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 환절기
꽃밭에서
w.꽃바퀴A
*현재 연재하는 글이 아닙니다! 공지를 읽고 와주세요 ㅠㅠ
보통 사람들의 아침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내 눈을 부시게하는 햇살이 방을 꽉 채우면 그제서야 나는 기지개를 쭉-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밖에서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씻으로 화장실로 간다.
씻으면서 들은 생각인데,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일이 생길것만 같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
* * * *
[오늘도 ok]
문자를 보낸 핸드폰을 '탁'하고 내려놓고 스킨 로션 썬크림을 순서대로 발랐다.
말린 머리는 대충 브러시로 슥슥 빗어 내리니 부시시함이 꽤 줄었다.
"좋아!"
브러시를 내려놓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현관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나오는 나의 가게.
셔터를 위로 올리고 유리문을 열쇠로 열고나서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꽃들에게 말을 건다.
"잘잤어?"
이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 * * *
"오늘은 주문 들어온게 꽤 많구나.."
나는 보던 다이어리를 내려놓고 머리를 틀어올려 야무지게 묶고는 앞치마를 했다.
"음...뭐부터할까?"
가게와 이어진 조그마한 문 옆에 달려있는 새장 그 안에 있는 앵무새 방울이를 보며 말했다.
"방울아 얘기해봐 뭐부터 할까?"
"머부터하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미숙하게나마 따라하는 방울이가 귀여워 한번 웃고는 빨간장미를 집으려고 다가갔다.
"저기..지금 혹시 꽃...가능한가요?"
딸랑- 소리를 내며 문이 살짝 열리고 열린 문틈으로 남자가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아 네! 가능해요!"
"아..그럼 프리지아 스무송이만 주세요"
남자의 말에 장미를 뽑으려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프리지아 쪽으로 가서 스무송이를 골랐다.
"..흠"
얼굴이 낯이익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뺨에 묻어있는 생크림과 유니폼에 묻어있는 밀가루 그리고 은은한 빵냄새가 풍겨와서 알아챘다.
"옆가게 빵만들디오에서 일하시죠?"
그 남자는 내 말에 놀랐는지 안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어떻게 아셨어요?"
"음..유니폼에 밀가루도 그렇고..뺨에 생크림도 그렇고..은은하게 빵냄새가 나서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남자는 얼굴도 모자라 귀까지 빨개지더니 볼을 더듬더듬 만진다.
"거기말고 여기요"
생크림을 닦으려고 더듬대는 모습이 귀여워 한번 웃고는
남자쪽으로 걸어가 손으로 닦아주었다.
"어..손에 생크림..묻을텐데"
"아 괜찮아요"
나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꺼내 닦으며 말하자 남자가 '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가게에 있는 빵 전부 혼자만드세요?"
"아 네.."
나는 프리지아 스무송이를 투명포장지에 간단하게 싸면서 말했다.
"거기 빵 전부 맛있더라구요..가게이름도 귀엽고"
"하하..감사합니다...근데 가게이름은 여기가 훨씬 더 이쁜데요?"
"네?"
남자의 가게이름이 이쁘다는 말에 포장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여기 가게이름. 비밀의 화원 말이에요"
남자는 이쁘고 환하게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 * * *
나는 꽃 예약받은것을 마지막까지 다 찾아오는 예약손님들에게 건내주고는
'open'에서 'close'로 팻말을 돌리고 휴대폰과 지갑, 그리고 튤립을 챙기고 문을 잠궜다.
[지금 갈게]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발걸음을 옮기려고하는데
"..빵냄새"
은은히 풍겨오는 고소한 빵냄새에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남자의 빵집이 보였다.
'빵만들디오'
심플한 가게 간판에 써져있는 다섯글자와
'⊙♡⊙'
그 옆에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
왠지모르게 그 남자와 묘하게 닮은것같은 느낌에 나혼자 웃었다.
'지잉-'
-그래 조심히와
진동소리덕에 정신을 차리고 문자를 확인하고는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하곤 편하게 앉았다.
"아가씨 어디 아픈가?"
"네?"
운전을 하던 택시기사님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을했다.
"아니..젊은 아가씨가 k병원같은 큰병원을 가길래..."
나는 그런 택시기사님의 말에 살풋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오빠 보러가는거에요"
"어구...미안해..오빠가 많이 아픈가..."
"네?아..아니에요ㅋㅋㅋ오빠가 의사에요"
내말에 기사님은 놀란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 병원의사라니...오빠가 공부를 아주 잘했네"
"하하...그렇죠 뭐"
기사님과 이야기하니 어느새 도착했다.
"잘가 아가씨"
"네 안녕히가세요"
나는돈을 지불하곤 택시에서 내려 병원으로 들어갔다.
'K병원'
병원으로 들어가 오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빠!"
"여주야 왔어?"
'교수 김준면'
"오빠 안바빠?"
"우선 급한일만 아니면 부르지 말라했어"
"오빠 나때문에 병원사람들한테 막 미움받는거 아니지?"
내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더니 오빠도 웃으며 말해온다
"안그래도 나 병원에서 왕따야"
그렇게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데 돌연 오빠가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은 좀 괜찮아?"
"아.."
"너 오늘도 택시타고왔지?"
"응"
"차 끌고다니라니까 왜 안타고다녀.."
"내가하면 좀 무서워서~"
운전하다가 갑자기 아프면...사고나면..어떡해
그 말을 꾹 삼키고는 오빠에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오빠는 다 안다는듯이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괜찮아 오빠"
"김여주!!너 진짜 지금 네 몸상태가 어떤지나 알고 이래? 오빠 속 썩이지말고 제발..."
"나 진짜 괜찮아 오빠"
"...하"
"나 솔직히 건강하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나름 잘 지내고있어"
오빠,
나 진짜 괜찮아
내가 그 말을하니 오빠는 얼굴을 두손에 묻더니 웅얼거리며 말한다.
"..내가 못보겠어서 그래...여주야..."
나는 그런 오빠 옆으로 가서 숙이고있는 오빠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오빠"
"..응"
"..그렇게 길게 안남은거"
".."
"나도 알아"
"그럼..!"
"나 남은 내 인생 병원에서 링겔바늘꽂고 그렇게 살고싶지 않아"
"..."
"이러나 저러나 얼마 안남은건 변하지 않으니까..여기서 힘들게 치료받고 갇혀서 몇달 더 살바에는 그냥.."
"..."
"차라리 내가 나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싶어.."
"..하"
"..우울한 병실대신에 내가 좋아하는것에 둘러쌓여서 그렇게 행복하게 끝낼래"
"..그래.."
내말에 오빠는 못이기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고 오빠 머리위에 있던 내 손을 잡았다.
"오빠 내꽃집도 좀 놀러오고 그래 응? 병원에서 답답하잖아"
"알았어..언제 오프때 너 보러갈게"
"자 이거 오빠 좋아하는 튤립"
"...고마워"
"좀 화사하게 꽂아놓고 그래라!"
"알았어.."
어두워보이는 오빠의 얼굴에 나까지 어두워지는 느낌이였다.
"오빠!"
나는 일부러 크게 소리내며 오빠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았다
"응?"
"내걱정 하지말고!오빠는 오빠일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그래..알겠어"
"내가 사랑하는거 알지?"
"알지 그럼..나도 사랑해"
"그럼 나 이만 가볼게!"
나는 손을떼고 오빠에게 인사했다.
"그래 아프면 바로 오고"
"응응"
나는 인사를하고 오빠의 사무실을 나왔다
"으윽...."
아까부터 아려왔던 배가 더 아려왔다.
문앞에서 소리를내면 혹시라도 오빠가 들을까봐 재빨리 화장실로뛰어들어갔다.
"윽...우웩..."
나는 변기를잡고 헛구역질만 계속 했다.
"으...으흑..."
1년 전 27살이였던것같다.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게된게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학교에서 미술선생님으로 일하고있었는데
가끔씩 참을수 없을정도로 배가 아파와서 오빠의 말을 듣고 정밀검사를 했다.
결과는,
악성종양이였다.
'너..여주 너 없으면..나는..오빠는 어떡해...."
오빠는 그 결과를 듣고 내앞에서 처음으로 날 끌어안고 펑펑 울었고 외국에 나가있는 부모님까지 오셨었다.
어릴적부터 여자라 오냐오냐 자랐던 나의 시한부 선고는 부모님에게는 크나큰 절망이였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병원인k병원은 원장이 할아버지고 외국에있는 병원의 원장은 우리아빠 교수는 엄마
그리고 우리오빠가 한국k병원의 교수이다.
대대로 의사집안인 우리는 나를 제외한 모든가족이 다 의사였다.
집안에 남자만 태어나고 여자는 안태어나던 우리집안에 내가 태어나서 나는 하고싶은걸 다 하고살았다.
남들은 누리지못한걸 나만 누려서 벌받나보다 싶었다.
그 이후로 병원에서는 내 치료를 전부 무료로 하고 집안에서는 치료하는걸 원했지만
나는 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 전부 두손두발 다 든 상태다.
앞으로 남은건...1년이 조금 넘는시간
나는 아파오는 간격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미술선생님을 그만두고 예전부터 하고싶었던것 2순위였던 꽃집을 하게되었다.
지금생각하면 참 잘했다. 는 생각이든다.
"우욱..."
쑤셔오는 배를 붙잡고 쭈그려앉아 펑펑울었다.
'저..여기 가끔씩 놀러와두..되죠?'
왜 이때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으...흐으...."
그냥 계속 생각이 났다.
* * * *
힘겹게 다시 택시를 타고 꽃집. 아니 그 빵집앞으로 갔다.
조금은 여유가 있는건지 카운터로 나와서 직원과 장난치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충동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어?"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딸랑하고 방울소리가 나는 문을열고 들어가자 남자가 나를보고 반겨주었다.
"어쩐일로 오셨어요?"
그쪽, 보고싶어서 왔어요
이말을 꾹 참고 말했다.
"빵집에 빵사러왔죠!"
"아..참 여기 빵집이였지..하핳..."
남자는 쑥쓰러운듯 웃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아 빵 고르시고 어...계산해드릴게요!"
"제가 빵을 잘몰라서..하나 추천해주시겠어요?"
그쪽 보러온건데 그쪽이랑 안있으면 안되죠
"으음...."
"전 단거 좋아해요!"
"단거...으음..."
"저 보면 생각나는 빵 있어요?"
"아..!"
남자는 내 말에 아! 하고 무언가를 떠올린듯 했다.
"빵은 아니지만..마카롱 어때요?"
"마카롱이요?"
"작은 머랭과자인데...아주달아요"
"음..제가 작단뜻이에요?"
"헉 아니요아니요!!!그런뜻은 아니구요!"
당황하는 남자의 모습에 소리내 웃었다.
"어..저 놀린거죠!"
"아하핰...죄송해요. .."
"괜찮아요, 아 그러고보니 우리 서로옆집사인데 이름도 모르네요"
"아 저는 김여주에요 28살이구요"
"저는 도경수에요 그리고 여주씨랑 동갑이에요"
그 남자 아니 경수씨는 말을하곤 살짝웃었다.
그렇게 웃는 경수씨를 보며 생각했다.
살 날이 얼마 안남은 내가
"조금만 기다리세요! 마카롱 가져올게요!"
내가 널
"네! 기다릴게요!"
감히 좋아해도 될까?
나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한 경수씨가 뒤돌아서 주방쪽으로 간다.
"..."
나는 그 뒷모습을보는데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좋아하는것 같아요,
제가
경수씨를
하지못할 말을 속으로 꾹 누른채 그렇게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