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시작을 함께 해주시는 감사한 표지입니다:)
...꼭 협찬 소개하는 기분이네요;;ㅎㅎ
* 켁;;; 한 번 팅겼다가 다시 쓰는 바람에 BGM이 사라진 채 잠깐 올라갔네요;;;
그 사이 보신 세 분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p 10. Traveling Boy by 찬열 + 백현
BGM) Traveling Boy: Pelle Carlberg
"...찬열아, 나 다 울었어."
한참 울다보니 서러움이 조금은 가신 것일까.
어느새 울음이 멈추고 제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채 꼼지락대는 백현을 내려다보던 찬열이 그 한 마디에 결국은 픽 웃고야 말았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서럽게 울던 것이 거짓말처럼 다시 씩씩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백현이 훌쩍이며 제 볼을 쓱쓱 문질렀다.
'아, 속 시원하다!'하고 밝게 웃는 백현의 눈가에 아직 맺혀있는 눈물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 찬열은 손을 들어 꼼꼼히 닦아주었다.
"...이제 괜찮아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의 코 끝이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그 모습마저 예쁘다, 가슴이 두근대는 자신은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면서 강가를 메운 짙은 풀내음과 함께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서서히 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뒤늦게 떠올랐다.
백현의 그 사람, 준면이 걱정하고 있을텐데.
"...미안."
쑥스러운 듯 웃는 모습을 보니 꺼내들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고 싶지만,
하얗게 굳은 얼굴로 달려가던 준면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몇 번이고 통화 버튼을 눌러도 신호조차 가지 않던 순간의 자신처럼, 그런 마음이었겠지.
기대와 희망이 하나하나 꺼져가는 느낌은 결코 좋을 리가 없다.
백현의 눈물로 축축해진 가슴이 강가로 부는 바람을 타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 같았다.
"...그 분이 걱정 엄청 많이 하셨어요."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말을 꺼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백현이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저도 걱정 많이 했어요.
얼마 되지도 않는 마지막 말은 목에 걸린 채 나오지 않았다.
신호가 가자마자 전화를 받은 준면의 목소리는 너무 다급해서,
만일 더 늦게 전화를 했다면 사람 하나 잡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가 어디예요? 제가 갈게요!' 하는 준면에게 제가 데려갈테니 그냥 집에 계시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
"준면이 화났어? 화난 것 같아?"
몇 번이고 물으며 고개를 갸웃대는 것이 얄밉기도 하다.
여러 사람 걱정시켜놓고... 나도 화났는데.
모른 척 '네.'하고 대답하자 시무룩해지는 표정이 어린아이 같았다.
"얼른 가야겠다... 많이 늦었어?"
"해 떨어지고 있어요. 몇 시간째 연락도 안됐다면서요."
'그러게 왜 핸드폰은 꺼놔서 사람들을 걱정시켜요.' 하며 백현에게 제 팔을 내어주려다 찬열이 멈칫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망설이던 찬열의 큰 손은 이윽고 방향을 바꿔 조심스레 백현의 손을 잡았다.
맞닿아오는 체온에 잠깐 놀란 듯 움직임을 멈췄던 백현도 이내 가만히 마주한 손을 꼭 잡아왔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서운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벅찰만큼 채워진다.
"나 몇 시간이나 있었나, 밖에? 얼마 안 있었던 것 같은데.."
혼자 중얼중얼거리는 백현의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찬열이 문뜩 제가 이끄는대로 따라 걷는 백현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얼핏 보기에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딘가... 어딘가...
...이상하단 말이지.
"...다리."
"응?"
"다리 왜 그래요?"
얼핏 보면 알 수 없을 정도이긴 했지만, 분명 지팡이를 짚은 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 같다.
찬열의 물음에 마치 엄마한테 혼날 것을 숨기는 아이처럼 입을 꾹 다문 백현이 말없이 그냥 손을 잡아끄는 것을 꼭 붙잡았다.
"왜 그러냐니까요."
"...아까 조금 넘어졌어. ...한 번."
야단맞을 일인 건 알았는지, 툭 내뱉는 모습을 보니 이건 화도 못 내겠다.
김준면 씨가 그 동안 이 사고뭉치 같은 사람을 보살피느라 얼마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을지 잠깐만으로도 상상이 갔다.
"...하아아...."
자리에 선 찬열이 저도 몰래 내뱉은 깊은 한숨에 마주 잡은 손이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꾹 깨문 채 가만히 손만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굳어진 표정도 결국 풀어졌다.
이거 참, 나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닌가?
"업혀요."
"...어?? 어?? 아냐, 야, 야, 나 무거워!!"
맞잡았던 손을 끌어당기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제 딴엔 힘을 주고 버틴다.
똑같이 힘을 주고 당기자 주춤주춤 끌려오는데, 어쩔 줄 모르고 팔을 파닥거리는 것을 찬열이 냉큼 들쳐업었다.
"으아악!!!"
붕 뜬 몸에 놀란 듯,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모르고 매달리는 체온은 온 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흐뭇해 더위도 잊게 만들었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목소리마저 날아갈 것만 같아 찬열은 몰래 제 목을 다듬었다.
"자꾸 움직이면 떨어져요-"
"씨이... 이렇게 갑자기 업으면 무섭단 말이야."
볼멘 소리를 내면서도 결국 보드라운 팔이 제 목을 감싸안는다.
마음이 뿌듯해오면서도, 귓가에서 쌕쌕 들려오는 숨소리 때문에 찬열의 귓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무겁잖아, 거봐... 덥지?"
"안 무거워요-"
"뻥치고 있네. 너 벌써 등이 축축하다, 멍청아."
"아니라니까요-"
"나 내릴래, 걸을 수 있어."
"거 참, 움직이면 진짜 힘들어요. 멀미난다고 등에 토하지나 말아요-"
몇 번의 실랑이가 반복되고나서야 백현이 조심스레 제 몸을 기대어왔다.
밤이 내리는 강가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찬열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혀주었다.
백현의 손에 들린 지팡이까지 빼앗아 착착 접은 후, 등에 기댄 몸을 추려업은 찬열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근데 집이 어디예요? 저 사실 이 동네 길 아직 잘 모르거든요."
당당하게 업고나니 사실 조금 막막해졌다.
이사온 이후로 다닌 길이 매번 똑같았던 데다가 워낙 길눈이 어두워 찬열이 보기에는 그 길이 그 길이었다.
찬열의 뒤늦은 고백에 킥킥 웃음을 터뜨린 백현이 '우리 제라늄 심은 공원으로 일단 가자. 근데, 진짜 안 무거워?'하고 물어왔다.
이쯤이야- 하는 찬열의 어깨를 백현의 손이 가만히 쓰다듬었다.
"...착하구나, 우리 찬열이."
"..."
"고맙다."
손 끝으로 전해져오는 백현의 마음은 하나하나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 찬열은 그저 천천히 앞만 보고 걸었다.
제 귓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백현의 숨소리만으로도 행복했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거리는 간간히 지나가는 차 소리, 점차 멀어지는 강가에서 들리는 아득한 풀벌레 소리,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로
가득했다.
더 이상 내리는 것은 포기했는지 백현은 가만히 찬열의 등에 업힌 채 말이 없었다.
"...찬열아"
한참을 이어진 침묵 속에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백현이었다.
조용히 백현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찬열이 힐끔 옆을 돌아보다 백현과 뺨을 부딪칠 뻔하고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바로바로 반응하는 주책맞은 제 심장에 잔뜩 긴장한 찬열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백현은 그저 가만히 찬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땀에 젖어드는 티셔츠 한 장 너머로 따뜻한 숨이 닿자 더 마음이 뛰었다.
"왜 안 물어봐?"
"...뭘요."
"...아냐."
망설이다 말을 삼킨 백현이 제 어깨에 꼬물꼬물 뺨을 부비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몰래 주먹을 꾹 쥐었다.
...사실은,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무엇이 그렇게 그를 슬프게 만들었는지.
또르르 굴러떨어지던 백현의 눈물을 떠올리니 아직도 젖어있는 제 가슴께가 또다시 싸하게 아팠다.
혹시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 때문이에요?
묻지 못하고 힘겹게 삼킨 질문은 그저 서글플 뿐이라 가슴 속 깊이 묻었다.
며칠 새 삼키고 묻어둔 생각들로 이미 포화상태인 제 가슴이 묵직하게 메어왔다.
"...하아..."
가만히 골목길을 걷는 찬열이 저도 몰래 한숨을 쉬자 뒤에서 움찔, 고개를 또 반짝 드는 것이 느껴진다.
'안 무거우니까 가만히 있어요-'하고 먼저 으름장을 놓자 또 다시 폭 기대오는 사람.
...진짜 강아지 같아.
준면이 그를 왜 멍멍이라고 부르는지, 이유를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난 것도 잠시.
...그렇게 밝고, 행복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웃기까지, 힘들었겠죠.
땅만 내려다보며 걷던 찬열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조금 더 먼저 만났더라면.
내가 조금은 나눠들 수 있었을까요.
서로 다른 생각에 잠긴 두 사람 뒤로 하나의 그림자가 천천히 길을 따랐다.
꽃을 심은 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둘 다 그렇게 말이 없었다.
찬열은 제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고, 백현은 가만히 쌕쌕 숨소리만 들려왔다.
'온 김에 꽃이나 잘 있나 볼까요?' 하고 묻는데도, 아무 대답이 없다.
"...저기요?"
"..."
"...변백현 씨?"
"..."
"...저기-"
"..."
"...여보세요."
...이봐요, 변백현 씨.나... 당신 집, 어딘지 모르는데요.
달빛을 머금은 가로등 불빛이 하나 하나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 아래로 난감한 듯 우뚝 선 찬열의 등 뒤에서, 백현이 곤히 잠들어있었다.
.
.
.
"백현아!!"
결국 준면에게 다시 전화를 건 찬열이 백현의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쿨한 척 말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 큰 성인 남자를 업고 한여름의 골목길을 걷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게다가 곤히 잠든 백현을 혹여나 깨울까 싶어 온 몸을 긴장한 채 걷다보니 힘이 배로 들었다.
번지 수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찾아오는 완만한 경사길 저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던 준면이 달려내려왔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절박하게 보낸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왜 이래요? 어디 아파요? 다쳤어요? 괜찮은거예요?"
그 다급한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찬열의 마음은 복잡했다.
애를 태우며 초췌해진 준면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
어쩔 줄 모르고 제 등에 엎힌 백현의 주위를 멤도는 모습에 한편으로 지나온 골목길을 다시 내려가고 싶기도 했다.
"강가에서 걷다가 넘어졌대요. ...한 번."
"하아.."
"다리를 조금 다친 것 같아서 업고 오는데 잠들었나봐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준면이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싼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쳐보이는 얼굴에 희미한 어둠이 내려 파리하게 질려있었다.
긴장이 풀린 듯 잠시 그렇게 앉아있던 준면은 이내 멀뚱히 선 찬열의 시선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마워요, 찬열씨. 진짜 고마워요.
덥죠? 얼른 들어와요."
금세 이전의 여유를 되찾은 준면이 익숙하게 대문을 여는 모습은, 마치 제 집에 들어가듯 당연해보여서-
그 사소한 모습 하나에도 또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묵직해졌다.
작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에 백현을 눕히고서야 찬열은 뻐근한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옆에서 찬열을 도와 백현을 눕힌 준면이 가지런히 드러난 백현의 발목이며 다리를 꼼꼼히 살폈다.
무릎이 조금 쓸린 것 같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흐트러진 앞머리를 가만히 정리해주고 발갛게 붉어진 눈가까지 조심스레 쓰다듬어주는 준면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찰칵-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온 준면이 시원한 거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며 땀을 닦을 수건을 건넸다.
지금의 무거운 마음으로는 차라리 후덥지근한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탈수 직전까지 땀을 흘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부엌으로 사라지는 준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찬열은 송글송글 이마에 맺힌 땀을 슥슥 대충 문질러 닦았다.
깨끗하게 접힌 하얀 수건에서는 백현에게서 나던 은은한 향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오늘 고마웠어요."
어느새 예전의 여유를 되찾은 준면이 씩 웃으며 찬열에게 얼음을 동동 띄운 주스잔을 건넸다.
고개를 꾸벅 하고 받아들자 뒤늦게 갈증이 몰려들었다.
금세 잔을 비우고 난 찬열은 그제서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백현의 집은 모든 것이 정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백현의 방도 그랬지만, 거실의 소소한 하나하나까지 단정했다.
거실 테이블 위에만 백현이 작업을 하다 만 것인지 여러 장의 종이와 두꺼운 책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온통 하얗게만 보이는 종이 위에는 오돌도돌 옅은 음영을 드리운 작은 점들이 가득했다.
"집이 굉장히 깨끗하네요."
"아... 백현이가 물건들 위치가 바뀌면 당황하거든요.
그래서 신경써서 정리하는 편이에요.
그냥 놓여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순서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그가 언제부터, 어떻게 볼 수 없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앞에 앉은 이 사람이 그에게 잃어버린 눈을 대신한다는 것은 잠시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지, 시작을 알 수 없는 둘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
뿌듯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준면을 가만히 바라보던 찬열은 그 동안 몇 번이고 묻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두 분이... 친구신거죠?"
낮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하게 전해진 물음에 순간 준면의 손이 멈칫하는 것을 찬열은 놓치지 않았다.
분명 둘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는 친구 같지만, 어찌 보면 김종인이 말했던 것처럼 모자지간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오래된 친구죠."
가만히 웃으며 준면이 찬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조용히 마주쳤다.
"...그냥. 김종인이랑 제 사이랑은 또 달라보여서요."
숨김없이 자신을 마주하는 눈빛에 조금은 멋쩍어진 찬열이 우물쭈물 말을 꺼내자 준면이 '아, 종인이랑 친구랬죠'하며 웃었다.
그러고보니, 급하게 오느라 종인과는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뭐, 거기서 일하는 거 알았으니까.
"...정말 오래됐죠."
"..."
"지금은 옆 동네에 살긴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원래 이 동네에 살았어요.
백현이는 워낙 여기 토박이구요."
"아..."
"둘 다 학교가 달라서- 서로 전혀 모르고 지냈는데...
그러다가 아버지 회사일 때문에 중간에 잠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됐어요."
반대편 소파에 등을 기대며 준면이 조근조근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과거의 기억에 빠져든 것인지, 단정한 얼굴 가득 아련한 미소가 번졌다.
"나름 정든 동네라서 이사간다니까 어린 마음에 서운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사가는 날 아침 일찍 산책을 나왔어요.
평소에 안 다니던 길까지 마지막이라고 하나하나 돌아다녀보려고...
그 때 처음 만났어요, 저 녀석."
"..."
"...그게..."
"..."
"...첫사랑이 될 줄 그 때는 몰랐죠."
잠시 망설이며 뜸을 들이던 준면이 몇 번이고 쑥스럽게 웃은 후 말을 이었을 때, 생각보다 마음이 담담했다.
말없이 앉아있는 찬열이 놀란 것이라 생각했는지 준면이 손을 저으며 아하하- 멋쩍게 웃었다.
"그냥, 그 때는 어렸고, 이사온 후에도 꽤나 오랫동안 저 녀석 생각이 나서...
고민도 많이 하고 방황도 했어요. 혼란스럽기도 했고...
그러다가 나중에 대학 와서 우연히 만났을 때는 반갑기도 하고, 아닌 척 했지만 떨리기도 했고...
이런 게 인연이구나 싶기도 했죠."
"...지금은, 아닌가요."
"네?"
생각보다 낮게 깔린 제 목소리에 찬열이 얼른 헛기침을 했다.
그런 찬열을 빤히 바라보던 준면의 얼굴에 차분한 미소가 스쳤다.
그 모습이 마치 백현이 가끔 보여주는 어른의 미소와 닮았다고 찬열은 생각했다.
"...그 때는 정말, 좋아했어요.
아, 누군가 좋아한다는 게 이런 감정인가.
이렇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고 막 웃음이 나고 잠도 안 오고 보고 싶고...
처음이었어요, 그런 기분이. ...순수했죠."
"..."
"...그리고 지금은 뭐라고 해야하나... 가족 같아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망설이는 사이에, 가족 같고 동생 같은 사람이 됐나봐요.
그래서 더 눈을 못 떼겠나...?
저 녀석, 보다시피 사고뭉치에 손이 많이 가거든요."
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 마음 속에서 당신은, 가족과는 다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순한 눈가를 타고 방울방울 넘치던 눈물이 떠올라 찬열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서럽게 울먹이던 백현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동정....하는 건, 아닌가요."
"..."
조심스런 찬열의 말에 준면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거실에는 벽에 걸린 시계바늘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괜한 것을 물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미동도 없이 테이블 위를 내려다보던 준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울었죠?"
"..."
담담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백현을 눕혀두고 조심스럽게 눈가를 쓰다듬던 손길이 떠올랐다.
애틋하고 조심스러운 손길.
백현을 대하는 준면의 모습 그대로, 따뜻한 애정이 가득한 손 끝.
"시간이 지나면... 백현이도 괜찮을 거예요."
"..."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빙그레 웃는 얼굴에는 찬열로써는 더 이상 알 수 없을만큼 수많은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찬열은 더 이상 제 마음 속에 담긴 말들을 꺼내지 못했다.
준면을 따라 집 밖으로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 캄캄하게 깊어가고 있었다.
가방에서 꺼낸 열쇠로 익숙하게 문을 잠근 준면이 돌아서며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요?"
"...저기로요."
그러고보니, 어찌어찌 찾아오긴 했는데 여기서 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생각을 하니 또 막막했다.
술에 떡이 되어도 어떻게든 집은 찾아들어가는 제 누나와 달리 찬열은 타고난 길치였다.
그래도 준면 앞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보이는 것은 싫어서 찬열이 아무 길이나 대충 가리켰다.
'저랑 반대편이네요.'하고 웃은 준면이 다음에 한 번 가게에 놀러오라며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한여름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 아래,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찬열이 덜컥 그를 불렀다.
"저기요!"
"...?"
의아한 듯 돌아보는 준면의 차분한 눈이 찬열과 마주쳤다.
한참을 두 사람이 그렇게 서있었다.
멀리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 밤을 잊은 매미가 우는 소리가 아득하게 울렸다.
밤이 내리는 소리였다.
"그게..."
...내가 어쩌자고 이 사람을 불렀더라.
이대로 보내버리면 제 가슴이 꽉 막힌 채 그대로 밤을 지새울 것 같아 덜컥 부르긴 했는데, 막상 돌아본 그와 눈이 마주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드러난 준면의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게..."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결혼하게 될 것 같아요."
"...아..."
입 안에서 빙빙 돌고만 있는 수많은 단어들을 하나도 꺼내놓지 못한 찬열의 입에서 한숨 같은 탄식이 흘렀다.
저절로 떠오르는 백현의 눈물에 차라리 그를 부르지 말 것을, 하고 후회했다.
"좋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도 백현이도 지금처럼 같이 지내고 싶어요. 하지만... 어쩌면, 욕심이겠죠."
"..."
"상처주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그 녀석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죠.
혼자... 혼자 서는 것도..."
힘겹게 마지막 말을 내뱉던 준면의 얼굴은 지치고, 또 슬퍼보여서- 조금은 그가 가엾어졌다.
원하는대로 흐르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자 오랫동안 해온 싸움에 그는 지쳐있는 것 같았다.
늘 다정하기만 하던 미소 뒤에 숨겨진 아픔을 훔쳐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앞으로 백현이 몇 번이고 더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어쩌면 평생을 노력한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진 깊고 오래된 인연의 끈을 자신은 따라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준면의 자리를 대신하기에 자신이 너무 어리고 미숙할지언정, 더 이상 그를 혼자 울면서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눈 앞에 선 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의 곁에 함께 하고 싶다.
"...잘 해낼 거예요. 그 녀석, 보기보다 힘든 일을 많이 겪어왔으니까요."
"아뇨."
"...네?"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
무슨 용기가 난 것일까.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는걸까,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애써 곧은 시선으로 준면을 바라보았다.
저도 몰래 떨린 손 끝은 감추고 싶어 얼른 등 뒤로 숨겼다.
그에게 소중한 사람.
그를 울게 만든 사람.
그에게- 아프고도 좋은 사람.
백현을 만난 후, 자신의 가슴에 자라난 수많은 감정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앞에 선 이 사람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라는 것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무게에 눌려 작아지고 싶지는 않았다.
주먹을 꾹 쥔 채 찬열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을, 준면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 치기 섞인 어린 시선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혹은 그 속에서 지난 날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긴 정적 속에 소리 없는 시선이 오고가던 어느 순간, 준면이 조용히 웃었다.
그 평안한 모습에 저도 몰래 뛰고 있던 찬열의 마음도 잔잔히 가라앉았다.
"...백현이 잘 부탁해요."
멍하게 멈춰선 찬열에게 고개를 꾸벅, 한 번 더 숙여보인 준면이 돌아섰다.
더 이상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찬열은 한참을 빈 골목길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온 과거,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추억과 시간.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 스스로가 너무 어리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저, 백현에게 오래도록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가 제 마음을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지금의 찬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가슴 한 켠에 멍이 든 것 같았다.
지금은 잠들었을 백현의 눈물과 희미하게 잔상만 남은 준면의 뒷모습이 아프게 찬열의 가슴을 때렸다.
하지만 또 다른 어느 순간 백현이 울게 된다면, 언제든 그 자리에 자신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서로 상처를 입는다 할지라도,
그 시간을 통해 제 마음이 언젠가 백현을 감싸안아줄 수 있을만큼 넓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불이 꺼진 백현의 집 앞에 찬열은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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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타고 주저앉는 것과 동시에 눈물도 주르륵 따라 흘렀다.울음소리가 혹여나 새어나갈까 입을 꼭 틀어막은 백현의 어깨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참을 걸었더니 피곤했는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흔들리는 찬열의 등이 편안해서였는지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그렇게 깜빡 잠이 들었는데도 준면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는 거짓말처럼 정신이 들었다.
잔뜩 당황한 목소리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어떤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대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으니까,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표정조차 확인할 수 없으니까-
백현은 그렇게 모른 척 눈을 감고 있었다.
익숙한 제 방의 공기가 느껴지고, 익숙한 침대에 몸이 눕혀지고, 익숙한 손길이 흐트러진 앞머리를 쓰다듬어줄 때까지-
백현은 가만히 숨을 죽였다.
얇은 이불을 덮어준 손끝이 감겨진 백현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쓸었을 때는 미처 예상치 못한 탓에 놀란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지만,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듯 이내 방문이 살짝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멀어지는 발소리를 듣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백현은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더운 여름 공기를 마시며 오랫동안 걸었더니 씻고 싶기도 하고 물도 마시고 싶었다.
살금살금 방을 가로질러 문고리를 잡았던 백현은 문뜩 거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문 하나를 사이로 익숙한 준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머리로만 알고 있던 사실은 준면의 말을 타고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희망보다는 도피에 가까웠던 실낱같은 부정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가슴 한 구석이 소리없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 전의 그 아침, 골목길에서 처음 마주쳤던 순간부터 천천히 쌓아오던 모래성과 같았다.
손도 쓸 수 없이 무너져가는 가엾은 제 사랑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더 이상은 피할 곳도 없이, 모른 척도 할 수 없이 마주한 제 감정은 느끼지도 못한 사이 백현의 세상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심장께에서 소리없이 자라나다가 이렇게 짧은 순간 스러지는 첫사랑의 기억이 처연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젠 보내줘.
가슴 속 깊은 곳에 희미한 자취로 남은 기억이 백현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그래. 보내줘야지.
오늘만 울고, 보내줄게.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어쩌면 흩어진 백현의 마음일지도 몰랐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겨웠고, 또 예상치 못하게 시작되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에 뜯겨진 심장 한 구석을 타고 주체할 수 없을만큼 눈물이 넘쳐흘렀다.
어둠에 잠겨버린 나에게 유일하게 주어졌던 태양.
나를 살게 했던 생애 처음의 희망.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나를 잡아준 사람.
새로운 세상에 홀로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나에게 다가온 너는 짧은 순간임에도 내 처음의 기억들을 함께 했다.
다시 태어난 순간 내 첫 울음을 함께 했고, 내 첫 걸음마를 함께 했고, 날 삶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그 때부터 너는 내 하루의 모든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내가 잃어버린, 내가 보지못하는 빛이 늘 내 곁에 함께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준면과 자신은 함께일 것이다.
늘 그렇듯 자신은 준면의 카페에 찾아가 배가 고프다며 투정을 부릴 것이고, 그럼 준면은 또 핀잔을 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챙겨나오겠지.
준면과 자신이 함께 지나온 오랜 시간이 어느새 두 사람을 서로에게 일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안다.
가슴 벅찬 설렘마저 익숙한 공기로 바꿔놓은 잔인하고도 평화로운 일상.
과거의 어느 일부일지언정 그런 일상 속에서 준면에게 자신이 잠시나마 가슴 설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가슴을 타고 넘치다못해 자꾸만 흘러나오는 오랜 기억의 흔적을 하나씩 떠나보내며 백현은 혼자 남은 방 안에서 그렇게 이별을 고했다.
안녕, 빛이 바래도 눈이 부신 첫사랑의 기억.
아픔조차 행복했던 설렘의 흔적.
한여름의 찬란한 태양 같았던 소년기의 추억이여.
부디 잘 가길.
안녕, 내 처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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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n't say that I'll be back again
다시 돌아올꺼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Cause time alone will tell,
모든 것은 시간만이 알테니까요.
So no good-byes for one just passing through,
그래서 안녕이란 말 없이 단지 스쳐 지나가지만
But one who'll always think of you.
항상 당신을 기억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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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good-byes
...안녕이 아니길」
+ 주저리주저리 |
전 항상 영화를 볼 때나, 드라마를 볼 때나 늘 궁금했어요.
지난 화에 이어 어쩐지 꽤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혹여나 기다리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해요ㅠㅠㅠ 그 오랜 시간을 고민해서 고작 들고 온 것이 이런 똥쟁이 같은 10화..ㅠㅠㅠㅠㅠㅠ 더운 날씨에 감성까지 메말랐는지, 고치고 고치고 고쳐도 더 이상은 답이 없다는 생각에 확 다 지워버릴까 하던 것을 결국 이렇게 올립니다ㅠ 이런 핑계따위 집어치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찬백 편을 찬백 편답게!! 프로젝트의 일환 같았던 9, 10화는 이렇게 소금이 되어 사라집니다...
문뜩 갑작스레 이렇게 사라지는 준멘이 꼭 급하게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허허허;;;; 사실 지난 편 마지막에서처럼 이번 10화는 카디 편으로 찾아뵈려 스토리를 마구 짜놓았지만, 아무래도 이 셋을 좀 마무리를 지어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리하게 붙잡고 쓰기 시작한 것이 이런 폐해를...;;
다 널 위한 거였다, 찬열아...ㅠㅠ 라고 말한다면 다 핑계인가요;;; 다음 찬백편으로 돌아올 때는 제 감성지수가 하늘을 뚫고 승천할 기세로 솟구쳤으면 좋겠습니다..ㅠㅠㅠㅠ
글이 안 써지는 날이면 꼭 곡 선정도 꼬이는 것 같아요-
결국 잡은 곡이- 예전에 했던 시트콤 중에, 안녕 프란체스카를 아시는 분 계실까요-?
...그러나 정작 10화는 보아느님의 only one을 들으면서 썼다는 게 함정..;;;ㅋㅋㅋ
아아아아 벌써 10번째 누르는 확인 버튼인데, 오늘만큼 누르기 무섭고 망설여지는 건 어쩐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건 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폭염 때문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더위를 참고 지루함을 참고 읽어주신 당신이 바로 챔피언..-_)b;;;;; 다음 편은 진짜, 진심으로, 뻥 안치고 진짜 카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모두 더위 조심하시길..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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