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일보직전
W.오뜨
‘고현숙이라는 사람이 옮겼다는데? 누구야?’
성규의 집으로 돌아온 우현이 아침과 같이 거실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슨 생각으로 관심도 없던 아들한테 찾아온 건지. 우현의 주머니에서 조그만 물건이 탁, 하는 소리를 내며 굴러 나왔다. 호원이 준 병. 처음에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하루를 보내자니 짧게 느껴졌다. 게다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새벽밖에 없으니. 온종일 잠이나 자면 좋겠다, 김명수가.
“아, 진짜.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 하냐고, 언제!”
띡, 띡. 누군가 집에 들어왔다. 김성규라는 사람이겠지. 그런데 아직 오후 세 시였고 이상함을 느낀 우현이 성규를 쳐다보았다. 성규의 시선은 분명 시계를 향하고 있지만, 하필 그곳에 서 있는 우현이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에 옆으로 슬금슬금 비켰다. 성규의 표정을 보니 뭔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듯 실실 웃고 있었다. 약간 정신이 나가 있는 것도 같았다. 성규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우현은 다행히 열려있던 명수의 방문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뭐야.”
옛날부터 친했던 사이인지 명수와 성규가 어렸을 때 찍은 듯한 사진액자가 명수의 책상 위에 있었다. 순간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우현이 놀라 몸이 경직되었다.
“김명수, 이 썅썅바 같은 놈. 이성열 씨랑 알면 귀띔이라도 해주지.”
청소를 하려고 들어온 성규가 언제 빤 것인지 손에는 걸레가 있었다. 우현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성규가 한 말을 되짚어 보았다. 진짜.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배운지 알면서. 아, 짜증 나. 성규는 감정을 실어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우현은 성규가 내뱉는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쩍,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설마, 아니야. 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이름정도는 겹칠 수도.
“이 자식, 오기만 하면 죽여 버릴 거야 진짜.”
우현은 아파오는 머리를 짚고는 성규가 방을 나갈 때까지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몰려오는 피로감에 침대에 걸터앉은 우현은 명수를 기다리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성열. 이성열 하면, 설마.
“아니겠지.”
내가 아는 그, 이성열이 아니었으면.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김명수 애인이라는 사람이 이성열일 수도 있다는 것. 제발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현이 머리를 쓸어내렸다.
[현성] 귀신이 산다 : 04
W.오뜨
이 상황이 거짓이 아니라면, 다시 찬찬히 좀 전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김성규. 명수가 집에 들어왔지. 그렇지.
“가게 일찍 닫았다고 왜 말 안 했어.”
“그것보다 할 말 있어.”
“뭔데.”
“너, 이성열 씨랑 아는 사이이라며!”
성규는 나름 화난 척 말투를 바꿨지만, 명수는 성규가 웃긴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기만 했다. 야, 너 웃어? 성규가 명수의 뒤에 붙어서 밥을 안 주겠다느니, 문을 잠그고 안 열어 주겠다느니 하고 떠들었지만, 명수는 귀찮은 듯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는 건 기본.
“이 시키가.”
성규는 명수의 방문을 발로 몇 번 차더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명수에 비해서는 아니었지만 쉬지 않고 일했던 것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으으, 목 아파. 성규가 목을 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거실이며 부엌이며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성규가 놀라 서둘러 불을 껐다. 이런 걸 깜빡하냐. 성규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전기세 많이 나오겠다. 시간을 보니 얼마나 잔 것인지 열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잤을 명수가 생각나 성규가 부엌 옆에 있는 명수의 방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잠가 놨어봐. 아침 없는 줄 알아.”
철컥, 하고 열린 명수의 방문에 안도의 한숨을 쉰 성규가 명수의 침대에 살짝 앉았다. 어구, 이 자식. 많이 컸네. 깊게 잠이 든 명수를 보고 흐뭇하게 웃던 성규가 명수의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이게 뭐야?”
순간 어디서 나온 건지 굴러다니다가 손에 부딪힌 물건을 본 성규가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았다. 유리병 같은데. 안을 들여 보려고 뚜껑에 손을 갖다 댄 성규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 따가워. 짧은 순간이었지만 뚜껑을 열려고 하던 그 순간 감전되는 느낌을 받은 성규가 병을 떨어뜨린 것이다. 병에서 빛이 났다. 동시에 명수의 몸에서도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
몇 분간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을 뜨지 못하던 성규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분명 깊게 잠들어 있었던 명수는 언제 일어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 * * * *
우현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성규와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자세가 굳어졌다. 설마, 못 봤겠지? 우현은 평소대로, 평소대로 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웃음을 보였다.
“언제 들어왔어요?”
“…….”
성규는 우현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침대 위에서 콩콩 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내가 뭐에 씌였나? 성규는 자신이 이상함을 느끼고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다시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니야. 이상해.”
‘어? 언제, 들어왔어요?’
안 그러면 갑자기 웬 존댓말이냐고. 아아, 이상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성규가 허공을 발로 찼다. 이모든 상황이 거짓이면 좋겠다.
들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우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거실로 나와 성규의 방이 닫혀있는 것을 보니 잠이 든 것 같았다. 우현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식탁에 위에 있던 가게 열쇠를 집어 들고는 집을 나왔다. 우현이 나가고 살짝 열린 문사이로 성규의 눈이 반짝였다.
“이 자식.”
성규가 방에서 나와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집에서 나와 우현을 뒤쫓기 시작했다. 우현은 여유롭게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입에 물고는 걸음을 더 빨리 했다. 평소에 체력이 그렇게 좋지 않는 성규는 헥헥 대며 간신히 우현에 뒤를 따랐다. 문득 본 우현의 모습이 이상했다.
“김명수 혼자 뭐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을 듯했다. 우현과 호원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명수로 보였을 테니. 성규의 가게에 도착한 우현이 주위를 살피다가 가게 문을 열었다. 성규는 여전히 우현을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 슬쩍 우현을 따라 들어갔다.
허각, 정은지 - 짧은머리 (Apink) (오르골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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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ㅠㅠ 이번주는 두편을 업데이트 했구요 다음주는 세 편 기대.. 해보실까요 이제 진짜 여유가 생겨서 가능할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