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시작하는 감사한 표지입니다:)
Ep 13. 난 너를 사랑해 by 종인 + 경수
BGM) 난 너를 사랑해: Mate
-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후우..."
몇 번이고 쓰던 문자를 들여다보던 종인이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마음 속으로만 수백번도 더 외친 한 마디는 또 그렇게 흔적 없이 묻혀버렸다.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내신 경수 아버지는 큰 문제 없이 병실로 옮기셨다가 퇴원하셨다.
첫 면회를 들어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울던 경수와 아버지의 모습에 종인도 애써 시큰해져오는 눈가를 부볐다.
그렇게 경수가 아버지 간호를 하며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두번쯤은 종인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고마운 친구라며 악수를 청하는 아버지 곁에서 사과를 깎으며 베시시 웃는 경수의 모습이,
이제서야 제 나이 또래들처럼 해맑아보여 바라보는 종인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날에는 경수가 아버지를 조심스레 부축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웃음을 터뜨리는 부자의 모습 뒤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그렇게 경수 아버지가 퇴원하신 후, 더 이상 카페에서 경수를 볼 수 없었다.잠깐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계신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느라 경수는 더 이상 카페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둘 사이의 연락이 아주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종종 안부를 묻거나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오늘은 아버지 병원에 함께 다녀왔는데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아버지와 같이 공원을 산책했다-
아무리 담담하고 어른스러워도 늘 어느 한 구석에 외로움이 남아있던 녀석이 여느 아이들처럼 들뜬 목소리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에,
덩달아 신이 난 종인도 평소와 달리 말이 길어지곤 했다.
그래도 마지막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늘상 해오던 일인데도 녀석이 오지 않는 카페는 허전하기만 해서,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들을 원없이 틀어놓아도 가라앉은 기분은 풀어지지 않았다.
공부하는 경수에게 방해가 될까 소리를 줄이고 잔잔한 곡들을 고를 때는 몰랐던, 텅 빈 공기가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해서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다고 매정하게 종인을 밀어낼 녀석도 아니다.
하지만 마음이 마음인터라 혹시라도 녀석이 무언가 눈치라도 채면 어쩌나-
다 큰 사내자식들끼리 간지럽게 뭘 또 만나기까지 하자고 하나-
괜히 신경이 쓰여 그저 한숨만 쉬고 마음을 접었다.
너는 어쩌다가, 언제부터 이렇게 깊게 스며든 것일까.
아무리 경수보다 나이가 많다지만 종인도 결국 아직은 덜 자란 어른일 뿐이었다.어느 순간 아무 생각없이 달음질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일은 생각보다 벅차고 어려웠다.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담담해지려 노력하다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서늘한 계절이 돌아왔다.학교가 개강하고 본격적으로 전공과목들이 많아지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차마 함께했던 기억마저 남겨두고 돌아설 수 없어 밤 시간에만 하는 것으로 준면과 합의를 보았다.
동네에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단골손님도 차차 늘어나서, 예전과 달리 아무 시간대나 손님이 꽤나 드나든다.
경수의 예약석처럼 비어있던 안쪽 자리도 어느덧 저녁 시간 담소를 나누는 동네 아주머니들이나 퇴근길 잠시 쉬었다가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렇게 지워져가는 녀석의 흔적들이, 마치 경수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제 모습인 것만 같아서 울컥할 때도 있었다.
...내가 어쩌다 이러고 있냐.
어울리지도 않는 순애보에 마음 끓이고, 되도 않는 망상과 희망에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런 모습은-김종인 인생에 진짜 상상도 못해봤다.
어이가 없을만큼 한심하면서도 결국은 놓지 못하는 이런 멋없고 가오 안서는 모습 따위, 평생 그 녀석이 몰랐으면 좋겠다.
어느덧 늦은 밤으로 접어들면서 띄엄띄엄 드나들던 사람들도 점차 줄어갔다.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에서처럼 하루 종일 하늘은 우중충하게 흐려있었지만 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분위기는 아직 건조해보였다.
녀석을 만난 그 날 밤처럼 비가 내리면 아마 더 우울해질 것 같으니 차라리 잘됐지 싶다.
매일 그러듯 또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잠드는 그 순간까지, 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적에 휩싸인 빈 카페 안을 혼자 지키고 있으려니 서서히 피로가 몰려들었다.
어떻게든 다른 일에 좀 집중해볼 생각으로 수강신청도 빡세기로 유명한 과목들만 골라서 한데다가,
매일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녘에야 잠드는 생활을 계속해왔으니 그럴만도 했다.
몇 번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손님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수록 점점 정신이 가물가물해졌다.
...어차피 손님 오면 소리가 나니까,10분만... 10분만 쉬자.
10분만, 답지 않은 마음고생에 지친 스스로에게 준 찰나의 여유는 생각보다 깊게 종인을 끌어들였다.일어날 힘도 없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이 차츰차츰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딱 한 번만, 너에게 들릴 수 있게 말하고 싶다.난... 난 너를-....
버릴 수도, 그렇다고 가질 수도 없는 애틋한 제 마음이 그 사이 스스로 잦아들기를 바라며 종인은 그렇게 카운터 위에 엎드려 깜빡 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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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밤이 깊어가는 빈 카페에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천천히 열렸다 닫히는 유리문 틈으로 선선해진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음악을 틀 기분도 아니라 결국 오디오도 모두 꺼놓았던 종인 덕에 정적만 흐르는 카페에는 간간히 아득하게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려왔다.
카운터에 엎드린 종인의 모습에 잠시 멈추어섰던 운동화가 발소리를 죽인 채 가만히 카운터 쪽으로 들어섰다.
이미 마음먹었던 10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동안 쌓여있던 무거운 피로에 파묻힌 종인은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앞에 멈춰선 까만 운동화의 주인이 한참 동안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마 위로 흘러내린 까만 머리카락부터 곧은 콧날과 지친 듯 푹 꺼진 감은 두 눈, 까칠하게 마른 입매까지-
조금은 야윈듯한 종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경수가 조용히 의자를 끌어다 그 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마냥 신기한 듯, 그렇게 경수는 말없이 잠든 종인의 모습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병원에서보다 뺨이 조금 거칠어진 것도 같고... 머리는, 조금 길었나 싶기도 하고...
반듯한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간지러운지, 자꾸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종인은 눈을 뜨지 못했다.숨소리마저 죽인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경수가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천천히, 잠든 종인을 향해 다가가는 손 끝이 살포시 종인의 얼굴에 내려앉으려던 순간이었다.
"...경수야..."
겹친 팔 위로 뺨을 묻고 잠든 종인의 입에서 희미하게 제 이름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경수의 손이 그렇게 허공에서 멈추어섰다.혹여나 종인이 깬 것인지, 너무 놀라 굳어버린 손을 치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두 사람만 오롯이 자리한 공간 속에서는 시간도 멈춘 듯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해..."
한숨처럼 내뱉은 종인의 잠꼬대에 굳어있던 경수의 손이 가만히 물러섰다.그 한마디로 깨어진 정적이 흐트러진 공기와 함께 두 사람 주위로 내려앉았다.
"...왜 나한테 미안해요...?"
잠결에 흘러나온 한마디는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듣고 있는 마음을 더 없이 아릿하게 만들었다.곤히 잠든 사람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수는 그렇게 속삭이듯 종인에게 물었다.
어느 뜨거웠던 날의 오후, 자신을 끌어안고 수도 없이 중얼거리던 종인의 힘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좋아해서... 미안해..."
언제부턴가 희미하게 새어들어오는 비내음을 가르고 내뱉어진 한 마디가-
슬플만큼 황홀했다.
어느 순간부터 글썽이고 있던 경수의 눈에서 또르륵-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추스르고 추스려도 다 담을 수 없어 결국 힘겹게 흘러나온 종인의 마음 한 조각이 자꾸만 경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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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수야. 너, 유학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니?"
"...네?"
"회사에서 이번에 해외본사 쪽에 자리가 났다면서 추천해줘서 말이다...그 쪽에 가면 아무래도 여기에서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일할 수도 있고, 쉬는 날도 더 많아지고...
너도 얼마 안 남은 수능 힘들게 준비하는 것보다는 가서 좀 적응하다가 그 쪽 대학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니?
니 엄마랑도 했던 얘기니까.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 우리 둘 다 정리하고 아빠랑 같이 휴일에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지내는 게 어떨까?"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한 시간을 되찾자 하루하루는 매일이 꿈 같았다.늘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불꺼진 거실로 들어서던 날들은 거짓말처럼 잊혀졌다.
어머니의 빈 자리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오랫동안 비어있었기에 더 벅차도록 행복한 아버지와의 일상이 이어졌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 병가를 낸 아버지는 경수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 맞춰 서툰 솜씨나마 저녁식사를 준비해두시곤 했다.
비록 하루는 소금 대신 설탕으로 간을 맞춘 달달한 계란찜을 먹어야 했고, 또 하루는 난생 처음 새우젓이 들어간 된장찌개를 먹어봤지만-
그것마저 오랜만의 대화에 담긴 어색한 기운을 밀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순간순간이 서글프기만 했던 지난 날은 그렇게 기억 속에서 지워져갔다.
한참을 비어있던 가족의 자리가 채워진다는 것은 경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행복이었다.
더 이상 카페에서 오후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간간히 종인과 주고받는 문자 한 통 한 통, 전화 너머 들려오는 그 멋없는 말투까지도 마냥 즐거워서 웃음이 났다.
종종 오늘은 형한테 인사라도 하고 갈까- 하는 마음에 학교가 끝나고 카페 앞으로 일부러 돌아가기도 했지만,
개강을 하면서 종인이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을 늦췄기 때문에 경수가 집에 가는 시간에는 늘 준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되찾은 일상에 파묻혀 하루가 지나갔다.
사실, 수능이 얼마 남기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반 아이들의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쉬는 시간에 늘 끊이지 않던 시끄러운 장난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복도를 걷다보면 울고 있는 여자아이와 달래는 친구들의 모습이 가끔 보이기도 했고, 선생님들의 분위기도 점점 날카로워졌다.
늘상 케세라세라, 될대로 되라던 세훈도 매일 부모님 구박에 머리가 아파 죽겠다며 툴툴거렸다.
그 와중에 돌아온 일상을 즐기고 있는 제 모습이 전혀 고3 답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장 간절했던 것을 얻고 나니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전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아버지의 제안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준비하던 경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아빠, 저기..."
"니가 싫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 경수야.근데 그냥, 한 번 생각해봐- 그 동안 아빠가 너한테 너무 잘 못해줬잖냐..."
기운없이 웃는 아버지의 모습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어머니가 계실 때부터 부모님이 여러 번 해외발령을 기다려왔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확실히 이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환경이나 조건도 좋은 편이고,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경수를 더 넓은 곳에서 배우게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두 분이 간간히 이야기 나누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어쩐지 경수 자신이 신경쓰기에는 너무 먼 일 같아서,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듣고 넘겼던 것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버지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면 더더욱, 이렇게 회사에서 주어진 기회는 놓쳐선 안될 것인지도 모른다.
"도경수야- 밥 안 먹냐?"
무슨 정신으로 학교에 도착해 어떻게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맞는 교과서를 꺼내놓긴 한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와 싸움하다 지친 세훈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툭 쳐왔을 때에서야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어..."
넋이 나간 듯,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있던 경수가 신나게 손을 잡아끄는 세훈에게 이끌려 급식실로 향했다.오늘 점심 메뉴가 뭔지 기억이 나냐고 묻는 세훈의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 다른 곳에 있는 사람처럼 멍한 정신으로 걷던 경수가 어느 순간 문뜩 그 자리에 멈춰섰다.
룰루랄라 경수를 잡아끌던 세훈이 그 기척을 느끼고 의아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여길 떠난다고...?
하루 종일 텅 비어있던 머릿속에 떠오른 그 짧은 생각 하나가 순식간에 온 몸을 휘감았다.복도를 메운 갖가지 소음들이 아득하게 멀어져갔다.
3년 가까이 당연하게 지나던 복도,
벽마다 걸려있는 사생대회 수상작 액자,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교실과 그 안에서 저마다 신나게 점심시간을 즐기는 아이들.
시끄럽게 웃으며 곁을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교복들-
그 사이에 숨을 죽인채 멈춰선 경수를 세훈이 슬쩍 흔들었지만, 자신의 팔을 잡은 세훈의 손길마저 눈치채지 못했다.
갑자기 몰아닥친 현실감에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경수의 시선이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 너머 큰 나무그늘에서 멈추었다.
한여름의 장대비조차 견딜 수 없어 쓰러질 것 같던 경수에게 내밀어진 손은 구원이었다.
따스하게 내민 달달한 핫초코처럼 다가온 만남은 온통 흑백같던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함께 있으면 웃음이 나고, 함께 있으면 다른 고민들을 모두 잊게 해주는 사람.
멋쩍은 미소, 어색한 배려, 수줍은 눈빛, 그리고 다정한 체온.
그게 모두, 사라진다고...? 더 이상-...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야."
"..."
"...도경수."
"..."
".......야.너- 우냐?!!!!"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 세훈의 얼굴은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일그러지는 주변 풍경 속으로 번지는 지나간 기억들이 아프게 가슴을 때렸다.
"야, 야, 야!!얘 갑자기 왜 이러냐-
야- 너 왜 울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주변을 빙빙 돌고만 있는 세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경수는그저 그렇게 몰아치는 기억과 감정들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훈아.
너랑 헤어지게 된다면,
너랑 지금처럼 지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슬프다.
늘 내가 돌아올 학교였던 여기를 떠나야 한다면,그것도 너무 슬프다.
내 그 동안의 흔적들이 남은 이 곳이 점차 잊혀진다면,너무 슬플 것 같아.
그런데...
...그 사람을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아파서 숨을 못 쉬겠다.
열린 창문 너머에서 불어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마치 종인과 나란히 앉았던 그 나무그늘 밑으로 불어오던 것 같아서,한 번 터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
.
.
그토록 고민하던 제 마음을 내보인 줄도 모르고 곤히 잠든 종인 앞에 말없이 앉아있던 경수가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렇게 반대편 카운터에 가만히 뺨을 묻자 금세 종인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쌕쌕 고른 숨을 내뱉는 종인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가만히 보고 있던 경수가 호-호- 가만히 숨을 불어주었다.
내뱉는 숨결에 섞인 눈물의 의미는, 경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좋아해..."
따뜻한 숨결을 따라 흔들리는 제 머리칼이 간지러운 듯, 코를 찡긋거리던 종인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잠결에 흘러나온 마지막 한 마디가 결국 경수를 조용히 따라 웃게 만들었다.
"...나도, 좋아해요..."
입 안에서 멤돌다 가만히 속삭인 그 한 마디는 종인에게 닿지 못했지만, 마주한 숨결을 타고 경수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어느새 바깥에는 종인과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주저리주저리
으아아아아아아아- 12화에 댓글 달아주신 감사한 분들께 답글도 늦게 달아드리고 이렇게 뒤늦게 13화를 올립니다ㅠㅠㅠ
못난 저를 용서하세요!!ㅠㅠㅠㅠㅠ
써질 때 후딱 써야해!! 라는 마음으로 감성가뭄 올까봐 서둘러 썼지만...ㅠㅠㅠ
점점 게을러지고 있나요...ㅠㅠ 주제도 모르고 이러면 안되는데..ㅠㅠㅠㅠㅠ
진짜 이번 편은 전체적인 틀만 짜놓고 도저히 못 쓸 것 같았는데,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끌고 와주신 이번 편 브금의 주인공 메이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니, 전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애들을 못 울려서 안달인가요?;;;;
왜 쓰다보면 자꾸 애들을 울리냐고..ㅠㅠㅠㅠ
지난 번에 이어 이젠 절대 경수는 울리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왜 또 까먹고 애를 울리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변태감성을 어쩌면 좋나요;;
이건 약도 없는 것 같아요;;ㅠㅠㅠ
이렇게 사과는 뻔할대로 뻔하게 흘러갑니다...
허허허.. 뭐 언제는 특별했나요ㅠㅠㅠㅠ 사과가 다 그렇지...ㅠㅠㅠ...
네 녀석들 둘 다 너무 소심터져서 이렇게 안하고는 답이 없었다, 네 이놈들!ㅠㅠㅠㅠ...
그나저나 이 노래는 진짜... 너무 좋네요..=ㅁ=..
사과가 비루한 건 비루한 거고, 브금이 좋은 건 또 좋은거니까요...☞☜
결국 말로 못한 종인이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아서- 가사가 거의 하나밖에 없으니 읽으시다보면 어느 하나는 그 부분에 얻어걸리지 않았을까요;;ㅎㅎ
이런 계획적인 브금.... 으하하;;
이제 방학이 거의 끝나다보니 갑자기 일이 폭풍 휘몰아치네요..ㅠㅠㅠ
혹여나 제가 어디 사라지거나 도망치거나 잠적하거나 이런 게 아닌가- 싶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요ㅠㅠ 도망치지 않아요ㅠㅠ
조금 느려지더라도, 사과는 늘 이렇게 매번 똑같이- 소소하고 비루하게 이어집니다..ㅠㅠ
읽어주신 여러분, 지난 편 댓글까지 달아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려요ㅠㅠㅠ
댓글달아주시는 분들의 표현력에 진심 항상 감탄합니다ㅠㅠㅠ 사과는 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쓰셨어야 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엑소 아가들 얼굴을 또 봤더니 그래도 기분이 흐뭇하네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서 일단 폭풍 좀 자고 싶은데, 왜 밤이 되니 눈이 말똥말똥한가요;;;ㅋㅋㅋㅋ
늘- 감사드려요-:)
오늘 지나가기 전에 올려야한다는 생각에 오타 확인도 제대로 못한..;;; 읽으시다보면 한글자 정도 후르륵 티 안나게 바뀔지도 모릅니다;;ㅎㅎ
보셔도 모른 척 해주세요*-ㅅ-*;;;ㅋㅋㅋ
다음 편에서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