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 정신병력있는 사람도 우리 병동에 넣어도 돼요?" "왜요? 정신병동 자리 없어요?" "그건 아닌데, 나 아는 사람이거든." "친한사람이야? 옮겨도 상관은 없지." 백현이가 고개를 끄덕였어. 사실상 외과는 입원을 해도 빨리빨리 퇴원을 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 다른 병동에 비해서 자리가 널널한 편이야. 그래서 다른 병동에 자리가 없으면 외과로 많이들 빠졌고, 여자들은 소아병동으로, 남자는 외과병동으로 오곤 해. 백현이의 말에 나는 바로 타자를 두들겨서 서준이를 외과로 옮겨버렸어. 그나저나, 애가 무슨 정신병을.. 빠르게 이름을 클릭해서 히스토리를 살펴보았더니 기록되어있는 병명은 그냥 단순한 조울증이야. 원래 정신병동은 조울증이나 우울증 같은 증세로도 많이들 입원을 하니까..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섰어. "근데, 누구야? 박서준?" "응?" "이 사람 이름 처음 듣는데." 새로 뽑힌 차트를 바인더에 끼웠더니 백현이가 그걸 확인하고 나를 쳐다보며 물었어. "아, 나 중학교 동창." "아직도 연락해?" "연락은 끊겼었는데 어제 응급실에서 우연히 만났어." 백현이가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 한번 라운딩을 돌고 마지막으로 서준이한테 가봐야겠다 싶어서 산더미같은 차트를 챙겨들고 스테이션을 빠져나갔어. 차근차근 앞 병실부터 돌고 마지막으로 서준이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어. 너무 구석에 있는 병실을 배정해줬나. 스테이션에서 좀 가까운 곳으로 줄걸. 살짝 후회를 했어. "옷 갈아입었어?" 커텐도 안치고 얌전히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는 서준이를 보며 내가 작게 웃었어. 아까 응급실에서는 막무가내로 입원 안하겠다고 뻐튕긴 것 같던데, 금세 얌전해진 모습이 어이없기도하고 웃기기도 했지. 수액세트를 가지고 온 내 모습에 서준이는 자기 왼팔까지 걷어보이는 여유로움을 보였어. "야아, 김간!" 내가 손목을 살짝 돌리며 풀고 있는데 문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어? 김종대?" "너 왜 박서준 입원한거 얘기 안해줬어!" "얘 입원수속 밟은지 두시간도 안됐는데.." 자기도 보미보러 왔다가 우연히 본 거 가지고. 내가 눈을 슬쩍 흘기자 서준이가 호탕하게 웃었어. "너네 아직도 싸워? 어릴 때도 피터지게 싸우더니." "이 기집애 성격을 봐. 안 싸우게 생겼나." "종대 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재밌다. 지금 봐도." 김종대가 보조침대를 끌어내어서 자리를 잡곤 양 손 가득 사온 음료수를 바닥에 내려놓았어. 쟤는 음료수 사올 때마다 알로에야. 알로에 덕후도 아니고. "야, 박서준. 한 개 빼가도 되지?" "어차피 그거 다 먹지도 못해. 많이 가져가." "다 먹어 인마! 내가 사온건데!" 김종대는 알로에 한 병을 꺼내더니 보물단지 모시듯 냉장고에 쏙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 저거, 저거. 시원하게 해서 보미 주려고 저러지. 눈에 뻔하게 보인다. 수액세트를 꺼내서 서준이 팔에 고무줄을 척척 묶는 내 손길을 김종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봤어. 쟤가 저러고 쳐다보니까 뭔가 실습하는 것 같아.. "아, 너네 대학도 같이 가지 않았어?" "엉, 같은 대학 같은 과." "김종대, 너는 공부 잘했다고 소문 났던데." "당연. 나랑 얘랑 일하는 병원 급이 달라요." "왜, 이 병원도 좋은데." "얘 손 봐. 혈관을 찾지못해 방황하는 손." 안 닥쳐? 내가 바늘을 내려놓고 김종대를 확 흘겼어. 너네가 자꾸 말하니까 집중이 안돼서 그러잖아. "솔직히 이십대 남자 혈관 못찾으면 넌 병원에서 짤려야 돼." "지금 다 찾았으니까 입 다물어." 새끼가 진짜..우리 병원이 뭐가 어때서. 거의 뒤에서 놀다가 자대병원으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대학병원인데. 김종대 말대로 아무리 혈관에 눈이 어두운 나여도 이십대 건장한 남자 혈관쯤이야 쉽,게. 정말..정말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단박에 성공을 했어. 뿌듯하게 고무줄을 풀어내는 내 옆에서 김종대가 바로 수액을 연결시켜 행거에 꽂았어. 나도 키 커서 행거 안내리고 바로 꽂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반창고를 꼼꼼하게 붙였지. 정신질환자는 반창고를 더 신경써서 붙이라고 배웠거든. 뭐..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딱히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잘하네." 내가 반창고를 꼭꼭 붙여주자 서준이가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스윽 스다듬더니 그대로 손을 올려놓은 채 있었고 종대는 옆에서 살짝 숨죽여 웃었어. 나는 원체 예전부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사람이 많았던터라 익숙하게 받아들였지. "야아, 누구도 안 쓰다듬는 머리를." 김종대가 백현이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누구'라고 지칭하며 웃음을 참아내며 입꼬리를 내려. "무슨, 걔도 쓰다듬는데." 변백현도 픽하면 내 머리 쓰다듬는데, 뭘 안 쓰다듬는다고.. "걔는 너 뒤통수만 쓰다듬잖아." "그랬나?"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백현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자기 품에 껴안고 쓰다듬을 때가 많았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이 내가 뭔가에 뾰루퉁하게 토라져있을때. "너 고등학교 때 변백현이 머리 한 번 쓰다듬었다고 너 울고불고 난리쳤었던 거 기억 안나?" "어? 무슨.." "와, 얘 또 기억못하네." 나 진짜 기억안나는데. 변백현이랑 울고불고 싸운 게 한 두번이 아니라.. "변백현 그 때 이후로 네 정수리에는 손도 안대는데." 그랬나..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어. 그 때까지도 서준이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은 상태였지. "변백현은 너한테 신경을 써 줄 필요가 없다니까. 이렇게 기억도 못하는 애를." 김종대는 내 머리 위에 있던 서준이 손을 잡아서 내려놓았어. "네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는, 어째 너보다 변백현이 더 잘 알아." "그래서 내가 걔를 좋아하는거야." "아주 콩가루 집안 나셨어요." 김종대와 내가 투닥거리는 걸 보며 서준이는 그저 웃기만 했어. 얘가 무슨 조울증이라는 거지. 겉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습관처럼 나는 서준이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거든. "난 가봐야해, 심심해도 혼자 놀고 있어. 퇴근하고 다시 올게." "나 진짜 심심한데." "나 근무태만으로 잘려." "나 돌아다녀도 되지?" "응, 나가서 산책하고 와도 돼." 조울증환자한테 강력추천하는 게 산책인데, 그럼. 내가 고개를 끄덕였더니 서준이가 신발을 낑겨신고 침대에서 내려왔어. 보호자가 있어야하는데, 괜찮으려나. "옷 입고 나가, 밖에 춥던데." 내 말에 서준이가 예쁘게 웃으면서 겉옷을 꺼냈어. "어떻게 입어?" "그 쪽 팔은 넣지말고 그냥 걸쳐." "빼주면 안돼?" "안돼. 바늘 다시 꽂고 싶어?" "응, 난 좋은데." "안돼. 약물 덜 들어갔어." 살다살다 바늘 두번 꽂고 싶다는 애는 처음봤네. 나는 차트를 챙겨들고 나갔고 서준이도 슬리퍼를 질질 끌며 병실을 나왔어. 나는 곧장 스테이션으로 갔고 서준이는 엘레베이터 쪽으로 향했지. 차트를 바구니에 구분해서 넣고 있는데 누가 내 머리망을 살짝 만져. 잔머리가 삐져나온 건지 꼼꼼하게 넣어주는 손길에 가만히 서서 어깨를 돌려가며 뭉친 걸 풀어냈어. "밥 먹자." 역시나, 밥에 목숨거는 백현이가 귀신같이 점심시간을 지켜서 말을 걸었어. 내 머리를 다 정리했는지 습관처럼 뒷통수를 스윽 쓰다듬고 테이블 밑으로 손을 그러잡아. 평소같았으면 뭐하냐면서 손을 털어냈겠지만 이번에는 나도 웃으면서 잡은 손에 힘을 줬더니 백현이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싱글 웃어. "둘이 밥 먹고 와요-." 히죽히죽 바보처럼 웃고 있는 우리 둘을 봤는지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쌤이 웃으며 말씀하셨고 나는 손에 있던 차트를 얼른 정리한 후 백현이랑 식당으로 내려갔어. "직원식당 갈까? 육개장 나왔다던데." 너 육개장 좋아하잖아. 백현이가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오랜만에 여유롭게 같이 하는 식사였지. "잘생겼어?" "응?" "그 환자, 잘생겼어?" 백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내가 들고있던 수저까지 내려놓고 백현이를 쳐다봤어. 짐짓 심각해보이는 백현이의 얼굴에 내가 픽하고 웃었어. 서준이 이야기 하는 거구나. "잘생겼지, 그럼." "정신병동으로 옮겨." "왜 또 이럴까, 우리 백현이." 뾰루퉁해진 백현이가 아무 말 없이 밥을 입에 퍽퍽 퍼넣었고 나는 그저 웃기만 했어. 얘는 결혼까지 해놓고 뭐가 또 그렇게 불안해서 이러는지 귀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밥을 다 먹고 커피 한 잔씩 사들고 다시 병동으로 올라가려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백현이랑 서서 기다리는데, 백현이가 물을 마시고 오겠다며 조금 떨어져있는 정수기로 향했어. 나는 백현이 커피까지 두 손에 들고 차근차근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층 수를 바라보고 있었지. "김가안-." 그 때 누가 내 어깨에 자기 몸무게를 죄다 실으면서 기대왔어. 그리고 나는 식혀서 먹을 거라며 뚜껑을 열어놓은 커피잔에 들어있던 커피를 손에 죄다 쏟아버리고 말았어. "아, 뜨거.."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면서 손에 들려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려 버렸고 뜨거움에 손이 화닥거리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내 어깨에 기대어 온 사람을 붙잡아 떼어서 뒤를 돌아봤지. "김간.." 그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서준이라는 걸 알았지만 뒤 돌아서 그 얼굴을 확인했을 때 나는 경악하다시피 놀랐어. "왜, 왜 무슨 일 있어?" 아까 그렇게 밝게 산책한다고 나간 서준이가 아주 펑펑 울고 있었으니까. "왜 울어, 응? 울지말고 말을 해봐." 내 말에도 눈물만 쏟아낼 뿐 입을 열지 않았어. 눈물을 닦아준다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서 서준이 얼굴을 만졌다가 갑자기 몰려오는 화끈거림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내렸어. 그러자 이번에도 아예 나에게 몸을 기대오며 안기는 서준이를 나는 당황해서 온몸으로 받아냈어. "어, 야..진짜 무슨 일 있어?" 힘겹게 내가 서준이를 받아내는데 순간적으로 내쪽에 실린 무게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어. "환자분, 불편한 곳 있으세요?" 언제 보고 온 건지, 백현이가 서준이를 떼어내곤 날 한손으로 밀어냈어. 나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고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쥐었다폈다했어. 다행히 붉게 달아오르기만하고 별다른 손상은 없는 것 같았어. "정신 차리시고, 숨 들이마셔 보세요." 백현이가 서준이의 두 어깨를 잡고 숨을 들이쉬라고 하자마자 서준이는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바닥에 주저 앉았고 라이트로 서준이 동공을 확인한 백현이는 별 다른 응급은 아니란 걸 인지한 건지 주머니에서 수신기를 꺼내 버튼을 탁탁 눌렀어. 얼마 되지않아 정신과에서 내려온 것처럼 보이는 인턴 두명이 달려왔어. "선생님, 이 환자요?" "응. 호흡 불안정하고 쇼크 온 것 같은데, 가서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쟤도 인턴이었던 게 엊그제같은데. 어느 새 레지던트도 달고 고개 숙이는 인턴도 생기다니, 신기해서 손이 화끈거리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어. 백현이가 저벅저벅 큰 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온 것도 모른 채. "어디 봐. 괜찮아? 그러게 뚜껑 덮고 있으라고 했지." "어, 응.." "다시 정신병동으로 올릴거야. 할 말 없지?" 백현이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말했어. 또 순식간에 죄인이 된 나는 가만히 손만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어. 섭섭했어. 커피가 그렇게 뜨거웠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손 빨갛게 부었는데. "속상하게 자꾸.." 내 마음을 읽은 건지 뭔지, 바로 눈꼬리를 내리며 내 손을 맞잡아오는 백현이 덕에 나는 다시 사르르 녹았어. 내 손을 만져보면서 행여나 아플까 싶어 조심스럽게 닿는 손길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아졌어. "다치지만 말라니까, 그게 그렇게 힘들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 "자꾸 그러면," 갑자기 잘 말하던 백현이가 미간을 팍 찌푸렸고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 백현이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허리를 짚더니 바로 손을 내리고 괜찮다는 듯 웃었어. "왜 그래, 허리 삐끗했어?" "아니, 잠깐 뻐근해서. 뭉쳤나?" "거짓말 하지마." 다 티나, 넌. 내가 짐짓 화난 표정을 해보였어. 손을 백현이 허리쪽으로 가져다 대자 백현이가 기겁을 하면서 피해. "왜, 응? 왜. 괜찮아. 진짜." "왜 피해?" "아니, 괜찮은데 자기가 괜히 걱정하니까.." "괜찮으면 어디 봐." "나 얼른 올라가 봐야 하는.." "좋은 말 할 때 이리 와." 전세가 역전 됐지. 백현이는 내 한 쪽 손을 살며시 부여잡은 채로 입술을 꾸욱 깨물었어. ㅡ 여러분..^_^... 어떡할까요? 대구리를 박아야할까요? 개강하고 .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수업을하고..나는 아직 모든 걸 익히지 못했는데.. 직접 환자를 보래요.. 이건 무슨 경우? 매일같이 과제와 실습과 전공공부에 눌려서 허우적거리다가 오늘 조금 짬내서 왔어요ㅠㅠ 사실 핑계임ㅠ고백할게요ㅠ개강하고 첫주랑 둘째주 술퍼먹고 노느라 안온거 마즘 하지만 셋째주부턴 정말. ...정..말..용서해주십쇼... 기다리신분이..있을거라..믿어요..한명쯤은..^-^...가끔 댓글구경하는데 보구싶다구 막..그논고...완전좋음..ㅎ알랍 나도보고팠어요 오랜만에 왔더니 내용거지 글거지 에효 죽어야지..아참 백현이 인스타컴백 추카★ 빨리도축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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