 나서 나는 나이 서른셋에 반성문을 쓰게 되고, 또 블레어는 과반수 – 찬성 편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 결국 실험 대상자로 들어올 것인가, 연구원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을 해야 했었다. 사실 선택이라 할 것도 없었다. 모두들 그렇게 눈치를 주는데. 선택이 아닌, 거의 필수로 기울어져 갔지.
네가 운다. 네가 하염없이 운다. 너를 제대로 변호해주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이 더해져 강하게 어깨를 짓눌러왔다. 아팠어, 그리고 또 미안했어. 좋아하고 있는, 막 사랑하고 있는 네가 내 품 안에 안겨있음에도 불구하고 슬픈 건 왜 일까. 결국 너는 연구원들에 의해 끌려갔지만, 자꾸만. 내 앞에 흐릿하게 네가 내 눈을 가려왔다.
*
너는 시들었다.
더 이상 내가 알던 너는 없다. 너는 시들었다. 너의 모습도, 향기도 모두 없었다.
여러 가지 실험 때문에 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네 몸에서 뿜어대던 밝은, 웃음에 기운은 이제 거두어진지 오래였다. 너는 지쳐갔다. 하루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말라갔고, 너의 동공에는 초점이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보고 웃어주지 않았다. 아니, 나를 보고 웃어줄 겨를도 없는 듯 보였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가? 모든 너에 대한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너의 그 ‘긍정의 기운’ 은 그저 의문으로만 남았다. 몇십 번이나, 네 몸을 갈랐을 것이다. 너의 희고 고운 피부는 상처로만, 그저 상처로만 가득하더라. 너의 마음까지도.
단순히 그것은 네 특성이었다. 그 밝은 기운은 네 특성이자,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 그걸 인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싫어보인다. 지금 이 주사를 넣으면 네가 죽을 것 같아. 바들바들 떨며 너는 네 팔을 잡고 있어. 이 상황에서, 한때의 찬란했던 너를 좋아한, 그 찬란함을 좋아했던 내가 – 과연 이 상황에서 너에게 주사를 넣을 수나 있을까. 대답은 ‘NO’였다. 난 이곳의 쓰레기같은 연구소원 같은 인간이 아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웃음기 잃은 얼굴로, 이름 모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내 팔을 잡아오더니, 주사는 블레어에게 접종하고 오는 거냐며 물어오더라. 바로 고개를 도리질치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나. 그 남자가 너에게 실험을 자는 주장을 가장 열정적으로 한 – 그 남자라는 것을 기억한 순간. 그 순간. 여러 복잡한 감정들과, 말라진. 시들어버린 네가 겹쳐보이면서 - 욱하더라.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남자의 팔에 바로 주사를 내리꽂았다. 너나 실컷 맞아 씨발놈아. 하는 심보로.
그리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은 블레어를 꼭 탈출시켜야만 해야 한다는 의지로 –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경로탐색에 나섰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꺾일까 제대로 다가가지도 못 했던 사람이. 시들어지는 것은 – 보기 싫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를 괴롭히던 운명이, 처음으로 내게 손을 내미는 것 같더라.
이쪽으로 탈출하면 좋을 거 같은 길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 오오,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걸 확인하고 바로 너에게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꺼내주려고,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이제 꺼내주고. 너의 찬란한 빛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게 이제 빛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한 통의 전화가 왔고, 그 전화가 나의 발목을 잡아와서, 무시하지 못하고 주머니 쪽에 손을 옮기고 그것을 받아 바로 귀에 가져다 대었다. 솔직히 말해 내게 전화할 사람은 없었기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두 떠나가는 이 시점에서, 연구소원 외에 전화할 사람은 없었기에
“힘들어, 힘들어 일리야 - ”
그리고 익숙하며, 잊고 있었던 목소리가 몇 초 안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 한마디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평소에 한 마디도 한지 않았었던, 3년 만에 처음 전화를 거셨던. 근황도 잘 모르고, 또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가족, 어머니, 어머니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내뱉어진 그 대사는 – 매우 충격적이었기에.
운명은 나를 구제할 목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내 손을 잡고,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
너에게 바늘을 꽂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싶다. 이성적이지 못 했다. 확실히 그랬다. 너는 몸을 팔딱거리며 작은 경련을 일으키곤 눈을 감았고, 나는 그 순간 이성이 들어 –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싶더라. 어리석었다. 또 바보 같았다. 너는 이제 완전히 시든 한 송이의 꽃이었다. 내 품 안에, 너는 축 늘여졌다.
블레어, 블레어 – 너를 잡고 흔들어도 너는 대답이 없다. 점점 또 이성을 잃고 네 목이 빠져라 너를 흔드는 것을 겨우 참아내고서는, 의사, 의사, 의사부터 찾아대었을 것이다. 아, 이곳에는 의사 따위 없다고 뒤늦게 알아챘지만. ‘무 감정한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욕을 잃고, 직장에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 그래도 국가에서, 국가에서 마련한 병원은 문을 열었을 거야. 성급히 휴대전화 자판을 두드리고, 그것을 귀에 가져다 대니 통화음이 다행스럽게 연결되었더라.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죽어가는 꼴의 모습이 나는 너무 슬펐다. ‘약물 과다 복용’ 뼈에다가 링거를 꽂은 것 같은, 링거가 수북한 너의 몸에 대한 증세는 이것이었다. 산소호흡기에만 숨을 유지하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어디까지, 어디까지 추락할까. 과연 너는. 두렵다.
다시 연구소로 출근을 했다. 너의 몫까지, 사표를 들고서. 더 이상 못 해먹겠다 싶어서. 더 이상은 나도 못 버티겠다 싶어서.
너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초점 없는 네 눈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내게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 힘들다는. 힘들다는 메세지.
결정적으로 너는, 더 이상,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
“일리야에게, 그래서 자극이 된 것 같아?”
“어머니를 이용한 게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충분히 꼬셨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어머니를 선택하다니 – 고민이라도 할 줄 알았건만. 뭐 여튼 그 방법이 제일 크게 일리야를 자극한 것 같더라고요.
팔에 링거를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수북이 꽂은 소년은 꺄르르, 대며 웃더니 제가 제 이불 위에 놓인 산소호흡기를 곧 만지작거렸다. - 그나저나, 나, 꽤 아파 보였나 봐요. 몬디? 라며 앞의 남자에게 눈을 접으며 웃어 보이기까지. 앞의 남자는 눙글스럽게, 마치 안아주고 싶을 만큼 아파 보였다고 그에게 다가갔을까. 그는 순순히 웃으며 ‘그럼 안아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의 품에 안기더라.
그에 또 다른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 블레어, 나는 다리 아프게 이곳에 서 있으라고? 라 삐딱하게 묻자 순순히 제 옆 팔을 벌리며 너도, 너도 나를 안아줘야지! 라 눈을 접어 웃어 보였다. 아이 그러면 알베르토 형이랑 피부가 닿아서, 기분 더러워지잖아. - 라는 이유로 남자는 거절했지만.
소년, 블레어는 그동안 연기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며 어때, 나 연기 괜찮지? 배우 해도 되겠지. 솔직히 – 라 너스레를 떨어왔다. 그에 그를 안아주고 있던 알베르토라는 남자는 그의 이마를 감싸 안고, 타쿠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라. 왜, 왜에.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아픈 연기를 했는데,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래,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일리야는 충분히 이 상황을 자극적이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우리의 희망이잖아. 무 감정의 도시 – 유일하게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였잖아. ‘동정’을 느끼지 못하는 타쿠야, 또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알베르토, 마지막으로 ‘사랑’을 느끼지 못 했던 블레어. 그리고 유일하게 –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었던 일리야.
그래서 그에게 여러 상황을 연출해주어 그에 대한 반응을 그 몰래 하나하나 조사하고 있었건만. 어떤 한, 커다란 자극을 줘야 했었어야 했어서 이런 상황을 연출해 보았어. 실험 결과는 대박이라고. 타쿠야는 그의 앞에 서류 뭉텅이를 던진다. 그에 블레어가 뭉텅이를 받으려고 팔을 뻗었을까, 링거에 의해 걸려버리고야 말더라. 으으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 아프지도 않은데 - 좀 빼면 안되나.
그에 타쿠야가 무심히 하나하나 그의 팔에 꽂혀진 링거를 뽑아내었다. 블레어는 그 와중에 서류를 하나하나 눈을 굴리며 읽어내려갔고. 어, 그러니까, 확실히, 실험 결과가 확실히 좋아졌네, 역시 뭐든 자극적인 게 짱인 것 같다. - 나를 이만큼 좋아했다는 뜻인가.
“불쌍해”
응, 그저 불쌍하기 그지없다. 블레어는 불쌍해.라는 말 딱 한마디만 무심히 내뱉고서는 서류를 타쿠야 쪽으로 집어던지더라. 뭔가 더 보기 싫어 보이는듯한 눈치였다. 불쌍하니까.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잊어버린 이 사람을 사랑한다니 이렇게나 그의 처지가 너무 불쌍하니까. 블레어, 자신은 사랑은 잊었지만 자신은 다른사람을 '동정'할 줄은 알았다.
내가 만약 이번 실험을 통해서 사랑을 얻는다면. 과연 누구를 사랑할까. 그처럼 나는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수 있을까. 그는 사랑하는 상대가 이런 짓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면 – 과연 어쩔까. 사랑이란 것을 솔직히 자세히 알지 못 해서, 잘 모르겠다. - 무 감정의 도시 속에서, 다른 감정을 아예 잃지 않은 대신에 사랑을 잃었기에.
암호닉분들
증사앙님 블맘 님 Sweet Bomb(스윗밤) 님 카푸치눠님 블루님 레어님 팅커벨님들!
오랜만인것같아요 요즘 개학 / 개강때문에 정신이없늖ㅎㅎ...
오랜만에 일레어 던지고 도망갑니다(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