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상사와 연애하기 프로젝트
w.1억
"감사합니다."
"뭐가요?"
사진을 만지작 거리며 감사하다는 내 말을 듣고서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뭐가요?'하는데 괜히 뻘쭘해졌다.
그럼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서 내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내 꼴도 참 웃기지만 그래도 하던 얘기는 다 마쳐야지.
"사진이요.. 곤란하셨을 텐데."
조금은 떠보고 싶었다. 왜 나랑 사진을 찍어줬는지. 그것도 커플 사진만 찍어준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되게 찍고싶어 하길래."
"……."
"일하는 건?"
만날 때마다 물어본다. 무슨 내가 매일 뭔 일이 있을 줄 아나.
"오늘도 뭐 똑같죠!.."
"놀러 갈까요."
"네??????????????"
"이번주 내로 워크샵 생각 중인데."
"아..!"
"다들 지루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랑 단둘이 놀러가자는 줄 알고 난 부장님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건가. 오해가 아니라 확신을 할 뻔 했지.
"워크샵 좋아요! 저 진짜 한 번도 안 가봤어요!"
"그렇겠죠."
그렇겠죠, 첫 회사인데..ㅎㅎ 이런 느낌으로 웃는 부장님에 살짝 웃으며 부장님을 바라보면, 부장님도 나를 본다.
아, 뭐랄까 이 설레는 느낌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그리고 워크샵에 가는 걸 생각하면 더 설레어왔다. 좋은 사람들끼리의 워크샵이라..(이대리 빼고)
집 앞에 도착했으면 내리는 게 맞으니까. 한참 부장님을 힐끔 보다가 '가볼게요' 하면 부장님이 내게 말한다.
"그래요."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더 있다가 가라고 하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도 꽤 연애 고수라고 생각하고, 이성의 마음을 빨리 알아챈다고 생각했는데.
개뿔.. 난 여전하다.
지수랑 얘기는 끝났다. 지수의 말론 분명 100퍼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한다. 근데.. 난 확신이 안 선다.
평소였으면 바로 확신했을 텐데 왜 못할까 난. 회의실에 다 같이 앉아있는데 난 또 회의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이상했다.
아, 우리 홍보팀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직원은 나까지 해서 총 5명 정도 되고, 남직원들은 3인방 포함해서 6명 정도 된다. 부장님 포함해서.
회의가 무슨 초상집 마냥 조용해서 어디라도 숨고 싶었을까. 난 겨우 김부장님 얼굴을 힐끔 보며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장님이 이 적막을 깬다.
"목요일에 워크샵 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신나서 웃었는데, 모두 되게 당황한 듯 보였다. 아니 왜? 워크샵 가면 좋은 거 아닌가????
다들 표정을 살피고 있었을까.. 이대리님이 부장님께 말을 건다.
"저희는 좋은데.. 부장님은 가시나요?"
부장님이 안 갈 수도 있는 건가? 원래 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네'하고 고갤 끄덕이는 부장님에 이대리님과 여직원들은 모두 엇.. 정말요? 하고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앉은 김대리님이 입을 모아 오- 하고 날 보더니 정색한다. 또 저래 또.
김대리님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다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고, 난 화들짝 놀라 다른 곳을 본다. 그리고.. 부장님은 분명 눈이 마주치자 웃어보였다.
"회의는 끝났구요. 은우씨는 잠깐 저 좀 봐요."
모두가 나를 보았다. 다들 티 안 나게 나를 보고선 수고하셨다면서 나갔고. 김대리님은 내게 메롱-을 하고 나간다.
어우씨이이!! 회의실에 그대로 남아서 부장님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며 말한다.
"혹시 제가 또 립스틱을....."
"아뇨. 일 시키려구요."
"네? 일이요? 어떤 일이요 !?"
부장님이 내게 직접 시키는 일이 뭘까. 조금 설레기도 했다. 누가 보면 일 시키는데 뭐 저리 좋아하나 싶을 거다. 근데 그냥 부장님이 시키니까 좋다는 거다.
"일 시킨다는데 좋아요? 되게 좋아하네."
"어떤 건데요?"
"우리 워크샵 가는 거. 일정 짜줄래요?"
"워크샵 일정이요!?!?!?!?"
"왜요? 좀 그런가."
"아니요! 그냥 뭔가 신기해서요.. 인턴인 제가 짜도 돼요!?"
"그럼요."
"오!!!"
"목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니까. 내일 밤까지."
"넵!"
"왜 이렇게 신났어요? 들어올 때부터 웃음이 멈추질 않는데."
"글쎄요? 그냥 좋아요!"
"아, 워크샵은 별장 가서 할 거니까. 장소는 굳이 안 정해도 돼요."
"헐 부장님 별장이에요!?"
"그쵸?"
"와아...."
부장님 얼굴 보는데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면 이상한 애로 볼테니까. 그냥 혼자만 생각하기로 했다.
흠흠... 호호호 워크샵 일정이라..... 어떻게 해야 잘 짰다고 소문날까.
"소문이 왜 나 ㅡㅡ 별 걸로 소문난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일정 잘 짜면 좋으니까아.."
"참나.. 근데 부장님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워크샵을 가자고 하지? 그것도 본인도 간다고 하고."
"왜요?"
"원래 부장님은 진지하시고, 노는 거 싫어하셔. 그리고 뭐 같은 팀 식구끼리 어울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회식 때도 얼굴을 잘 안 비추시지.. 그냥 카드만 딱! 주시고 알아서 해라~ 이거."
"아...? 전혀 안 그러실 것 같았는데.."
"너무너무 그러실 것 같은데."
"그래요????"
"하긴.. 뭐 한 번 같이 즐기는 걸 본 적이 없긴 하지... 그만큼 더 어렵고."
내가 생각하는 부장님과, 남들이 생각하는 부장님은 꽤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회사가 끝났을까, 지대리님은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에서 나갔고, 김대리님은 빨리 나오라며 손짓을 하고선 먼저 나간다.
박주임님과 눈이 마주쳤고, 같이 나가려고 일어섰을까.. 박주임님이 내게 말한다.
"저녁 먹을래?"
"네?"
저녁 먹을래? 라는 말에 나는 솔직히 놀랬다. 아니 그... 여자친구도 있는데. 웬 저녁이요.
너무 말하고 싶었는데 박주임님이 너무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데 일 문제로 저녁 먹자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네..ㅎㅎ'하고 고갤 끄덕였다.
"여기 파스타집 되게 유명하거든."
박주임님은 일에 대해 얘기할 건 절대 없어보였다. 그저 내가 불편한 건.. 박주임님이 애인이 있는데 나랑 단둘이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심한 편이긴 하지만.. 하고싶은 말은 하는 성격이라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근데 박주임님."
"응?"
"애인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저랑 같이 밥 먹어도 괜찮나요..."
"……."
"아.. 어... 불만 같은 건 아니고.. 걱정...이랄까."
"헤어졌어. 어제."
"…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모르겠네 ㅎㅎ. 죄송하다 하지 마. 잘 끝낸 거야."
"…아."
어색해졌다. ㅎㅎ 괜히 말했다 진짜.. 이런 우라질..
이런 것이 오지랖이 부른 대참사..인 걸까.... 그래도 박주임님이 먼저 아무렇지않게 말을 걸어줘서 어색한 분위기는 금방 풀리고 만다.
"일정 짜는 거 힘들면 같이 짜줄까?"
"어.. 근데 사실은 조금 걱정이 돼요! 그냥 대학 MT 때는 놀기만 했는데. 회사 워크샵은 어떤지.."
"워크샵이나 MT나 별 다를 거 없는데. 아침에 가서 도착하면 점심 쯤 될 거고.. 다같이 점심 먹구, 점심 먹으면 족구 한판 하고~ 자유시간 가지다가.
저녁쯤 되면 바베큐 준비 하고? 바베큐랑 술이랑 같이 딱~ 하면 하루 금방 가 ㅎㅎ."
"오?? 그래요? 뭐 더 안 넣어도 돼요?"
"오히려 넣으면 부장님도 그렇고.. 직원분들도 싫어할 거야. 일정 많은 것 보다 없는 게 낫지. 그냥 방 안에서 쉬는 게 낫지않을까?"
"아아.. 그러네요!"
다시! 다시 말해주세요! 점심 먹구? 어떻게 한다구요?
내 말에 주임님은 턱을 괸 채 웃으며 다시 설명을 해주고, 나는 메모장에 열심히 적는다.
"아, 나는 이번 워크샵은 좀 기대가 된단 말이지."
"너 원래 모든 일에 기대하잖아."
"아니, 이번엔 인턴이 있잖아. 놀리는 재미로 회사 다닌다니까. 에휴.. 인턴 놀릴 때마다 반응 재밌지않아?"
"웃기지."
"거봐."
"닭발에 소주."
"콜."
"너네집으로."
"아,왜."
"청소 안 했어."
"참나. 뭐만 하면 청소 안 했대."
핸드폰을 보면서 걷던 창욱은 어떤 SNS글에 올라온 커플 사진을 보고선 잠시 멈칫 한다.
은우와 태평이 같이 찍은 사진이 커플 사진이라며 올라왔고, 정현이 '형'하자 창욱은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화면을 끄고선 정현을 본다.
"그 떄 그 애인이랑은 얼마나 만나셨나 ^^?"
"한 일주일?"
"오! 얼마나 만날 예정?"
"곧 헤어질 예정."
"진짜 쓰레기라니까."
박주임님이 동네까지 데려다주셨고,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또 고민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잠에 들고나서 또 워크샵 일정 고민을 하는데 부장님이 떠올랐다. 뭔가 카톡 할 사이는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카톡을 보낸다.
그리고 카톡을 보낸지 거의 뭐 한시간만에 답장이 왔고 그 카톡 내용은 이렇다.
비록 내가 부장님 번호가 없어서 부장님이 정해놓은 이름으로 떠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장님이라고 저장하고 싶어서 수정을 한다. 부장님은 딱딱하니까. 하부장님이 부르던 것도 좋네.
'평부장님'
내일이 벌써 워크샵이다.
회사가 끝나자마자 내가 짜 온 일정표를 들고 부장실로 향해 노크를 하고 문을 살짝 열면, 부장님은 통화중이셨다.
"…아, 네 보고 해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통화는 따로, 잠깐 안에서 기다리라는 손짓 따로. 나는 손짓을 보고선 바로 안으로 들어와서 어정쩡하게 서있는다.
통화를 다 마친 부장님이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앉아있지, 왜 서서 기다려요? 앉아요."
"넵.."
"일정표는 다 짰어요?"
"네! 박주임님이랑 같이 짜긴 했는데.. 너무 무난해서요.."
"보여줄 수 있어요?"
손에 들린 종이를 부장님에게 건네주자, 부장님은 웃으며 종이를 본다.
왜 웃지.. 너무 이상한가싶어서 우물쭈물 말도 못 하고 부장님을 보고 있으면, 부장님이 말한다.
"글씨 잘 쓰네요."
"네? 아, 글씨.. 아닌데...."
"손이 예뻐서 그런가."
또 난 숨이 멎는다. 저한테 왜 자꾸 그러세요? 진짜 자꾸 그러시면 제가 또 오해하잖아요.
"무난해서 좋아요. 어디 가고 경치 구경하고 이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딱 좋다.
놀 사람은 놀고.. 쉴 사람은 쉬고. 저녁은 술 마시고 뻗고.."
"그래요!?"
"네. 암튼 잘했어요. 이렇게 하죠."
"오옷..."
"데려다줄게요. 같이 가요."
"엇.. 네!!!"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부장님이 나를 태우고, 나는 부장님 차에 타고.
같이 집에 가는 것이.
오늘은 두근두근 워크샵^^ 힣~
하지만 내게 들이 닥친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소식.
"부장님은 새벽에 먼저 올라가셨대. 우리끼리 가면 될 것 같아."
"이번에 워크샵은 김부장님이 먼저 가자고 하셨대요. 하부장님이 완전 자랑하시던데."
"맞아맞아맞아. 김부장님이 웬일로."
"야 윤두준 네가 운전 좀 해라. 어제 술 마셨더니 뒤지겠다."
"어 인턴 왔나!!!! 오늘은 어째 키가 더 커보인다?"
"전 원래 큽니다만.."
"…인사팀은 왜 가는 거야. 불편하게..씨."
"너무 좋다.. 지대리가 불편해 하는 거.."
댄스타임 때 창문으로 춤추는 모습만 봤던 사람들이 왜 우리랑 같이 워크샵을 가는 걸까.
난 분명히 부장님 차 타고 가는 걸 상상했는데. 이게 뭘까.
지대뤼~~ 하고 손을 흔들며 오는 윤대리라는 분에 놀라서 흠칫 하면 갑자기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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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