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드럽게 잘생긴 남자들]
w.1억
"……."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공을 가지고 놀던 재욱은 문자 오는 소리에 잠시 멈칫 한다.
문자를 보낼 사람은 딱 한명.
누구인지 알기에 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재욱은 한참이 지나서야 못인기는 척 핸드폰을 확인한다.
[한달치 용돈 넣어두었다. 무슨 일 생기면 정비서한테 전화 해.]
"꼴에 아빠라고."
핸드폰을 뒤집어놓은 재욱은 다시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어제 월순을 떠올렸다.
강준의 앞에 서서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월순을.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재욱은 대답도 없이 천장을 보고있다. 멋대로 문이 열리고.. 문을 연 창욱이 재욱에게 묻는다.
"야, 혹시 강준이 못 봤냐. 이상하게 안 보이네.."
대답도 없이 천장을 보는 재욱에 창욱은 혼잣말을 한다.
"너한테 물은 내가 등신이지. 굿밤이다."
창욱이 문을 닫고 나갔고, 재욱은 여전히 공을 가지고 논다.
제6화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
"…강준아 이게 무슨.. 괜찮아?"
분명했다. 강준이는 본드를 했고.. 손엔 칼이 쥐어져 있다.
"…일단 그 칼 내려놔. 나랑 얘기 좀 하자, 응?"
옷에, 온 곳에 피를 잔뜩 묻힌 강준이는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나는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강준이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시선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곧 웃으며 나를 바라 본 강준이가 칼을 든 채로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가슴에 칼을 꽂으려고 하는 강준이의 손목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힘이 너무 쎄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너는..
"엄마.."
떨리는 목소리를 엄마를 부르더니 곧 힘을 주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선 내게서 떨어진다.
계속해서 너무 심하게 나는 본드 냄새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내게서 떨어진 너는 여전히 손에 칼을 든 채로 방황을 한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지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경계하며 떨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강준이의 주위를 감싼 것만 같았다. 강준이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칼로 마구 휘두르더니 곧 소리를 지른다.
"……."
"…강준아?"
"저리 꺼져..! 안 꺼져..!?"
꺼지라며 사방을 마구 칼로 휘두른 강준이가 곧 자신의 팔과, 허벅지를 칼로 긋기 시작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두 귀를 막았다. 손이 떨려왔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자해를 한다.
갑자기 두 손으로 칼을 쥔 너는 자신의 허벅지를 마구 찌르기 시작했고, 나는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너에게 무자비로 달려가 팔을 잡았다.
내가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나를 힘껏 밀어내고서 멀쩡한 다리까지 자해하는 너의 팔을 꼭 잡고 울면서 말했다.
"제발 하지 마.. 부탁할게. 제발.. 내가 부탁할게.."
곧 강준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나는 바닥에 쓰러진 강준이 옆에 앉아서 강준이를 먼저 살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누구도 없다. 구급차를 불러야겠단 생각에 핸드폰을 꺼냈을까.. 주혁이에게서 오는 전화에 나는 울면서 전화를 받는다.
- 야아 카톡 본 거 맞아? 답이 없어 왜애..
"주혁아.. 어떡해.."
- …울어? 왜.. 무슨 일이야..!
"학교 아지트인데.. 강준이가 본드를 했어. 자해를 해서 온 몸에서 피가 막 흘러. 구급차 좀 불러줘. 피를 너무 많이 흘러.. 이러다 죽으면.."
- …구급차는 안 돼..!
"…지금 피를 많이 흘린다고..!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강준이ㄱ."
- 잠깐...잠깐만 거기서 기다려. 알겠지? 절대로 구급차 부르면 안 돼.. 금방 갈게.
"……."
- 대답해, 월순아 알겠지?
"…응."
우선 강준이의 손목을 보았다. 자해를 해서 심하게 피가 흐르는 손목을 보고선 나는 겉옷을 벗어 강준이의 손목을 감았다.
그리고 멈추지않는 눈물을 손등으로 무식하게 닦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집에 강도가 들어서 장롱 안에 숨어있었을 때.. 강도가 집에서 나가자마자 장롱에서 나왔을 때 이후로 이렇게 서럽게 울어보는 건.
"…원장님이 괜찮다고 했잖아. 너무 걱정 하지 말자.. 그래도 네가 강준이를 발견해서 이 정도까지지.. 정말 다행이야."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직접 원장님이 오시는 건데?"
"병원에 가면 본드 한 걸 알아채잖아."
"……."
"우리 본드하는 거 부모님들이 대충 알기는 하셔도.. 사람들은 몰라. 알려서는 안 돼.. 우리도 사람인지라.. 부모님 얼굴에 먹칠 하는 건 싫으니까."
"그놈에 본드 진짜..."
"…미안해."
"……."
"월순이 너는 정말 우리랑 상관없는데.. 자꾸 우리 일에 휘말리게 되는 것 같아서."
"…아니야. 왜 네가 미안해."
"본드를 할 때마다 자해를 하긴 했었는데.. 이렇게 심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야. 그 때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은데.."
"그 때..?"
"아, 아니야. 그냥.."
"……."
"강준이 깬 것 같은..데.."
강준이가 눈을 떴다. 눈을 뜨고서 한참 나와 주혁이를 보던 강준이는 곧 힘 없이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나는 강준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직 일어나지 마. 그냥 누워있지.."
"……."
"……."
강준이는 한참을 말 없이 앉아있었다. 앉아서 허공만 보고 있는 강준이에게 나는 먼저 말을 건넸다.
"너 내가 여기 안 들렀으면 죽었어, 인마."
"…넌."
"나는 다친 곳 없고.. 너만 다쳤으니까, 너는 너나 챙겨."
"……."
"꼴 좋다. 몸 몇군데를 꼬맨지나 알아? 한 다섯군데는 넘을 거다."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쉬고, 내일 집으로 가자. 나도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다."
주혁이가 웃으며 강준이에게 말하자, 강준이는 아무 표정도 없이 나와 주혁이를 바라보았다.
저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눈치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정말 너무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런 표정.
뭐가 그렇게 아파서 그랬을까, 궁금해졌다.
"택시 불러줄게! 집 갈 거지, 월순아?"
"아, 나도 더 있다가 갈게."
"그래도 돼?"
"어차피 나 혼자 사는데 뭐.. 걱정 하지 마. 나도 강준이 걱정 돼서 그러니까."
"…아, 그럼 잠깐 여기 있어! 내가 편의점 가서 뭐 먹을 거라도 사올게!"
"배고파?"
"응!"
"그래, 알겠어."
"갔다올게..!"
주혁이가 아지트에서 나갔고, 나와 강준이 단 둘만 남았다. 강준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말이다.
뭔가 물어봐야겠단 생각은 들었지만, 너무 어색해서 먼저 헛기침이 나왔다. 헛기침을 하는 나를 바라 본 서강준은 날 보고 바로 눈을 피한다.
"너 왜 내 눈 피해?"
"……."
"미안해서 그래? 네가 나한테 피해라도 줬을까봐? 걱정 마. 나 다친 곳 하나도 없고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야.
진짜 다음에 또 본드한 거 내 눈에 띄면 그 땐 진짜."
"……."
"…예전에는 이렇게 자해 하는 게 심하진 않았다면서.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너는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다.
"말해주기 힘든.. 일이야?"
"…어."
"…그래 알겠어."
네가 말할 수 없다면 캐물을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네가 이렇게 바뀐 건.. 그만큼 힘든 일이 있었겠지 싶었다.
"나도 그 본드란 거 좀 해보고싶네."
"……."
"주변에서 해대니까 나도 궁금해졌어."
"……."
"그렇게 쳐다보지마. 너는 해도 되고, 난 안 되냐."
"…….'
"네가 아지트 오지 말라고 했지. 왜 왔냐고 그랬지."
"……."
"네가 본드하고 자해 하는 거 보니까 가고싶어진다."
"진짜 무슨 개소릴."
"그러니까. 이젠 하지 마. 내가 네 친구인 이상. 더 못하게 할 거야."
"…….'
"내가 초등학생 때 엄마랑 아빠가 외식 하자고 했었어. 근데 속이 안 좋아서 혼자 집에 있었는데. 강도가 들었어.
급하게 장롱 안에 숨었는데.. 강도가 이상하게 장롱 문을 열어보려다가 그냥 나가더라고. 강도가 나가고 한참 울었었어."
"……."
"그 때 진짜 너무 슬프고 무서웠었는데. 아까도 그랬어."
"……."
"너무 무섭고, 슬펐어."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헉헉 숨음 고르고 있는 주혁이 덕에 조용했던 이 안은 시끄러워진다.
"밖에 눈 엄청 온다!? 갑자기 뭔 눈이..! 뛰어왔네에!!"
"아니 무슨 졸업식 때 엄마, 아빠 안 왔다고 울어.. 아 웃을 뻔 했다."
"너 웃었어."
"아, 나 웃었어? 강준아 나 웃었어?"
"…어."
"헐 나 웃었구나.."
큰 죄를 지었다며 고갤 숙이는 주혁에 월순이 고갤 저으며 삼각김밥을 한입 먹는다.
"월순이가 안 그러게 생겨서 울보라는 건 내 인생 다 걸고 비밀로 할게."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아니야 월순이는 정말 눈물 한방울 안 흘리게 생겨서 내가 지켜줘야해."
"뭘 또 지켜준대 진짜. 그래 나 이렇게 생겼어도 밤에는 무서워서 혼자 잠도 잘 못잔다. 어떠냐."
"와아 진짜 안 어울려."
"다 무섭지 않아? 막 누가 옆에 있는 것 같고 그러지않아? 난 자취하고 나서부터 더 그러던데.. 무서워서 잠도 안 오고."
"무서웠어!?"
"야아!"
"무서웠구나아..~"
학교 아지트에선 세명의 웃음소리가 복도로 울려퍼진다.
그리고 문 앞에 서있는 누군가 문고리에 손을 댄 채로 있다가 세명의 웃음소리와, 얘기 소리를 듣고서 멈칫한다.
'……."
'감기 걸렸어? 약 사갖고 갈게. 조금만 기다려. 밥도 안 먹었지?'
"…참나."
'열 좀 내렸네. 그러게 내가 따듯하게 좀 입고 다니라 했지.'
"재수없게 아프니까 생각나고 지랄이야.."
월순이에게 연락이라도 해볼 생각인지 핸드폰을 만지던 나은은 곧 겉옷을 입고선 집에서 나온다.
불이라고는 스탠드 하나 켜져있었고, 주혁은 책상 의자에 앉아서 본드를 만지작 거린다.
주말이 되어서 집에 온 주혁은 어제 본드를 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정신을 잃은 강준을 떠올렸다.
두눈을 질끈 감은 주혁은 곧 노크 소리에 '네'하고 대답을 한다.
문을 빼꼼히 연 주혁의 어머니는 간식을 챙겨와 주혁의 책상 위로 올려놓으며 말한다.
"잘하면.. LA로 가야 될지도 모르겠어 우리.."
"…결국엔."
"……."
"가네요."
"미안하다."
"엄마가 왜 나한테 미안해요. 엄마는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
자리에 서있던 어머니는 주저 앉아서 울기 시작했고, 주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혼자 누워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었을까.. 똑똑- 노크 소리에 나는 놀라서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우리 집에 올 사람은 없을 뿐더러.. 주인 아줌마 마저도 밤에 찾아오지는 않는다.
똑똑- 또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침을 꿀꺽 삼키고선 있는데 전화가 오기에 화면을 보자 서강준이었다.
"…여보세ㅇ.."
- 집에 있는데 일부러 안 열어주냐?
"…어?"
- 문 열어, 나야.
"…에?"
설마 서강준일까. 설마 설마 했는데...
"…뭐 이런데 사냐?"
"…너 뭐야?"
"뭐가 뭐야?"
"우리집 어떻게 알았어?"
손에는 웬 큰 곰인형을 들고 있는 서강준 덕분에 나는 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강준을 보았다.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와 신발까지 벗는 널 보고 난 또 묻는다.
"우리집 어떻게 알았냐니까?"
"물어봤지."
"누구한테.'
"우리 아빠 비서한테."
"그걸 왜 물어보는데??????"
너무 궁금했다. 화냈다기 보다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네가 뭔데 우리집을 내 허락도 없이 물어보고 찾아와.
"혼자 못 잔다며. 밤에 무섭다고 했잖아."
"…아?"
"떡볶이 먹을래?"
인형을 들지 않은 다른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 나름 내 걱정해서 떡볶이 사갖고 온 네가 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도한 병신이라고 한 건 그냥 병신같다는 거일 텐데. 그 형이 거짓말이란 걸 못 하는 사람이거든."
본드했을 때 모습은 하나도 없고, 평소처럼 돌아 온 것에 대해 너무 고마웠다.
"그냥 네가 나한테 병신이라고 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나 욕하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야."
"…네가 욕 제일 잘 하게 생겼어."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게."
"…뻔뻔하긴."
"뻔뻔하다니."
"집도 멋대로 알아내서 찾아오고 그게 뻔뻔한 거지."
"네가 전화 안 받았잖아."
"아, 그건..아까 낮잠을 자느라."
"부재중이 찍혀있으면 다시 전화를 걸어야지이."
"깜빡했지."
"이제 저 인형이랑 같이 자. 그럼 안 무섭지?"
"내가 애냐?"
"애지. 응애~ 해봐."
"응애는 무슨 떡볶이나 먹어이씨."
"같이 먹어."
"그럴 거야."
"으유 뻔뻔이."
떡볶이를 다 먹고 조금 더 있다가 월순이의 집에서 나온 강준과 월순이는 자취방 앞에 서서 한참 또 머뭇거린다.
"떡볶이로 퉁 쳐."
"뭔 퉁?"
"어제 일 말이야."
"…뭐래 본드랑 떡볶이랑 같냐?"
"내가 민망해서 그래! 내가..!"
"민망하면 하지를 말던가."
"…크흠."
"얼른 가."
"…간다?"
"…가."
"…잘자."
강준이 무심하게 손을 흔들고선 뒤돌아 가자, 월순이는 강준의 뒷모습을 보며 픽- 웃는다.
그리고 멀리서 둘을 지켜보고 있던 나은은 혹시라도 월순과 눈이 마주칠까 급히 벽 뒤로 숨어서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같은 과 동생에게 전화가 오자 급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언니..
"…어?"
- 언니 작년에.. 혹시..
뭔가 대단히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나은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꽉 잡고선 말한다.
"누가.. 그래?"
"월순!"
"어, 주혁아. 일찍 왔네?"
"오늘은 우리집에서 출발해서.. 내일은 같이 올라오자."
"…응."
근데 주변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마치 내 욕을 하는 것만 같아서 주위를 둘러보며 주혁이에게 말했다.
"근데 무슨 일 있었어..? 다들 왜 이렇게 산만한 거지."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래?"
"빨리 빨리 앉아봐! 줄 거 있어."
"뭔데?"
짜잔- 하고 가방 안에서 웬 홍삼즙을 꺼내기에 보며 웃자, 주혁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거 한 번 먹어봐! 맛이 좀 그러면 다른 걸로 갖다줄게."
"이걸 왜 나한테?.."
"그냥 내가 너 좋아하니까. 베프잖아 우리."
"…치,고마워! 잠깐 나 화장실 좀..?"
화장실 좀 다녀온다는 내 말에 주혁이가 먹기 싫어서 도망가는 거냐며 울상을 지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진짜 남주혁.
강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저 멀리 보이는 이재욱에 나는 급히 손을 흔들며 이재욱을 부른다.
"이재욱!"
내 부름에 뒤를 돌아 본 이재욱은 나를 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인사를 하는데 저런 표정은 뭘까.
"어디 가?"
"강의실 가는 거 안 보여?"
"그렇네. 그냥 아는 얼굴이니까 인사 한 번 하고 싶었어."
"친한 척 하지 마."
"친한 척 아니고 아는 척 이라니까."
"그게 그거지."
"전혀 다른 말이야."
"남주혁."
"어?"
"남주혁 학교 왔냐?"
"어, 있던데? 엄청 일찍 왔더라구. 남주혁이랑 친한 건 너면서 왜 안 친한 나한테 물어?"
"…뭐래."
재욱이 뭐래- 하고 무심하게 뒤 돌아 강의실 문을 열려고 했을까.
갑자기 누군가 크게 발소리를 내며 월순이에게 다가와 월순이의 뺨을 때린다.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어깨를 세게 밀어, 월순이 벽에 박아버리고 만다.
재욱이 인상을 쓴 채로 뒤 돌아 벽에 박은 월순을 보았고.. 그 다음으로는 그 앞에 서있는 나은을 본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나 좀 그냥 납두면 안 돼? 왜 그래 나한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다짜고짜 왜..!"
"작년에 있었던 일.. 네가 다 말하고 다녔잖아. 애들한테 다 말했잖아 네가!.. 나는 네가 서강준이랑 잔 것도 나만 알고 있었는데.. 너는 왜 내 비밀을.."
"그게 뭔 개소린데. 네 비밀을 내가 왜 말해? 그리고 서강준이랑 잤다는 건 또 뭔 개소리야 진짜?"
"나 좀 그만 괴롭혀! 언제까지 나한테 이럴 건데!"
월순이에게 빵을 갖다주려 계단을 밟고 올라 온 강준은 곧 2층에서 다투고 있는 월순과 나은을 보았다.
나은이 갑자기 또 월순이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팽겨쳤고, 강준은 손에 들린 빵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서 나은의 어깨를 잡아 뒤로 힘껏 민다.
나은이 힘 없이 넘어졌고.. 신이 나서 동영상을 찍던 학생들은 오오..! 하고 웃기 시작한다. 나은이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너 그 남자들만 사는 집에서 사는 것도 내가 얼마나 숨기려고 애썼는데! 너는 왜 나에 대한 소문을...!"
"내가 그 집에서 산다고? 그걸 네가 봤어?"
"……."
"너 나한테 질투 해? 남자들만 사는 집에 들어가서 사는 내가 그렇게 가소로웠어?"
"……."
"네가 배아파 하니까. 그냥 들어가서 살아야겠다. 그래야 네가 더 배아파 할테니까. 그리고."
"……."
"내가 네 소문을 퍼뜨려? 네 주변에 너를 싫어하는 애가 또 있는 건 아닐까? 잘 생각해봐. 나는 유치하게 소문 퍼뜨려서 사람 매장시키지는 않아."
깨달았다.
나은이는 처음부터 내 친구가 아니었음을.
"……."
"저 병신들."
혼자 앉아서 월순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던 주혁은 갑자기 옆에 누군가가 앉자, 옆에 앉은 남학생을 본다.
"형형.. 형은 왜 이렇게 착하세요? 진짜 얼굴도 착하시고 마음도 착하시고."
"뭐라는 거야.."
"월순이 누나요. 소문 또 터졌어요."
"…뭔 소문."
"저어기- 옆에 과 여신 나은누나 작년데 40대 아저씨랑 자서 애 가진 거 낙태 했다고 그러던데. 월순 누나도 그랬대요. 들었어요?"
"…무슨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와서 이래."
"여봐 난 주혁이형이 모를 줄 알았어. 오늘 아침에 막 올라오는데 애들이 얘기 하는 거 들었다니까요. 형 그 누나한테 놀아나지 마ㅇ.."
"……."
갑자기 남학생을 때리는 주혁에 강의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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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음 하음 (하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