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엑소 온앤오프 성찬
정국학개론 전체글ll조회 3791l 1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7942

w. 정국학개론










[방탄소년단/박지민] 7942 | 인스티즈



블락비 -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박지민은 가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보컬이자 댄서이자, 아 몰라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는데, 암튼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춘단다. 이건 내 생각은 아니고, 주변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고 한다. 소올직히 박지민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고 생각하면 조금 소름이 끼친다. 것도 그냥 내가 아는 얼굴로가 아니라 화장을 덕지덕지, 그걸 화떡이라고 하지, 아마. 암튼 박지민은 가수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와는 급이 어마어마한 그런 인기 많은 가수라고 한다.


나는 대학생이다. 스물 하나. 내가 겨우 떡국 스물 한 개를 먹고 무얼 할 수 있을까. 똑같이 떡국 스물 한 개를 먹은 박지민이 직업도, 돈도, 인기도 얻고 있을 때 나는. 법적 울타리를 벗어난 지 1년이나 지난 나는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밥을 먹고, 시험 기간이 되면 치열하게 도서관 자리를 잡아 공부하고. 겨우 이런 일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나는 쉴 새 없이 반복하고 있을까. 이런 것들이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되어주기나 할까.









" 지민아! "

" 지민아, 여기 봐! 지민아! "









확실히 실제로 본 박지민은 인기 있었다. 제 얼굴만 한 카메라를 들고와 한 손으로는 렌즈를 받치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 없었다. 내가 불청객이 된 기분이었다. 딱히 박지민의 무대를 보고 싶지도, 다른 연예인을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는 시간이 남아 돌았다. 영악한 박지민은 나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기어이 내 여리디 여린 약점을 잡아, 나를 이 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눈이 좋지 않지만, 박지민을 보고 싶은 생각이 단 한 톨도 없었기 때문에 렌즈를 끼지 않았다. 혹시나를 대비해 가방에 안경을 가지고 오긴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박지민은 역시 낯설었다. 장장 10년 간, 내가 알아온 박지민과는 달랐다. 문득 박지민과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박지민은 귀여웠다. 그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조그마한 손으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던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겨우 우리 나이 11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나는 보기완 다르게, 어쩌면 보기와 같이 남녀 관계에 일찍 눈을 떴다. 이건 우리 가정 환경 상 성교육에 열의를 가지셨던 어머니와 아버지 덕택이었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박지민은 남녀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박지민은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그러니까 그. 성에 대해서 말이다.









" 아미야! 봤어? 봤지? 나 봤지? "

" 랩하시는 분 멋있더라. "

" 아아니. 랩하는 사람 말고 나! 나 못 봤어? 나 센터에 많이 나왔는데! "

" 글쎄. 눈이 잘 안 보여서. "









우리의 대화 패턴은 늘 같았다. 박지민이 먼저 말을 걸고, 나는 대답을 하고. 굳이 그게 질문이 아니더라도 대답은 꼬박꼬박 해줬고, 박지민은 내 대답이 자기가 원하던 게 아니었음에도 늘 환하게 웃었다. 지금도 그랬다. 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나를 알았음에도, 박지민은 환하게 웃으며 와줘서 고맙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박지민이 내 위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말이다. 그게 와닿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너는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
·
·









박지민은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연습생이 되었다.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된 셈이었다. 초등학교 이후로 학교가 갈려, 박지민은 근처 남중, 나는 근처 여중이었음에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었다. 박지민은 내 옆집이었고, 우리는 늘 같이 하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역할은 늘 박지민이 했다. 낯선 남학생을 바라보는 여학생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그때의 박지민이 견뎌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처럼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박지민이 연습생이 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늘 함께 했던 하교길은 나 혼자만의 것이 되었고, 심심할 때 연락하면 바로 옆에서 튀어나오던 박지민은 더이상 한가하지 않았다. 나는 근처 여고에 입학했고, 박지민은 근처 남고에 입학하더니, 곧 자퇴했다. 그러니까 오다가다, 박지민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동네에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박지민은 회사 근처 숙소에서 살았고, 그 숙소는 아마 우리 동네에서 두 시간 거리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박지민이 데뷔를 한다고 찾아왔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미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알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남자는 낯설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앞에 서 있던 박지민에게서 도망쳤다. 정말 추하게도 도망쳤다. 박지민은 그런 나를 따라오지 않았고, 나에게서 발걸음을 끊은 듯 했다. 아, 데뷔를 한다는 소식은 박지민에게서가 아니라 박지민네 어머니께 들었다. 그때 나에게 데뷔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 분명하다고,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내게 전하러 가는 모습이 꽤 해맑았다고.


그리고 지금, 스물 한 살. 박지민은 꽤나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바뀐 건 박지민 뿐, 나는 하나도 바뀐 것이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지민은 새롭게 탄생했고, 박지민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것. 나는. 조금 더 세상을 알게 되고, 세상에 찌들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박지민이 조금은 부럽고, 그런 박지민을 질투한다는 것. 그래. 나는 박지민을 질투했다.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마냥 환하게 웃는 박지민이 미웠다. 나는 여전히 제자린데, 넌 대체 얼마나 더 멀어질 거야.









" 야! 야! 봤어? 이번에 박지민 존나 섹시해! "

" 아, 미친. 진짜 우리 지민이. 아, 내가 지민이 앓다 죽는다, 죽어. "









앓다 죽어라, 개년아. 주변에서 들려오는 박지민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였다. 나에게서 멀어진 너는 조금 다른 의미로 나에게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 대박이 났다던 박지민은 정말 대박이 난 모양인지 티비를 틀면 박지민이 나왔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박지민의 이름이 점점 선명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미웠다. 예전 같았다면 줄기차게 울렸던 휴대폰이 잠잠한 것도, 나만 알고 있는 이름을 나 혼자만 간직하지 못하게 된 것도 다 박지민 때문이었다.









[ 아미야 ]
[ 나 잠깐 집 들렀어 ]
[ 어디야? ]
[ 수업 듣고 있어? ]
[ 잠깐 만날래? ]

[ 수업 중이야 ]

[ 아 ]
[ 미안해! ]
[ 그럼 다음에 보자! ]









박지민은 착했다.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그 한 마디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박지민은 정말 착하기만 했다. 매달리는 법이 없었다. 분명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박지민은 그 단순한 의미 그대로 받아들였다. 배고프다고 하면 밥을 사다주고, 예전에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도넛집에 가서 도넛을 사다주는 착한 아이임은 분명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구의 관계에서였다. 박지민은 여자를 몰라도, 한참 몰랐다.









·
·
·









박지민과 나는 만나면 늘 동네 카페를 가곤 했다. 중학생 때부터 줄기차게 드나들던 곳이었다. 박지민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공백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박지민을 미워하고, 질투했지만 그런 박지민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10년 전, 우리의 첫만남 때처럼 말이다. 카페에 먼저 도착해있는 건 늘 박지민이었다. 나는 늘 10분 정도 늦었다. 그걸 알면서도 박지민은 늘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와있었다. 내가 그걸 아는 건. 내가 늘 밖에서 20분 동안 박지민을 지켜보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없을 때 박지민은 뭘 하는지, 화를 내진 않는지, 박지민이 10분 일찍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생긴 습관이었다. 그리고 박지민은 단 한 번도 내가 약속에 늦은 것에 대해서 입을 댄 적이 없었다.









" 뭐하고 지냈어? "

" 그냥. 공부하고 지내지 뭐. "

" 나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아, 아미야 나 이번에 미국 갈 거 같아! "









환하게 웃는 박지민의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다. 아니, 우스웠다기 보다는,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웃음이 나왔다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그게 좋아? 내 물음에 박지민은 여전히 그 환한 웃음을 유지한 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춤을 배우러 간다는 말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축하해준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대체 난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왜 고민을 하는 걸까. 당연히 축하해줘야 하는 게 맞는 건데. 나는 아직도 너를 질투하고 있는 걸까. 내가 조금 한심해졌다.









" 축하해. "

" 응, 고마워. 내가 가서도 꼭 연락할게! "

" 연락? "

" 응! 가서도 연락 꼭 해야지! "

" 무슨 연락? "









너랑 나랑 연락! 카톡도 있긴 한데, 내가 편지도 보내고 많이 많이 보낼게! 박지민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 정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박지민의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 되어서 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박지민은. 너는. 지금 미국에 간다는 얘기를 했고, 거기서 춤을 배우고, 나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다. 여기서 또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 얼마나 가 있는데? "

" 글쎄, 공백기 고려해서 한 1년쯤? "

" 1년? "

" 응! 난 춤 배우고, 형들은 곡 작업하고. 얼마가 될진 모르겠는데, 거기서 형들 곡 작업 끝나면 돌아와서 활동할 것 같아. "









박지민과 1년쯤 멀어져 있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혼자 보내왔고, 지금도 그랬다. 지금도 박지민과는 간간히 연락하며 만날 뿐, 박지민이 내 인생에 어느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내려 앉은 듯 저 깊숙히 기분이 가라앉은 건 역시 박지민이 내게서 더 멀어진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너는 충분히 멀어졌는데도, 나에게서 더 멀어질 것만 같았다. 왜? 너는 왜 한없이 내게서 멀어지려 하는 걸까.









" 아미야? "

" ……. "

" 아미야! "

" …어. "









박지민이 손을 흔들어 분산되었던 내 주의를 집중시켰다. 너는 늘 그랬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잡아주었고, 박지민 너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 한 구석엔 항상 박지민, 네가 있었다. 아마 내 뇌구조를 그려보라 한다면, 쓰지 않는 뇌의 모든 부분이 너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로 너는 내 무의식 속에서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건 분명이 박지민, 너였다. 10년 간, 박지민, 네가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항상 나만의 원칙이 있었고, 그 원칙의 예외는 늘 박지민이었다. 10년 전 우리의 첫만남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10년 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박지민이 내 원 안에 머무르다 나갔고, 계속해서 그걸 반복했다. 만약 박지민이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원 안에 머무르기만 했다면, 아마 그 원칙은 박지민을 중심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박지민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원칙들은, 그래서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늘 예외는 박지민이었음이 분명했으니까.


나는 20살, 법적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수많은 남자를 만났고, 또 박지민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매번 내 프사는 내 남자친구와 나였고, 그 남자는 늘 달랐다. 내 프사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확인하는 박지민이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그리고 프사가 바뀐 날, 그 날은 박지민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왜인지 몰랐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눈치가 어느 누구보다도 빠른 내가 박지민의 마음을 몰랐다고 하면, 그건 정말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박지민의 마음을 모른 척 했던 건, 박지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곳에 가 있었다, 박지민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박지민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민은 너무도 순수했고, 그래서 박지민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란 걸 이미 첫만남에서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순수해서 박지민의 마음은 필터 없이 나에게 와닿았고, 그런 박지민에게 설렘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박지민이 내 욕심을 충족시켜주기엔 한없이 작은 사람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지민에게 울타리를 쳐두면서도, 그 울타리 안에서 작은 울타리를 쳐, 내 안에 너를 가두었다. 그리고 조금 더 컸을 때, 박지민에게 연락이 뜸해졌을 때도 박지민은 나를 좋아했다. 이건 확실하진 않은 내 예상이었다. 그래서 그때, 내가 박지민에게서 도망쳤을 때, 마지막으로 본 박지민의 눈빛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곧 울음을 터뜨릴 아기 같았다.


그리고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박지민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선을 그은 건 나였다. 다른 이유 없었다. 박지민은 여전히 내 욕심을 충족시켜주기엔 너무도 작은 사람이었다. 나는 늘 박지민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고, 그런 남자를 사겼다. 아마 박지민도 그걸 알아서, 더이상 다가오지는 못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내 의도가 맞았다. 나를 좋아하는 박지민을 나는 단순히 미워하고 질투해서 괴롭힌 것이었다. 그런데.









" 1년? 너 장난해? "

" 어? "

" 1년이란 시간이 넌 그렇게 가벼워? 1년 동안, 너는 미국에 가 있고, 그럼 난? "

" 아미야… "









이상한 질문이었다. 그동안 줄기차게 만나온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임이 분명했는데, 겨우 그 1년을 못 참는다는 게, 아니 애초부터 참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참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아닌 그냥 내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었다. 박지민이 춤을 배우러 미국에 가든, 캐나다에 가든, 어딜 가든, 설사 지진이 가득한 나라를 가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했다. 왜? 나는 박지민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계속해서 가라앉는 기분은 좀처럼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알 수 없는 분노를, 멍청한 박지민이 알 리가 없다. 곧 있으면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아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박지민의 표정이 어떨지 뻔했다. 


나는 지금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꼭 알아야 했다. 박지민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박지민이 겨우 1년 간 미국에 간다는 사실에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이유를 꼭 알아야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여러 갈랫길을 통해 이유를 생각해 봐도,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화가 나게도 내가 박지민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박지민이 더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1년 간 나를 보지 못하는 데도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박지민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 1년이란 시간이 그토록 가벼울 수가 없었다. 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하루라도 나를 못 보면 안달날 정도로 내가 보고 싶어야 한다. 겨우 그딴 카톡 프사가 아니라, 박지민, 너는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위해 달려왔어야 했고, 옆에 있는 남자의 존재에 대해 물었어야 했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너만의 방식으로 나를 좋아하지 말았어야 했다.









네가 조금만 용기를 냈더라면…









내가 조금만 용기를 냈더라면…









·
·
·






[방탄소년단/박지민] 7942 | 인스티즈









박지민이 출국하는 날이었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헤어진 후로, 박지민은 단 한 통의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새 남자친구를 새로 만들었다. 박지민과는 다르게 키도 크고, 얼굴이 조각같이 생긴, 그러니까 말 그대로 미남형이었다. 호감형인 박지민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나는 늘 그랬듯,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렸고, 상태메시지를 하트로 바꿨다. 몇 번째 하튼지, 샐 수도 없는데, 그 중 진심이 담겨있던 하트가 몇 개나 됐을까, 생각해보면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 보여주기식의 하트. 늘 그랬다. 박지민, 네가 봐야 했다.









[ 아미야 ]









박지민에게서 한 통의 카톡이 왔다. 웬일, 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프사로 걸어놓는 날은 나에게 연락이 뜸했던 애가 웬일로 나에게 카톡을 했나 했다. 지금 너와 카톡을 하는 사람이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라는 걸 박지민, 네가 알았으면 했다. 아니, 알아줘야만 했다. 나는 1을 지워놓고도 한참 동안이나 고민을 했다. 아마, 박지민은 프사에 상관 없이 출국날이라 연락을 했던 것 같다. 실망스러워 폰 홀드를 눌렀다. 그러니까 나는 박지민의 카톡을 확인하고도 읽지 않았다.


이번엔 박지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씨구. 오늘도 난 여전히 퉁명스러웠고, 박지민은 그걸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난 전화를 받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흔한 안부 인사도 없이, 서로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다. 폰으로 들려오는 박지민의 숨소리가 조금은 거칠었다. 혹시 여리디 여린 박지민이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 아미야.

- …….

- 아미야.

- …왜.

- 집 앞이야. 잠깐 나와.









지금까지와는, 그러니까 장장 10년 간 내가 들어왔던 박지민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박지민의 목소리에 놀랐던 것도 잠시, 박지민의 현재 위치에 당황스러워 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집 앞이라는 박지민의 말에 방에서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돌아다니다, 질끈 묶었던 머리만 풀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우리 집인 6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그 순간, 순간이 떨리고 초조했다. 박지민이 왜 공항이 아니라 집 앞에 있는 걸까, 생각하기에 앞서 왜 나에게 왔을까, 가 중요했다. 단순히 10년지기 친구에게 1년 간 잘 있으라는 인사를 전하러 온 거였으면, 나는 박지민을 잊어버릴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려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던 박지민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혔다. 아야, 하고 엄살을 부릴 새도 없이 박지민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곧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고, 박지민은 맨 끝층인 26층을 누르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박지민이 달랐다. 박지민의 얼굴, 박지민의 옷 스타일, 그리고 모든 게 박지민이었지만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어쩐지 낯선 느낌이 들어 엘리베이터의 바를 꽉 잡았다. 박지민은 내 앞에서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박지민과 마주친 시선이 낯설었다. 이런 건 박지민과 어울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3층을 넘어 올라가고 있을 때, 박지민은 그제서야 입을 떼었다.









" 네가 왜 이러는지 알아. "

" ……. "

"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지도 잘 알고. "

" …지민… "

"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 하나 물으려고 왔어. "

" ……. "

" 묻긴 물을 건데, 답은 안 들을 거야. "

" ……. "

" 항상 들어줬잖아, 네 말. 네 터무니없는 대답도 내가 다 들어줬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말도 하지 말고, 답도 하지 마. 내가 말할 거야. "

" ……. "

" 좋아해. 네가 생각하는 게 뭐든 그 이상으로. "

" ……. "

" 이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고. 네가 중요한 건, 내가 얼만큼 너를 좋아하느냐잖아. "

" ……. "

" 너 이기적이잖아. "









박지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박지민의 강압적인 말에 입을 다물었고,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말을 끝으로, 내가 본 엘리베이터는 20층을 넘어서고 있었다. 23층, 24층, 25층, 26층이 될 때까지 박지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26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문이 잠시 열렸다, 닫힐 때까지 박지민은 고요하게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지 10초쯤이 지났을까.









" 너를 보면 주체할 수가 없어, 아미야. "

" ……. "

" 내가 얼만큼 널 좋아하냐고? "

" ……. "

" 널 보면 네 얼굴을 부여잡고 뽀뽀하고 싶어. 그게 한두번이 아니고 매일 그래. 네가 가끔 프사에 남자랑 찍은 사진을 걸어놓으면, 그 남자 찾아서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그리고 네가 지금 그런 눈으로… "

" …지민아. "

" 여길 이렇게 잡고 있으면… "









박지민이 엘리베이터 바를 꽉 잡은 내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올렸다.









" 키스하고 싶잖아. "









박지민은 박지민답게, 한 손을 내 손 위에 겹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맞춰왔다. 도장 찍듯, 입술을 꾹 맞춘 것도 잠시, 입술이 맞물려, 박지민이 혀를 집어넣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내 볼을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내 허리를 감싸왔고, 내 한 손이 박지민의 옷 끝을 잡았다. 박지민다웠던 진득한 키스가 끝나면, 박지민은 내 손 위에 겹쳐 올려놓았던 제 손으로 키스하는 내내 엘리베이터 바를 꽉 잡고있던 내 손을 풀어 잡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내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웃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
·
·









" 아미야! "

" 뛰어오지 말라니까, 멍청아! "









박지민의 인기는 여전했고, 나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박지민은 여전히 나를 좋아했고, 나도 여전히 박지민을 좋아했다. 다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박지민과 내가 지금 손을 잡고 있다는 것. 단순한 친구 사이에서, 그러니까 10년 간의 밀당을 주고받던 사이에서, 지금은 당기기만 하는 사이가 됐다는 것. 가끔씩 박지민과 내가 혀를 섞을 정도, 또는 그 이상을 섞을 수 있을 정도의 사이가 됐다는 것.


나는 박지민에 대해선 모두 안다고 자부했다. 박지민은 착했고, 순수했고, 티 없이 맑았다.
다만,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내 원칙에서 박지민이 예외인 것처럼
박지민의 원칙에서도 내가 예외라는 것.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새벽인데도 진짜 집중해시 읽은것같아요. 해가 완전히 뜨지않은, 밖이 푸르스름한 이시간과 뭔가 잘 어울리는 글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8년 전
독자2
세상에 이 글 좋네요! 지민이의 소년과 남자의 모습을 잘 표현한것 같아요!!
8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설레요ㅠㅠㅠㅠㅠㅠ지민아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허류ㅠㅠㅠㅠ대박지민이설레네여ㅠㅠㅠ
8년 전
독자5
와 진짜 설레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평생행쇼해라ㅜㅜㅜㅠㅜㅜㅜㅜ
8년 전
독자6
좀전에 암호닉을 신청한 윤아얌이에요.. 와ㅠㅠㅠ 작가님 문체 너무 좋아요ㅠㅠㅠ 아.. 뭔가 몰입도가 장난 아니었어요.. 앞으로 글도 기대되요!ㅎㅎ
8년 전
독자7
와세상에... 제목보고 끌려서 들어왔는데 세상에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지민아ㅠㅠㅠㅜㅜㅠㅠㅠㅜㅜㅜ쓸데없이 나이를 먹은게 아니라니ㅏㅠㅜㅜㅠㅜㅜㅜㅠㅜㅜㅜㅜ법적어른허우렇러어ㅓ유ㅜㅜㅜㅠ진짜 와 사랑해요 신알신하고가요ㅠㅜㅜㅠㅠ
8년 전
독자8
작가님 글은 왜 하나같이 취향저격이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래오래 글써주세용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헐................대박.......... 역시 작가님이십니다
8년 전
독자10
취저...워......다정하기도하고 믿음직스러운 지민이를 표현을 무척 예쁘게해주셔서ㅠㅠㅠ
8년 전
비회원55.122
워후....!
나 분명히 씻으려고했던거 같은데.....왜 한번더 읽고있었지ㅠㅠㅠㅠ몰입 괘쩔어요 작가님ㅠㅠㅠㅠ
여주 감정선 묘사가 ㅎㄷㄷ

8년 전
독자11
몰입대박이예요ㅜㅜㅜㅜㅜ현실 지민이같은ㅠㅠㅠㅠㅠㅠ흑흑
8년 전
독자12
허루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 짐니 와...작가님 이번글 진짜 짱인듯해요
8년 전
비회원115.93
자까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 대박 잘 쓰시네요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69.223
글 진짜 잘 쓰시는 것 같아요b 전정국은 남자를 좋아한다도 잘보고 있습니다! 글써주셔서 감사해요 :)
8년 전
독자13
어머....지민이ㅜㅜㅜ진짜 설레요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와진짜대박이에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글진짜잘쓰시는거같아여ㅜㅜㅜㅜㅜ감수성폭팔! 잘읽고가요!!
8년 전
독자15
지민이 번외도 보고싶어영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와 대박 핵설레요...이렇게좋은글이...후.....하.....심장이...하.....
8년 전
독자17
와 지민이 진짜 와...만약에 와 아니 진짜 너무 설레는 거 아니에요ㅠㅠㅠ? 진짜 대박 약간 둘이 진짜 설레는게요ㅜㅜㅜㅜ? 엘레베이터에서 진짜 설레 죽는 줄 알았어요ㅜㅜㅜㅜ지민이ㅜㅜㅜ추천이연
8년 전
독자18
와.... 자세하게 글써주셔서 집중해서 잘본거같아요!! 남자와여자 사이에는 친구는 없는거 같긴하네요ㅠㅠ 잘보고갑니당!
8년 전
독자19
와...제목을 보고 가볍게 읽을 설레는 조각글인 줄알았는데 아녔어여...완전...좋은데...와...풀어 나가실 생각은 없으시겠져 그래도 좋아여 작가님ㅠㅠㅠ
8년 전
독자20
와진짜너무좋다..내가다설레니ㅣ진짜ㅠㅠㅜㅠㅜㅜ
8년 전
독자21
ㅠㅜㅜㅠ지민이 완전 마지막 반전ㅠㅠㅠㅠㅠ마냥 소년같고 해맑은줄 알았는데 일부러 참고있었다니ㅠㅠㅠㅜㅠㅠ진짜 너무 설레요ㅠㅜㅜㅠㅠㅠㅠ
8년 전
독자22
ㅜㅜㅜㅜㅜ 이건 다시 봐도 좋아
8년 전
독자23
아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최강발림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ㅠ 작가님 필력 진짜 대박이세여ㅠㅠㅠㅜㅜㅠㅜㅠㅜ저는 누텔라입니다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4
헐 완전 좋아
8년 전
독자25
와....대박......박지민 순둥인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발림요소가 낭낭한 애였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아 심장 ㅣ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6
지민...지민....오늘로써 한 8번은 읽은거같아요.?넘나좋은것..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05.05 00:01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