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10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김종인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오빠들의 집으로 향했다.
혼자서 갈 수 있다는 오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걱정되서 그러는게 아니라 다른 오빠들 보고싶어서 가는 거라고 장난스레 말하며
계속 발걸음을 옮기자 김종인도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인지
집으로 가라는 얘기를 더 이상 하지않았다.
대신 어제 밤, 내가 돌아가고나서 집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는데
김종인 표정이 웃겨서 그런지 계속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진짜 그거야말로 총체적 난국일거야...
너 가고, 준면이형은 바로 잔소리모드 온돼서
백현이형 붙잡고 계속해서 잔소리 하고,
민석이형이랑 경수형은 테이블 정리하고
찬열이형 기다리고, 종대형이랑 오세훈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찬열이형 기다리고,
나는 그냥 멍하니 앉아서 그 모습 보고있는데,
잔소리를 다 들은 백현이형이 시무룩하게 내 옆에 와서 앉더니
한동안 조용하더라? 그런데 얼마 안있어서 막 네 얘기를 꺼내는거야."
"...무슨 얘기... 똥백현오빠 또 이상한 얘기한거 아니지?"
내 불안함이 가득한 목소리에 김종인이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더니
머리를 공원에서보다는 덜 투박한 손길로 쓰다듬고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이상한 얘기 안했어. 그냥 너 좋은 애같다고, 그런 얘기했어."
"...진짜?"
"응, 진짜. 백현이형이 먼저 네 얘기 시작하니까
다른 형들이랑 오세훈도 기다렸다는 듯이 네 얘기를 하는거야."
"...무슨 얘기...?"
"음, 그건 비밀. 남자들만의 비밀."
"...치, 너무하네 정말. 그거 성차별이야."
내가 작게 투덜거리자 김종인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창 얘기 중인데, 찬열이형이 들어오는거야."
박찬열의 이름에 자동적으로 투덜거리던 입이 굳게 다물렸다.
"찬열이형 들어오자마자 종대형이랑 오세훈한테 갈굼 당하다가,
민석이형이랑 경수형, 준면이형이 잘 데려준거냐고 하니까
집까지 들어가는 것 봤대.
그러니까 민석이형이 '어, 그런데 왜 연락이 없지..'하는거야."
아, 그때 오빠가 연락하랬었지..
"진짜 민석이형 말을 그 시끄러운 와중에 전부다 들었는지
민석이형한테 막 들러붙어서 네 번호 아냐면서, 어떻게 아냐면서 물었는데
형이 백현이형 미아됐을 때, 네가 연락해서 번호를 알게됬대."
"....아."
맞아, 그때 내가 민석오빠한테 전화했었네.
"그러니까 진짜 찬열이형을 제외하고 모두 민석이형한테 들러붙어서
네 번호 달라고 조르고. 진짜,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뭐, 나도 졸라서 얻어내긴 했지만."
그의 말에 나도 작게 웃음을 터트렸는데,
그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눈앞이 살짝 뿌옇게 보였다.
"근데 찬열이 형은 되게 태연하게 2층으로 올라가더라?
그런데 나, 분명히 봤거든. 입꼬리 위로 올라간거."
"......"
"그래서 민석이형한테 제일 먼저 번호 알아내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찬열이형이 무슨 연락을 기다리는지
계속해서 폰만 만지작거리다 씻으러 들어가더라고.
씻고 나와서도 계속 폰만 만지작거리다
손가락을 움직이더라? 뭘 썼다, 지웠다하는지 손가락이 계속 움직이더라고."
아, 그럼 그 카톡 한 문장 보내는데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구나.
김종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자연스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도 한참을 휴대폰만 바라보다 뭘 본건지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휴대폰을 바로 옆에 내려놓고 잠들었어.
그리고 나한테 온 네 카톡 보고 딱, 바로 느낌이 왔지."
"....."
"아, 저 형 ㅇㅇ 번호 우리보다 먼저 알아냈구나."
"....."
"그리고 ㅇㅇ 카톡 기다리다 답온거 보고 저렇게 환하게 웃은거구나."
그의 말에 얼굴에 열꽃이 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덩달아 김종인의 얘기를 듣는 동안 머리의 지끈거림이 강해지면서,
눈앞이 뿌얘지는 빈도수가 잦아졌다.
"내가 이런 얘기한거, 찬열이형한테는 비밀이다. 알았지?"
왜 비밀로 하라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것 같아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보이니
'착하네.'하면서 내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김종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김종인과 동시에 고개를 앞으로 돌리니 오빠들의 모습이 보였다.
흐릿해지는 시선에 억지로 초점을 맞추며 쳐다보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우리를 발견한 것인지 '김종인!!!!'하고 부르며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오빠들의 모습이 점점 크게 보인다.
그리고 점점 억지로 맞춘 초점도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오빠들은 내 예상대로 김종인에게 어마어마한 걱정과 잔소리를 했다.
봐, 내가 걱정한다 그랬지.
그러다 김종인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서있던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박찬열이 내게 다가오며 'ㅇㅇ?? 어떻게 종인이랑 같이 있어??'하고
말을 걸어왔고, 그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오빠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꽂혔다.
그에 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려는 순간, 눈앞이 완전히 뿌옇게 변했고,
옆에서 김종인이 '아, 그게..'하는 말이 희미하게 들려오더니
곧 몸이 앞으로 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바닥이 아닌 누군가의 가슴팍이 느껴졌고,
그 낯익은 품과 체향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머리의 지끈거림이 강해져 온몸에 퍼지고, 눈꺼풀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오빠들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오다 곧 눈앞이 깜깜하게 변했다.
그런데 참 웃기지, 그와중에 박찬열이 'ㅇㅇㅇ!!!'하고 부르는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다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깨고 싶지 않은 달디 단 꿈을 꾸었기에.
다시 눈을 감으면 그 꿈의 잔상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로 눈을 감고있다
누군가 조심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이 들었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가장 먼저 낯선 천장이 보였고, 낯선 이불의 촉감에
고개를 왼쪽편으로 돌린 순간
박찬열과 숨이 맞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박찬열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고,
나는 그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박찬열이 'ㅇ,어,ㅇㅇ야, 일어났어?'하며 내게서 얼굴을 멀리하려는 순간,
나는 두 팔을 뻗어 박찬열의 목을 꼭 끌어안아
그의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일순간 박찬열의 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그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있자..'라 작게 웅얼거렸다.
어차피 이것도 꿈일테니까.. 꿈에서 꿈을 꾸고 깨어난 것일테니까..
나는 조금 더 박찬열의 품으로 파고 들었고,
박찬열의 몸이 조금 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나 머리 쓰담쓰담해줘.. 잘 자라, 우리 ㅇㅇ하구..응?'하고 웅얼거리는
내말을 들은 것인지 박찬열이 몸에 긴장을 살짝 풀며 한 쪽 손으로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쪽 손으로는 내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잘 자라, 우리 ㅇㅇ. 잘 자라.'하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천천히 두 눈을 떴다. 밖은 어느새 해가 지고있는 것인지 창밖이 붉게 변해있었다.
아, 허리아파.. 나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눈을 감은 상태로 휴대폰을 찾아 침대 위를 더듬는데,
낯선 이불의 촉감이 느껴져 두 눈을 번쩍 떴다.
'내 침대 이렇게 안큰데??'하는 생각마저 드는 순간,
낯선 천장이 들어왔고 두 눈을 비비며 흐릿한 초점을 맞춰 고개를 움직이는데
...내 방이 아니다. 이런 미친.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서 튕기듯이 상체를 일으켜 세우니,
나를 덮고있던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에 자연스레 시선을 아래로 옮기니,
바닥에 앉아 침대에 엎드린 상태로 잠든 박찬열의 모습이 보인다.
....ㅁ,뭐야. 박찬열이 여기 왜있어.
그러니까, 아까 김종인이랑 집으로 오다 오빠들을 만났고.
박찬열이 날 발견해서 오빠들한테 인사하려는 순간,
순간....그 뒤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고 잠들었나보네....
생각 정리를 하고나니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되어 방을 천천히 두리번 거리다
다시 고개를 돌려 불편하게 잠들어 있는 박찬열을 내려다봤다.
...박찬열이 있는거 보니까 여기가 박찬열이 지내는 방인건가...?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든 박찬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 피부봐.. 많이 상했어. 아주머니한테 피부진정크림 같은 것 좀 구해달라 할까...
진한 화장때문인지 피부가 많이 상한 박찬열의 얼굴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고,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그의 볼을 손등으로 천천히 쓰다듬어 내렸다.
사생팬새끼..나한테 걸리기만 해봐. 내가 가만안둘거야.
어떻게 이렇게 이쁜 우리새끼들을 아프게 해!!
진짜 내 손에 걸리기만 해라.. 법정에 세워줄테니까.
내 전공이 아니긴 하지만 주변에 친구많다고.
그렇게 볼을 쓰다듬던 손을 옮겨
잦은 염색과 펌으로 상한 머릿결을 만지작거렸다.
아, 박찬열이 이 정도인데 다른 오빠들도 장난아니겠지...?
오세훈 머리 어쩌지...? 아주머니한테 헤어제품도 구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한동안 박찬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천천히 쓰다듬었다.
세상에, 내가 내 가수 머리를 쓰다듬게 되는 날이 오다니!
진짜 덕후출신이 아주 계를 타는구나, 계를 타.
그렇게 아기처럼 잠든 박찬열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고 있는데,
박찬열이 엎드린 자세가 많이 불편한 모양인지 몸을 뒤척거렸고
그러다 곧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던 내 얼굴에 박찬열의 풀린 두 눈에 초점이 맞춰지며 커지더니,
내 두 눈도 곧 커다랗게 변했다.
"ㅇ,어..그러니까...그게..."
바보처럼 말을 더듬거리던 나는 급히 박찬열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며
허리를 똑바로 폈다. 그리고 어버버, 거리며 박찬열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동안 멍해있던 박찬열도 곧 정신을 차린 것인지
엎드렸던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목을 돌려 뼈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어깨를 돌렸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괜찮아?'하고 물어왔고,
뭐가 괜찮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니
'그럼, 내려가자. 저녁 준비 다됐을거야.'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쭉,켠다.
...길긴 길다. 장신라인답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만보다가 박찬열과 시선이 마주쳤고,
그에 깜짝 놀란 나는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미쳤어,미쳤어. ㅇㅇㅇ 진짜 미쳤구나.'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다 거실 소파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있던 김종인과 시선이 마주쳤고,
김종인은 나를 보자마자 재빨리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더니
'야!! 너 괜찮아?!'하고 소리치는데,
워후,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봐요...
김종인의 목소리에 부엌에 있던 민석오빠와 경수오빠가 재빨리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루만에 이런 실례를 범했네요, 오빠들... ..죄송해요.
걱정이 가득 담긴 민석오빠와 경수오빠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민석오빠가 '일단 소파에 앉아있어 애들 불러올게.'하고 말하더니,
현관문을 나섰다. 그에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김종인 옆에 앉았고,
나를 따라 경수오빠도 내 옆에 앉았다. '괜찮아?'하는 한 마디와 함께.
왜 내게 모두 괜찮냐고 묻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야!!! ㅇㅇㅇ!!!!!! 너 괜찮아??"
똥백현,
"ㅇㅇ야아아아!!!!! 괜찮아??"
김찡찡,
"ㅇㅇㅇ!!"
오기집애,
"ㅇㅇ야!! 괜찮은거야??"
준면오빠의 목소리가 차례대로 들려왔고,
민석오빠의 'ㅇㅇ 일어난지 얼마 안됐어. 조용히 해.'하는 다그침도 들렸다.
그에 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빠들을 바라보니
오빠들이 걱정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기에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우르르, 내 주변에 자리잡고 앉아 갑자기 왜 그런 것이냐고 묻는데..
계단 옆의 벽에 기대어 서있던 박찬열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어....그게....그러니까....
"수면부족...이라서, 잠든거야.."
내 한마디에 거실에 한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가장 먼저 준면오빠가 '잠든거라고?'하고 반문했고,
나는 그에 '응. 스트레스 받거나해서 잠을 제대로 못자면,
가끔씩 오늘처럼 갑자기 잠들어.'라 답했다.
"그럼 학교 다닐때는...?"
"안그래도 학교 다닐때 그것때문에 문제 많았어.
학교에 있는 내내 잠들기도 했고,
아니면 오늘처럼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고.
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스트레스 받는걸
조절할 수 있게되서 이런 경우는 드물게 생겼는데..."
"...."
"많..이, 놀랐어...??"
내 말을 귀기울여 듣던 오빠들은 내 마지막 한 마디에,
원성을 터트렸다.
"야, 진짜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어??
갑자기 그렇게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데!!!"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변백현과,
"진짜아아아!!! 갑자기 쓰러져서 나 진짜 큰 병 있는줄 알구우!!!!
얼마나 놀랬는데에에!!!!"
찡찡거리며 말하는 김종대,
"아, ㅇㅇㅇ 진짜. 그런건 좀 미리미리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냐?"
새침하게 쳐다보며 말하는 오세훈이 귀여워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준면오빠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앞으로 조심해. 진짜 그러다 큰 일 생기면 어쩌려구.'하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그리고 그때, 경수오빠가 '그런데 갑자기 무슨 스트레스를 받았길래,
오늘 그렇게 쓰러져.'하는데..
일순간 모든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아, 이거 얘기하기 싫은데..
하지만 김종인은 경수오빠의 말에 무엇인가 짐작한 것인지
나를 지그시 응시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때마침 내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민석오빠가 '맞다, ㅇㅇ 너 오늘 한 끼도 안먹었지. 일단 밥 먼저 먹자.'하고
말해주는 덕분에 오빠들의 신경이 그 쪽으로 옮겨져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향하는 동안 김종인은 내 뒷머리를 조금 투박하게 쓰다듬으며,
'너무 걱정마. 우린 괜찮아.'하고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말했고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엌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내 뒤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그 시선은 박찬열의 것이었다.
경수오빠가 빈속인 나를 위해 죽을 건네주었고,
죽을 먹던 나는 갑자기 생각난 아주머니에 급히 내 휴대폰을 찾았다.
그러자 준면오빠가 내게 휴대폰을 건네며 '아주머니께는 내가 잘 말씀드렸어.'라 말했고,
그에 깜짝 놀란 내가 어떻게 말씀드렸냐고 하니 '아주머니가 다행히 영어하실 줄 알던데?
그래서 대충 상황설명했어.'하고 말하는데, 맞다. 아주머니 영어도 할줄 아시지.
그에 안심한 나는 밥그릇을 비우며 어제 저녁처럼 오빠들과 가벼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전날과는 달리, 다음날 아침 일찍 수업이 잡혀있어 수업준비를 해야했던 나는
밥만 먹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고,
오빠들은 그런 나를 향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직 날이 많이 어두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집을 나서려던 나는 뒤따라 나오는 박찬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오빠들을 쳐다보니
준면오빠가 '너 오늘 쓰러졌잖아. 집 가는 도중에 또 그럴 수 있으니까 같이 가.'한다.
그리고 내가 미처 뭐라 말할 겨를도 없이 내 등과 박찬열의 등을 동시에 떠미는데,
아니, 이 오빠 왜이래 갑자기..???
하지만 어제 준면오빠의 고집을 한 번 겪은 나는 어쩔 수 없이,
박찬열과 나란히 걸음을 옮기다 곧 고개를 뒤로 돌려 오빠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였고,
그러자 오빠들은 '잘 가!!!'하더니 제각기의 모션을 취하며 연락하라고 한다.
아, 진짜 저 오빠들 왜 이렇게 귀여워. 누가 저 사람들이 나보다 오빠라 그랬어.
그렇게 인사를 하고 언덕을 내려가려는데 또다시 어제처럼 내 시야에 큰 손 하나가 들어왔고,
고개를 돌려 박찬열을 올려다보니,
'어제처럼 또 헛디뎌서 발목 다치면 안 되지.'하며 씨익 웃는데
결국 나도 씨익 웃으며 그의 손을 어제의 그처럼 꽉, 잡았고
그러자 그는 나보다 더 힘주어 내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어제처럼 손을 앞뒤로 흔들며 박찬열과 함께 길을 걷던 나는
어제, 오늘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고,
내 헛웃음 소리를 들은 것인지 박찬열이 '왜? 왜 웃는데?'하고 물어왔다.
그에 내가 고개를 살짝 저어보이면서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이 안 믿겨서요.'하니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렇잖아요. 어제 처음 만난 오빠들 집에 놀러가고,
그런 오빠들 집에서 잠자고 밥 얻어먹고."
"...."
"사실, 그냥 일반인이라도 음, 뭔가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
"...."
"오빠들은 연예인이잖아요. 학창시절 앓던 내 가수를 만난거로도 모자라
친구를 하고, 밥을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그 집에서 잠까지 자고.
저 진짜 성공한 팬 아니에요??"
씨익 웃으며 박찬열을 올려다보니 박찬열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다,
'그래서.. 불편해?'하고 묻기에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박찬열이 천천히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우리가 연예인이라서.. 불편하진않아..?'하고 조심스레 물어오는데
난 그의 질문에 한동안 곰곰히 생각했다.
박찬열은 재촉하지않고 조용히 내 말을 기다렸고, 마침내 나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불편한건 없는데 조금 무서운건 있어요."
"...무서운거?"
"음, 뭐랄까.. 어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지 오빠들을 연예인이라고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친구라는 존재로 마음 속에 받아들였거든요.
친구같으면서도 친오빠들 같기도 하달까?
민석오빠는 챙겨주고하는게 진짜 친오빠 같기도 하구.
준면오빠는 잔소리하는게 친오빠 같기도 하구."
내 말에 박찬열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다가, 오빠들은 언젠간 한국으로 돌아갈거잖아요.
물론, 저도 내후년즈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겠죠.
그럼, 그땐 오빠들이랑 저랑 위치가 달라지잖아요."
"...."
"한국에 들어가면 저는 국제 환경법을 전공한 한 사회의 일반인이 되는거고,
오빠들은 한국의 유명한 가수로 돌아가는거잖아요.
독일에 있을 때는 그런 신분 다 떼고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 신분들 다시 다 붙이고, 원상복귀해야하잖아요."
내 말을 박찬열이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들어준다. 이것 봐.
"그럼 정말, 지금의 일들은 한여름밤의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인건데...
그런데 이 꿈이 너무 달아서 그런지 깨어나기가 무서워요."
"...."
"네, 그래서 무서운 것 밖에 없어요.
꿈이 깨질까봐."
"...."
"저 진짜 욕심 많은 것 같지 않아요??
남들이 들으면 복에 겨웠다고, 그걸로 만족하라고,
성공한 팬이라고 할텐데, 왜 저는 더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는 걸까요..."
박찬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빠들이 너무 좋은사람들이라서 그런가봐요.'라는 한 마디와 함께.
그렇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박찬열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은 손에서 힘을 풀어 놓으려하였고,
그 순간 내 손이 다시 한 번 박찬열의 손에의해 꽉, 붙잡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내가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오빠...???"
"...."
"..찬열오빠..??"
내 부름에도 그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볼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나도 더이상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그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데,
박찬열의 입이 먼저 천천히 열렸다.
"나는,"
"..."
"그리고 우리는."
"...??"
"너만 변치않고 이 모습 그대로 우리를 대해준다면
네 곁에 있을거야. 좋은 친구로, 좋은 오빠로.
준면이형이나 민석이형은 좋은 친오빠로 남겠네."
그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만 우리를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이 꿈은 깨지지 않을거야.
너만 우리를 멀리하지 않는다면,
이 꿈은 깨지지 않을거야."
"...."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꿈은 계속 이어질거야.
독일에서의 한여름밤의 꿈이 끝나면,
한국에서의 한여름밤의 꿈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
"너만 우리를 연예인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바라봐준다면,
그러면 그 꿈은 깨지지 않을거야.
한국으로 돌아가도 우리 알맹이만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위치가 어떻든, 우리가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
"결국 우리는 우리고, 이렇게 우리끼리 만나면 그 신분들은 잠시 내려놓을거니까."
"...."
"그러니까 그건 욕심이 아냐. 당연한거야.
좋은 사람들이랑 계속해서 있고 싶은건 당연한거야.
그러니까 너도, 우리도 그런 마음 가지는게 당연한거야."
그의 말에 울컥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울지말고. 아까 종인이랑 있을 때도 눈 퉁퉁 부었더니."
박찬열이 천천히 한쪽 손을 들어올려 내 볼을 조심스레 쓰다듬다
천천히 얼굴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니까, 이 달디 단 꿈에서 깨어나지 말고."
"...."
"계속해서 꿔. 계속해서 좋은 꿈 꿔."
"....."
"꿈에서 깨어나도 좋은 사람들이 그대로 있을테니까,
마음껏 좋은 꿈 꿔."
박찬열은 그 말을 끝으로 붙잡힌 내 손목을 자신쪽으로 끌어당겼고,
난 곧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곧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 어깨와 내 목사이에 얼굴을 얹더니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거렸다.
"잘 자라. 잘 자라, 우리 ㅇㅇ."
"계속해서 좋은 꿈만 꿔라, 우리 ㅇㅇ."
"꿈에서 깨어나도 우리가 있을테니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 ㅇㅇ."
그의 품 너머로 보이는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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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독자님드을!! 저 또 왔어요!!! 독자님들한테 설렘 투척해주고 싶어서!!
그래서 약속 나가기 전에 이렇게 글을 올렸어요!!
잘했어요? 저 잘했어요?? 그럼 막막 이뻐해줘요!!
그리고 벌써 10화가 되었어요!!!!
연재 속도 때문인지 참.... 빨리 10화까지 달려온 것 같아요..ㅎ
그리고 우리 ㅇㅇ의 수면장애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네요!!
...사실 저 모습은 제 모습이에요... 제가 진짜 그래요...ㅎ
막 길가다 쓰러지진 않는데... 집에서는 걍 쓰러져요...ㅎ
무튼 10화만에 찬열오빠와 설렘설렘한 일들이 막막 일어났어요!! 몽글몽글하게!!
그리고 우리 ㅇㅇ의 속마음이 드러났네요. 역시 우리 ㅇㅇ는 솔직한게 매력이죠..ㅎㅎㅎ
아참, 우리 독자님들 중 한 분이 제게 찬열이 슈돌에 나오는 것 아냐고 물어봤는데,
네!! 알아요, 저!! 그래서 마구마구 기대중이에요!!!ㅎㅎㅎ
그 기사 접하고 제 글 떠올려줘서 고마워요~ 역시, 우리 사랑둥이 독자님들!
내 사랑을 막막 받아가요!!
사담이 많이 길었죠?? 그럼, 이제 우리 사랑둥이들 암호닉 나갈게요!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
댜니/AB판다/뚀륵/썬더/잇치/유레베/구구/바람개비/됴도르/내남편/굥슈]님,
새로 추가된 사랑둥이 [봄바람]/[큥]/[백큥]/[코끼리]/[말미잘]님 감사합니다!
혹시 뒤늦게 확인한 암호닉들은 차차 올려드릴게요! 오늘도 감사해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