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수니임..' 백현이가 특유의 말꼬리 늘이기 스킬을 시전하며 내 술잔에 술을 따르시는 교수님의 팔을 애교있게 잡았어. "허허, 우리 레지던트 애교가 아주 인턴급이야." 교수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못이기는 척 소주병을 내려놓으셨고, 가만히 앉아있던 종인이는 되려 움찔하며 눈치를 살폈어. 오늘은 우리 병동의 회식날이었고, 종인이는 이 병원에 들어와 처음으로 참석하는 자리였지. 회식을 가느니 나이트 근무를 뛰겠다고 생각하는 내 의지와는 달리 회식이 잡히는 날마다 나는 낮근무를 했고 오늘도 어김없이 회식자리에 앉아있었어. 백현이는 교수님들이 술에 취한 틈을 타 테이블 밑을 통해 내게 냉면사발 같은 걸 건네주었고 나는 교수님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술잔을 그 곳에 비우고 있었어. 내 옆에 앉은 종인이가 술이 점점 차오르는 그릇을 보며 가득찬 내 술잔과 비어있는 자기 술잔을 바꿔 주었고 백현이는 그런 종인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띄웠어. 그렇게 많은 서포트를 받으면서도 알콜쓰레기였던 나로서는 억지로 쥐어마신 술을 견디기 힘들었고 점점 표정이 썩어들어갔지. "우리 김간, 외과 레지던트랑 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요?" 아니 뭐, 아직은 살만해요. 내가 앞에 앉아계신 교수님을 보며 헤헤 웃었어. "아, 교수님. 저 점수 깎여요-." "변백현 선생, 집에서도 애교가 많아요?" 교수님이 기분 좋게 웃으시며 내게 물어왔고 나는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너무 쑥쓰러워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웃었어. "누누이 말하지만, 레지던트는 집사람 떠받들고 살아야 한다." "아이, 그럼요." "내 봤을 땐...김간은 참하니 꼼꼼하고.."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그쵸, 교수님?" "거, 누가 변백현 아니랄까봐." 회식자리에서 꼭 변백현을 자기 옆에 앉히시는 교수님은 유독 백현이를 예뻐하는 분이셨어. 인턴시절부터 백현이 밥도 여러번 사주셨던 걸로 기억하고. 그만큼 백현이도 편하게 대하고 잘 따르는 교수님이었지. "김간한테 술 한잔 받고 싶은데," 교수님 말씀에 내가 소주병을 집어 들었고 빠른 백현이 손이 내 손에서 소주병을 낚아채갔어. "교수니임, 저 한테는 한 잔도 안 받으시고. 저 섭섭해요." 그제야 아차하신 교수님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셨고 백현이는 능글거리며 잘도 상황을 모면해갔어. 백현이는 여자가 술 따라주는 꼴을 절대 보지 못했고, 더더욱 이런 회식자리에서는 나를 일부러 간호사들만 모여있는 테이블에 밀어넣기 일쑤였지. "내가 실수를 했나보네요.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교수님의 말에 백현이는 또 능글능글, 교수님은 내꺼야-, 라는 되도 않는 애교를 부려댔어. 내가 살다살다 교수님한테 저런 애교 부리는 레지던트를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내 남편일 줄이야. "요거 언제 커서 조교수 다나." "에이-, 저 아직 일년찬데요?" "그래. 아직 아득하다." "저 조교수 달 때까지 붙잡고 있게요?" "너 조교수 달자마자 내가 낚아채려 그런다, 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신 교수님이 비어있는 잔을 슬쩍 들어올리셨고 백현이가 술잔을 채웠어.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술이 꼴깍 꼴깍. 백현이 잘 마시네.. "어어? 나 낚아채서 뭐하시려구?" "몰라서 물어." "우리 교수님 속 꿰뚫기가 제일 어렵지요." "넓게 봐야지. 한국 말고," "아, 교수니임. 술잔 비었다!" 한국 말고, 라는 말에 내가 정신이 번쩍 들어 백현이를 쳐다봤어. 백현이도 예상 못한 말이었는지 당황하며 교수님 말을 잘랐어. 저 말은 웬만한 눈치로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 그 교수님이 유독 예뻐하는 제자가 백현이었고 학교 다닐 때 백현이가 저 교수님 연구실에서 조교도 했었거든. 거기다 공부도 잘해서 교수님 있는 병원에 입사까지 했으니, 교수님 눈에는 더할나위 없이 예뻐 죽는 제자였고. 그래서 아마 자기 라인으로 데려가고 싶어하실거야. 대학병원에 한정되는 백현이를 바라지도 않을 거구, 의학공부를 조금 더 하려면 외국으로 유학가는 것 쯤이야 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었지. 나는 급 심란해져 종인이에게 술잔을 내밀었어. "저, 괜찮으세.." "내일 오프야." "그래도, 집에 가셔야.." "쟤가 데려가겠지." 종인이가 저번에 나랑 일대일로 술먹고 된통 당한 뒤 다시는 나를 떠맡고싶지않았나봐. 두번이나 반항하는 것을 막고 종인이에게 술을 받아냈어. 종인이도 습관처럼 빈 술잔을 내밀었다가, 백현이를 한번 쳐다보고 아차싶었는지 내가 그릇에 모아놓은 술을 소주잔으로 한잔 떴어. "따라마시지 그걸 떠 마시냐." "똑같은 술인데요, 뭘." 짜안, 하는 내 말에 종인이가 술잔을 부딪혔고 백현이의 따가운 시선도 무시한 채 나는 꼴깍꼴깍 술을 들이켰어. 알코올 쓰레기가 어딜 가나. 나는 이미 반쯤 정신을 놓고 풀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있었어. 주위를 둘러보니 레지던트들은 이미 교수님들이 주시는 술에 뻗어있었고 백현이는 이제 가보겠다며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중이었지. "일어나, 가자." 백현이 말에 일어서긴 했는데, 중심잡기가 힘들어 살짝 휘청였어. "나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발음이 자꾸 꼬이려해서 애써 또박또박 말을 내 뱉고 몸에 힘을 줬어. 겨우겨우 신발장까지 걸어가 신발을 우겨신었더니 백현이가 내 앞에 앉아서 신발을 제대로 신겨줬어. "..비켜어," 아까 그 교수님이 했던 말에 난 아직도 꽁해 있는 중이었나봐. 혹여나 백현이 데리고 외국으로 가면, 그러면.. "왜 이럴까, 일단 나가자. 업을까?" 백현이가 외국으로 가버리면. "..가, 너 혼자가.." 그러면 나는 혼자 어떻게 지내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찼어. "내가 어딜 혼자가. 같이 가." "너 혼자 가라구..나 쫓아 갈 테니까.." "쫓아오지도 못 할 거면서." "그으래. 못 간다. 못 가는 거 알면서.." 씨, 눈물 나오려 그래.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깊게 몰아쉬었어. "나 못 쫓아가는거, 알면서 너는 가려고 그러냐.." 내 말에 백현이가 내 어깨를 감싸던 손을 풀고 내 앞으로 왔어. 그러더니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물어. "무슨 말이야?" 오랜만에 보는 변백현의 정색에 괜히 쫄아서 술이 다 깨는 느낌이었어. "..아니, 그냥.." "어딜 못 쫓아와?" "왜 화를..그냥, 그..집..너 먼저가면 못 간다고.." 집이라고 대답하는 내 말을 듣고 나서야 백현이가 굽혔던 허리를 세웠어. 너 같으면 무서워서 퍽이나 솔직히 얘기하겠다, 너 외국으로 나가면 난 못 쫓아간다고. "..놀래라." 백현이가 슬쩍 웃으면서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고 나는 혼자 시무룩 해져서 앞서 걸었어. 백현이가 얼른 쫓아와 어깨를 감싸안았지만 뾰루퉁한 내 표정을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지. "술은 깼어?" 으응. 내가 짧게 대답하자 백현이가 아쉽네, 하고 웃으면서 앞머리를 마구마구 헤집는거야. 백현이가 많이 하는 행동 중에 하난데, 처음에는 오만 짜증을 다 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아무렇지도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게 왜 그렇게 신경질이 나는지, "하지마,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 말에 백현이가 당황했는지 그대로 손을 떼서 가만히 있었어. "싫다고 했잖아, 앞머리 만지는 거 싫다고!" 백현이가 상황판단을 하는 듯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내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왔어. 나는 자연스럽게 한 발자국 뒤로 뺐지. "미안해." 백현이가 헝클어진 내 앞머리를 손으로 조심조심 정리했고 나는 가까이 다가온 백현이에게서 술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무슨 일이야?" 내가 화내느라 몰아쉬던 숨이 고르게 변하자 백현이가 조용히 물어왔어. 나랑 지냈던 세월이 몇년인데, 벌써 눈치를 채고 있었던 거지. 내가 정말 앞머리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 뭔가 자꾸 신경쓰이는 게 있다는 걸. "내가..앞머리 만지는 거 싫다고 했잖아. 밤에는 더 싫다고.." "그거 말고." 백현이가 다 알고있다는 듯 웃었어. 괜시리 서러워져 내 앞에 서있는 백현이 품으로 파고들었어. 내 허리만한 백현이 허리를 감싸안고 내가 어제 다려준 와이셔츠에 얼굴을 마구 비볐어. 화장품 다 묻겠다. "가면 안돼." "안 가. 어딜 가?" "그, 아까.." 또 설명하려니 눈물이 차오르고 백현이한테서 나는 술냄새를 맡고 있었어. "아까, 교수님.." "교수님?" "너 데리고 갈 것 같아, 멀리.." 그 교수님 미국에 계시다가 내가 2년차 달 즈음 병원으로 돌아오신거 나도 아는데... "아아." 백현이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내 뒤통수를 쓰다듬었어. "안 갈거야." 그 와중에도 나는 생각했지. 백현이 발목잡는 내가 정말 못됐다고. "네가 나랑 결혼 안 해줬으면 가려고 했는데." 백현이의 웃음섞인 말에 내가 고개를 들었어. "여우같은 아내 놓고 갔다간, 비행기에서 어레스트." 말은 잘해요..그래도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백현이었으니까 나는 짧은시간 나를 괴롭혔던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어. "근데, 나 여우 아니거든." "그으래?" 백현이가 웃음섞인 대답을 내뱉었어. 그리고 그 뒤에 딸려오는 말은 나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지. "그럼 토끼같은 자식이라도 있어야겠네." 이 미친놈아, 짐승같은 새끼야 등등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도 백현이는 싱글벙글 웃었어. "근데 백현아.." 거기서 장난기가 발동한 난 백현이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봤어. 변백현이 꿈뻑 죽는 표정이었는데. "...왜, 왜." 역시나 백현이는 내 표정에 당황한 건지 말을 살짝 더듬었고, "나 업어줘." 내 싱거운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핸드백을 가져갔어. 곧이어 등을 보이는 백현이에게 폭 매달렸더니 읏차, 하며 일어나. 내가 무거워진 건지 예전만치 벌떡 일어나지 않고 약간 힘들어하는 것 같았어. 이런 망할.. "백혀나.." 오늘 아주 작정하고 변백현을 놀릴 생각에 신나서 백현이 귀에 대고 이름을 느릿하게 불렀어. "왜, 또 왜." 백현이 말이 빨라지고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로 보아 아주 잘 먹혀들고 있는 것 같았어. "나아.." "어. 너 뭐?" "흐흥." 내가 웃으면서 백현이 귀에다 바람을 불었더니 변백현은 뛰는 것 못지않은 속도로 걷기시작했어. 격하게 흔들리는 등에 매달려 나는 백현이 어깨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았어. 아, 편해. 그렇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백현이는 침대로 돌진했고, 나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그대로 내버려뒀어. 그리고 백현이의 손이 내 옷 속으로 들어왔을 때 내가 빠른 손놀림으로 백현이 손을 잡아챘어. "..왜?" 백현이는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어. "나 피임약 끊었잖아." 백현이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내가 배시시 웃으면서 옷을 정리하고 백현이는 멍하니 나만 쳐다봤어. "오늘, 며칠인데?" "23일." "생리 언제했고?" "2주 전에." 백현이가 내 말에 한숨을 폭 쉬었어. "네가 끊으라며." 일주일 전 쯤 내가 소화도 안되고 입맛도 없다고 했더니 피임약을 오래먹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당장 끊으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변백현이었거든. "아니이-,나도 오늘은 좀 기분이긴 한데..약도 끊었고. 너도 알다시피 가임기 걸리기도 했고오.." 말꼬리를 죽죽 늘이며 말을 하고 백현이 목에 팔을 감았어. 그리곤 입가와 볼에 잔뽀뽀를 마구 퍼부었지. 이래도 오늘 백현이는 아-무것도 못할테니까. 그런데 백현이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다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눈을 번뜩 뜨더니 "기분이야?" "으응?" "오늘 기분이라고?" "어, 어..근데 뭐..하는 수 없," "하는 수 없는 게 어딨어." 침대에서 튕겨나가듯 내려간 백현이는 제 옷장을 열더니 서랍을 빠르게 뒤져 뭘 꺼내와서 자랑스럽게 내 옆으로 쏙 들어와.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고, 우리 교수님이 그러셨는데." 백현이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나는 입을 쩍 벌렸어. "이런 상황을 두고 말씀하셨나보다." 교수님 의도 왜곡 하나는 기가 막혀요. ㅡ 불맠아니야..다음편도 불맠아니야.. 그거 아니야..!!!! 아니 님들 그 음마렌즈좀빼여!!!!!아니 그 뭐냐 그런 그 불마크같은거 저도좋아하긴하는데 매우좋긴한데 그게 쫌 그 뭐냐..내 능력밖이라... 이해해주세여.... 그리고 암호닉..그거..ㅎㅏ...근데 구거 막 꼭 추가하고 그래야하나?! 그 목록의 의미가 뭔데?! 진짜짓짜몰라서...ㅠㅠ 그냥 막 우리둘이 아는 그런 암호닉 그런거면되는거아니에여? 우리둘만알면되자나 그렇자나! 나 가끔 말투만보고도 누군지 때려맞추고그래요 헤헤.. 마쟈..목록정리할시간이없어요..요즘 뭔지모르겠지만 무지바빠서.. 그 ㅇ목록은 조금 나중에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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